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는 수학책 - 재미와 교양이 펑펑 쏟아지는 일상 속 수학 이야기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서현 옮김 / 북라이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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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1960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났습니다. 도쿄대학교 법학부 및 동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거쳤고 교육학, 신체론, 커뮤니케이션론을 전공했습니다. 문학, 역사, 철학, 교육심리학부터 비즈니스 대화법, 글쓰기, 처세술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낸 자신만의 글쓰기를 선보이며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TV, 라디오, 강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쓴 <세상을 읽는 수학>을 보겠습니다.



미분은 '특정 순간의 변화율'입니다. 변화율은 특정 순간에 일어나는 변화의 '추세'이며 변화의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 '미분적 사고'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물가, 주가, 아이의 학업 성적, 악기나 스포츠 숙련도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러나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앞으로 그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쉽게 알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동안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렸더라도 오늘도 어제처럼 상승세가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미분적 사고'입니다. 설령 지난 수개월간 주가가 계속 올랐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치고 나가는 힘이 없으면 속도를 잃고 추락합니다. 미분이란 '순간의 기세'입니다. 그래서 이 미분적 사고를 하면 변화의 방향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분의 본질'이 무엇인지 머리에 넣어두고 있으면 우리 주변에서 변화하는 '지금 이 순간'의 기울기에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미분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지금까지의 변화율에 휘둘리지 않고 각각의 변화가 앞으로 오르막으로 향할지 아니면 내리막으로 향할지 간파할 수 있습니다. 세상사의 변화를 파악하는 미분 감각이 있다면 일상적인 인사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중학교 수학을 잘 몰라도 '확률'이란 용어는 일상에서 많이 쓰이고 대충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을 겁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때 확률의 사고법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깁니다. 기대할 수 있는 값인 '기댓값'은 일상에서 가능성이 높다 낮다 정도로 많이 쓰입니다. 수학에서 말하는 기댓값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값의 평균값'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값에 각각의 확률을 곱해 모두 더하면 됩니다. 글로 쓰면 복잡하지만 직접 손으로 계산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이 기댓값을 계산할 수 있다면 무모한 선택을 막는 무기가 됩니다. 또한 어떤 확률에서 또 다른 확률을 뺀 나머지 사건을 '여사건'이라 하는데, 일상생활에서 적어도 대학 한 군데에 합격할 확률을 우린 알아내고자 확률값을 구하지만, 거꾸로 '모든 대학에서 떨어질 확률'이 얼마인지를 따져봅시다. 즉 100%에서 전부 떨어질 확률을 빼면 '어디든 한 학교는 붙을 확률'인 여사건을 구할 수 있습니다. 직접 계산하면 대학별 합격률보다 '어디든 한 곳'에 합격할 확률은 더 높을 겁니다. 기댓값은 '냉정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 보게 해주고, 여사건은 '용기가 솟는 현실'을 가르쳐 줍니다.


'벡터'는 요즘 고등학교 이과생도 소수의 사람들만 배웁니다. 하지만 이 벡터를 알게 되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벡터는 '방향'과 '크기' 양쪽을 포함하는 말입니다. 예로 노력을 벡터적으로 생각하면, 노력의 방향성과 양을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크기라는 개념을 더해서 생각해 보면, 벡터의 '분해'와 '합성'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벡터 분해란 벡터 하나를 벡터 두 개로 나누는 것이고, 벡터 합성은 분해와 이와 반대로 더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영어 공부라는 벡터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영어 공부 벡터를 어휘 벡터와 독해 벡터로 나눠 보고, 영어라는 방향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일정하다면 어휘 방향과 독해 방향에 시간과 에너지를 얼마만큼 투입해야 하는지 윤곽을 그릴 수 있습니다. 노력을 할 때는 '방향성'과 '크기'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벡터의 이미지는 방향과 크기의 균형을 잡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이외에도 함수, 좌표, 집합, 증명이 일상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려줍니다.




