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미학 - 미적 안목을 기르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최소한의 디자인 미학 지식
최경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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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미술과는 다르게 

디자인은 실용적인 것과 연관이 있다 보니

기능적인 부분과의 조화가 잘 맞아 떨어지면

순수미술이 주는 감동과는  또다른 

유쾌한 설렘을 준다. 

기능보다 미적인 감각이 우선이 되는 

요즘은 특히 더 디자인의 요소가 중요해졌다.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이미 디자인은 비중을 논하기 어려울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술의 관점에서 

디자인은 어떤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디자인이 어떤 역사를 걸어왔고

지금은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디자인의 미학> 이 책을 읽고난 후에야 깨달았다.  

아니, 비로소 의식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서자같이 태동한 디자인이

예술로서 제대로 평가받고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기위해 많은 편견과 싸우며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야 했다는 것을.


충족시켜줄 디자인을 원하기 시작했다. 

디자인에서 기능성을 넘어서는 격조 높은 즐거움을 얻으려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디자인의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변화를 모두 끌어안은 것이 바로 디자인 미학이다. 

디자인 미학을 통해 기능주의에 의존하던 기존의 단순한 디자인 논리는 

좀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뀌어갔다. 

-머리말 '디자인 미학의 시대를 환영하며' 中-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디자인에서의 미학, 미학에서의 디자인'에서는 

디자인과 미학이 무엇인지 용어부터 정리하고,

'디자인의 미학'이 왜 탄생했는지, 

왜 필요한 지 역사부터 현재까지를 다루고 있다.

2장  '미학의 체계 속에서 디자인'에서는

진정한 예술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조명하면서

예술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전통적인 미학관으로는 더 이상 예술을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게 되면서

새로운 미학관이 요구되어졌고, 

그러한 상황에서 탄생한 '디자인 미학'이 

새로운 미학관을 정립하는데 이정표가 된

배경과 과정을 서술한다. 

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장 '디자인의 미학적 구조'에서는 

디자인의 발전과정, 

디자인의 내용과 형식, 

디자인의 언어인 형식미, 

다양한 디자인의 형태미, 

또다른 형식인 디자인에서의 색까지 

전방위적으로 디자인의 요소를 분석하고, 

종합적인 디자인 작품을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의 역사적에서 

의미있는 작품들을 다양하게 만난다.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것처럼

그 과정을 따라가면 만나는 작품들은

흥미롭고 가슴을 설레게 한다.



팬톤의 플라스틱 의자는 플라스틱이 가져다준 가히 혁명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재료가 다리도 되고, 등받이도 되고, 앉는 바닥도 되니 

그간 복잡한 가공 과정을 거쳐 의자를 만들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제작시간이 단축되었다. 

-중략-

이 팬톤 의자는 플라스틱을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 꼽히며, 

이 의자 이후로 다양한 분야에서 플라스틱으로 수많은 디자인 제품이 만들어졌다. 

팬톤 의자는 바로 그 중심점, 시작점에 있던 디자인이다.

p.248~251 中


그렇게 기능적인이지만 

아름다움을 담은 디자인은 

시대의 철학과 전통 등을 반영하며

다양하게 발전한다.

그 과정 역시 작품을 통해서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지막에는 작가로서의 디자이너들을

작품과 함께 소개한다.

분야와 한계를 구분짓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의

다양한 디자인 작품들을 보노라면

디자인은 그저 

표현방법과 용도가 다를 뿐

오롯이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먼저 소개된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기능주의 디자인의 흐름을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으로 

바꾼 장본인으로 그의 활약으로 미학과

같은 인문학적 가치들이 디자인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시발점이 된 작품이 바로 <프루스트 의자>이다.



재미있는 것은 몇 년 전에

한국에서 알레산드로 멘디니 전시회가 

열렸었는데 그때 전시회를 다녀왔던 기억이 

책을 읽다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지금도 기억이 또렷한 그 의자가 바로 

디자인의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작품이라고 하니 새삼 신기하기만 하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디자인은 이제 영역과 분야를 뛰어넘어

전방위적으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감각을 지배하고 있다.

편리함으로, 혹은 아름다움으로.

