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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서, 마지막 꽃을 지킵니다
김선미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사혼화를 찾고 관리하며 죽은 이와 산자를 이어주는 귀화서.
사혼화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마리는
귀화서에 계약직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마리는 아직 자신의 능력을 다 알지 못했고
정직원이 되고 싶지만 자꾸 실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사념이 붙은 위험한 꽃으로 인해 마리와 사람들은
위험에 처하는데..
.
.
[스포 없음]
정말 독특한 소재의 아름다운 소설이다.
귀화서는 장례 물품을 공급하던 조선시대 관청인 귀후서를 모티브로 해서
지은 이름이라고 작가님은 말한다. 그리고 귀후서는 장례와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기에 좋은 사람을 뽑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귀화서에 등장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포근해진다.
귀후서를 모티브로 한 곳이기에 작가님은 등장인물들을
더욱 섬세하게 담아내신 것 같다.
죽은 자의 영혼이 꽃으로 피어나는 사혼화.
이 사혼화는 죽은 이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자의 눈에만 빛나 보인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들꽃에 불과하다.
죽음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임은 틀림없다.
그것이 산자에게만 속한 것이 아닌 죽은 자 또한 그럴 거라는 마음을
담아 사혼화를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렇게 간절한 마음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돕는 이들이 귀화서 사람들이다.
꽃을 뿌리째 뽑아서 증류한 후 사혼수를 만들고 의식을 치른다.
그 과정이 참 섬세하고 몽환적이다.
살아가면서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사연 없는 죽음 또한 어디 있을까?
저마다 사연을 품고 귀화서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눈물이고 그저 아픔이다.
하지만 회복이고 다시 일어섬이기도 하다.
자신의 죽음이 한이 되고 원망이 되고 억울함이 되어 사념이 돼버린
꽃들도 너무 아픈 사연에 함께 위로하고 싶어진다.
죽음이 해피엔딩이 될 수는 없지만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그리고 고마운 소설이다.
또한 내 곁을 먼저 떠난 이들이 생각나는 소설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아픔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리고 새로운 판타지 힐링을 맛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소설을 놓치지 말고 꼭 읽어보길 바란다.
-밑줄 긋기-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보내고 그리운 이에게 자신만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미안해하는
날을 반복하는 것이다. 주름진 손으로 죽을 먹으며 버섯이 부드럽다고
웃는 할아버지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시호가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곤
"바람이 불어 좋구만!" 하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옆구리에 끼고 애쓰며 웃고 있었다. 110쪽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매시간 죽음과 맞서고 때론 가까운 곳에서 죽음을
목격하기도 하고 죽음으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을 위로하며 살아간다
(중략) 누군가의 깨달음과 간절한 꿈이 삶을 밝히는 등불로 바뀌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애쓰기도 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30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