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오디세이 - 돈과 인간 그리고 은행의 역사, 개정판
차현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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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오디세이>는 전국은행연합회의 요청으로 2012년부터 1년간 연재했던 칼럼을 엮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초판에서 17장이 추가되었고, 상당 부분을 다듬고 교정해서 개정증보판을 내었는데요, <금융 오디세이>가 알려주는 돈, 인간, 은행의 역사를 알아봅시다.



베니스 상인에서 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처음을 시작하면서 중세 대금업은 어떠했는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현대의 대금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돈은 무엇일까요? 서양에서 돈은 '경제적 가치를 표현하는 물건'이라고 보지만 동양에서는 '다른 물건의 가격을 표현하기 위해 사회구성원(또는 최고 권력자)들이 정한 약속'이라고 봅니다. 경제사학자 킨들버거는 이런 동서양의 생각 차이를 '사유재나, 공공재냐'의 문제로 해석합니다. 돈을 물질이라고만 보게 되면 모든 돈에는 소유권이 있지요. 하지만 돈을 사회구성원의 합의로 만든 사회제도로 보게 되면, 돈은 모든 사람의 공동 소유물입니다. 물질로서의 돈과 사회제도로서의 돈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지만, 이 양립할 수 없는 속성을 돈이 함께 가지고 있다는 데서 모든 일이 시작됩니다. 돈의 처음은 기원전 6세기 리디아 사람들이 만든 주화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당시 금속 정련 기술이 부족해 금과 은이 섞인 합금으로 제작되었는데, 항해술의 발달로 볼리비아의 포토시라는 곳에서 은광이 발견되었습니다. 유럽 전체의 매장량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었지요. 더불어 은의 정제에 꼭 필요한 수은도 찾아냈습니다. 이때부터 포토시는 300년 동안 전 세계에 은화를 공급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되었고, 연간 300톤의 은의 생산은 물가 상승을 부추겼고, 이 인플레이션을 '가격혁명'이라 부릅니다. 이는 지리상의 발견이 가져다준,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부산물이었습니다. 14세기 이후 근세 유럽을 움직이는 권력은 거상의 금고에서 나왔습니다. 그들의 경제력이 권력과 만나며 승승장구를 했지만 종교개혁으로 그들의 위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의 대가들을 후원한 메디치 가문은 독재 정권을 휘둘렀고, 그들이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100년을 넘기지 못하고 갑작스레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군주들은 사치품을 사거나 전쟁을 치르기 위해 돈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세금이 걷힐 때까지 기다리려고도 하지 않지요. 이때 제일 흔하게 동원하는 수법이 불량 화폐를 찍는 것입니다. 불량 화폐를 찍는 데 양심의 가책을 느낀 왕은 유대인 대금업자들을 쥐어짜서 부족한 경비를 충당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 인구가 점점 늘어 사회적으로 혐오가 커지자 해외에서 이를 대신할 부자를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왕들의 사치로 군주에게 대출하겠다고 나서는 상인들이 사라졌고, 거액의 정부 부채를 원활하게 조달하는 것이 도시국가의 중대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1148년 이탈리아 북부의 제노아에서 상인들이 일종의 채권단을 구성해 공화국의 부채를 합동으로 인수했습니다. 오늘날 프라이머리 딜러(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입찰에 참여하는 금융기관들로, 정부에 협조하는 대신 여러 가지 배려를 받는다.)의 원조입니다. 이런 방식이 인근 도시국가에 유행처럼 번졌고, 대금업자들이 권력의 최상층부에 배치되어 권력을 옹립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종교전쟁으로 대금업에 제한이 생기며 금융이 제정 분리가 되었습니다. 상업 거래가 늘어나며 '지로'거래라는 것이 등장했습니다. 상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같은 은행에 예금을 맡긴 뒤 그 은행의 회계장부에서 예금 잔고를 수정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지로 거래를 하려면 거래 당사자들이 함께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요. 그러던 끝에 1587년 베니스에서 지급 결제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은행이 탄생되었고, 이 은행은 당국이 공식적으로 설립을 허가한 인류 최초의 공공은행이었습니다. 그러나 공공은행의 출현은 반드시 좋은 면만 있지 않았습니다. 어떤 때는 국가적 재앙의 씨앗이 되기도 했지요. 이제 사람들은 은행가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금융의 역할이 커진 탓입니다. 은행은 악마와 천사의 양면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런 사례들을 끊임없이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답을 알 수 없는 것이 은행의 정체입니다.