덧셈과 뺄셈, 곱셈과 구구단을 할 줄 모르면 일상생활이 불편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산수'의 쓸모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중학교에서 배우는 함수나 피타고라스의 정리,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미적분 같은 '수학'의 쓸모는 잘 모르고 살아갑니다. 저자도 천생 문과형이지만 사고의 출발점이나 힌트를 얻기 위해 미분이나 함수 같은 수학의 개념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수학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 일반 사람들에게도 사금처럼 가치 있는 수학이 있습니다. 바로 '수학적 사고'입니다. 이 수학적 사고를 활용할 줄 알면 일의 실마리를 찾고, 일이 잘 해결되며, 나아가 인생까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일을 하든 수학이 도움이 될 때가 반드시 있습니다. <세상을 읽는 수학책>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예시로 수학의 다양한 사고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익힌 수학적 사고로 일상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에 다가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라이프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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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가운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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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릿쿄 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저자는 1991년 3월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에 오르며 데뷔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후속작 <나의 차가운 일상>으로 동명의 주인공이 활약하는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를 완성했습니다. 그럼, 국내에서 처음 출간된 작품을 보겠습니다.



1991년 어느 날 와카타케 나나미인 나는 4년 이상 근무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악몽 같은 사건 때문에 회사에 있을 수가 없게 됩니다. 우울함에 집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갑자기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코네행 로맨스 카에 탔습니다. 기차에서 캔커피를 마시며 매점에서 산 소설책을 펴는 순간,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차내에 올려 펴졌습니다. 그 여자는 상대 남자에게 추궁하듯이 물었고, 상대는 웅얼웅얼 거리며 대답하는 것 같습니다. 계속된 여자의 목소리에 호기심이 생기던 중 갑자기 목소리의 주인공이 내 옆으로 와서 자리가 비었는지 묻고 앉습니다. 나는 책을 덮고 따지 않은 캔커피를 건넸습니다. 그녀는 카메라 맨인 상대 남자가 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해서 휴가를 내고 같이 가는 길인데, 남자는 여자를 꼬드겨 1박 여행을 가보고 싶었다며 전부 거짓말을 했답니다. 그렇게 대화를 하게 된 그녀는 이치노세 다에코로 나나미와는 성격은 맞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하코네에 같이 내려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루 동안 여행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이어가던 중 이치노세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크리스마스에 같이 시간을 보내자고 부탁하며 회사에 관찰자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합니다. 관찰자, 실행자, 지배자를 잊지 말라고 다시 한번 말하고 전화는 끊어집니다. 크리스마스이브 약속 당일에 다에코와 한 약속이 생각나 나나미는 그녀의 주소를 물어보려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화기 너머 낯선 여자 음성이 들려 다에코 씨가 있냐고 나나미는 물어봤습니다. 그녀는 병원에 자살 미수로 입원해 있으며 그때부터 계속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고 면회 사절이랍니다. 친구라고 말한 나나미에게 낯선 여자는 다에코는 친구가 있을 리 없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습니다. 집에 와서 의식불명인 이치노세 다에코로부터 온 크고 두꺼운 봉투가 우편함에 있습니다. 봉투 안에 든 것은 워드프로세서로 쓴 원고 뭉치, 맨 위에 연필로 크게 '수기'라고 휘갈겨 쓰여 있습니다.


누나에게 고백하는 듯한 글인 이 수기는 희망을 버리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자신은 오래전에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뭘 했는지 말해주겠다며, 자신이 뭘 해왔고, 뭘 했는지를 모조리 기억하라고 합니다.


한 번의 만남과 한 통의 전화로 와카타케 나나미는 친구의 회사에 아르바이트로 일합니다. 그녀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친구가 말한 것들은 무엇인지, 수기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등은 <나의 차가운 일상>에서 확인하세요.




