데이빗 2 ㅣ 사람 3부작 1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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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네이버 웹툰 "데이빗"으로 데뷔한 저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독창적으로 구축한 세계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돼지 모습을 한 데이빗을 통해 인간 존재의 정의를 묻고 있는 <데이빗 2>를 보겠습니다.



데이빗이 인권단체의 리더 캐서린을 따라 스피릿에 몸을 담은 지도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데이빗의 인권을 인정받기 위한 운동도 계속되고, 그에 반대하는 운동도 마찬가지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닐 페터슨 상원 의원을 만나, 선거에 그를 지지하는 것과 데이빗의 인권을 헌법으로 지정받을 조건으로 한배를 탑니다. 패터슨 상원 의원은 유세 공연에 데이빗을 세우고자 하고, 데이빗은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어떤 방법이든 가리지 않을 거랍니다. 그래서 이를 수락합니다. 데이빗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의 가슴속 이야기에 사람들은 감동받고 데이빗의 이름을 연호합니다. 이제 그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으로 바뀌고, 데이빗은 이 모든 것이 캐서린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데이빗에 대한 지지가 커질수록 패터슨 의원과 그의 정당에 대한 지지율 역시 높아졌지만 과격 종교단체를 이끄는 토마스 목사가 창조주의 섭리를 거스른다며 그를 비난합니다. 토마스 목사는 베이컨을 손에 들고 이 고기가 데이빗의 형제나 어미일지 아느냐고 자극하자, 이성을 잃은 데이빗은 그를 공격합니다. 사람을 공격했으니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졌으나 의원이 보석금을 내고 석방됩니다. 데이빗은 죄를 지었으니 보호받을 권리가 없다 말하지만 캐서린은 죽을죄를 진 건 아니라며 사람으로 인정을 받고 나서, 한 명의 사람으로서 정당하게 재판을 받으라고 합니다. 패터슨 의원이 제공하는 안전한 숙소에서 지내던 중에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조지가 찾아와 고향으로 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데이빗은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선택으로 이곳에 왔으니 자신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하죠.


그러다 토마스 목사가 데이빗을 납치하고, 생방송에 내보내는 조건으로 방송국에 연락합니다. 토마스 목사는 결코 사람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발정제를 데이빗에게 강제로 주사하고, 암퇘지를 앞에 놔둡니다. 데이빗이 짐승처럼 암퇘지에게 달려들지 말지를 국민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데이빗은 캐서린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자신은 짐승이 아니라며 언제나 당신만을 생각한다며 보고 싶다고요. 다행히 대통령의 지시로 구출대가 도착하고 데이빗은 풀려납니다. 이제 데이빗은 모두에게 사람다운 모습으로 각인되었습니다. 모두의 사랑을 받는 데이빗, 하지만 데이빗이 원하는 사랑은 캐서린이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데이빗 2>에서 확인하세요.




