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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 - 2023 퀸즐랜드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카트리나 나네스타드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여덟 살 조피아는 폴란드인이다. 재단사인 아빠와 선생님인 엄마
그리고 사랑 많은 이모와 함께 숨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독일군이 폴란드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군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히 행동하고 움직여야 하는 삶은
힘겹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와 이모랑 하는 게임을 즐겁고 행복하다.
하지만 이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조피아는 독일군에게 납치기된다.
그렇게 한 아이가 아니 많은 아이가 자신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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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SS 국가 지도자인
하인리히 힘러는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을 만든다.
쉽게 말해서 히틀러를 위해 완벽한 아이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폴란드 아이들이 납치가 됐고
그들에 의해서 삶이 만들어 졌다.
'너는 자랑스러운 독일인이다. ' 혹은
'너희 부모는 너를 버렸다'라고 세뇌하며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은 독일 부부에게 입양이
되고 정말 그 아이들은 독일인으로 살아간다.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아이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조피아는 똑똑하고 밝은 아이다.
그리고 폴란드인으로 자부심도 굉장한 아이다.
엄마의 가르침으로 독일어도 할 수 있는 정말 사랑
스럽고 그들이 보기에 완벽한 아이다.
그런 아이가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은
너무 안타깝고 눈물이 난다.
고작 8살인 아이가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
나라를 빼앗긴 조피아는 언어를 뺏기고 부모를 뺏기고
이제는 조피아라는 이름마저 빼앗긴다.
그리고 정말 조피아는 자신이 독일인이라고 믿는다.
자신의 친부는 독일병사이고 히틀러를 위해 싸우다
죽었다. 엄마도 요리를 잘하는 독일인이지만
돌아가셨다. 그렇게 고아가 된 자기를
지금의 부모님이 입양해서 이제는 진짜 엄마, 아빠가
됐다라고 믿어버리게 된것이다. 그렇게
조피아는 소피아가 되어 독일인으로 살아간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제 강점기 때로 오버랩된다.
말을 빼앗기고 이름을 빼앗겼던 우리의 아픈 과거.
그래서인지 조피아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과 닮아있다.
그렇게 독일인으로 그냥 잘 살아갔다면 모를까
독일이 폐배 하면서 아이들은 돌아온다.
아이들이 원해서가 아닌 그들이 버리기도 하고 미국군에게
구조가 되기도 한다. 다시 돌아온 아이들은 행복했을까?
이미 세뇌당해서 '하일 히틀러'를 외치고 다녔던 아이들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폴란드 인들이 거부하기도 한다.
고작 1살, 4살, 8살 아이들... 그 아이들이 세뇌당해서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닌 잃어간 것인데 자신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고통 속에 있을 때
저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입고 살았다며 독일인으로 취급해버리는
어른들의 모습은 너무 부끄럽고 아팠다.
제목이 주는 섬뜩함에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조피아를 폴란드 인으로 지켜준 고마운 게임이자 말장난이다.
부모님과 함께했던 한 가지 선택하기 게임.
조피아는 독일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저 게임만큼은 잊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나는 희망을 봤고 결국 조피아는 행복해진다.
정말 현실에서도 조피아같은 일만 있었다면 참 좋았을 거 같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을 것을 알기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과 교훈을 던져준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역사의 한 장면을 함께 나눠보면 좋을 거 같다.
-밑줄 긋기-
"소피아 올만" 통통한 의사가 반복해서 부른다. 나는 애비를 힐끗 본다
그 애는 작은 어깨를 으쓱한다. 간호사 중 한 명의 이름이 소피아 올만인지도 모르겠다
통통한 의사가 내개로 걸어오며 활짝 웃는다 "소피아 올만, 간지럼 타는
기린아 정신 차려. 이리 와." "의사 선생님" 내가 말한다
"저는 조피아 올린스키예요. 기억하세요?" "아니지" 의사가 껄껄 웃는다
"넌 소피아 올만이야"
112쪽
"불쌍한 토마슈" 내가 중얼거린다 "그러니까 결국 너의 그 모든 용기와
반항은 아무 소용이 없었던 거야" 그 애는 다시 내 앞에 앉고 나는
그 애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마침내 내가 말한다
"난 행복한 배신자야. 넌 비참한 영웅이고 누가 옳은 걸 고른 걸까?"
"우리는 아이들일 뿐인걸" 토마슈가 중얼거린다
"그렇게 고르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되는 거지"
28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