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기억책 -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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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년 전 쯤 플랜테리어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고,

예술에 가까울 정도로 싱그럽게 꾸며놓은

실내를 보면서 단지 예쁜 인테리어가 아니라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생기를 느꼈었다.

그때부터 나도 식물을 키워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막상 바쁘게 살다보니 늘 생각만으로 그쳤다.

그러다가 큰맘 먹고 들여놓은 식물이

비실대기 시작하면서 난감해하던 중

큰 화분을 선물받게 되면서 분갈이를 해준 후

싱싱하게 다시 살아난 경험을 하면서 자신감이 붙게 되었다.

그렇게 취향에 맞춰, 목적에 맞춰 들여놓은

식물들이 이젠 거실 한켠 볕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종류만 해도 10종류가 넘게 되었다.

물론 2~3종은 안타까운 이별을 했지만 이 정도면

초보식집사치고는 잘해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이렇게 식물을 들이고 하다보니

자연히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기면서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보는 것만도 힐링이 되는 존재이지만

식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니

더 신기하고 애정이 생긴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

식물도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 <사계절 기억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역시

그런 최근의 나의 관심사 때문이었다.

식물로 시작한 내 관심은

정원, 곤충, 새에서 생명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책들을 하나 둘 읽고 있는데

다른 주제의 책들에 비해

유독 이런 식물, 동물 생명과 관련된 책들은

세밀화로 그려진 책들을 더 선호하게 된다.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보다는

그들의 특성을 좀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볼 수 있으며

생명에 대한 그린 이의 애정과 사랑도 느껴져서일까,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선 세밀화로 된

책부터 손에 들고 보게 된다.

<사계절 기억책>이 더 특별했던 것은

기후로 인해 점점 위기를 맞는 생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환경변화에 의해서 사라지기도 하고

누군가의 훼손으로 인해서 사라진 존재에 대한

그림으로나마 남겨진 기록들이다.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숲이 보이는 집으로 이사하고,

전화 통화를 하다가 책상에 붙여둔 새그림을

무의식적으로 그린 것을 깨달으면서

자연의 그림을 그려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해 엮은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주제로 담아냈다.

처음에는 좀 어설플 수도 있었던 그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함과 안정감이 생기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단상들도

깊이를 더하기 시작한다.

흔히 '아카시아'라고 알려진 '아카시나무'.

이름을 다시 찾아준 것부터

동요에도 등장하고

동네 뒷산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했던 아카시나무가

왜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게 되었는지

슬픈 진실을 전해준다.

수형이 쓸모가 없어서 대체해버린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곁을 조용히 떠나간 생명들이 얼마나 될까.

인위적인 폭력에 의해서 사라진 경우도 있다.

여름이면 주홍빛 꽃송이가 주렁주렁 열리듯 피는 능소화.

경북 경산시 자인면에 60년된 적산가옥 앞에

50년된 능소화는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면서

인스타 핫플로 인기를 누리면서 동네의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어느날 주인이 오래 집을 비운 사이에

누군가가 그 능소화 줄기를 잘라버린 것이다.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이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죽은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폐허처럼 남겨져버린

이 곳을 경산시가 나서서

가장 비슷한 수령의 능소화를 다시 심으면서

지금은 옛 분위기를 다시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적산가옥과 함께 한 세월의

아쉬움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그 시간만큼 다시 함께 할 수 있길.

'4YRBY'. 얄비라 불리는 큰뒤부리도요.

이 새에 대한 얘기도 여운과 안타까움이 많이 남았다.

2008년부터 뉴질랜드에서 날아오기 시작한

이 새는 다리에 가락지와 플래그가 부착되어 있었다.


가락지와 플래그를 새의 다리에 부착하는 이유는

이동 경로를 비롯해 새에 관한 여러 정보를 알기 위함이다.

흰색 플래그는 뉴질랜드에서 새의 이동을 연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색이다.

-중략-

알록달록한 가락지 색깔은 노랑, 빨강, 파랑 그리고 노랑이었고

( 이 색깔을 두 가지로 조합해서 각 나라를 의미한다)

첫 글자들이 YRBY였다.

이렇게 해서 이 새의 이름은 얄비가 되었다.

P134

큰뒤부리도요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3월에 출발해

1만km의 거리를 일주일 동안 날아서

우리나라 낙동강 하구에 4월쯤 도착한다고 한다.

