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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오디세이 - 돈과 인간 그리고 은행의 역사, 개정판
차현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금융 오디세이>는 전국은행연합회의 요청으로 2012년부터 1년간 연재했던 칼럼을 엮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초판에서 17장이 추가되었고, 상당 부분을 다듬고 교정해서 개정증보판을 내었는데요, <금융 오디세이>가 알려주는 돈, 인간, 은행의 역사를 알아봅시다.

베니스 상인에서 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처음을 시작하면서 중세 대금업은 어떠했는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현대의 대금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돈은 무엇일까요? 서양에서 돈은 '경제적 가치를 표현하는 물건'이라고 보지만 동양에서는 '다른 물건의 가격을 표현하기 위해 사회구성원(또는 최고 권력자)들이 정한 약속'이라고 봅니다. 경제사학자 킨들버거는 이런 동서양의 생각 차이를 '사유재나, 공공재냐'의 문제로 해석합니다. 돈을 물질이라고만 보게 되면 모든 돈에는 소유권이 있지요. 하지만 돈을 사회구성원의 합의로 만든 사회제도로 보게 되면, 돈은 모든 사람의 공동 소유물입니다. 물질로서의 돈과 사회제도로서의 돈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지만, 이 양립할 수 없는 속성을 돈이 함께 가지고 있다는 데서 모든 일이 시작됩니다. 돈의 처음은 기원전 6세기 리디아 사람들이 만든 주화에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당시 금속 정련 기술이 부족해 금과 은이 섞인 합금으로 제작되었는데, 항해술의 발달로 볼리비아의 포토시라는 곳에서 은광이 발견되었습니다. 유럽 전체의 매장량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었지요. 더불어 은의 정제에 꼭 필요한 수은도 찾아냈습니다. 이때부터 포토시는 300년 동안 전 세계에 은화를 공급하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되었고, 연간 300톤의 은의 생산은 물가 상승을 부추겼고, 이 인플레이션을 '가격혁명'이라 부릅니다. 이는 지리상의 발견이 가져다준,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부산물이었습니다. 14세기 이후 근세 유럽을 움직이는 권력은 거상의 금고에서 나왔습니다. 그들의 경제력이 권력과 만나며 승승장구를 했지만 종교개혁으로 그들의 위기는 시작되었습니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의 대가들을 후원한 메디치 가문은 독재 정권을 휘둘렀고, 그들이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100년을 넘기지 못하고 갑작스레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군주들은 사치품을 사거나 전쟁을 치르기 위해 돈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세금이 걷힐 때까지 기다리려고도 하지 않지요. 이때 제일 흔하게 동원하는 수법이 불량 화폐를 찍는 것입니다. 불량 화폐를 찍는 데 양심의 가책을 느낀 왕은 유대인 대금업자들을 쥐어짜서 부족한 경비를 충당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 인구가 점점 늘어 사회적으로 혐오가 커지자 해외에서 이를 대신할 부자를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왕들의 사치로 군주에게 대출하겠다고 나서는 상인들이 사라졌고, 거액의 정부 부채를 원활하게 조달하는 것이 도시국가의 중대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1148년 이탈리아 북부의 제노아에서 상인들이 일종의 채권단을 구성해 공화국의 부채를 합동으로 인수했습니다. 오늘날 프라이머리 딜러(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입찰에 참여하는 금융기관들로, 정부에 협조하는 대신 여러 가지 배려를 받는다.)의 원조입니다. 이런 방식이 인근 도시국가에 유행처럼 번졌고, 대금업자들이 권력의 최상층부에 배치되어 권력을 옹립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종교전쟁으로 대금업에 제한이 생기며 금융이 제정 분리가 되었습니다. 상업 거래가 늘어나며 '지로'거래라는 것이 등장했습니다. 상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같은 은행에 예금을 맡긴 뒤 그 은행의 회계장부에서 예금 잔고를 수정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지로 거래를 하려면 거래 당사자들이 함께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요. 그러던 끝에 1587년 베니스에서 지급 결제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은행이 탄생되었고, 이 은행은 당국이 공식적으로 설립을 허가한 인류 최초의 공공은행이었습니다. 그러나 공공은행의 출현은 반드시 좋은 면만 있지 않았습니다. 어떤 때는 국가적 재앙의 씨앗이 되기도 했지요. 이제 사람들은 은행가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자본주의가 성장하면서 금융의 역할이 커진 탓입니다. 은행은 악마와 천사의 양면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런 사례들을 끊임없이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답을 알 수 없는 것이 은행의 정체입니다.
미국 독립의 불씨가 된 보스턴 차 사건, 케인스와 화폐개혁론 그리고 대공황, 자유 메달을 받은 연준 의장 앨런 그린스펀의 테일러 룰과 그의 몰락, 중앙은행을 거듭나게 한 1825년 금융공황, 미국을 향한 조선은행의 노력, 조국을 위해 독재자와 손잡은 통화감독관 샤흐트를 통해 사건 중심의 금융 역사를 보여줍니다.
<금융 오디세이>는 기존 경제학 교과서에 대한 도전입니다. 교과서에서는 중앙은행과 은행과 돈을 불가분의 관계로 설명합니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묘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화폐는 은행과 중앙은행이 없었을 때부터 존재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경제학 교과서들이 허구라고 발합니다. 우연과 필연이 뒤섞여 발전해 온 금융경제 시스템을 이해하려면 고정관념을 배제한 채 돈, 은행, 중앙은행의 원형을 벗겨야 합니다. 그러려면 금융을 이해하는 데 배경이 되는 인간과 사회를 둘러싼 역사와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가 됩니다. 그런 바탕에서 탄생한 <금융 오디세이>는 인간의 역사를 통해 돈의 역사를 알려줍니다. 이 책으로 돈이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얻길 바랍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