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창비청소년문학 14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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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세상이 자신의 반대편에 서서 무너뜨리는 기분이라면, 그래도 기꺼이 호구에 물려주자. 점수를 잃어도 다시 새 판을 짤 수 있다. 살아있는 한, 새로운 바둑 돌을 두고 언젠가 있을 승리에게로 다가갈 수 있다.
세상을 그렇게 이해하는 순간 누구나 거인이 된다. 가장 위에서 모든 수를 읽는 거인이 되는 것이다.당장의 불행에도 굳건하게 버틸 인간으로 자란 셈이다. 살아가는 지금이 너무 버거운 청소년들이 모두 윤수 같은 거인이 되기를, 의기를 가지기를 응원하며 권하고 싶다.

*본 서평은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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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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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처럼 만들어진 이 세계에 무한한 애정이 느껴지는 책. 지금의 지구가 만들어진 과정부터, 화학, 생명, 기계 과학 기술의 발전까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삼 이 아름다운 세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기도 하다. 덕택인지 삶에 의지를 얻는다.

사실, 실패는 모든 것을 만든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항상 성공적이고 평탄하지만은 않다. 잘 짜여진 시스템 같은 지금의 지구 환경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부수어지고 갈라지고 모든 생명이 반 멸종의 길을 걸었다. 아직도 지구는 생생하게 살아있고, 우리가 언제 또 다시 멸종한 생물과 같은 길을 걸을지 모른다. 지구의 모든 실패와 성공의 역사가 인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 세기 과학자들은 고전과학에 너무 확신해서, 지금에야 너무 당연한 사실을 놓치기도 했다.

🔖(p.250)
포드가 자동차를 만들고, 월드 시리즈 야구가 시작되던 때에도 우리가 지구에 핵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세계의 중심이 아니란 걸 몰랐고, 혜성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몰랐고, 땅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몰랐으며, 빙하기의 존재를 모르고, 미시세계의 존재를 몰랐다. 그리고 의외로 우리는 아직도 많은 것을 모른다. 과거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생물이 살다갔는지를, 심지어는 동시대 심해 아래에 어떤 것이 꿈틀거리고 있는지를. 또, 우주에 떠도는 소행성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이라곤 ‘우리가 붙인 이름’ 뿐이다. 하지만 그래서 놀랍고 경이롭지 않은가? 인류가 출현한 이후로 평생을 바쳐 연구한 천재가 이렇게나 많은데도, 여전히 인류는 많은 것을 ‘모른다‘니! 세계가 너무 넓은 것에 무력감을 느끼기 전에, 앞으로 알게될 사실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 기쁘다. 그 은근한 기대를 저자 빌 브라이슨도 이렇게 내비친다.

🔖(p.547)
인간인 우리는 두 배의 행운을 얻은 셈이다. 우리는 존재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이 문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니 만큼 인간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자주 등장한다. 불행했던 고생물학자의 이야기(맨텔), 악랄한 성품으로 유명했어도 지금의 박물관을 있게 해준 인물(오언), 발전한 기술 속에서도 낭만을 지킨 아마추어 천문학자(에반스) 이야기… 우리는 운 좋게 태어났지만 많은 것을 느끼고,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우리가 아는 유일한 ‘종(種)‘이다. 모든 것이 우연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특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운명보다 더 특별하다. 여전히 인간이라는 종(種)이 최악의 ‘공포스러운 존재(p.546)’임이 다름 없더라도… 우리는 생존하고, 지금도 변화하는 이 지구를 마음껏 사랑해야 할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아주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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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인간적인 능력 - 경험 빈곤 시대,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12가지 능력
그레이엄 리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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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 생산적인 것이 가장 빛을 발하는 이 시대에서 되려 인간은 생산력을 잃어가는 듯하다. 인류가 지금껏 진화하면서 얻은 소중한 능력들은 어쩌면 이제 퇴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나는 AI와 기술의 빠른 발전에 긍정적인 입장인 사람이다. AI는 인간의 생산 활동에 매우 도움이 되는 도구다. 팀 규모의 노력이 소요되는 결과물을 이제는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데다가, 상상만 하던 것을 구현하는 문제도 어렵지 않아졌다. 예를 들면, 코딩... 물론 그에 뒤따르는 윤리적 테두리가 기술 발전보다 느리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그런데 간과한 부정적인 면이 또 있었다. 바로 AI가 인간적인 능력의 퇴화를 가속한다는 점이다.


