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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된 일본 소설 <츠나구>.
한번 읽기 시작하니 내용이 궁금해 끝까지 손에서 놓지를 못하겠더라고요.
검색해보니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2012년 일본 영화로 개봉되었습니다.
역시 이야기가 탄탄하고 강한 몰입감을 느낀 것은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럼, 내용 살펴볼게요.

<츠나구>는 5개의 소제목으로 이뤄졌는데, 마지막 편에선 앞의 이야기가 전부 이어집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아이돌의 본분'은 죽은 연예인에게서
몇 년 전 길에서 도움을 받은 회사원 나는
죽은 자를 만나게 해주는 사자(使者) 츠나구를 수소문해 만납니다.
그곳에 갔더니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있고 그가 츠나구라고 하죠.
사기가 아닐까 의심을 하지만 일단 장소를 옮겨 규칙에 대해 듣습니다.
사자는 물리적으로 이제 만날 수 없는 죽어버린 사람들 중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 의뢰를 받고 돌아가서 대상이 된 죽은 사람들과 교섭을 합니다.
의뢰인이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을 전하고 그 바람에 응해
만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고, 승낙을 받으면 준비를 합니다.
이 면담은 죽은 자와 산 자, 서로에게 단 한 번밖에 없는 기회이며,
죽은 자 한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산 자 한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사람도 단 한 명뿐입니다.
단, 저승의 죽은 자가 이승에 살아있는 사람을 부를 수 없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상대가 의뢰하기를 기다려야만 합니다.
살아있을 때 한 번밖에 못 쓰는 기회를 가족도 아니고
연예인을 위해 쓰는 나, 그 외뢰를 받고 츠나구는 약속을 잡습니다.

약속 장소는 호텔로, 츠나구로부터 룸키를 받아
해가 질 때부터 해가 뜰 때까지 죽은 자를 만납니다.
그곳에서 그렇게 보고 싶었던 연예인 미즈시로 사오리를 만나
몇 년 전 일을 꺼냈지만 사오리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내가 손수 만든 음식과 자수 넣은 손수건, 파우치, 머플러, 편지를 기억합니다.
왜 자신을 만났냐고 물으니, 답장도 안 쓰고 죽었으니
답을 전하기 위해서 왔다며, 자살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이곳은 어둡다고 합니다.
"세상이 불공평한 건 당연한 거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불공평하지.
아무한테도 정당한 건 없어."란 말을 되새기며 헤어집니다.
1층에 도착하고 룸키를 건네주니 츠나구 소년이 감상을 한 마디 해달라고 합니다.
빛처럼 사라진 미즈시로 사오리는 분명 밝은 곳으로 갔을 거라고 믿고
"아이돌은 대단해."란 말을 남깁니다.

두 번째, '장남의 본분', 세 번째 '단짝의 본분', 네 번째 '기다리는 자의 본분'으로
저마다의 사연과 함께 죽은 사람과 만남의 기회도 가집니다.
다섯 번째 '사자의 본분'은 츠나구인 아유미의 이야기로,
5살 즈음에 부모님의 죽음으로 혼자가 되어 작은 아버지 댁에서 큽니다.
부모님의 죽음은 사고가 아니라 엄마를 죽인 아버지의 자살이었고,
그 이유는 아버지의 바람 때문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그런 소문 때문에 살인자의 아들이면서 피해자의 아들로 지내야 했던 아유미,
병원에 입원 중인 할머니에게서 츠나구 일을 대신 해달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이야기의 의뢰인을 만나게 되죠.
이렇게 이야기는 다시 이어집니다.
그리고 츠나구의 일을 정식으로 물려받기 전에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누굴 만날 건지 묻는 할머니의 말에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다시 생각합니다.
사자의 일을 대신하면서, 산 사람을 위해 죽은 사람이 존재해도 되는지,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은 산 사람들의 이기적인 판단이 아닌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치열한 고민과 죽은 자를 만나고 온 사람들의 감상을 들으며 아유미는 확신합니다.
각각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마지막 이야기에서 앞의 이야기가 다시 연결될 때 소름이 끼쳤습니다.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을 단 한 번 만날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츠나구>는 자신도 과거에 소중한 사람들(부모님)을 잃은 기억이 있는 아유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죽음'과 '삶'에 대해 생각하고 깨닫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단 한 번뿐인 소중한 '만남'은 죽은 사람에게도, 산 사람에게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그 만남은 행복하게 끝나기도 하고, 불행하게 끝나기도 하죠.
이런 만남조차 가질 수 없는 우리는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지금 소중한 마음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해야겠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고 후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