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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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난 저자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장편소설 "열외인종 잔혹사", "망루", "반인간선언", "광신자들", "무력소년 생존기", "기억의 문", 평론집 "성역과 바벨", "민중도 때론 악할 수 있다", 철학 archive "진보의 예수 보수의 예수", 에세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황홀하거나 불량하거나" 등이 있습니다. 그럼, 영화 원작 소설이며 반인간선언 두 번째 이야기인 <크리스마스 캐럴>를 보겠습니다.



기물 파손과 일반인 폭행으로 보호관찰 3호 처분을 받고 소년원에 오게 된 18살 주일우는 상담교사 조순우가 복수하려고 이곳에 온 것을 안다고 말합니다. 주일우는 쌍둥이 동생 주월우가 죽은 것이 지체장애 3급을 핑계로 단순 사고가 아닌 문자훈, 백영중, 최누리에 의한 짓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범죄를 저질러 이곳에 왔습니다. 조순우는 성곡동 사회복지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쌍둥이와 할머니가 사는 임대 아파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들렀기에 사정을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범인인지 정확하지 않다며 일우에게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말립니다. 하지만 주일우는 무시했고 교정 교사이자 취침 점호를 도맡아 관리하는 사감 선생 역할까지 자처하는 한희상에게 그를 소개합니다. 한희상은 이곳에서 미친개로 룰도 없고 체벌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도 없이 본보기로 2명을 무자비하게 팹니다. 그 모습을 본 원생들은 더 이상 미친개 한희상이 존재하는 이곳 소년원에서 서툰 저항이나 불순한 행동을 보이는 것 자체를 엄두 내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소년원 전체는 순식간에 일사불란한 질서의 체계 속으로 편입되었습니다. 한희상은 둘의 병원행을 사고 처리했고 모두들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런 한희상은 초장부터 제압하려고 했으나 주일우는 끝끝내 눈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기술교육 시간에 등장한 주일우를 본 순간, 문자훈, 백영중, 최누리는 눈빛의 섬뜩함을 체험했습니다.


그날 밤 주일우가 자는 방에 와서 선방을 날리려 했던 최누리는 수세에 몰렸고 그 모습을 한희상이 목격합니다. 그는 주일우의 방자한 태도를 벼르고 있었고 이 기회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한회상은 쇠 파이프로 머리, 어깨, 옆구리, 등, 허벅지, 무릎, 골고루 가리지 않고 가격했습니다. 그렇게 20분이 더 지나자 쇠 파이프를 휘두를 힘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주일우는 여전히 복종하지 않았고 독방형을 명했습니다. 독방에서의 근신으로 상대의 기가 꺾을 거라 생각했으나 아니었고 백영중을 불러 독방 열쇠를 줍니다. 자신은 다시 나설 수 없으니 기회를 준다면서요. 만약 이 기회를 놓치면 자신은 더 미친개가 될 거라고요.


2015년 12월 24일 남자는 숨을 쉬지 않는 주월우를 저수조 창고에서 내립니다. 이곳은 CCTV가 정상 작동되지 않고 창고도 열려 있어 인적도 드뭅니다. 남자는 물탱크 앞 사다리 끝까지 주월우를 끌어올렸고 그 안으로 밀었습니다. 다시 사다리에서 내려온 남자는 물탱크 벽면에 등을 기대고 담배를 피우며 혼잣말을 합니다.


