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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윌 : 도덕형이상학의 기초 ㅣ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2
임마누엘 칸트 지음, 정미현 외 옮김 / 이소노미아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칸트,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본 적 있는 철학자입니다.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칸트의 철학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마음먹고 그의 저서를 읽어보려고 해도 너무 어려워서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몰라 결국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그렇게 포기하고 있다가 고등학생 아이의 교과서에 실린
칸트의 철학을 보고 지금에라도 알아야겠다 싶어서
번역이 매끄럽고 편집이 읽기 좋은 "이소노미아" 출판사의 <굿윌>로 읽었습니다.

보통 책을 펼치면 머리말이나 차례부터 시작되는 여타의 책에 비해
<굿윌>은 '번역에 대하여'부터 시작합니다.
이 책이 어떤 판본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을 했는지,
오역에 대한 검증 작업으로 참고한 책은 무엇인지를 먼저 밝힙니다.
더불어 칸트는 원작을 쓰면서 매우 많은 단어를 다른 낱말로
구별되도록 눈에 띄게 표시했으며, 영어 번역본에도 그 부분이 반영돼 있습니다.
"이소노미아" 출판사는 이 부분을 독자의 시선을 흐트리는 강조, 밑줄, 기울임으로 하지 않고,
칸트가 직접 쓴 주석을 제외하고 두드러진 구별 표시는 번역과 편집 과정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어떻게 번역을 했고, 단어의 뜻은 무엇인지 본문 앞에 모았습니다.
본문은 칸트가 쓴 주석과 번역의 주석만 보여 깔끔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굿윌>은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로 서문, 1, 2,3장과 맺음말로 구성되었습니다.
칸트의 글이 나오기 전에 출판사의 친절한 설명이 있어
어떤 내용인지 대강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마지막엔 '편집 여담'으로 출판사와 번역가의 후기가 실려있습니다.
읽으며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고,
칸트 철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도 있습니다.

'형이상학'이란 단어만으로도 어렵습니다.
도대체 형이상학은 어떻게 나온 말인지 '서문'에서 알아봅니다.
그리스철학은 자연학, 논리학, 윤리학이 있으며 이들 중에
논리학은 형식만 있고, 내용 철학인 자연학과 윤리학은 내용(경험)과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경험을 제거하면 형식만 남게 되고,
이를 자연 형이상학, 도덕 형이상학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1장은 해야만 한다는 의무를 포함한 선한 행동은 선한 의지(굿윌)를 말하며,
이 선한 의지는 행복다운 행복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입니다.
그 자체로 선하고, 여기에서 세 가지 명제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명제는 의무로 하는 일이 공경 받고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두 번째 명제는 의무로부터 비롯된 행위를 행동을 결심할 때의 준칙(개인적인 규범)에서
도덕적 가치가 생기고,
세 번째 명제는 의무는 법칙에 대한 존경심에서 생기는 행위의 필연성입니다.
2장엔 선한 의지는 실천이성이며 의지 관점에선 양심의 구속이 되고,
이성 관점에선 명령문 형식으로 나타납니다.
명령문은 가언명령(조건 명령)과 정언명령(무조건 명령)이 있는데,
법률인 도덕의 명령은 무조건 명령으로 정언명령입니다.
도덕의 정언명령인 1형식은 그 준칙이 동시에 보편적인 법률이 되도록
네가 의욕 할 수 있는 준칙에 따라서만 행동하고,
2형식은 네 인격이든 타인의 인격이든 그 안의 인류를 수단으로 삼지 말 것이며
목적으로 대하도록 행동하며,
3형식은 보편 법률에 모순되는 어떤 준칙에 따라서도 행동하지 말 것이며,
따라서 의지 그 자체가 자기 준칙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입법자가 되는 것처럼
항상 그렇게 행동하라의 세 가지 형식을 알려줍니다.
3장에서는 실천이성의 한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문학, 자기계발 책만 읽다가 철학책을, 그것도 어렵기로 유명한
칸트 책을 접하니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어요.
번역이 어려운 것은 아닌데, 철학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다 보니 많이 헤맸습니다.
한 문단을 읽어도 몰라서 또 읽고, 그렇게 힘겹게 서문과 1장을 읽다보니,
나왔던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다음부터는 조금 읽기가 편했습니다.
칸트는 도덕이라는 관념을 취향, 성향이 아니라 문법인 형식으로 다뤄
세상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적인 명령문으로 정립했습니다.
도덕은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존재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 수립한 보편 법칙에
스스로 복종하는 의지의 자율이라고 말합니다.
이로써 칸트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의 도덕을 확립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했습니다.
칸트 철학을 이 한 권으로 전부 이해하기 어렵지만,
칸트가 쓴 책 중에서 번역이 매끄럽고 친절한
"이소노미아" 출판사 "도덕 형이상학의 기초"인 <굿윌>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