마지막까지 먹먹한 <데이빗 2>. 사람처럼 사고하고 같은 감정을 지니면 모습이 달라도 사람이라 해야 할까요. 그에 대한 의문과 결론은 쉽게 나지 않습니다. 데이빗을 사람으로 인정해 그를 위한 헌법이 개정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데이빗과 똑같은 모습을 한 돼지를 먹기 위해 고기가 모자른다는 기사를 보면 정말 아이러니합니다. 인간은 그만큼 내로 남불 같은 존재인가 봅니다. 그에 비해 데이빗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들은 술을 마셨다며 자신의 행동에 변명을 하고 죄의 무게를 덜어내려 합니다. 그에 비해 데이빗은 발정제를 맞아도 이성을 저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사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데이빗이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서입니다.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다 같은 사람이라고요. 눈에 보이는 것에 판단이 흔들리는 연약한 보통 사람인 우리는 반성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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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차별을 인간에게서 배운다 -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위해 다시 세우는 정의 ㅣ 서가명강 시리즈 22
고학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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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과 경제학과에서 공부하여 학위를 받았습니다. 공부를 마친 후 미국과 국내의 로펌에서 근무했고, 연세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함부르크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그래서 제도는 어떻게 대응하고 변모해야 하는가에 관해 <AI는 차별을 인간에게서 배운다>에 실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우리는 이미 인공지능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작동원리를 알려주고, 인터넷 플랫폼의 기본인 '프로파일링'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맞춤광고가 오는 원리를 설명합니다. 인공지능은 이미 많은 영역에서 상용화되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사결정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로 인한 여러 형태의 불안감이 나타나기도 하고,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보다 널리 활용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인공지능기술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공정성 문제와 차별 개념이 새롭게 부각되었습니다.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과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에 의한 차별과 인공지능에 의한 차별은 서로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합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사결정에 차별이나 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에서 시작해 인공지능 모델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전체 흐름을 순서도로 요약해 보면 각각의 단계에서 모두 차별이나 편향으로 인한 문제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데이터의 존재가 관건입니다. 사회적 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유형의 작업은 실제 세상의 데이터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회에는 편견과 차별, 불공정이 어느 정도는 있기 마련입니다. 이에 대해 통계학적 개념을 활용해 정량적 측정이 가능한 '공정성 지표'를 마련해, 어떤 개별 유형의 맥락이나 상황에서 어떤 공정성 지표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인지에 대해 체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인공지능 윤리 규범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배경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논의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에 따라 적절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 윤리의 백락에서 책임의 의미로 주요 이용되는 단어는 우리말로 표현할 때 '책임', '책무', '설명 책임'이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즉 설명을 통해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이해를 구하는 측면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인공지능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의 신뢰 문제로 귀결됩니다. 비행기를 탈 때 비행기가 사고나 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니까 타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사회적 규범을 적절히 반영하여 '좋은' 판단을 할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된 상황이라면, 투명성이나 설명 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합니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장밋빛 유토피아를 그리는 시각도 있는 한편, 반대로 커다란 우려를 보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쪽이건 극단적인 시각은 적지 않은 경우에 기술의 현주소에 대한 이해 부족을 반영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AI는 차별을 인간에게서 배운다>는 이런 간극을 채우기 위한 시도의 일환입니다. 개인의 판단이건 국가정책적인 판단이건, 출발점은 인공지능 기술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러한 메커니즘이 일상과 사회에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에 관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 책으로 인공지능을 품은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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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기본소득입니다 - 가장 궁금한 질문에 가장 친절하게 답하는 기본소득 안내서
이원재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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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2050 대표이자 경제평론가인 저자는 '한겨레' 경제부 기자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했고,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등을 거치며 한국사회의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책을 연구하는 일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본소득입니다>는 방송, 기고, 강연 활동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애쓰는 저자의 노력 중의 하나입니다.



기본소득제는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자유를 주는 제도입니다. 우리 경제는 가진 것 없는 개인에게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가 아니기에 돈 걱정을 끊임없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자유란 운이 매우 좋거나 능력이 출중한 극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입니다. 기본소득제는 누구나 이런 특권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돕는 제도이며,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의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매달 또는 매년 등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기본소득은 내 인생을 능동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해줍니다.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충분한 기본소득은 GDP의 10~25% 수준으로 조달가능한 소액으로 출발해 최소한의 생계비 수준까지 높이는 방법이 고려됩니다. 기본소득은 현물이나 서비스 대신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금과 유사한 지역화폐를 통해 지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본소득 금액이 낮은 도입 초기에는 기존 제도 대부분과 병행할 것이나, 기본소득 금액이 충분히 커지면 아동수당 등 정부 재정으로 지급하는 수당은 기본소득에 통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보험은 장기적으로 기본소득과 공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의 사례를 알아봅니다. 무조건 기본소득을 실험한 핀란드, 생태배당을 지급한 스위스, 행정개혁을 위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한 이란, 석유 수입으로 영구기금을 조성해 주민에게 배당한 미국 알래스카주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기본소득을 받으면 아무도 일하지 않을거라는 생각, 모두에게 나눠주면 가난한 사람에겐 불리하지 않냐는 생각, 정부의 행정비용이 커지지 않을까하는 걱정과 물가가 오르지 않을까하는 염려 등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해 설명합니다.