낙동강이나 금강에서 한 달가량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보충하고 5월에 알래스카로 이동하고,

알래스카의 짧은 여름 동안 새끼를 친 뒤

9월쯤에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처럼 1년에 이동 거리가 대략 3만km로

지금까지 연구된 조류 가운데 최장 거리를

가장 오랜 시간을 비행한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상공 2천 m에서 비행하는 가장 높이 나는

새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멋진 새가 처음 발견된지

5년째 되는 봄부터는 볼수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2011년 9월에 뉴질랜드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1년 5월 낙동강을 떠난 이후 얄비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 행방을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어떤 연유로 사라진 것인지.

언제나 우리곁에 있을 것 같던 존재들이

시나브로 사라져가는 것을 느낄 때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할까 마음이 급해진다.

이 책은 우리가 관심갖지 않아서

잃어버릴 수도 있는

그런 작고 소중한 생명들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정감있게 들려주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생명부터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그 시작은 그들에 대한 관심부터일 것이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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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끌리는 사람들, 호감의 법칙 50 - 그 사람은 왜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까?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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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이란 사람에 대한 좋은 '감정'이라고 한다. 

보통 사람들을 만날 때 호감가는 스타일이냐 아니냐, 

잠깐 스쳐가듯 사용하는 이 '호감'이라는 감정은

실은 거의 하루종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호감'을 그렇게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사람들과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결과론적으로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호감'이라는 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책 <괜히 끌리는 사람들, 호감의 법칙50>에서 저자는 말한다. 


"호감을 주는 몇 가지 요소를 선척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있다. 

외모나 목소리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대부분 후천적으로 만들 수 있다. 

표정, 매너, 교양, 자기관리, 전문성 등이 후천적인 요소다. 

호감의 중요성을 알고, 기본적인 요소를 익히며, 

생활에 적용한다면 누구나 호감 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당장 누군가 말할 때 당신이 진지하게 들어준다면 

호감 가는 사람으로 작은 변화가 시작된다. 

p.24~25"


스스로 정의내리지 않아서 그렇지 

사람들과의 관계과 

어렵고 힘들고 불편한 상황의 원천을 따져보면

아마도 이 '호감'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타고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이 책은 '호감'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호감가는 사람들의 유형, 

호감을 만드는 습관, 작고 사소한 기술들, 

그리고 호감을 만드는 마인드셋, 

마지막으로 호감을 부르는 실전 전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지 메이킹과 비슷할 수도 있지만

호감은 좀더 깊은 내면으로부터의 문제로 

좀더 넓고 큰 범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호감을 키우는 기술에 독서, 글쓰기, 운동과 같은 

삶의 근본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운'에 대한 생각의 변화와 같은 마인드셋도 역설한다. 


​호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경청과 공감'이라고 한다. 

이는 상담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결국 상대의 마음을 열고 변화시키려면 

상대의 말에 집중하고  진정성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직에서,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호감'은 좀더 스킬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를 위해서 우선 현재의 나를 먼저 진단하게 한다. 

가슴 아플 수 있지만 솔직하게 

현재 자신의 호감도를 진단한 후 

본격적으로 호감도 높이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다음 단계로는 호감가는 사람들에는 

어떤 유형이 있는 지 살펴본다. 

리더형, 유머형, 겸손형, 아이디어형, 동경형,

순진/백치미형, 리액션형, 마당발형, 

세계평화주의자형, 문제해결형까지

열 가지 유형을 살펴보면서

나에게 맞는 유형을 찾아본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각 유형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혹은 희망하는 유형을 찾았다면

어떻게 하면 그러한 부분을 키우고 부각시킬 수 있는 지 

그 방법과 전략도 같이 제시해주어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그런 후에는 호감을 주는 마인드셋을 알아본다. 

긍정성, 친숙함, 배려심, 진솔함, 낯섬, 

긴장감, 동질성, 전문성 

8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긍정성과 배려심과 같은 것은

진정성있는 마음만 있다면 

당장 실천해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호감을 키울 수 있는 실전 전략을 다루는데

해야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하지말아야 할 잘못된 사례로 짚어줌으로써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고보니 실생활에서는 

'호감'이라는 말보다는 

'비호감'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그 비호감의 함정만 피해도 중간은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그런 행동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왜 그런 행동이 비호감이 되는지 조언을 해준다.  


부록에는 나만의 호감 전략을 세워볼 수 있도록 

 DISC 성향분석  진단지와 성향별 전략을 제시해준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살아온 스타일을 수정하기는

쉽지 않고 버리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바꾸려는 시도나 노력이 없다면 

지금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작은 변화부터 도전하여

작은 물길을 바꾸는 노력을 해본다면

언젠가는 큰 물줄기가 바뀌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제시한

실용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부분부터 펴서

오늘부터 바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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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나 365일, 챌린지 인생 문장 - 1년은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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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고 벌써 한 달이 훅 지났다.