이 책은 그 '디자인'이라는

실체를 의식하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태동부터 현재까지 

전체적으로 디자인을 살펴봄으로써

좀더 심도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자꾸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아는만큼 보이고, 친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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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렀다 갑니다 - 단 하룻밤 머물다 갈지라도 평생에 걸쳐 그리울, 숙소에세이
맹가희 지음 / 하모니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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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연휴기간 여행가기로 했던 행선지를 갑작스럽게 

강원도 인제로 바꾸면서 연휴시작 전날에야 

급하게 숙소를 알아보게 되었다.

이미 괜찮은 숙소는 모두 예약완료된 상태여서 

남은 숙소중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예약했다.

(사진과 실물을 늘 달라서 실망으로 하곤 하지만)

후기는 좋은 편이었지만 후기만으로는 믿을 수가 없고, 

직접 가 봐서 맘에 안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복불복이라는 마음으로 예약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방의 모습이 사진과 똑같았고, 

창밖으로 내린천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너무 멋진 곳이었다. 

숙소 뒷편으로 내린천을 보면서 쉴 수 있는 

넓은 공간도 꾸며져 있었고, 불멍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있었다. 

또한 추석 시즌에 맞게 대형 달모형의 에드밸룬을 설치되어 있어 

한가위의 분위기도 물씬 느낄 수 있고,

멋진 사진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밤늦게까지 불멍을 즐기노라니 소소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아침에 일어나 1층의 까페에서 빵과 커피를 사서 

내린천이 내려다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앉으니

숙소가 결코 하룻밤 잠만 자고 가는 곳이 아님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마침 여행와서 읽으려고 챙겨온 책 중에 <잘 들렀다 갑니다>가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우연하게 만나게 된 숙소가 주는 선물같은 행복을 

이 책에서도 생생하고 들려주고 있다. 


최근 여행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방송이나 유튜브에서도 여행관련 콘텐츠가 너무 많다보니 

이제는 피로감 마저 느껴져 최근에는 잘 안보고 있다.

그런데 '숙소'를 주제로 한 여행기라니!

단번에 내 눈을 사로잡았다. 

여행을 다닐 때 그 무엇보다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라

숙소를 주제로 한 여행기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책은 인상깊었던 숙소를 시작으로 

여행에서도 중요한 축은 결국 사람, 

그리고 우연히 만나게 된 좋든 싫든 인상깊었던 숙소, 

마지막으로 진짜 여행에서의 스치듯 지나가는 숙소로 마무리 된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세계의 환상적인 숙소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는데 독특하고 신기하고 멋진 숙소를 

소개함에도 여행의 과정에서의 스토리가 없다보니

정보프로그램 같고 생동감이 들지 않았다. 

이 책에 소개하는 숙소들은 저자가 여행하는 과정과 

어우러지기 때문에 더 생생하고 감정적으로 다가온다. 



여행지에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나만의 공간, 

방갈로를 소개할 때는 나도 같이 설레고 그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언제가는 나도 그런 나 홀로의 공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머나먼 타국에서 

익숙하지 않는 낯선 공간에 홀로 있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여행지에서의 숙소라고 해서 처음에는 

멋지고 좋은, 인상 깊었던 숙소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힘들고 더럽고, 편하지 않는 숙소가 오히려

더 많이 나온다. 

여행이라는 것은 어쩌면 일상보다 더 힘들고 피로한 일이니

하룻밤 편하게 쉬면서 지친 여독을 풀어야 하는데

숙소로 인해 더 힘들고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읽는 나까지 피로가 몰려 온다. 