쌍둥이 동생을 죽인 범인을 심판하기 위해 소년원으로 간 주일우는 어떻게 될지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확인하세요.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무자비합니다. 소년원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로지 짓밟고 짓밟히는 질서만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쌍둥이 동생을 죽인 범인들을 심판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 주일우는 괴물이 됩니다. 앞을 막아서는 모든 이들을 철저히 응징하는 주일우, 그의 잔인한 행동 이면엔 동생에 대한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마지막 악의 실체를 읽고 나면 더욱 소름이 끼칩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처럼 우리 주변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는 그래서 더욱 무섭습니다. 특히 우리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잔인함과 폭력의 모습을 보면서 소수자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모습을 반성하게 됩니다. 직접적인 폭력은 아니어도 간접적인 폭력을 행하진 않았는지, 이런 다수의 사람들로 인해 그들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며, 2022년 12월에 개봉될 <크리스마스 캐럴> 영화도 기대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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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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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상위권 베스트에 항상 올라오는 ‘루팡의 딸‘의 저자라면 믿고 봐야죠. 게다가 히기시노 게이고님의 극찬까지 받은 작품이라면 올해 가장 기대되는 일본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만약에~‘와 사건의 재검증이 불러일으키는 반전의 미스터리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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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사의 사랑
이순원 지음 / 시공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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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강릉에서 태어난 저자는 1985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소"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소설집 "그 여름의 꽃게", "얼굴", "첫눈" 등을, 장편소설 "우리들의 석기시대",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순수", "삿포로의 연인", "오목눈이의 사랑" 등이 있습니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허균작가문학상, 남촌문학상, 녹색문학상, 동리문학상, 황순원작가상 등을 수상한 저자의 신작 <박제사의 사랑>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박제사 박인수는 아내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아내는 유서도 쓰지 않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매어 죽었고, 유족은 박인수와 연년생 두 아이, 조문객은 아내의 여동생 내외뿐입니다. 혼자 사는 아내의 남동생은 끝내 연락되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유골을 아내의 고향에 뿌리는데 처제가 박인수에게 언니가 왜 죽었는지를 물어봅니다. 박인수는 자신도 모르겠다며 아내 채수인을 이렇게 만든 사람을 꼭 찾아낼 거라고 다짐을 합니다. 아내의 죽음과 관련해 괴이인 일은 아내가 스스로 죽기 이틀 전에 있었습니다. 그날 박인수는 박제 일로 밤을 새우고 집에 들어가면서 화장실에 급해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그때 아내는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막 나왔고 그를 보지 못해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박인수는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는데 비눗갑 뒤에 낯선 물건이 있습니다. 두 줄이 선명한 임신 테스트기를 보며 17년 전에 한 정관수술이 풀렸나 생각했습니다. 이내 그런 상황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며 몸이 후들거렸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다음 박인수는 같은 말을 묻고 또 물었으나 아내는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도 박인수는 일을 하러 가지 않았고 아내도 가사도우미 일을 안 하고 집에 있었습니다. 사흘째 되던 날 박인수는 어쩔 수 없이 경기도 연천에서 드라마 제작사의 사극 촬영을 도우러 나갔고 그곳에서 죽은 모습을 발견한 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내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아내의 통장을 발견하고 해당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잔고를 찾으려고 하는데 아내가 죽은 날 집과 거리가 먼 강남점 ATM에서 1천만 원이 입금된 내역이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저 돈을 어떤 뜻으로 입금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아내의 핸드폰을 해지하지 않고 아내의 핸드폰으로 오는 모든 메시지와 전화를 박인수의 핸드폰으로 돌려놓았습니다. 며칠 후 누군가가 아내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박인수는 아내가 살아있는 것처럼 두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 정체를 알려고 접근합니다.


그러는 중에 경주마를 박제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말의 주인 정은영과 같이 공동작업을 합니다. 그런 인수에게 형사가 찾아옵니다. 그가 문자를 보낸 두 사람 중 한 명이 살해되었다고 합니다. 누가 범인이고 이유는 무엇인지, <박제사의 사랑>에서 확인하세요.




주인공의 직업 박제사는 주위에서 접하기 쉽지 않습니다. 박제란 것도 박물관에서 본 것이 전부이고, TV 드라마에서 간혹 보았습니다. 이런 생소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박제를 하는 과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눈앞에서 실제 박제가 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필력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박제사는 아내가 자살한 이유가 무엇인지 찾으면서, 죽은 아내에게 전화와 문자를 보내는 두 사람에게 접근합니다. 둘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박제사는 심리게임을 하고, 형사가 등장하며 사건은 다른 반전을 맞이합니다. <박제사의 사랑>은 추리 과정과 박제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박제와 추리는 닮은 꼴이라고요. 죽음을 되돌릴 순 없지만 박제를 통해 죽음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멈추고, 추리를 통해 망자의 진실은 모습을 드러냅니다. 죽음 뒤에, 삶은 복원됩니다. 잔인한 장면, 쫓고 쫓기는 추격, 날카로운 추리는 없지만 주인공의 내면 묘사가 잘 표현되어 서정적 추리소설이란 타이틀이 손색없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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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구
윤재호 지음 / 페퍼민트오리지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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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의 윤재호 감독은 프랑스 낭시 보자르, 파리 아르데꼬, 르 프레느와에서 미술·사진·영화를 공부했습니다. 2011년 단편 다큐멘터리 "약속"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장편 극영화를 집필했습니다. 2013년 단편 "돼지"가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고, 2016년 다큐멘터리 "마담 B"와 단편 "히치하이커" 두 편의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 선정되었습니다. 첫 장편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두 번째 장편 "파이터"는 2021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현재 많은 실사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함께 준비 중인 저자에게 소설가는 또 다른 꿈이었습니다. 10년 전부터 구상한 첫 장편소설 <제3지구>를 보겠습니다.