내일모레면 2월의 시작이다. 

어떻게 보면 연말의 헛헛함보다

연초의 가속되는 시간이 더 아쉽고 안타깝기만 한다. 

무엇이라도 시작을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안팎으로 부산스러운 요즘, 

마음도 덩달아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이 책 <하루하나 365일, 챌린지 인생 문장>을 만났다. 


처음에는 복잡한 상황에서 집중하기 힘들어

짧은 문장이라 읽기가 편할 것 같았다. 

가볍게 책을 펼쳐서 읽어가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와 무게가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주고

그 문장들을 저자의 시각으로 덧붙여 풀어주니 

그 깊이와 힘이 더해진다.  



​저자는 1만여 권의 책을 읽고 

그 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장이 인생 명언으로 다가왔고, 

그 문장들이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인생문장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문장들을 모아서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고, 결심하고, 자신만의 인생문장을 만들 수 있는

책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의 해석과 조언이 담긴  

그 문장들을 매일 읽고 결심하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삶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의 부제가 얘기하는 것처럼

'1년은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므로.



매일의 문장에는  세 개의 체크박스가 있다. 

'읽기'는 오늘 읽어야 할 문장 하나를 읽었을 때 표시한다. 

매일 빼놓지 않고 읽으면 가장 좋겠지만 

혹시라도 중단하더라도 

다음부터 이어가기 쉽도록 되어있다.

두 번째는 '결심하기' 체크박스이다. 

하나의 꼭지가 끝나고 다음 꼭지로 넘어가기 전 

다시 한번 빠르게 지금까지 읽었던 꼭지를 훑어보면서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뒤 

체크박스에 표시를 하면 

한 번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으며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세 번째는 '인생문장' 체크박스로 

결심하기를 하면서 유독 기억에 남았던 문장을 

골라 표시해 두고 책을 완독한 후에 

20개를 채워 부록으로 실린 

'나의 인생문장집'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주제별로 보자면 

전체는 4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운명에 맞서 개척하는 인생, 도전의 계절

달콤한 환상 꿈같은 사랑, 열정의 계절

어떨 때는 배반하는 인생, 인내의 계절

흐르는 시간 영원한 사랑, 이성의 계절 



1년 사계절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희노애락의 인생 사계절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굳이 주제를 나누지 않아도

한 문장 한 문장 읽다 보면

내가 현재 놓여있는 현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기도 하고

공감이 되기도 한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읽으면

마치 명상을 하고 난 다음처럼

바람결에 흔들리던 마음과 정신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 

매일매일의 상황이 다르고

그에 대처하는 내 마음의 상태가 다르니

올해 뽑는 인생문장과 

내년에 뽑는 인생문장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바뀌어 있는 내 모습도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한 번 훑었으니 

오늘부터는 체크를 해가면서 

한 문장씩 만나봐야겠다. 

'나만의 인생문장집'이  

어떤 문장들로 채워질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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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트래블러 - 인디아 로맨스
베레카 그림, 자림 글 / 메종인디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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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하면 떠오르는 것은 

세계인구순위 1위, 14억 정도의 엄청난 인구. 

힌두교, 요가, 시바신, 카스트제도, 카레,

0을 처음으로 발견한 나라.

4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 인더스 문명. 

타지마할 궁전,

최근에는 IT강국, 발리우드...정도다. 

예전에는 게으르고 미개한 나라라고 생각되어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인도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이 들었던 것은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책을 읽고부터였다.

정서에는 맞지 않았지만 그런 무질서 안에서

엄청난 에너지와 잠재력이 느껴졌었다. 

류시화 작가는 그 이후에도 인도와 관련된

책을 여러 권 내었고 나는 그때마다 

인도를 간접체험하는 것을 즐겼다. 

그 외에도 나의 힐링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도

인도의 모습은 호기심과 신기한 대상일  뿐이었다. 


지금도 여행을 떠올릴  때

여전히 인도를 순위에 넣지는 않지만 

수많은 간접경험을 하면서 

인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드로잉 트래블러 : 인디아 로맨스>를

처음 봤을 때는 인도의 이런 여러 모습을 

단순히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나 그림을 그린이나 

심지어 출판사까지 인도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고

인도에 대한 사랑을 알리는 일에 진심이라는 것이 알게 되면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심지어 출판사 이름도 '메종인디아'라니!


​이 책을 그린이 베레카는 드로잉 그것도 건축물을 

그릴 때 설레고 즐겁다고 한다. 

