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각의 기준을 만들어주는 책’이라는 카피 문구가 있었다. 나에게는 종종 편협한 사고와 가치관이 다른 의견을 배척하려는 성향이 있었기에 도움이 되어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자들이라면,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런 태도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 현명한 과학자들의 머릿속을 엿본 기분이 든다. 앞으로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기를 몸에 익힌다면 좀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간다. <넥스트 씽킹>에서 소개하는 3MT은 정확히 내가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해주어서 좋았다.

3MT란 세 번째 밀레니엄 사고를 뜻하는데, ‘21세기부터 30세기에 걸쳐 살아갈 사람들에게 유용히 쓰일 법한 사고법’을 정리한 용어다.

사실과 가치를 분리하기, 참/거짓과 같은 이분법적 논리보다는 확률론적으로 문제 대하기, 확증 편향을 피하기 등의 사고법은 과학자나 개발자들에게만 권장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슬기로운 일상에, 혹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나 발판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법을 소개하면서 근거와 사례를 구체적으로(그래프나 도식, 실제 실험) 활용해 설명한다는 점은 더 더 좋았다. 과학적이라서 신뢰가 간달까. 내가 동경하는 과학자의 마음이 그렇달까.

이쯤에서 인상 깊었던 몇몇 부분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불확실성을 이해하기

내가 확신하는 정도에 차이를 두자. 모든 진술에 어느정도 불확실성을 부여하자. 내가 품은 믿음에 지나친 애착을 느끼지 않아야만, 틀렸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 이런 자세를 갖추면 내가 어떤 부분에서 틀렸을 지 예측하게 될 수도 있다. 너무 확신하는 자들의 말을 믿지 말자. (이런 사람들 대다수는 사기꾼일 것이라는 판단에 나는 무척 동의 한다…! 저명한 철학자들도, 과학자들도 확신이라는 말을 쉽게 입에 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신뢰할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사실에 어느 정도 확신하고, 그 확신에 어느정도 신뢰해도 괜찮을지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확신과 신뢰도 사이의 (책에서는 확신도라고 말한다) 차이를 보정해 나아가야 한다.

물리학자들이 확신도를 추정하는 과정을 상상하면, 왠지 나도 그런 지식인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조금의 지적허영)




2. 어떤 오류를 더 피하고 싶은지 생각하기

여기선 조금 어려운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분명 도움이 된다. 예컨대, 신호가 있으면 잡음이 있다. 그리고 이 잡음으로 인해 신호는 거짓음성, 참음성, 거짓양성, 참양성의 사분면 형태를 띤다. 이 내용을 설명하는 재미있는 예시가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검사가 법률에 규정된 증거 기준과 입증 책임 요건을 충족할 때에만 피고인에게 유죄 평결을 내릴 수 있다는 법칙이다. 하지만 확증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추측이지만)거의 확실한 피의자를 놓치는게 옳은 일일까? 자칫 범죄에 무른 태도처럼 보이는데도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만 이 편향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형사 사건에서는 시민 개인이 검찰이라는 공권력을 정면으로 상대해야 한다. 이때, 검사는 피고인보다 인적•물적 자원이 훨씬 풍부하다는 데 있어서 불평등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만약 처벌을 내린 피고인이 정말 무고한 인물이었다는 상황을 가정하면, 진범은 풀어주는 셈이 된다. (결과적으로 진범을 풀어주고) 무고한 사람을 처벌할 위기를 채택하느니, 처벌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영국의 법학자 윌리엄 블랙스톤 경이 무고한 사람 한 명을 단죄하는 것보다 범인 열 명을 놓치는 편이 낫다는 말을 남긴 이유다.

어떤 선택, 견해를 따르다보면 편향의 오류 때문에 신호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오류를 더 피하고 싶은지 더 신중해져야 할 것이다.


3. 사실과 가치에 갈등이 있을 때

책의 말마따나, 우리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가치판단의 뗏목에서 시작하며, 무엇이 괜찮고 무엇이 괜찮지 않은지 생각할 때 상식을 활용한다. 그리고 이 상식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형성되기 마련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가 집단간 대립적인 태도로 인한 상대 진영의 악마화다.

이 가치 상충관계를 가라앉히는 것은 생산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이끌고 가기 위해 필수적이다. 내 견해를 위협하는 정보를 맞닥뜨려도 부정, 합리화, 무조건적인 거부를 지양하자. ‘공유된 가치에 이르는 길은 분명히 있다(p.330)’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발언 기회를 줘야한다. 긴장 관계에 있는 가치를 대변해 논쟁할 때, 가치의 우선순위가 다르더라도 ‘가치 공유가 가능함’을 인정하자. 중요한 것은 더 생산적인 길로 논의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연, 책에서도 언급하는 ‘과학적 낙관주의’와 ‘팃포투탯(Tit for Two Tats, TF2T)’일테다.

‘좌절이 팽배하지 않을 만큼 협력적인 사람들이 많이 있(p.372)’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첫 두 번은 호의와 협력을, 배반을 한 상대에게는 응징(덜 신사적으로 굴기)을 해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이 방법을 잘 기억해두고 활용할 수 있기를!



결론

어렵지만서도 배울 점이 많았던 책이었기에,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모든 세대가 이 사고법을 배웠으면 한다. 그런 마음으로 느린 속도에도 완독에 임할 수 있었다.

과학적으로 낙관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상대를 악마화 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면. 그리고 이건 내가 이 책을 정말 좋다고 느꼈던 이유인데, 개인이 실천해야 할 문제와 집단이 실천해야 할 문제를 구분해뒀다는 점이다.

덕분에 나는 무력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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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0-20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세기까지 살아갈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고법이란 표현에 빵하고 터졌습니다.ㅎㅎ 30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