지구가 멸망을 앞두자 인류는 화성으로 갔고, 그곳도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를 떠돌았다가 지구 두 배 크기인 미지의 행성에 도달했습니다. 두 개의 달을 가진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12개 태양계 행성 중 하나였고, 사막지대 70%와 우림지대 30%로 형성되었습니다. 생존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인류는 사막지대에 정착을 시작했습니다. 사막 아래에는 지하수가 풍부했고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나노메탈과 나노크리스탈 자원으로 인류의 첨단 기계 문명은 급격하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곳을 '제3지구'라 불렀습니다.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후 30년 전 주동자 카이로를 중심으로 제8구역에서 시작된 폭동이 전 구역까지 퍼져 나가며 레볼트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반란군의 패배로 끝난 전쟁은 카이로 혁명으로 불렸고 주동자는 비밀리에 반란군을 다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쫓기 위해 중앙본부의 명령을 받은 비밀경찰 조직 플릭이 활동합니다. 1%의 엘리트층을 위해 설계된 중앙본부 씨티는 그 중심으로부터 12개의 컨트롤 터널이 원형의 구조로 반경 수십 킬로까지 뻗어져 있습니다. 12개로 나눠진 긴 터널의 끝에는 각자의 독립된 구역이 삼엄한 통제 안에서 통치되며 각각의 구역은 시계 방향 형태로 1부터 12까지 나누어집니다. 완벽한 통제를 위해 중앙본부 씨티를 통해야만 다른 구역으로 갈 수 있으며, 12개 구역 내부에는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 씨티로 조달하는 공장들이 있습니다. 각 구역에 사는 이들은 모두 노동자로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한 구역에서 중앙본부를 위해 살아야 합니다. 밤이 되면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과 산소 부족, 종종 나타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오염물질 돌풍까지 이들이 겪어야 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격투기 시합은 제3지구를 대표하는 일종의 합법적인 게임입니다. 내기 도박은 금지되어 있지만 제8구역의 통치자인 도로시는 뇌물을 받으며 불법 행위를 눈감아 주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중앙에서 열리는 격투기 대회는 12개 구역에서 선정된 최고의 전사들이 모두 참가해 세기의 대결을 펼칩니다. 이 구역의 챔피언 해성은 20살로 귀족들과 사업가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해성이 떠난 대기실에 어느 귀족이 들어와 그가 쓴 수건에다가 DNA 스캔기를 비추고는 99% 일치를 확인합니다. 그 귀족은 누군가와 통화하며 자신들이 찾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제3지구 통치자 프랑수아 5세는 200년 전 최후의 인류를 이곳까지 인도한 우주 함선의 선장 프랑수아의 자손입니다. 그의 이마엔 레드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데 이 다이아몬드는 우림지대로 불리는 곳에서만 채취 가능한 희귀자원입니다. 이후 중앙본부는 매년 개척 인력들을 보내 다이아몬드를 채굴해 오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보는 극소수 권력층들만 알고 있는 일급기밀 사항입니다. 프랑수아 5세는 이인자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카림에게 영웅의 출현을 보고받습니다. 제거하라는 조언을 무시한 그는 중앙으로 오게 해서 각성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플릭 제1팀 대장인 크루거는 수배 중인 카이로를 발견하고 첩자와 싸웁니다. 하지만 얼굴 변환기를 해제하니 이마에 블루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습니다. 격투 끝에 첩자를 놓치고 비밀경찰 조직 플릭의 최고 책임자인 바할에게 보고를 합니다. 크루거가 나가고 들어온 카림에게 수사 중인 용의자가 연구실에서 사라진 실험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바할은 말합니다.


괴물로 변하는 첩자의 정체와 이 행성의 진실은 무엇이며, 영웅이라는 해성은 어떤 활약을 할지, <제3지구>에서 확인하세요.




