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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잉로드
김형균 지음 / 이든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평양 양각도 국제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집안의 자랑
막내 지숙이. 아들보다 딸이 더 자랑스러운 부모님은
늘 딸 자랑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지숙이가 말도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배가 남산만큼 불러서. 그리고 아이를 낳았다.
사내 녀석을.. 하지만 아이가 이상하다.
도저히 나와서는 안 될 그런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집안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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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영화 대본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시간을 넘고 넘어
그림 소설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소설이다.
작가님이 군대에 있을 때 직접 겪은 일이 모티브가 되어 쓰인 소실이라
더 현실적이다. 더군다나 그림과 함께 읽다 보면
소설은 영화의 한 장면 장면을 보듯 더욱 생생하게 와닿는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
아니면 시대를 잘못 탄 아이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곳에서 태어나면 안 됐을 아이였을까?
다른 피부 다른 모습.
하지만 너무도 해맑고 너무도 아름다운 아이.
그 사랑스러운 아이를 살리기 위한 할머니의 애끓는 사랑.
숨어 살아야 했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아이의 행복을 느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누나를 위해 불러줬을 그 노래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결코 그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던 막둥이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피부가 검은 아이 막둥이를 통해서 북한의 인권이나 사상 같은 것을
얘기하는 소설이 아니다. 북한하고는 다른 형태로
우리나라에서도 차별과 혐오라는 모습으로 나와 다른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소설은 그저 사람의 이야기다.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다.
그리고 살고자 하는 삶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다.
-밑줄 긋기-
물속에서 소원과 막둥이는 서로를 뻐끔 뻐끔 쳐다봤다 그때 그들 사이로
물고기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방긋 인사를 했다. 막둥이도 물고기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의 작은 발이 목함 지뢰에서부터
부웅 떠올랐다. 251쪽
[소설의 모티브가 됐던 사건]
전역이 몇 달도 채 남지 않았던 2004년 강화도의 봄이었다. 부대에 비상이
걸렸다. 밀물과 썰물이 극심했던 강가 속으로 북한 민간인 한 명이 산 채로
떠내려온 것이었다. 하지만 남북의 양측 군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한계선
까지 고속 단정을 타고 나가서 그가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비무장 지대였던 강 안으로는 오직 유엔군만 진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
국 이름 모를 여성은 물속을 떠다니다 소리 없이 익사했고, 유엔 헬기는 이
후 몇 시간이 더 지나서야 도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