미국 독립의 불씨가 된 보스턴 차 사건, 케인스와 화폐개혁론 그리고 대공황, 자유 메달을 받은 연준 의장 앨런 그린스펀의 테일러 룰과 그의 몰락, 중앙은행을 거듭나게 한 1825년 금융공황, 미국을 향한 조선은행의 노력, 조국을 위해 독재자와 손잡은 통화감독관 샤흐트를 통해 사건 중심의 금융 역사를 보여줍니다.




<금융 오디세이>는 기존 경제학 교과서에 대한 도전입니다. 교과서에서는 중앙은행과 은행과 돈을 불가분의 관계로 설명합니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묘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화폐는 은행과 중앙은행이 없었을 때부터 존재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경제학 교과서들이 허구라고 발합니다. 우연과 필연이 뒤섞여 발전해 온 금융경제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고정관념을 배제한 채 돈, 은행, 중앙은행의 원형을 벗겨야 합니다. 그러려면 금융을 이해하는 데 배경이 되는 인간과 사회를 둘러싼 역사와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가 됩니다. 그런 바탕에서 탄생한 <금융 오디세이>는 인간의 역사를 통해 돈의 역사를 알려줍니다. 이 책으로 돈이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길 바랍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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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마음을 묻다 - 인공지능의 미래를 탐색하는 7가지 철학 수업
김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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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집약체인 인공지능의 미래를 

철학으로 이해하는, <인공지능, 마음을 묻다>. 

공학과 수학의 언어를 빌리지 않고도 인공지능의 지적 활동이 

어떤 원리와 방법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럼 인공지능의 미래를 탐색하는 7가지 철학 수업 속으로 떠나보겠습니다.



마음과 지능을 가진 인간처럼 기계도 그 역할을 적절하게 잘할 수 있는지, 

인간의 수준만큼 지적인 작업을 잘할 수 있는지를 관찰함으로 

기계의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튜링이 시도했던 방식입니다. 

튜링이 고안한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인공지능 컴퓨터는 

사고능력을 가지며 그 자체로 하나의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인공지능 기계는 

어떤 방식으로 인간을 속이는지에 대해서 

튜링이 모방 게임에서 생각했던 마음의 모델은 기능주의입니다. 

인공지능이 사고하고 지적 과제를 이행하는 방식을 알려면 기능주의를 이해해야 합니다. 

기능주의에 따르면 '마음'이란 물리적 자극(입력)에 의해 야기되고 

특정 행동(출력)을 일으키는 내적 상태입니다. 

이 정의는 원인과 결과 혹은 입력과 출력 사이의 인과관계만 드러낼 뿐, 

이 내적 상태가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기능주의에 의하면 여기서 입력과 출력의 동등성이 중요하지 

인공지능 기계의 내면 상태가 질적으로 인간의 그것과 같은지는

(즉, 실제로 무엇을 느끼고 의식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능적으로 무관한 요소입니다.


튜링은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기계는 우리를 속일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대체했습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우리는 인공지능을 속일 수 있을까요? 

즉 인공지능은 속임의 대상일 수 있을까요? 

속일 수 있는 것과 속일 수 없는 것의 차이는 무엇이며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 

아무것이나 속임을 당할 순 없으며 속임을 당하기 위해서도 

모종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다룬 철학자는 데카르트입니다. 

그는 속임의 대상이 지닌 사유능력을 실험합니다. 

데카르트가 '코기토 에르고 숨(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확실성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도입한 사고실험은 무언가를 속일 수 있으려면 

속임의 대상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튜링이 모방 게임을 통해 속임과 사유의 능력을 기능적으로 정의했다면 

데카르트는 속임의 주체만이 아니라 속임의 대상도 

생각하는 실제 혹은 의식하는 존재일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고에 항상 의식이 수반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식 없이 사고가 가능한지, 

의식이 동반되지 않는 사고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인공지능의 사고에 더 심화된 논의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마음을 모두 구현하려면 

인간의 마음을 기능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간의 마음이 모두 기능화할 수 있는 것인지, 

인간의 감정과 의식도 기능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2장에서 합니다. 

그에 따라 우리의 마음은 지향적 마음과 현상적 마음으로 나눌 수 있고, 

현상적 마음은 제3자가 객관적으로 접근하거나 인지할 수 없으므로 

지향적 마음의 영역에 대해 기능적 환원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을 모방하는 인공지능 체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열립니다. 