미래 사회에 인간이 설 자리는 있을까, 인간의 노동은 여전히 가치를 지닐까하는 걱정 속에 2017년 핀란드에서 기본소득 정책 실험을 시작합니다. 세계 최고의 복지제도를 갖춘 나라에서 기본소득에 관심을 보이자 세계의 언론과 학계는 다시 한번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기본소득을 전면 시행하기까지는 어렵더라도 정책 실험 정도까지는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었습니다. 하지만 회의론이 여전한 가운데,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민 모두가 힘들어졌습니다. 세계 각국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풀어 국민에게 직접 돈을 지급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시행했으며, 한국, 미국, 일본에서는 기본소득과 유사한 형태로 아무 조건 없이 모두에게 지급되었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여러 나라 국민들이 실제 기본소득 체험을 하게 된 셈입니다. 기본소득은 우리 삶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도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러기위해 국민의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안녕하세요, 기본소득입니다>에서 그 이해를 돕습니다. 결국 어떤 정책이든 국민들의 행복을 목적으로 시행됩니다. 기본소득도 자유롭고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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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 무섭고도 매혹적인 21가지 기묘한 이야기
나카노 교코 지음, 황혜연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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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독문학자이며 번역가, 저술가입니다. 광범위한 서양 역사와 미술 지식을 기반으로 강연, TV 프로그램 출연, 집필을 하고 있습니다. <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을 살펴보겠습니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명작 동화 같은 책에서 어릴 때 읽기 때문이죠. 독일의 동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마을을 연결하는 관광 루트 메르헨 가도의 2/3쯤 되는 곳에 인구 5만 6천 명의 도시 하멜른이 있습니다. 시의 공문서에 기록된 바로 1284년 쥐 떼의 창궐로 힘든 하멜른에 기묘한 사나이가 찾아와 보수를 약속받고 쥐 떼를 퇴치했으나 시민들은 이를 여겼고, 6월 26일 그 사나이는 피리를 불었습니다. 그 피리 소리에 네 살 넘은 아이들이 쥐 떼처럼 몰려오더니 성문을 지나 산 방향으로 모습을 감췄는데 그때 행방불명이 된 아이는 130명입니다. 7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구전되며 연극의 형태로 이어지는 이유에는 겉으로 드러난 것 이상의 무언가가 숨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쥐는 흑사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쥐의 창궐과 흑사병 유행이 동시에 일어나 사람들은 둘 사이의 인과관계에 의심을 품었습니다. 실제 쥐 사냥을 업으로 삼은 사람도 있었기에 이런 시대적 배경이 단순한 사건을 하나의 기담으로 만들어갔습니다. 더불어 학자들이 발표한 5가지 가설을 소개합니다.


루이 13세 시대의 프랑스 중서부의 소도시 루덩에서 집단 빙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1627년 이 마을에 세워진 우르술라회 수도원의 17명의 수녀가 1632년 원장수녀부터 미친 듯이 날뛰고 소리를 지르더니, 결국 전원이 악마에 씌고 말았습니다. 십여 명의 수녀가 일제히 몸을 뒤틀면서 예사롭지 않은 소리로 울부짖는 모습에 소문이 나고 공개 구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역사소설과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파우스트라는 이름은 희곡 '파우스트'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괴테 필생의 역작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동명의 오페라로 더욱 유명해졌지요. 괴테가 그린 파우스트는 독일 정신의 이상향으로 평가되지만 파우스트 박사는 실재했습니다. 실존 인물 요한 게오르크 파우스트는 1480년 독일 남서부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우수한 성적으로 신학박사 칭호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는 점성술, 관상 예언, 질병 치료, 연금술 실험, 사자 소환까지 신비로운 요술을 선보여 교수 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학교에서 쫓겨난 후 파우스트는 마법을 부리며 호사스러운 삶을 살다가 연금술 실험을 하던 중 폭발이 일어나 50세에 죽었습니다. 파우스트 박사에 관한 일화는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전설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하지만 파우스트 전설에 매료된 민중이 점차 일화를 부풀려갔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방송 중인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 한 번쯤은 봤을 겁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 세상에 기이한 일들이 많다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그래서인지 <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을 읽으며 과학이나 논리로 이 세상을 설명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이를 단순히 착각이나 거짓이라고 치부하기보다,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이야기에는 무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이면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합니다. 각양각색의 21가지 기묘한 이야기를 읽으며 신비한 사건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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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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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소설을 쓰고 다른 이의 소설을 읽는 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저자는 자살한 사람의 사후세계를 그린 <우리의 질량>을 썼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이곳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세계입니다. 그런 사람이 현실에서 죽으면 안내자가 인도하며 이곳으로 데리고 옵니다. 죽을 때 걸친 옷을 그대로 입고 이곳에 와서 아파트형 공동 주택의 배정된 방에서 지냅니다. 이 방은 본인이 아니면 절대 밖에서 열 수가 없게끔 설계되었고, 안에 구비되어 있는 물품들도 문구류, 메모지, 수건 정도로 똑같습니다. 목도 아무리 않고 배도 고프지 않고 잠도 오지 않아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할 필요가 없어도 그런 욕구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각자의 목덜미에 엉킨 실타래의 매듭을 풀어야 이 세계를 떠서 진짜 죽을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은 일정 농도 이상의 긍정적인 신체 접촉입니다. 동일인과 아무리 물고 빨고 해도 딱 매듭 두 개밖에 풀 수 없기 때문에 이곳의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신체 접촉을 합니다.