단 하루 동안의 여행에서 만난 '친구' 이치노세 다에코를 위해 와카타케 나나미는 그녀가 일한 회사에 위장 취직을 합니다. 친구의 회사에 있는 '관찰자, 지배자, 실행자' 그리고 나나미에게 보낸 '수기'를 썼을 남자를 찾아내기 위해서요. 어찌 보면 잘 아는 사람도 아닌 사람을 위해 행동하는 주인공 나나미를 보면, 오지랖이 넓어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조금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하루의 인연인 친구를 위한 마음이 <나의 차가운 일상>의 주인공에게 있기에 제목과는 다른 주인공의 마지막 행동이 이해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조사를 진행하며 만나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의심스러운 가운데, 서술 트릭과 밀실 트릭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의식불명에 빠진 이치노세 다에코의 삶을 역추적하는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해 일반 미스터리와 달리 심리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일상에 숨겨진 인간들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보는 <나의 차가운 일상>, 코지 미스터리 여왕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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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저벨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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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영화 비평가인 저자는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서 짧은 단편을 올리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장편소설 "평형추",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었다", "민트의 세계", 소설집 "대리전", "태평양 횡단 특급",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논픽션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등을 냈습니다. 저자가 쓴 <제저벨>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로즈 셀라비'는 제저벨이라는 배에서 시작합니다. 외계 종족들을 떨구고 가지만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른바 변비 행성인 대마젤란은하 크루소 알파b에 7년 전 도착한 주인공은 공항 구실을 하며 아자니를 받아주는 올리비에가 있다는 말에 그리로 갔습니다. 하지만 그 근방엔 엄청난 입장료를 받아 배를 불리는 시티가 있어 포기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일 없이 얼쩡거리고 있는데 제저벨이라는 배에서 의사를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곰돌이 인형 같은 외관을 지닌 선장을 처음 만났습니다. 주인공의 기술을 보고 선장은 제저벨에 머물겠냐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지내고 있습니다. 제저벨은 에너지 걱정 없고, 식사도 괜찮고, 어디에 박혀 영화를 보며 시간을 때워도 뭐랄 사람이 없는 빈둥거리기에 딱 좋은 배입니다. 선장은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며 돈을 벌었는데, 어느 날 자유함선연합의 바얀 퍼플이 몬테 그란데 부근에 도서관 큐브가 든 가방을 구해서 가져오라는 의뢰를 합니다. 갑자기 들어온 의뢰를 받고 출동한 제저벨, 조난자를 구하면서 동시에 도서관 큐브 가방을 건져냈습니다. 그런데 조난자 중 한 명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게다가 선장이 전에 일했던 항공모함처럼 생긴 고유의 의지를 가진 배, 로즈 셀라비가 제저벨을 쫓고 있습니다.


레벤튼 섬의 사람들은 잠을 잃습니다. 이것은 각성된 상태에서 스스로의 꿈을 통제해야 한다는 뜻이며 눈에 보이는 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구별해 내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병입니다. 외부의 물리적 세계를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생명체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하지 않는 적에 쫓기고, 존재하지 않는 먹이와 짝을 찾아 허공과 바다로 몸을 날렸습니다. 두 세계를 의식적으로 갈라놓을 수 있는 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고, 레벤튼의 아이들은 그 방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의지력만으로는 힘들었고, 뇌 수술이나 칩 이식, 화학 요법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뇌를 망치지 않고 잠을 되찾는 아이들은 없었고, 여전히 꿈과 함께 살아야 했습니다. 주인공 나에게 해결책은 전쟁입니다. 나는 약물과 칩 없이 크루소에서 살아남았으나 내가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고 무엇에 대해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레벤튼 섬에서 진화한 지구 나비들의 후손인 레벤튼 나비는 진화를 거듭했고, 섬의 식물들은 레벤튼 그에 맞게 열매와 가지 모양을 바꾸고, 포식자들은 나비 날개를 씹고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이와 소화기관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엄마가 죽은 소식을 듣고 이 섬에 방문한 주인공은 그곳 바다 밑에서 무언가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아냅니다.


로즈 셀라비가 제저벨을 쫓는 이유는 무엇인지, 레벤튼 섬의 바다 밑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제저벨>에서 확인하세요.




