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장 - 노천명 소설집 노천명 전집 종결판 3
노천명 지음, 민윤기 엮음 / 스타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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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전집 종결판"의 세 번째 책인 노천명 소설집 <우장(雨葬)>은 

최초 출간된 노천명 소설을 함께 담았습니다.

노천명 씨가 발표한 소설은 여덟 편으로 이미 나와 있는 노천명 전집 등에 

수록이 되어 있었던 소설은 6편인데, 이번에 두 편을 추가해 수록했습니다.

"노천명 전집 종결판" 발간 작업을 하는 도중 서지학자 김종욱 선생이 

제목만 알려졌던 '사월이' 상·하편을 발굴했고, '우장'을 뒤따라 발굴해 공개했습니다.

특히 '우장'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데, 한국문학사에 향토성 짙은 대표적 단편이며, 

우리가 거의 알지 못하는 황해도 지방의 방언을 생생하게 그려낸 

명작이라고 문학평론가들이 평가했습니다.

평생 소설 쓰는 것을 벼르고 계획했던 노천명 시인의 소설 속으로 떠나봅시다.



첫 번째로 나온 단편소설 '사월이'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 같은 느낌입니다.

작가와 심부름꾼 계집애인 사월이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소설을 쓰는 작가의 일상을 담담히 썼습니다.

다른 것엔 크게 개의치 않지만, 영감이 떠오르면 근처에 있는 종이 쪼가리에 

단어를 적는 버릇 때문에 작가에겐 종이쪽지가 많은데, 글을 모르는 사월이는 

방을 치우다 모르고 쪽지를 정리한답시고 태워버려 꾸지람을 많이 받았답니다.

그런 열세 살의 사월이는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는 재혼을 했는데, 

양아버지의 폭력과 이복형제들의 도가 넘는 장난에 못 견디고 집을 나와 

어릴 적부터 남의 집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오해와 무시, 핍박을 당하면서 여러 곳을 전전하다 작가의 집에 오게 되었는데, 

이런 환경 탓인지 어린 나이가 무색하게 감정의 변화가 없고 차디찹니다.

그런 사월이의 모습을 보며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인간은 

남에게 사랑을 줄 줄도 모르고, 받을 줄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두 번째 단편소설 '우장'은 이북 사투리가 많이 나와 읽기가 

쉽진 않았지만 사투리 덕분에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전국적인 가뭄이 몇 해 동안 들었는데, 

유난히 올해는 더욱 심해서 변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농사란 하늘과 보조만 맞으면 재미나고 수월한데, 

이것이 한 번 어긋나면 이처럼 또 힘든 일이 없지요.

그런 중에 서른이 되도록 결혼하지 못하고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는 

황 서방은 술 먹고 술 주정을 부리다가 사고로 죽게 됩니다.


"해질 무렵 황 서방의 시체는 거적이 뎦여 아카시아 나무 아래 읍에서 나올 

공의(公醫)를 기다리고 있는데 검은 구름장이 밀려들더니 하늘에선 참으로 

오래간만에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희색이 만면해 

우정 비들을 맞고 나와 왔다 갔다 하며 동리엔 잔치나 든 것처럼 흥청거렸다."(p 73)


매일 보던 사람이 죽었지만 더 큰일인 비가 오니까 

사람들은 그 일은 잊어버리고 비 온 것에 기뻐서 들뜹니다.

제목 우장(雨葬)은 비와 장사 지낸다는 뜻의 한자인데, 황서방이 

'지랄만 버르지먼 사흘 안애 재 없이(틀림없이)' 비가 온다는 주인집 아들의 말이 

그대로 이뤄진 것 같아 어찌 보면 섬뜩합니다.

시골은 인심이 좋다고 하지만, 막상 접해보면 타동네 사람들을 배척하고,

 흉년이 들면 인심이 그렇게 야박할 수 없지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구수한 황해도 사투리와 함께 잘 그려내 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월탄 박종화 선생, 시인 김상용, 여장군 김명시 여사, 농촌사업가 최용신 양, 

간호사업가 이정애 여사의 평전을 솔직 담백하게 썼습니다.


'시의 소재에 관하여, 문학의 처녀지로, 시와 난해성, 익명 비평의 유행에 대하여, 

우리 예술 확립에로 매진하자, 한하운 시집 『보리피리』 서평, 의제 좌익'에 대해 

쓴 저자의 생각을 실었습니다.


평소 일기와 병상일기가 같이 들어 있어 죽기 전에 힘들던 시인의 삶이 안타까웠습니다.




<우장>은 총 4부로 되어 있고, 1부에는 단편소설 8편, 2부는 인물 평전, 

3부엔 노천명이 신문 등에 발표한 문학론, 4부에서는 병상일기를 포함한 

일기로 구성하고 편집했습니다.

책 마지막엔 부록으로 노천명의 생애 일대기와 

생애 현장 취재기를 함께 실어 작가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노천명 씨를 사슴 시인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우장>으로 

그녀의 새로운 매력을 알아가길 바랍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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