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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종
이재찬 지음 / 9월의햇살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형사 과장인 하 과장 앞으로 온 빨간 봉투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흑백사진.
군대 동기다. 하지만 사진은 살아있는 자의 모습이 아니다.
그렇게 두 개의 봉투를 받고 세 번째 동기를 찾았을 땐
함정에 빠진 듯 하 과장은 그의 시체 앞에 있다.
누군가 그를 과거로 부르고 있다.
봉인되어 있던 과거가 그 실체를 드러낸다.
.
.
첫 페이지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렇게 바로 시작이야?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그 두근거림은 금방 시들고 그의 이름이 찌질하게 각인된다
그리고 한바탕 일을 벌일 것 같은 찌질한 그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그렇게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할 때면 긴장이 된다.
그리고 그 긴장감은 어김없이 현실이 되어 흑백사진으로 날아온다.
소리 없이 흔적 없이 하지만 숨통을 바짝 쥔 채로..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있는 하 과장.
지금의 모습만 보면 그는 완벽하다.
빠른 승진, 너무나 화목한 안정적인 가정.
지혜로운 아내와 사랑스러운 아이들까지.
그의 과거가 어떻든 그는 지금 누가 봐도 흠 하나 없다
하지만 그런 그의 삶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미 무너지고 내려앉아 주체할 수 없는
살인 욕망에 휩싸여 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
하지만 쫓기는 자는 없다. 그는 늘 그들 앞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을 그만 멈춰주길 아우성치고 있었다.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을 완벽하게 파헤친다.
숨겨있던 욕망과 욕정을 말이다.
그리고 처참하게 무너진다.
얽히고설킨 그들의 과거가 그리고 그의 과거가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멈추지 못한 살인으로 인해 피비린내가 끝까지 진동한다.
이 소설을 냄새로 표현한다면 밤꽃 냄새와 피비린내다.
자극적이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면 쉽게 멈출 수 없다.
그리고 끝을 달려 갈수록 분노와 애처로움이 동시에 공존한다.
19금 소설이다. 자극적이고 잔인하다.
하지만 스토리가 탄탄하다. 19금과 자극적이고 잔인함을
덮어버릴 만큼 안타까움이 더 깊은 소설이다.
-밑줄 긋기-
사람은 알 수 없는 우주다 안다고 단정하는 순간 더욱 많은 걸 모르게 된다
하 과장님이 자신의 우주 속 마지의 영역으로 초대한 걸까.
99쪽
백두태가 종을 쳤다 종구에서 나온 진동이 백두태의 몸을 휘감았다
처음 종을 치기 시작할 때 선배들이 종을 적당히 치면 종에서 나오는 기운이 자지로
들어와 정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종을 오래 치면 쇠의 기운이 결국 자지를 주저앉힐 거라면서
이 일을 오래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백두태는 근거 없는 그 말이 진실이어서
자신의 어두운 기운이 주저앉길 바라는 심정으로 종을 친다.
151쪽
보다 강렬한 기억은 성공적으로 방어 기계가 작동할 경우 자신의
현재를 지키기 위해 완전히 지워지기도 한다.
247쪽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 잊지 못하겠으면.... 찾아와."
백두태가 아이를 향해 왼쪽 가슴에 새겨진 이름표를 오른손 검지로 가리켰다.
32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