서진은 무책임하게 막내만 데리고 떠난 부모 대신 여동생과 생계와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돈을 모았고, 일자리를 계속 건네주는 이의 신발을 핥았으며, 아무 일도 없었단 듯 다시 돌아온 부모에게 생활비를 건넸습니다. 여동생은 집을 떠나 일 년에 한 번씩 그녀에게 잘 있다며 문자를 보냅니다. 고등학교 때의 담임, 새터 동아리의 과 동기, 과외생의 아버지, 인문대의 그 교수나 재수 학원의 부원장 같은 사람들이 서진을 만졌고, 그녀는 점점 무감해지면서 내치진 못하겠지, 자르진 못하겠지란 생각을 합니다.


모자란 것 없이 살며 외제차를 타는데 기초 수급자, 서류상으로 이혼한 부모, 이런 것들은 건웅의 능력과 노력을 뛰어넘는 결실을 얻기 위해 벌어진 일이고 건웅이 결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약점들입니다. 부모의 기대 때문에 삼수를 하게 된 건웅이 입시학원 질문 조교로 일하는 서진을 만났고 학원 선생 장준성의 코치로 그녀의 학교에 들어갑니다. 새내기와 재학생으로 다시 만난 둘, 건웅의 들이댐에 결국 둘은 사귀고, 각자의 처지를 숨긴 채 아슬아슬한 시간을 보냅니다. 남들처럼 스펙 쌓을 시간이 없어 취업을 하지 못한 서진은 입시학원 장준성의 조교 자리에 들어가고, 돈이 없어 밥을 굶는 것이 뭔지를 모르는 건웅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은 서진은 장준성과 결혼하고, 자신의 지배욕을 과시하는 장준성에게 맞다가 결국 자살합니다. 사후세계에서 서진은 장준성과 같이 죽은 14살 정선형, 건웅과 함께 지냅니다.


사후세계에서 다시 만난 서진, 건웅, 정선형과 이들을 돕는 사토는 장준성과의 악연은 어떻게 풀지 <우리의 질량>에서 확인하세요.




누군가와 사귄다면 모든 것을 다 말하나요? 어느 정도 살아온 환경이 비슷하다면 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환경이 전혀 다르다면 말해도 이해할 순 없을 겁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신이 모르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가난해서 너무나 가난해서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서진은, 부모가 준 용돈과 카드로 생활하는 건웅에게 모든 것을 말할 수 없습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올 건웅을 위해 돈을 따로 모으는 것도, 로드숍 화장품을 살 수 없는 것도, 곰팡이가 가득한 반지하 방에서 하루 종일 취직 원서를 내는 것도 말하지 못합니다. 건웅도 서진을 위로하려고 하지만 서툴고, 그래서 장난으로 넘깁니다.


자신의 짐이 가장 무겁다고 우린 생각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마음이 머무는 행성에서만 그럴 겁니다. 그곳의 중력이 가장 센 까닭이었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짐이 가볍다고 생각하지만 내 짐을 상대방의 행성에 옮겨 놓으면 깃털 같은 무게감만 가지게 될 수도 있고요. 우리는 타인이 살아야 했던 그 삶의 질량을 모릅니다. 그 행성에 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자꾸만 자신의 것만 무겁다고, 가혹하다고, 떨쳐내기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질량>에서의 서진과 건웅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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