SF 판타지 소설이란 장르답게 지구가 아닌 먼 곳에 정착한 인류의 미래 모습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사는 곳은 달라도 사는 모습은 비슷한가 봅니다. 지구에서나 '제3지구'에서도 똑같이 신분에서 오는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은 여전하고, 1%의 엘리트들은 아랫사람들을 부리기 위해 경기와 마약으로 정치에 관심을 멀게 합니다. 모든 이를 위해 일해야 하는 중앙은 반란군을 제압하기 위해 더 힘을 쏟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한낱 싸움꾼에 불과하지만 영웅이 되는 주인공과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악당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악당들의 정체와 의도는 금방 글로 밝혀지고, 다른 반전이 없는 그들의 모습에 살짝 식상합니다. 하지만 영화감독인 저자가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듯한 생생한 묘사와 박진감 있는 전개 덕분에, 글을 읽는 동안 눈앞에서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입니다. 앞으로의 영상화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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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 협동조합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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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중퇴하고 주물 공장에서 노동하며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리기 시작한 저자는 2017년 말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동시 출간하며 데뷔했습니다. 첫 소설집 "회색 인간"이 판매 20만 부를 돌파하며 한국 문단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후 "양심 고백",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문어" 등 총 10권의 '김동식 소설집'을 펴냈습니다. 현재까지 1천 편이 넘는 소설을 창작했으며, SDF 프로젝트 소설집, 작법서, 연작소설을 썼으며,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오디오 드라마와 동시에 제작된 단편집입니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의 작품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칠판의 이름'은 고등학교 2학년 김남우가 칠판에 적힌 흰색 글씨에서 연분홍색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칠판에 적힌 글자들 중 불규칙하게 한 글자씩, 총 세 글자가 연분홍색으로 쓰여 있었고, 그것을 조합해 보니 옆 반 반장 이름이 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지우개로 판서를 지우자 분홍색 글자가 지워짐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연분홍 불꽃이 작게 터집니다. 그 사실은 김남우 말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김남우가 이상함을 느낀 그 순간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옆 반 반장이 갑자기 창밖으로 뛰어내려 죽었다고 합니다. 며칠 뒤 김남우는 다시 분홍색 글자가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 이름은 자신의 옆자리 친구로, 당번이 글씨를 지우는 것을 막지 못해 초조해하며 옆자리 친구를 찾았습니다. 그는 1층 계단에서 굴러 쓰러져 다음날 죽었습니다. 칠판을 보던 김남우는 레이저 같은 분홍색 점이 칠판의 한 부분을 비추자 그 글자가 분홍색으로 물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레이저는 분명 뒷자리에서 왔고 누굴까 싶어 뒤로 돌아봤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 책의 제목인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자신의 아버지를 자살로 몬 그놈을 용서하지 못해 살인청부를 한 이야기입니다. 두 달이 넘어가도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아 돈만 날렸나 했었는데 고속버스 전복 사고로 일곱 명이 죽었는데 그중의 한 명 원수였습니다. 자신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도 죽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청부업자를 만났더니 그는 원래 죽어야 할 사람들이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합니다. 청부업자들끼리 대화 채널을 만들어 놓고 일거리 들어온 사람이 있으면 그때그때 모여 다 함께 품을 들여 한 번에 처리하는 협동조합 개념처럼 일한다고 합니다. 1년 정도 지나자 그때의 공포심은 없어지고 여자친구에게 술을 먹고 비밀을 털어놓았는데 그 여자랑 남보다 못한 사이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인터넷에서 자신이 한 말과 비슷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며칠 뒤 그때 그 업자가 자신을 찾아왔습니다.


마지막 '아내의 동영상'은 아이를 낳고 얼마 안 가서 병으로 죽기 전 아내가 아이를 위해 동영상을 찍은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유치원 입학을 축하하는 영상,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영상, 졸업을 축하하는 영상 등 아이의 일생에 일어날 모든 중요한 순간에 대응한 영상을 녹화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인 내게 꼭 순서에 맞춰서 보여줘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고 비로소 아내는 안심하고 떠났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아내의 영상을 틀어주었고, 아이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보고 또 봤습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에도, 초경을 하게 되었을 때도,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때에도 아이가 더 보여달라고 졸랐지만 아내의 유언대로 시기에 맞춰 보여주었습니다.


이외에도 17편의 단편이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청부살인 협동조합>에서 확인하세요.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오디오 드라마 원작 15편과 신작 5편을 함께 담았습니다. 글은 짧지만 뒤통수를 얼얼하게 쳤고, 그만큼 임팩트가 컸습니다. 짧은 내용 안에서 짜임새 있는 전개와 반전까지 있어 20편의 이야기가 전부 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글 양은 가볍지만, 그와 다르게 주제는 무거워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들입니다.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전부 인간의 욕심, 복수 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돌아보니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아무리 무서운 요괴나 외계인이 등장해도 현실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우리 주위에 있는 인간입니다. 그 사실을 이 책에서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끔 소설가는 글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업인가 하는 고민에 빠진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설은 단지 재밌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글을 주로 쓴다고 하지만, 이 책에 실린 20편의 단편들 중 메시지가 들어있지 않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었느냐, 그것도 전혀 아닙니다. 쉽게 읽히지만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단편들입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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