이럴 바에 왜 여행를 가나 싶다가도

이 역시 여행의 한 과정이고 

요소일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여행의 한 페이지를 채우게 될 것이고, 

결국 때가 되면 다시 짐을 싸게만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책의 마지막장으로 가면 그간의 여행 스타일과는 달리
자연으로 들어가는 여행을 한다.
초반에는 아기자기한 낯선 곳의 광경을 즐기는 여행이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여행 그 자체에 집중해가고 있는 것 같다. 
숙소는 그 과정에 잠시 머무르는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머뭄의 장소로 느껴진다. 
트레킹도 거부하던 저자가 어찌어찌 경험을 한 후,
킬리만자로까지 향하는 모습을 보니 
여행에서의 전환점을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독한 고산병을 이겨내고 꽁꽁 언 맥주캔을 들고 
인증샷을 찍을 때면 감동이 밀려온다.
저자가 이제는 여행대신 머물 궁리를 한다고 하지만
아마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근질거리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다음의 여행은 더 깊어지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깔의 여행을 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로 갈까, 어떤 스타일의 여행으을 할까 궁금해진다.
언젠가 또다른 색깔의 여행책을 들고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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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살 만하니? - 7년 차 주재원이 알려주는 리얼 베트남
임민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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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에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로 인해 답답했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여름휴가를 당겨서 해외로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유럽처럼 좀 멀고 오래 걸리는 곳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해서 가까운 동남아로 여행지를 정했다. 

휴양지로 좋을 만한 곳을 찾아보던 중

최근 떠오르는 곳이 베트남의 나트랑이라고 하여

특별한 고민 없이 그곳으로 정했다.

패키지보다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딸이 비행기부터 숙소, 일정을 짜고 

가이드 역할까지 맡아주는 덕분에

특별한 준비 없이 베트남으로 향했었다. 

쉬러 가는 목적이었고 여유 있는 일정이었지만 

나트랑 시내로 꽤나 자주 나왔었다. 

나름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시내였음에도

그때 시장이나 골목 등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잘 가꾼 리조트와 

베트남 실제 일상과의 괴리였다.

반쯤 열린 가게 안에서 수공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지금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곳은

진짜 베트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쌀국수 식당에서 동석을 했던 

한국 젊은이가 이직을 하기 전에 잠시 

여행을 하던 중 나트랑의 매력에 빠져서 

3개월째 체류 중이라고 했었는데

베트남의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궁금하면서도

내가 보고 즐기고 있는 모습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관광을 하고, 체험을 하긴 했지만 

진짜 베트남을 만날 기회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에서 살 만하니?> 

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베트남을 스치듯 만난 아쉬움 때문이었다. 

7년 차 베트남 주재원인 저자의 간접 경험은

여행이 아닌 거주민으로서 

진짜 베트남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간접적으로나마 내가 보지 못했던 

진짜 베트남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여행과 생활은 역시 너무 달랐다. 

여행자는 굳이 그들의 정서에 맞출 필요도 없고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여행자로서 수용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존중만 해주면 되고, 

그만큼 배려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일하고 고객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정말 그들의 민낯을 그대로 볼 수 있고,

전혀 다른 문화에서 오는 오해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등을 감내해야 한다.

오랜 기간 믿고 일하던 직원의 

말도 안 되는 배신을 머나먼 타지에서

겪었을 때의 외로움과 서러움은 

감히 상상조차 되질 않는다. 

이해하기 힘든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그들을 품고 함께 가기 위한 노력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법인장의 부재로 그 역할까지 

떠맡아야 하는 스트레스를 감내해가며

그럼에도 툴툴 털고 다시 일어서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면서 

그들과 하나가 되어 가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책을 읽다 보면 베트남이라는

낯선 나라의 문화에 어느덧 익숙해지고

그냥 사람 사는 모습만 남게 된다.

그럼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너머에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보이게 된다. 



3년 생각했던 주재원 생활은 어느덧 7년이 되었고,

진심을 다했던 베트남 사람들과 관계는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그러나 에필로그에 저자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걱정스런 마무리를 하고 있다. 

지금쯤이면 언제나 그렇듯 현명하게 

잘 헤쳐나갔으리라 믿는다.

베트남은 여전히 낯선 곳이고, 

여전히 사람이 사는 곳인가 보다라는 

생각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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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정진C의 아무런 하루 - 일상, 영감의 트리거
정진 지음 / 디페랑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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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보노라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작품도 있고,

아무리 고개를 상하좌우로 돌려봐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작품들도 있다.