<제저벨>은 절대 친절하지 않습니다. 로즈 셀라비, 크루소 알파b, 몬테 그란데 섬, 수요일 대륙, 올리비에, 쿠퍼, 아자니 등 책을 읽기 시작한 15줄에 이런 단어들이 나옵니다. 네 편의 단편에서 이를 설명하는 부분도 없습니다. 이렇게 불친절한 SF 소설 <제저벨>은 앞서 출간된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세계관을 같이 합니다. 자신과 숙주의 유전자를 조작해 숙주와 환경을 통합하는 바이러스인 '링커 바이러스'는 하나의 종이 아니며 통제도 파괴도 불가능한 바이러스 집합니다. 이 링커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을 개조하여 낯선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합니다. 개조한다는 것의 의미는 피부색이 바뀌거나 날개가 돋는 수준이 아니라 뇌도, 신경도 몸의 일부이기에 사고방식도 가치관도 모두 바뀌게 됩니다. 통합된 생명체들은 어떤 환경에든, 어떤 식으로든 빠르게 적응합니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이 바이러스가 처음 지구에 확산되고, 알려지고,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인간성이 달라지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제저벨>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보다 먼 미래에 링커 우주, 즉 링커 바이러스로 환경 통합이 이루어진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자유함선연합의 의뢰를 받고 도서관 큐브를 찾은 제저벨이 로즈 셀라비라는 거대 항공모함의 추격을 받고 벌어지는 이야기 '로즈 셀라비', 제저벨의 의사가 시드니에게 진 목숨 차용증의 빚을 갚으러 간 그곳에서 섹스 인형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서는 이야기 '시드니', 항해사의 고향인 레벤튼 섬으로 간 제저벨이 그곳의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일에 휘말리는 이야기 '레벤튼', 제저벨의 선의 플래그가 호가스 베들레헴 수용소에 갇힌 예전의 시드니를 찾아가는 이야기 '호가스'. 작가는 링커 바이러스로 개조된 생명체들은 어떤 욕망을 가지며, 어떻게 생존하려고 하며, 반대로 어떻게 생존하려고 하지 않을지 등에 대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칩니다. 다행히 지금의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이런 상상은 소설 속에서만 잠시 하고 그치면 되지, 만약 내가 사는 곳이 '링커 우주'라면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생명체의 본질과 기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SF 소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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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 세상이치 - 고대 그리스철학부터 현대입자물리까지, 단 한 권에 펼쳐지는 지혜
김동희 지음 / 빚은책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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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 대학에서 입자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미국 페르미 입자물리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경북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럽 입자물리연구소의 LHC 실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교양 과학 관련의 저작에 힘쓰고, 물리학과 철학 등 다른 분야가 포함된 융합형의 글쓰기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세상이치>를 보겠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도, 원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 사실은 각 개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에게 세상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체계적이고 주목할 만한 답을 내놓은 인물이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그리스에서 활동한 사상가 '플라톤'입니다. 플라톤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세상의 이면에는 이에 대응하는, 불변이고 영원한 원본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이데아'라고 했습니다. 플라톤은 이데아는 변하지 않으며 영원하고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아는 세상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데아는 철학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며 사유가 발전하면서 사물에까지 적용됐습니다. 이데아와 현실 세계, 국가, 우주를 살펴보고, 이데아가 추구한 것과 아쉬운 점도 알아봅니다.


