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기억책 - 자연의 다정한 목격자 최원형의 사라지는 사계에 대한 기록
최원형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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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년 전 쯤 플랜테리어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고,

예술에 가까울 정도로 싱그럽게 꾸며놓은

실내를 보면서 단지 예쁜 인테리어가 아니라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생기를 느꼈었다.

그때부터 나도 식물을 키워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막상 바쁘게 살다보니 늘 생각만으로 그쳤다.

그러다가 큰맘 먹고 들여놓은 식물이

비실대기 시작하면서 난감해하던 중

큰 화분을 선물받게 되면서 분갈이를 해준 후

싱싱하게 다시 살아난 경험을 하면서 자신감이 붙게 되었다.

그렇게 취향에 맞춰, 목적에 맞춰 들여놓은

식물들이 이젠 거실 한켠 볕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종류만 해도 10종류가 넘게 되었다.

물론 2~3종은 안타까운 이별을 했지만 이 정도면

초보식집사치고는 잘해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이렇게 식물을 들이고 하다보니

자연히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기면서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보는 것만도 힐링이 되는 존재이지만

식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니

더 신기하고 애정이 생긴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

식물도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 <사계절 기억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역시

그런 최근의 나의 관심사 때문이었다.

식물로 시작한 내 관심은

정원, 곤충, 새에서 생명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책들을 하나 둘 읽고 있는데

다른 주제의 책들에 비해

유독 이런 식물, 동물 생명과 관련된 책들은

세밀화로 그려진 책들을 더 선호하게 된다.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보다는

그들의 특성을 좀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볼 수 있으며

생명에 대한 그린 이의 애정과 사랑도 느껴져서일까,

명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선 세밀화로 된

책부터 손에 들고 보게 된다.

<사계절 기억책>이 더 특별했던 것은

기후로 인해 점점 위기를 맞는 생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환경변화에 의해서 사라지기도 하고

누군가의 훼손으로 인해서 사라진 존재에 대한

그림으로나마 남겨진 기록들이다.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숲이 보이는 집으로 이사하고,

전화 통화를 하다가 책상에 붙여둔 새그림을

무의식적으로 그린 것을 깨달으면서

자연의 그림을 그려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해 엮은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주제로 담아냈다.

처음에는 좀 어설플 수도 있었던 그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함과 안정감이 생기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단상들도

깊이를 더하기 시작한다.

흔히 '아카시아'라고 알려진 '아카시나무'.

이름을 다시 찾아준 것부터

동요에도 등장하고

동네 뒷산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했던 아카시나무가

왜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게 되었는지

슬픈 진실을 전해준다.

수형이 쓸모가 없어서 대체해버린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곁을 조용히 떠나간 생명들이 얼마나 될까.

인위적인 폭력에 의해서 사라진 경우도 있다.

여름이면 주홍빛 꽃송이가 주렁주렁 열리듯 피는 능소화.

경북 경산시 자인면에 60년된 적산가옥 앞에

50년된 능소화는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면서

인스타 핫플로 인기를 누리면서 동네의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어느날 주인이 오래 집을 비운 사이에

누군가가 그 능소화 줄기를 잘라버린 것이다.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이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죽은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폐허처럼 남겨져버린

이 곳을 경산시가 나서서

가장 비슷한 수령의 능소화를 다시 심으면서

지금은 옛 분위기를 다시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적산가옥과 함께 한 세월의

아쉬움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그 시간만큼 다시 함께 할 수 있길.

'4YRBY'. 얄비라 불리는 큰뒤부리도요.

이 새에 대한 얘기도 여운과 안타까움이 많이 남았다.

2008년부터 뉴질랜드에서 날아오기 시작한

이 새는 다리에 가락지와 플래그가 부착되어 있었다.


가락지와 플래그를 새의 다리에 부착하는 이유는

이동 경로를 비롯해 새에 관한 여러 정보를 알기 위함이다.

흰색 플래그는 뉴질랜드에서 새의 이동을 연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색이다.

-중략-

알록달록한 가락지 색깔은 노랑, 빨강, 파랑 그리고 노랑이었고

( 이 색깔을 두 가지로 조합해서 각 나라를 의미한다)

첫 글자들이 YRBY였다.

이렇게 해서 이 새의 이름은 얄비가 되었다.

P134

큰뒤부리도요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3월에 출발해

1만km의 거리를 일주일 동안 날아서

우리나라 낙동강 하구에 4월쯤 도착한다고 한다.

낙동강이나 금강에서 한 달가량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보충하고 5월에 알래스카로 이동하고,

알래스카의 짧은 여름 동안 새끼를 친 뒤

9월쯤에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처럼 1년에 이동 거리가 대략 3만km로

지금까지 연구된 조류 가운데 최장 거리를

가장 오랜 시간을 비행한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상공 2천 m에서 비행하는 가장 높이 나는

새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멋진 새가 처음 발견된지

5년째 되는 봄부터는 볼수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2011년 9월에 뉴질랜드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1년 5월 낙동강을 떠난 이후 얄비는

어떻게 되었는지 그 행방을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어떤 연유로 사라진 것인지.

언제나 우리곁에 있을 것 같던 존재들이

시나브로 사라져가는 것을 느낄 때면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할까 마음이 급해진다.

이 책은 우리가 관심갖지 않아서

잃어버릴 수도 있는

그런 작고 소중한 생명들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정감있게 들려주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생명부터

지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그 시작은 그들에 대한 관심부터일 것이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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