마음을 기능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고, 

연산 이외에 인간이 가진 직관력을 인공지능 기계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답과 

우리가 가진 관점은 무엇이며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기계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기능주의에 의하면, 기계가 특정 심리 상태를 갖게 하려면 

바로 그 심리 상태의 기능과 역할을 하도록 만들면 됩니다. 

감정에도 기능화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인공지능은 비록 감각질이 없을지라도 

기능화되는 한도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공감할 수 있을까요? 

심리상담사 채팅 봇으로 널리 알려진 일라이자의 사례를 보면 

인공지능이 내담자의 말을 모방하도록 프로그램함으로써 

내담자가 공감받는 느낌과 위로를 받았습니다. 

단지 긍정하기를 따라 하는 수준을 넘어 

내담자의 고민과 고통과 문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상담하는 것도 가능한지, 

그러기 위해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를 3장에서 제시합니다.


노버트 위너는 정보의 소통에 관한 

새로운 통합 학문으로 사이버네틱스를 창립했습니다. 

사이버네틱스는 기계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조절하는가에 관한 이론입니다. 

사이버네틱스에 따르면 정보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인간과 동물과 기계는 구분 없이 동일한 원리를 따릅니다. 

인간과 기계는 모두 정보의 프로그램이며 

의사소통하는 정보처리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동등합니다. 

인간이 특수한 정보처리 기계라면, 정보기계 역시 특수한 인간으로 보는 것입니다. 

사이버네틱스가 꿈꾸는 인공두뇌가 가능하다면 

인공지능을 하나의 생명체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4장에서 합니다.


인공지능이 색깔을 지각할 수 있는지 혹은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색깔을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색깔을 인지하고 색에 접근할 수 있는지, 

나아가 색지각과 관련하여 채색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놀이를 할 수 있을지 등의 문제를 5장에서 알아봅니다. 

6장에선 인공지능과 사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합니다. 

이 물음에 답하기 전에 사고와 마찬가지로 감정에도

 기능적 부분과 현상적 부분이 공존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젠더 정체성을 갖는가에 대한 물음은 

인공지능 자체가 성별이나 성 정체성을 갖는지를 묻는 물음이기도 하고, 

사회적인 젠더 역할을 따르거나 수용하는지를 묻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인공지능이 젠더 역할을 수행한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또한 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누구인지 하는 물음들도 제기됩니다. 

구글의 인공지능 번역의 예에서 보듯이 인공지능이 번역 학습을 하면서 

사회의 성 역할을 비롯한 젠더 편견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편견을 만들고 심지어 차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습니다. 

인간의 역할 모방이라는 인공지능 및 튜링 기계의 개념 안에는 

이미 사회의 고정관념이나 인간의 편견을 

배제하기 힘든 요인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인공지능 편견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인공지능이 왜 편향성을 갖게 되며, 어떻게 사회적 편견을 학습하는지 7장에서 설명합니다.




우리는 흔히 인간보다 기계의 결정이 더 공정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마음을 묻다>에서 인공지능이 편견을 학습하고, 

고정관념을 지닐 수 있음을 배웁니다. 

이제 인공지능을 온전히 믿기 어렵게 된 이 상황에서 

우리는 인공지능과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할지, 

인공지능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인공지능 신뢰 문제는 진화하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그 한계는 무엇인지, 

이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의 정책 결정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무엇인지 하는 

물음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주는 편리함과 효용의 혜택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초래할 수 있는 사태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앞으로 공존할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해 읽기를 추천합니다.




한겨레출판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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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안나 마시니 그림, 황유진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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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다비드 그로스만이 전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동화, <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를 소개할게요.



손자가 어느 날 물어봅니다. "할아버지, 얼굴에 그게 뭐예요?"라고요. 

손자는 할아버지의 주름을 보고 물어본 것입니다. 

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아이가 그 주름에 호기심을 느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이 눈엔 자신에게 없는 주름이 신기하겠죠.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한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은 손자가 처음이고, 저도 처음 읽어보았습니다. 

그전까지 주름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이제 주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유치원생인 손자에게 과학적인 설명보다는 

그 나이에 맞는 설명을 하는 게 더 옳은 일이겠죠. 