가장 인간적인 능력, 그리고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 12가지를 각 장의 제목으로 썼다. ‘길찾기, 움직이기, 대화하기, 혼자있기, 읽기, 쓰기, 그리기, 만들기, 기억하기, 꿈꾸기, 생각하기, 시간인식’이 각 장의 제목이다. 디지털 환경이 등장하기 이전, 인간들은 위 항목들을 충실히 이행하며 생산적인 삶을 살았다. 계급에 의한 삶의 질 수준 차이는 있을 수 있었어도… 비교적 생존을 위한 능력 활용은 지금보다 뛰어났다. 뱃사람들의 자연, 감각, 기억을 활용한 길찾기, 많은 시간을 걸어서 이동하기, 도구의 조립, 분해, 구조 이해하기, 디지털 환경보다 삶에 더 많은 비중을 가지기. 이 책이 지적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나는 확실히 퇴화하는 인류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감각이나 자연에 의지해서 길을 찾을 수 없고, 오래 먼 길을 걸을 체력도 없다. 배관이나 가구에 문제가 생기면 혼자 해결할 수 없다. 그리고 삶으로 얻는 경험보다 인터넷 세계에서 알게 된 경험이 많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꿈꿀 수 있고, 그릴 수 있고, 읽거나 쓸 수 있다.(여기서 말하는 읽고 쓰기는 일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집중과 질의 문제다) 나는 아직 인간으로서 존재하며, AI나 기술 사회에 전복된 완전한 노예는 아니란 얘기다. 아직 인간으로서 도구를 도구로 사용할 줄 아는 것은, 여전히 인간적인 능력을 보유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몇 가지 능력을 거의 잃을 뻔했다. 그래도 되찾을 수 있다. 책에서는 인간적인 능력을 되찾게 해주는데도 진심이다.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행동들부터 가르쳐준다.


삶에서 얻는 경험보다 인터넷으로 간접 경험하는 데 집중했던 나를 반성한다. 인간적인 능력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인간이 되겠다. 일단은 수면 패턴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잃고 있는 인간적인 능력들은 개개인마다 다르다. 그래도 여전히 인간일 수 있다. 아직 간직하고 있는 능력을 활용하며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잃을 뻔’한 능력들을 되찾는 일만 남았다. 이 책에서 조언을 구해보자.


*본 서평은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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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행방불명된 기도를 위하여
이해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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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겨눈 총구는 적절한 이들에게 정확히 러브샷을 쏘았다. 적절한 이들이라면 충만한 미학을 느낄 것이다. 산문의 글은 사춘기 소녀같아서 생기있고, 마음을 어지럽히고, 감수성이 뛰어나다. (본문에서) 시를 배우던 때, 작품 속 화자가 항상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지적받았더랬다. 교복 치마자락, 어릴적 친구, 학창시절의 추억 같은 이야기는 산문에도 실렸다. 미성년의 환상을 닮은 글은, 아마 이제 이해 작가만의 개성과 작풍이 되었다. 


행방불명된 기도는 기억 같다. 그때 그 시간, 우리가 간절히 바라던 무언가, 불안감을 억누르기 위한 주문들 같은 것. 작가는 기억을 덜어내기 위해서도, 남겨두기 위해서도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기도들이 여지껏 산문에 지문처럼 남아있다. 아주 선명하게 남아있다.


산문을 읽으며 나는 종종 가청 주파수를 떠올렸다. 모든 학창시절, 지난 과거가 작가와 같지는 않겠지만, 그 기억 중 공통 분모가 생기면 내 기억도 되살아나는 것이다. 인식할 수 있는 주파수를 포착한 것과 같이 이해작가의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갈수록 시의 언어로 해체되는 것도 이 산문의 매력이다. 가청주파수의 신호가 점점 더 또렷해질 때즈음, 나도 나의 기도를 되찾는다. 과거에 대한 기억, 괴로움, 덮어두고 싶은 그런 일들을. 그래서인지 '다시 되돌아보기로 한다.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지. 나는 과거의 나를 책임지며 살고 있는지.(p.135)'라는 문장이 정말 좋았다. 나는 그렇게 살고 있다. 과거의 나를 나름 짊어지고 살고 있다.


행방불명된 기도, 그러니까 잊혀진 기억을 되짚으며 우리는 치유로 향한다. 가끔은 이런 소녀같은 마음을 되살려도 좋을 것 같다.


본 서평은 클레이하우스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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빤냐 이야기
한재우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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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헤세의 <싯다르타>를 떠올리게 하는 불교도적 영성 문학. 한재우 작가의 첫 소설이지만, 꽤 오래 글을 써온 경력 덕분인지 편안히 읽히는 것이 매력인 책이다. 마치 동화같으면서도, 이미지를 떠올리기 좋은 편안함이다. 어른도 아이도 읽기 좋은 <어린왕자>를 연상시킨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이 책을 어떤 시점에 접하느냐에 따라 얻는 감상은 제각기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 삶에 대한 통찰, 두려움, 생과 죽음, 성취에 대한 불안감은 모두를 관통한다. 시기에 따라 차례로 찾아올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 마음 속에 빤냐가 살고 있는 셈이다.

두려운 마음을 회피하고 이겨내려는 성정은 얼핏 자연스럽다. 두려운 것은 멀리하고 싶은 것, 삶의 방해물 정도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야심경에는 '마음에는 본래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서'라는 구절이 있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이 문장은 결말로 이어지는 순간 꺠달음으로 통한다. 어린 원숭이였던 빤냐가 '마르가'에 도달하듯 자연스러운 일처럼. 두려움은 더이상 스스로를 얽매는 존재가 아니다.

명상을 읽는 것으로 대신해도 좋을 것이다. 빤냐의 모험 안에 불교적 깨달음이 여럿 함께한다. 어려움이나 두려움 없이 '마르가'로 이르게 해준다. 만일 요즘, 두려움과 불안으로 지쳐있다면 펼쳐보길 추천한다. 

*본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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