세계를 돌며 각국의 건축물을 그릴 생각이었는데

인도를 마지막으로 코로나로 인해 

계획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마지막 여행지였던 인도를 생각하며

계속 그려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가슴앓이를 하다가 

드디어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지자 

인도로 한 걸음에 달려갔다. 


타의에 의해서 만날 수 없으면 더욱 애절해지는 법. 

인도는 그렇게 글쓴이나 그린이에게 

사랑으로 자리잡았고

다시금 만난 인도는 이전에 느꼈던 감정보다

훨씬 더 깊어지게 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다시 재회를 하게 된 

인도의 공항에서부터 출발한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왔을 때같은

공기와 온도, 바람에 실려오는 인도의 냄새를 맡으며 

그동안의 그리움, 행복감을 느낀다. 


​그린이가 사랑하는 펜드로잉은 외에도 

수채와, 유화를 비롯 다양한 기법으로

그 순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도를 그린다.

심지어 인도어가 가득한 책 위에도 

굵고 힘찬 그림을 그려넣음으로써 

인도의 무겁고 깊은 느낌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각 페이지마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지만

결국 모두 인도이다. 

육중한 모습, 

밝은 모습,

어둡고 음습한 모습, 

복잡하고 지저분한 모습, 

강렬한 모습, 

결국 다 사랑에 빠진 인도의 모습인 것이다. 



​그림은 삭제의 기능이 있다.

그린이의, 글쓴이의 가슴에 담긴

인도의 모습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편견을 가지고 보느라 

놓칠 수 있는 모습들, 

눈에 띄는 사실에 가려서

보지 못하는 인도의 진실한 모습을,

다른 것을 삭제하고 제거함으로써

고스란히 드러나게 한다. 

그런 편견을 지운 인도의 모습은 

깊고 고요하며 정적이며 활기차다.


" 인도에 와서 2주일이 지나자 끝없이 자아 해체가 이루어지면서 

잘게 부서지는 버거운 통증을 느끼던 나날이었어요. 

일을 하면서 했던 많은 선택과 결정들이 코로나 이전엔 

분명 옳았는데, 코로나 이후인 지금은 

다 틀린 것만 같아서 많이 아팠어요. 

이곳에서 날마다 한 시간씩 공원을 걸으며 햇빛을 모으고, 

욕조에 물을 모아서 체력을 끌어올려요." 

p.75



지은이에게 인도는 표면적인 아름다움만 주는 곳이 아니라

내면의 아픔과 상처, 혼란을 끌어내고

이를 치료해주는 소울의 공간인 것 같다. 

로맨스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니듯

갈등과 상처, 회복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깊어지는 것처럼

여기에 한동안 보지 못했던 그리움까지 더해

이제 저자는 인도를 진정으로

더 깊이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많은 말들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정,

"인도, 사랑해"

이 책은 이렇게 끝이 난다.



처음 책을 보았을 때는 

인도의 여러 모습을 감상하게 되고,

두번째는 

인도를 향한 저자의 깊은 울림의 사랑을 느끼게 되고,

세번째 볼 때부터는 

나도

인도를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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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늬 있는 경성미술여행
정옥 지음 / 메종인디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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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30년대의 경성은 매력적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것 같은 시대적 상황이었지만

새로운 시류와 변화를 맞이하며 즐기는 인간의 본능이 

슬프고 처절하지만 순수하게 융합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경성이라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매력은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처음 느꼈었다.

어두운 공간에 있던 주인공이 무의식으로 찾은 곳이

극단적으로 화려한 미쓰꼬시 백화점 옥상이었다. 

다시 한번 경성의 활기찬 사람들 속에서

제 몫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 욕구를 느끼며

날기를 희망했던 마지막 장면에서 느꼈던 그 낯섬의 충격은 

학창시절에 읽었음에도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 역사적 암흑기라서 자세히 보고 싶지 않았음에도

경성이라는 시공간과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생겼었다. 

화가, 음악, 문학, 사진 등 예술가들은 

제한되고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새로움에 대한 반짝이는 호기심과 열망으로 

그 안에서나마 즐기고 향유하려는 간절함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복합적인 상황이 더 경성이라는 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터무늬 있는 경성미술여행>이라는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

너무 반가웠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막연히 경성의 예술가들에 호기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들이 활동했던 공간을 찾아 당시의 흔적을 더듬어가면서 

예술계를 훑는다고 하니

책 제목만 봐도 설레였고, 하루빨리 읽고 싶었다. 