그런 생각에 할아버지는 어른들에게 생기는 거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왠지 모양만 봐선 아프게 느껴진 손자는 아프냐며 물었습니다. 

다행히 안 아프다는 할아버지, 

아이들에겐 주름이 없지만 할아버지가 되면 주름이 생길 거라고 대답해 줍니다. 

그러자 또 궁금한 것이 생긴 손자는 

자신의 얼굴이 주름 만드는 법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하지요. 

아직까지도 주름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손자는 할아버지의 주름을 만지며 느낍니다.



주름은 사는 동안 일어나는 온갖 일 때문에 생긴대요. 

행복한 일뿐만 아니라 슬픈 일 때문에요. 

그러자 손자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끼던 반려견이 죽었을 때에도 생겼냐고 물어봅니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할아버지, 

하지만 뺨에 있는 주름은 손자가 태어났을 때 생긴 주름이었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어서 내내 웃음이 나왔다면서요. 

그래서 자꾸만 웃다 보니 이렇게 뺨에 주름이 생겼대요. 

대답을 들은 손자가 주위를 둘러보니 

주름이 있는 사람과 주름이 없는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손가락이 근질거리며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요. 

그래서 마음껏 그림을 그렸습니다.




주름이 어떻게 생겼는지 묻는 아이의 질문에 

사는 동안 일어나는 온갖 일 때문에 생겼다는 할아버지의 대답. 

<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주름이 노화를 보여주는 현상의 하나로 단순히 생각하고 있었던 제게 

주름은 슬픈 일, 기쁜 일 때문에 생겨났다는 할아버지의 대답이 참 좋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겐 주름이 없고 어른들에게만 주름이 있군요. 

사람마다 주름의 모양이 다른 것도 나름의 스토리가 달라서 그런 거였습니다. 

이런 대답을 들은 아이들은 주름에 대한 거부반응 보다 

주름에 숨겨진 사연이 더욱 궁금할 것입니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다가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물어보겠죠. 

이렇게 아이들을 먼저 다가가게 만드는 <모든 주름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나이 듦'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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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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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고생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제88회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2009년 일본을 경악시킨 한 사건에 주목합니다. 

'수도권 연속 의문사 사건'으로 일명 꽃뱀 살인사건이라 불린 

이 사건의 범인은 기지마 가나에라는 30대 여성입니다. 

결혼을 미끼로 만난 남자들에게 10억 원이 넘는 돈을 갈취하고 교묘히 살해한 것입니다. 

이 사건에 흥미를 느낀 작가는 조사를 하며 다른 사실들도 발견하고, 

자신의 독창적인 이야기에 살을 더해 <버터>를 집필했습니다. 

이 책으로 157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잡지 기자인 리카는 얼마 전 임신에 전념하기 위해 일을 그만둔 

대학시절부터의 친구인 레이코의 집에 오랜만에 방문합니다. 

빈손으로 갈 수 없어 무얼 사갈까 물어보니 레이코는 

구할 수 있으면 버터를 사달라고 합니다. 

유제품 매장에 들어가 보니 물량 부족 관계로 버터는 

1인당 한 개만 구입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요. 게다가 버터도 없었고요. 

근처 슈퍼를 세 군데 돌았지만 모두 이런 상황이라 

마가린 중 비교적 버터에 가까운 것을 집어 들고 레이코 집에 갔습니다. 

그녀의 집은 가정적인 그녀의 취향대로 꾸며져있고, 

요리를 잘하는지라 맛있는 저녁도 먹었습니다. 

레이코가 최근 몇 년 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한 수도권 연쇄 의문사 사건의 피고인인 

가지이 마나코에게 취재 신청한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하자 레이코는 요리를 좋아하는 피고인이니 

비프스튜 레시피를 배우고 싶다고 편지를 쓰라 조언하죠. 

정말 레이코의 말대로 하자 가지이 마나코가 취재에 응한다는 답장을 보냅니다. 

가지이 마나코는 사건에 관해서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겠지만 

음식 얘기라면 계속 면회와도 좋다고 허락합니다. 

그러면서 리카의 냉장고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물어보죠. 

그동안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서 밥도 거의 안 먹고 사 먹거나, 

대충 먹었던 리카는 야채주스, 비타민 음료, 마가린이 전부라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자 마가린은 당장 버리라고 버터를 사서 

버터간장밥을 만들어보라고 하지요. 