자연 현상을 올바로 이해하는 포괄적인 방법을 처음 제시해 근대 과학의 문을 연 인물은 '갈릴레이'입니다. 그는 '실험'과 '관찰'로 기존에 알려진 자연의 여러 물리 법칙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갈릴레이는 움직이는 것에 대한 속도의 개념을 정립했고, 등속 운동계에서의 물리 현상은 불변임을 발견했습니다. 갈릴레이는 운동의 정체를 파헤치려고 실험에서 나온 결과를 수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런 혁신은 사고 실험과 실제 실험에서 얻은 것입니다. 또한 물체가 '왜' 운동하는가가 아니고 '어떻게' 운동하는지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목격하는 자연 현상은 많은 조건이 복잡하게 얽혀 일어나므로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선 자연 현상을 인공적으로 제어하는 능동적인 실험을 해야 합니다. 갈릴레이는 운동을 이해하고자 인위적인 실험 장치를 직접 개발한 최초의 인물이었습니다. 이제 자연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을 발견하거나 검증하려면 인위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실험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따라서 갈릴레이의 관측과 실험은 과거의 과학과 단절을 선언하는 계기였습니다. 갈릴레이의 운동학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물체의 운동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역학이었습니다. 현대 실험물리학과 이론물리학은 갈릴레이의 물체의 낙하운동에 관한 정량적 연구에서 시작됐습니다.


현대 입자물리학은 물질과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알아내고 이들이 어떻게 상호 반응하는지를 밝혀내고 있습니다. 우주의 운동을 지배하는 기본 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중력'과 전자기력' 외에 20세기 들어 발견된 '강력'과 '약력'이 있습니다. 전자와 양성자 간의 전기력이 원자를 구성하게 하지만 핵 안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뭉쳐 있도록 하는 힘은 강력이며, 방사성 원소가 안정화 과정을 거치게 하는 힘은 약력입니다. 중력을 제외한 세 힘을 통합하는 통일장 이론을 구축하는 것이 입자물리학의 목표입니다. 입자물리학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사변이 창출된 지 2600여 년 만에 만물을 설명하는 실제 이론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일 수도 있지만, 깊이 있는 이성이나 관찰로 이루어낸 성과를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치>는 철학과 물리학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치열하게 노력한 방식을 말하는 책입니다. 철학과 물리학은 얼핏 보기에 다른 분야를 탐구하는 학문 같습니다. 누군가는 세상을 근원 물질로써, 누군가는 숫자로 이해하려 했고, 누군가는 관찰로, 누군가는 치열한 사고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다르게 보일지라도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방법의 차이였을 뿐입니다. 결국 세상의 진리를 추구하려 한 것입니다. 방식에서 차이를 보일 뿐, 관점 면에서 철학과 과학은 같습니다. 앞선 사람의 생각이 있고 그것을 발전시킨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사상부터 순차적으로 살펴봅니다. 엄청나게 발전된 지금의 기술을 생각하면 고대 그리스의 사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대 입자물리학에서 소립자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보면 플라톤의 기본 생각과 많이 닮아 있음을 배우게 됩니다. <세상이치>를 읽고 나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바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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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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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는 2008년 단편소설 "좋은 친구"로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 신인상을 수상하며 미스터리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장편소설 "라일락 붉게 피던 집", "달리는 조사관", "검은 개가 온다", "대나무가 우는 섬"을 발표했고, 단편집으로는 "아이의 뼈"가 있습니다. 태국과 프랑스에 작품이 번역, 소개되었으며 다수의 작품이 영상화 계약을 맺었습니다. "달리는 조사관"은 2019년 OCN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7년 만에 발표하는 후속작 <구하는 조사관>을 보겠습니다.



