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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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샤덴프로이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위로 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남의 불행에 우리는 은밀한 기쁨을 느낀다. 그것이 가끔은 내 마음의 어둠처럼 느껴진다.

샤덴프로이데
명. 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 선한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음. 유)샘통





표지가 무척 인상적이어서 2장이나 찍었다. 제목과 정말 잘 맞는 그림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몰래 카메라>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속여서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카메라로 관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나는, 속는 사람의 바보 같은 행동이 왠지 모르게 불편하면서도 큰 웃음을 주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보고는 했다.

누군가가 불시에 당해야 재미있는 것이다. 요즘 유튜브에 인기가 많은 동영상을 봐도 그렇다. 잘하고 멋지고 도움되는 것도 물론 많지만, 타인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거나 더 크고 더 재미있는 실수를 담은 동영상은 정말 조회수가 높다.

우리는 자신의 실패를 남들의 웃음거리로 바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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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샤덴프로이데에 이토록 큰 흥미를 보이는 걸까?

타인에 대한 조롱을 인터넷 세상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게 된 사회적 배경도 물론, 한 몫 할 것이다. 최근 20여년 간 집중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샤덴프로이데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기들도 샤덴프로이데를 느끼나요?
연기자가 실수로 뭔가를 떨어뜨리기만 하면 백발백중 모든 아기들이 웃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다치는 상황에서는 웃지 않는다. 아기들도 공정성이 있고 공감 능력이 높다는 말이다.

나는 어른들이 하는 행동이 우습거나, 어떤 자극을 줄때 아기들이 웃는다고 생각했는데 아기들에게도 공감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가 신기했다. 누군가 다칠 상황보다는 실수를 했을 때 아기들이 생기 있게 웃는 목소리가 자꾸만 생각나서 귀엽기도 했다.

우리는 오만한 인간이 벌받는 광경을 볼 때 가장 흥분한다.






선한 샤덴프로이데도 있을까?

기독교 전통은 샤덴프로이데에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의 고통을 기뻐하는 것은 그가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믿기 때문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의 실패를 재조명하고 성공의 일부로 예찬하는 요즘의 분위기는 그 연속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직장에 원수 같은 인간은 꼭 한 명씩 있다.

대부분의 일터에서 샤덴프로이데는 훨씬 더 은밀하며, 우리가 옆으로 밀려나거나 누군가가 자기를 띄우려 든다는 의혹이 들 때 발생한다. 우리 위에 군림하던 자가 잘난 척하고 권력을 휘두르다 벌을 받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실수도 저지르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낼 때 통쾌한 반란의 순간이 잠깐 찾아온다.

직장에서 누구나 꿈꾸는 순간이 아닐까? 매일 나를 골탕먹이던 동료나 상사, 후배의 실수는 샤덴프로이데를 느끼게 하지만, 그 순간으로 하여금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있는 배짱을 줄 수도 있다. 왠지 대담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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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덴프로이데는 우리에게 모순된 감정을 준다. 때로는 그것이 불순물 같기도 하고, 불편한 지점을 주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그것도 내가 느끼는 감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샤덴프로이데는 반사회적인 감정처럼 보일지 몰라도, 스포츠에서부터 가십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공동체 의례들에 빠질 수 없는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우리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결점을 인정하고 용감히 맞서야 한다.


당신, 지금 웃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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