만들기 편하고 재료도 간단해서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요. 

또한 맛있는 버터를 먹으면 뭔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합니다. 

가지이 마나코의 말을 듣다 보면 그 말에 빠져 절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리카는 버터를 사서 밥을 지어 버터간장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렇게 가지이 마나코를 면회하며 

그녀가 추천한 식당의 메뉴를 먹으며 맛 표현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없던 식욕이 돌면서 체중도 자연스레 불어났지요.



자신은 남자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즐겁다며 

여신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가지이 마나코에게 자꾸만 빠져든다고 생각할 무렵, 

그녀의 고향 니키타로 취재를 갑니다. 갑자기 동행한 친구 레이코와 함께요. 

가지이 마나코의 엄마, 동생을 만나고 바로 옆에 사는 동창생도 만나 취재를 하며 

그녀에 대해 더욱 깊숙이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리카, 

레이코는 바로 친정에 간다며 니키타에서 헤어집니다. 

리카는 다음날 출근하며 원고를 다듬는데, 

레이코의 남편 료스케가 연락 와서 레이코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녀의 친정에도 그녀를 보지 못했다 하고, 다른 곳에 연락을 해도 알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가지이 마나코가 연관되었다고 생각한 리카는 

면회하면서 레이코에 대해 물어봅니다. 

가지이 마나코는 레이코가 자신을 면회 왔다고 하면서 힌트를 줍니다. 

한편 레이코는 가지이 마나코가 체포 당시 함께 있었던 남성의 집에 찾아갑니다. 

그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남편에게 폭력 당하는 주부로 위장해 

그 남성에게 접근해 대화를 나누었고, 갈 곳이 없다며 잠시 있기를 부탁합니다. 

그 남성 집에서 단서를 발견하겠다는 결심으로 그 남성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요리와 청소를 하지만 가지이 마나코처럼 성공하진 못합니다. 

레이코는 자신이 가지이 마나코보다 더 못한 존재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지요. 

가지이 마나코의 힌트로 리카는 그 남성의 집에 찾아오고 

정신이 무너진 레이코는 리카의 정보원인 언론인 시노이 씨 집에 머뭅니다. 

그곳에 같은 출판사 직원 기타무라, 유우가 지내며 레이코가 혼자 있지 않도록 도와주지요.


이제 가지이 마나코의 연재는 끝이 나고, 그녀의 재심이 열립니다. 

법원에서 본 가지이 마나코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지난 반년 동안 왜 그렇게 이 여자에게 홀려서 휘둘렸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죠. 

하지만 그녀가 반격해오고, 리카도 레이코처럼 충격을 받습니다. 

이제 리카는 어떻게 될지 <버터>에서 확인하세요.




2009년 일본에서 '수도권 의문사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버터>. 

실제 사건의 범인인 기지마 가나에는 <버터>를 읽고 

자신의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기도 했으며, 옥중에서 세 번이나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 기지마 가나에를 모델로 한 <버터>는 

의문사 사건보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특히 여성의 심리를요. 

가정적인 것이 무엇인지, 현대 여성이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깨트립니다. 

단 한 번의 요리가 사람의 마음을 구할 수 없을 텐데도, 

여자들은 그런 환상에 괴로워하고 속박됩니다. 

아무리 정성을 다했더라도 자신의 가족, 아버지나 남편, 애인의 고독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며 이미 일어난 사태는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항상 자신이 잘했더라면 하고 괴로워합니다. 

현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에게 선택받기를 기다리고 있는 

순종적인 여성의 태도를 꼬집으며 먼저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라는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그래서 리카가 말한 것처럼 독창적인 레시피를 만들어 

괜찮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느낀 마음의 흐름이나 기쁨을 누군가가 경험해 준다면, 그것으로 좋으니깐요.

 이 세상은 살아갈, 아니 탐욕스럽게 맛볼 가치가 있다는 리카의 말처럼 

누군가의 시선에 자신을 재단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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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 안전가옥 오리지널 9
이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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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2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호랑낭자 뎐"으로 우수상을 받고, 

2019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코지 미스터리 부문'에서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로 대상을 수상한 이재인 작가는 

작고,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에 마음을 빼앗긴다고 합니다. 