미술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물리학을 전공한 저자는 뒤늦게 미술의 매력에 빠져 

10여 년 동안 미술관 도슨트 활동을 했고,

한 때는 갤러리도 운영을 정도로 

이제는 미술과는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터무니없다'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는데, '터무니'는 

'터의 무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이 표현을 인용한다면, 나는 이 책에서 

'터무늬 있는' 우리 근대 미술을 이야기해 보고 싶은 것이다.

p.7 「여행의 시작에 앞서」에서 


처음 이 책의 부재가 왜 '터무늬 있는'인가 궁금했는데 

지금은 없어졌을 수도, 흔적만 조금 남겨져 있을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을 따라가며 당시 화려했던 경성의 예술의 발자취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근대식 건물이 즐비하고 화려하게 장식한 백화점에 

쇼핑객이 넘치는 공간이었으며, 

모던보이, 모던 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화려한 도시이면서도 일제의 식민 지배 제도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던 이 시기에 경성은 근대기 미술의 중심지였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의 시기까지 포함한 이 책은 

그 경성의 미술 관련 장소들을 

학습의 터, 창작의 터, 유통의 터로 구분하여 찾아 나선다. 


그 시작은 북촌 고희동미술관, 중앙고등학교에서 출발한다. 

식민지배의 시각적 도구가 된 조선의 별궁, 경복궁의 

동궁 영역, 건청궁 영역을 살펴보고, 

가장 많은 곳을 둘러보며 머무는 곳은 

북악산과 인왕상에 둘러싸인 창작자들의 동네 서촌이다. 

이상범 가옥, 천경자 집터, 박노수미술관, 무계원, 

석파정 서울미술관, 환기미술관, 경복고등학교, 

진명여중고교 터, 서촌 출구를 지나

세종로, 남촌으로 이동한다.

시각 이미지의 대중화와 미술시장의 확장이 있었던 곳으로 

동아일보 사옥, 구세군 중앙회관, 덕수궁,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서울 프린스호텔 : 경성미술구락부 터까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우리 미의 탐구와 문화보국의 현장인 

성북동의 최순우 옛집과 간송미술관, 노시산방&수연산방을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가슴아픈 시대상황으로 인해 흔적이 없어진 곳도 있고, 

무지와 잇속을 챙긴 결과로 중요한 공간이 

통째로 없어져버린 것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기적같이 그 공간을 유지한 곳을 보면 안도의 한숨이 나오지만

간송미술관처럼 지켜야하는데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여전히 갈 길은 멀구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이 책은 단순히 여정을 따라가며 미술의 에피소드를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꽤나 깊고 넓게 

근대미술의 배경과 의미를 탐구한다. 

그래서 때로는 한 장소와 연결된 인물와 당시의 상황 등 

역사와 비평의 단계까지 들어가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단편적인 에피소드 중심이라면

생각해보지 못했을 질문과 그 배경까지 아우름으로써

진지한 미술사 수업을 듣는 것 같은 깊이감이 느껴진다.


​여정을 마치고 저자는 아쉬운 마음에 

이 책의 주제에는 살짝 벗어나지만

마지막으로 들른 수연산방에서 1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한국가구박물관까지 가볼 것을 추천해준다. 

전통한옥과 더불어 목가구 중심으로 한 

다양한 우리 전통 공예품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슨트 프로그램이나 체험 탐방 같은 프로그램에

종종 참여했었는데 그때도 

도슨트 분들은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서

끝나고 어디를 가보시라, 혹은 지금은 시간상 안되지만

나중에라도 어디를 가보시라고 알려주시는데

마치 책으로 그런 열정적인 도슨트를 만난 기분이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면 진짜 경성을 배경으로 한

미술나들이 체험을 한 기분이다.

인사동, 을지로, 청계천, 북촌, 서촌, 광화문 등

주거상 혹은 업무상 자주 다녔던 곳이다.

늘 역사 속의 거리를 걷고 있는 황홀한 느낌을 받곤 하는데

책을 보면서 더욱더 흠뻑 빠져들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우리가 가는 여정을 앞에서 부터 표시하고, 

이동을 할  때마다 위치를 표시해주었다면

공간의 느낌이 더 실감났을 것 같다.

그림과 사진도 조금 크고, 좀더 많았다면

보고 읽는 재미가 더하지 않았을까 싶다. 

가지고 다니며 여정을 쫓아가라는 의도로

작은 판형을 선택했다면 

그 또한 의미는 있어보인다. 


​날이 좀 풀리면 저자가 소개해준 여정대로

다시금 차근차근 따라가 봐야겠다.

이전에 봤을 때의 느낌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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