인권증진위원회 부지훈 사무관과 한윤서 조사관은 국제연합 사무소가 있는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인권회의에 참석합니다. 3일간 열리는 유엔 기업과 인권 포럼에 전 세계 정부 관계자, 기업인, 인권단체 활동가가 수천 명이 모여들고, 대한민국 국가인권기구를 대표하여 지훈과 윤서가 이곳에 왔습니다. 한윤서는 인권위에 들어온 이래 진정사건을 조사하는 조사국에만 있었고, 부지훈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 정책국에 특별 채용된 인권정책 담당 사무관입니다. 둘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와 관련된 사건에서 조사국과 정책국 합동팀을 이뤄 일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개회식을 보고 아시아 세션에서 세계적 기업이 된 오성전자 이국재 이사가 연설자로 나오는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이국재 이사는 말단 무역직 직원으로 시작해 임원까지 오른 인물로 이곳엔 한국 기업 최초로 참석하는 거랍니다. 그의 연설을 듣고 객석의 질문을 받고 답변도 들었습니다. 피곤한 윤서는 그대로 호텔에 들어가고 지훈 혼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는데 이국재 이사 일행을 만나 동석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구내식당 중간에 비치된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커피를 뽑아 자리로 오는데, 이국재 이사는 조금 전 그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오성전자가 세운 현지 회사에서 보인 차별 형태를 항의하는 사람들의 말을 그는 묵묵히 들어주고 명함을 받으며 본사에서 알아보겠다고 진지하게 답변합니다. 좋은 인상을 심어준 그가 그날 저녁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손주아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로 범인에게 폭행당한 후 약간의 의식이 남아 있을 때 112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은 발신번호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했고, 마지막 통신 신호가 잡힌 장소로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서 출동 지령을 내렸습니다. 평소 손주아의 허위 신고 전화에 이골이 난 지구대 경찰은 순찰차로 주변만 둘러보고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했습니다. 피해자의 마지막 구조 요청을 묵살한 경찰에 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그녀가 정신질환자임이 밝혀지면서, 정신질환자의 위치를 범죄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피해자 손주아가 2년 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했다가 인권위의 권고로 퇴원한 뒤 혼자 살았다는 게 드러나면서 비난의 화살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무턱대로 사회로 내보낸 인권위로 돌아갔습니다. 조사를 시작한 인권위 윤서는 경찰과 함께 쌍으로 욕을 먹으며 경찰을 조사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7년 전 열한 명의 가출 소녀를 유인해 살해하고 토막 내서 자택 정원에 묻은 희대의 연쇄살인마 최철수는 체포될 때부터 간암을 앓고 있었습니다. 재판에서 사형이 확정될 때까지 피해자 중 한 명은 시신이 있으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고, 또 한 명의 피해자는 이하선이라는 이름의 열여섯 살 소녀라는 게 알려졌으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여서 시신을 찾고, 신원을 찾는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철수는 입을 다물었으나 재작년 최철수를 면담한 배홍태 조사관의 제보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시신 쪽의 신원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하선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은 채 연쇄살인범은 감옥에서 죽었습니다. 최철수는 면담 당시 배홍태에게 죽기 전 편지를 보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배홍태 조사관에게 죽은 사람으로부터 편지가 왔습니다.


죽은 연쇄살인범이 남긴 편지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한윤서, 배홍태, 부지훈, 이달숙 인권위 조사관들의 활약을 <구하는 조사관>에서 확인하세요.




<구하는 조사관>은 경찰도 탐정도 아닌 인권증진위원회 우유부단 베테랑 한윤서, 자타공인 공감요정 이달숙, 막무가내 오지라퍼 배홍태, 자만과 자신이 과한 부지훈 조사관이 범인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전작에 등장한 연쇄살인범은 시신을 찾을 수 없는 피해자의 행방을 알리는 듯한 편지를 죽기 전 배홍태 조사관에게 보냈습니다. 그 편지를 받은 배홍태는 연쇄살인범이 남긴 단서를 찾기 위해 조사를 하면서 인권위에 들어온 사건들도 함께 조사합니다.


그전까지 인권위라는 기관은 부당하게 침해된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구나 정도로만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남자들의 저열한 성의식이 만들어낸 버려진 현지처와 자식들의 문제, 가족에게도 사회에게도 버려진 정신질환자의 실태, 자식의 정신질환 증세를 인정하지 않고 병원이나 심리상담소 대신 잘못된 믿음에 기대 병을 더 키운 상황, 코로나 바이러스로 코호트 격리된 채 인권이 더욱 보호받지 못한 정신병원의 실태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 있어서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내 눈에 보이지 않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눈에 보이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권 유린이 있었는지를 저자의 필력으로 느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권은 민족, 국가, 인종 등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그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사람이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거죠. (p. 113)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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