작가의 소소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물씬 묻어 나오는 작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다니던 대학교가 부실 대학으로 선정되며 

학교 법인 설립 허가가 취소되었고 학교는 폐교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다니던 재학생마저 졸업장도 받지 못한 채 편입과 취직에도 실패하고, 

고향 여수로 돌아온 백은조는 1년 동안 해외여행을 간다며 

30년 넘게 일했던 부모님의 세탁소를 물려받았습니다. 

동네 상가 사람들의 험담을 들으며 백수보다 백사장이 낫지 않겠냐고 

위안하고 다음날부터 세탁소를 열였습니다. 

주인공이 고등학교 때까지는 국동아파트 1, 2단지였는데 

1단지가 재개발이 되어 작년에 새 아파트가 완공되었습니다. 

재개발에 성공한 1단지 서정 스타힐과 실패한 2단지, 

그 둘의 경계에 있는 작은 세탁소, 

세탁소 문을 열자마자 만화방 주인 캔디 사장님과 미용실 주인 세라 사장님과 

관리사무소 직원 미숙 부장님이 몰려와 온갖 수다를 떨기 시작합니다. 

은조는 배달을 핑계 삼아 스쿠터를 몰고 나왔는데, 

잠시 세운 사이 뒤따라 오던 아반떼가 가볍게 부딪혔습니다. 

뒤에 가득 실린 옷만 아니라면 해프닝처럼 넘어갈 정도의 가벼운 일이었지만 

옷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난리가 났습니다. 

정신이 멍해져서 널브러진 옷을 쳐다보고 있으니 

운전사가 명함을 내밀며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그렇게 첫 대면을 한 형사 이정도는 

서울 광역 수사대 마약범죄 수사대 에이스였는데 좌천돼서 이리로 오게 되었습니다. 

어디에 밉보였는지 은조가 신고한 크고 작은 일들을

이정도가 맡게 되면서 이후 대여섯 번 더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손님이 맡기고 간 세탁물을 보며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은조는 세탁물을 배달하러 갑니다. 

맡긴 손님과 옷의 주인이 다름을 확인하고, 

현관에서 돈을 받기 위해 잠시 기다리며 집 구조를 살펴보는 데 

거실과 주방 풍경이 어색합니다. 

현관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거실 벽에 딱 맞게 짜 넣은 수납장 가득 

채워진 양주와 술잔들, 그 옆의 바 테이블, 화장실 문 옆에 놓인 콘솔 위에 

쌓여 있는 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수건. 

만 원을 내민 주인의 팔 안쪽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주삿바늘 자국과 

그 위로 보인 진한 멍 자국을 보고 바로 이정도 형사에게 신고를 합니다. 

알고 보니 명탐정인 백은조, 오래전부터 경찰과 유착이 있었던 포주를 잡고, 

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지만 또 다른 일이 벌어집니다.


유튜버 실종사건, 절도 사건, 하우스 도박꾼의 범죄를 소탕하는데 

은조와 정도 형사는 파트너가 되어 힘을 합칩니다. 

게다가 캔디 사장님, 미숙 부장님, 세라 사장님, 

마트 사장님까지 힘을 모아 도움을 주지요. 

이제 아무 일 없이 지내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낙후된 이 동네를 관광지로 만들겠다며 

도시 재생 개발 프로젝트 사업자들이 나타납니다. 

동네 주민들의 의견은 반으로 나눠 서로 싸우고, 

은조는 남일이라 생각하다가 결국 자신이 살고 자란 이 동네를 

남이 망가트리게 둘 순 없다며 행동을 하지요. 

그녀가 어떤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이 동네를 활성화시킬지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에서 확인하세요.




<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의 백사장이 

스쿠터를 몰고 달리던 해안 도로, 동네 골목, 아파트 언덕 길을 

뒤에 타고 함께 달리고 싶습니다. 

여수를 가본 것은 딱 한 번이지만 책에서 묘사되는 여수의 풍경과 노래 때문에 

또 가고 싶은 도시가 되었어요. 

여기에 등장하는 사연 많은 동네 사람들이 

말투가 뾰족하고 행동이 거칠어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사람의 행동엔 보이는 것보다 더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음을요. 

20대 학생으로만 지내다 갑자기 사장이 되어 일을 하게 된 백은조, 

힘들지만 자신이 자란 동네라 그래도 낯설진 않습니다. 

그렇게 고향이란 곳은 비빌 언덕이 됩니다. 

그런 동네 사람들이 있는 백사장이 부럽습니다. 

내게 그런 고향은 어디일까 생각해 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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