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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평점 :
잊고 살았다고 생각했던 여자 기미코.
우연히 뉴스를 통해 기미코의 사건을
알게되고 뭔지모를 두려움과 불안함에
하나는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자신과 상관없는 사건이지만 왠지 자신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듯하다. 그렇게 하나는
잊고 있었던 그녀들을 찾는다.
친구였던 아니 친구라 생각했던 그녀들을..
.
.
끔찍한 사건에 연류된듯한 하나.
어릴때 뭣 모르고 저질렀던 일들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도망.
시작은 온통 미스테리한 사건들의 밑밥이
깔리며 하나의 10대때로 넘어간다.
기미코와의 이상한 첫 만남부터
엄마 이상으로 그녀를 좋아했던 하나의
평범한 일상들이 위화감을 주며
잔잔하게 흘러간다.
너무 궁금한 여자 기미코.
기미코는 특별히 하나에게 뭔가를 한게없다.
하지만 하나는 그녀에게 조정이라도 당하는듯
그녀를 믿고 따른다. 결과적으로 보면 하나의
끈기있는 생활력이 그녀를 먹여살리고 있다.
가정이주는 안정을 느끼며 자라지 못해서일까?
하나의 결핍은 책임감이라는 무게로 스스로를
옭아맨다. 그 결핍은 또다른 것에 집착을 불러모은다.
바로 기미코 이름에 들어간 색. 그리고
행운을 부르고 돈이들어오는색 노랑.
하나는 노랑색에 무섭게 집착한다.
노랑색이 자신의 미래를 보장이라도 해주는듯
노랑색을 지키기위한 몸부림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정작 기미코는 정말 아무생각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중한것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하나.
누군가는 어린날의 철없었던 행동이라고
잊으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하나는 진심을다해
간절한 마음으로 소중한것들을 지키위해
매순간을 열심히 살아왔다. 분명히.
그렇기에 하나는 기미코를 다시 찾아갈
용기가 있었고 끝까지 옳은 선택을 한것이다.
한없이 가여운 한 여인의 삶이 덤덤하지만
강렬한 문장들로 담겨있다.
뒷통수를 맞는 강한반전은 없지만
끝까지 긴장하며 읽었다.
벽돌책이 주는 무게감을 좋아하시는분.
잔잔하지만 생동감있는 드라마틱한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한다.
-밑줄 긋기-
기미코 씨에게도 그것이 있었다. 눈빛도 말투도 습관도 아니고, 옷차림이나 돈 씀씀이나
웃는 스타일이나 체취도 아닌 무언가가. 내가 자랐던 집 그리고 어울려 살아온 사람들에게
들러붙어 떼어낼 수 없는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 83쪽
나는 이미 누군가에게 그런 약속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고,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실제로 강렬히 염원도 했다. 그것이 좋은 일이었는지 나쁜일이었는지.
지금도 나는 알수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꿈에서 봤던 모든 것은 현실이 됐다. 197쪽
그러고 보니 왜일까. 왜, 다 같이 일할 '레몬'의 자금을 나 혼자 마련하려는 걸까.
생각해 보면 란이나 모모코나 기미코 씨가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의논해서 결정한 일도 아니다. 그저 기미코 씨와 살아가는 것, 우리 집을 지키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일이고 그러니까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게 당연한 줄 알았으니까
다 아는 사실인데 왠지 불안해져서 살짝 당황했다. 381쪽
글자를 읽는 것이 오랜만이라 입구에서 멍하니 바라보는데 마침 반찬을 사서 나오던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어주지 않는가. 그 순간 영문 모를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하나도 대단할 게없는, 어디서라도 주고받는 단순한 인사였을 뿐인데.
나는 잰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슬픔과 기쁨과 회한에 싸여 눈물을 홀리고 또 흘렸다.
실컷 울고 나니 몸은 녹초였고 눈도 머리도 아팠지만, 그것은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생생한 아품이었다. 5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