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인 협동조합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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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중퇴하고 주물 공장에서 노동하며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공포 게시판에 창작 글을 올리기 시작한 저자는 2017년 말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를 동시 출간하며 데뷔했습니다. 첫 소설집 "회색 인간"이 판매 20만 부를 돌파하며 한국 문단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후 "양심 고백", "하나의 인간, 인류의 하나", "문어" 등 총 10권의 '김동식 소설집'을 펴냈습니다. 현재까지 1천 편이 넘는 소설을 창작했으며, SDF 프로젝트 소설집, 작법서, 연작소설을 썼으며,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오디오 드라마와 동시에 제작된 단편집입니다.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의 작품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칠판의 이름'은 고등학교 2학년 김남우가 칠판에 적힌 흰색 글씨에서 연분홍색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칠판에 적힌 글자들 중 불규칙하게 한 글자씩, 총 세 글자가 연분홍색으로 쓰여 있었고, 그것을 조합해 보니 옆 반 반장 이름이 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지우개로 판서를 지우자 분홍색 글자가 지워짐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연분홍 불꽃이 작게 터집니다. 그 사실은 김남우 말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김남우가 이상함을 느낀 그 순간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옆 반 반장이 갑자기 창밖으로 뛰어내려 죽었다고 합니다. 며칠 뒤 김남우는 다시 분홍색 글자가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 이름은 자신의 옆자리 친구로, 당번이 글씨를 지우는 것을 막지 못해 초조해하며 옆자리 친구를 찾았습니다. 그는 1층 계단에서 굴러 쓰러져 다음날 죽었습니다. 칠판을 보던 김남우는 레이저 같은 분홍색 점이 칠판의 한 부분을 비추자 그 글자가 분홍색으로 물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레이저는 분명 뒷자리에서 왔고 누굴까 싶어 뒤로 돌아봤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 책의 제목인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자신의 아버지를 자살로 몬 그놈을 용서하지 못해 살인청부를 한 이야기입니다. 두 달이 넘어가도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아 돈만 날렸나 했었는데 고속버스 전복 사고로 일곱 명이 죽었는데 그중의 한 명 원수였습니다. 자신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도 죽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청부업자를 만났더니 그는 원래 죽어야 할 사람들이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합니다. 청부업자들끼리 대화 채널을 만들어 놓고 일거리 들어온 사람이 있으면 그때그때 모여 다 함께 품을 들여 한 번에 처리하는 협동조합 개념처럼 일한다고 합니다. 1년 정도 지나자 그때의 공포심은 없어지고 여자친구에게 술을 먹고 비밀을 털어놓았는데 그 여자랑 남보다 못한 사이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인터넷에서 자신이 한 말과 비슷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며칠 뒤 그때 그 업자가 자신을 찾아왔습니다.


마지막 '아내의 동영상'은 아이를 낳고 얼마 안 가서 병으로 죽기 전 아내가 아이를 위해 동영상을 찍은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유치원 입학을 축하하는 영상,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는 영상, 졸업을 축하하는 영상 등 아이의 일생에 일어날 모든 중요한 순간에 대응한 영상을 녹화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인 내게 꼭 순서에 맞춰서 보여줘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고 비로소 아내는 안심하고 떠났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아내의 영상을 틀어주었고, 아이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보고 또 봤습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에도, 초경을 하게 되었을 때도,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때에도 아이가 더 보여달라고 졸랐지만 아내의 유언대로 시기에 맞춰 보여주었습니다.


이외에도 17편의 단편이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청부살인 협동조합>에서 확인하세요.




<청부살인 협동조합>은 오디오 드라마 원작 15편과 신작 5편을 함께 담았습니다. 글은 짧지만 뒤통수를 얼얼하게 쳤고, 그만큼 임팩트가 컸습니다. 짧은 내용 안에서 짜임새 있는 전개와 반전까지 있어 20편의 이야기가 전부 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글 양은 가볍지만, 그와 다르게 주제는 무거워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들입니다.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전부 인간의 욕심, 복수 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돌아보니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아무리 무서운 요괴나 외계인이 등장해도 현실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우리 주위에 있는 인간입니다. 그 사실을 이 책에서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끔 소설가는 글로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직업인가 하는 고민에 빠진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설은 단지 재밌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글을 주로 쓴다고 하지만, 이 책에 실린 20편의 단편들 중 메시지가 들어있지 않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었느냐, 그것도 전혀 아닙니다. 쉽게 읽히지만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단편들입니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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