식견의 부족이겠지 하는 마음 뒤켠에는

작가는 도대체 왜 저런 작품을 만들게 되었을까 하는

진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미술가 정진C의 아무런 하루>는

이런 작가의 내면의 일상과

예술에 대한 솔직한 단상을 적어내려간

일상과 예술의 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 아무런 하루에서

예술의 영감을 길어 올린다.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쓰인 글과 뱉어진 말. 그것이 거창하거나 길 필요도 없다. 그저 특정 상황에서 번뜩이게 하는 한두 마디. 두어 줄.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것을 수집한 날엔 밤새 요리조리 궁리한다. 그 글과 말의 주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가만의 어떤 것이 되도록.

P.271


매일의 기록인 이 책은 이렇듯

저자의 작품에 영감을 준 수많은 일상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예술가는 이렇게 작품을 형상화하는 구나'라는

신기함과 생경함부터

이런 작고 사소한 것에서 어떻게 저런 착상을 하는지

'역시, 예술가는 다르구나'라는

감탄까지 다양한 면을 느끼고 볼 수 있다.

마치 저자의 작업실에 들어가

옆에서 보는 것처럼

일상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느끼고 볼 수 있다.



산책 중 우연히 폐가를 발견하고

그 버려진 것(쓰레기)들을 채집해서

검정 테이프로 그리드를 만들고,

주워 온 물건을 하나씩 배치하며

역시 버려진 나무를 상징하는 목탄으로

보고, 느낀 것을 함께 적어 놓는다.

어제는 쓰레기, 오늘은 작품이 되는 순간이다.



이 작품을 먼저 봤다면

작품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작가가 일기처럼 풀어낸 글을 따라가며

작품이 되는 과정을 보니

마치 작가와 그 길에 동참한 것처럼

이 작품을 함께 만들어간 것 같은

애정도 느껴진다.

작가의 노트는 그래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작가 노트

- 작품 못지않게 소중한 것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그것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서이자 통역장치이다.

특히 현대미술에서는 더더욱.

-중략-

작품을 보는 관람객과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에게 그것은,

전시를 위한 부속물이기 이전에 창조물이고,

그 만든 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다.

P.274


이렇게 상세한 작가노트같은 글들과 함께 제시된

작품들은 마치 코멘트가 달린 글처럼

쉽게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간다.

2012년에 시작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인터뷰>라는 저자의 작품도 마친가지다.

'외로움'이란 주제로 작가 주변의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인터뷰이가 또다른 인터뷰이를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목판의 내용을 종이에 옮겨 찍고 종이는 전시장 벽에, 잉크 먹은 목판은 차곡차곡 쌓아 탑을 만든다. 그랬더니 그것은, 그림자도 슬퍼 보인다. 그럴리 없겠지만.

마음은 글이 되고, 그 부스러기는 봉인되고, 그것을 담은 목판은 탑이 된다.

-중략-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더욱 많은 목판을 새길 것이고, 더욱 높은 탑이 쌓일 것이다.

P.259~261


누군가를 이제는 보내주어야겠다는

아린 고백을 들으며 책장을 덮는다.

외로움과 한없이 침참해 들어가는

고뇌의 과정이지만

형상화와 된 예술 작품은

묵직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오늘, 정진이라는 작가의 작품 속으로

한 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젠 다른 작가의 작품도

내면으로 깊이 공감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그들의 작가노트 먼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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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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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저자의 책을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를 재미있고 인상깊게

읽었기에 저자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이

기쁘고 반가웠다.

<방구석 미술관 2> 한국 화가편을 먼저 읽었었는데

기존의 책과는 좀 다른 자유분방함과

형식적이지 않은 듯한 느낌의 글과 생각들에

공감을 하면서 읽었고

그래서 전작인 <방구석 미술관1>도 찾아 읽었었다.

미술과 관련된 책을 즐겨 읽는 편이라

많은 책을 읽었음에도 유독 다르게 느껴지고

재미를 느꼈던 이유를

이 책 <삶은 예술로 빛난다>를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소위 전공을 하거나 주류의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낯선 시선, 어디의 눈치도 보지 않는

자유로운 관점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전작들이 화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다룬

직설적인 구성이었다면

이 책은 '예술'이라는 근원적인 주제의 담론을

예술가 뿐만 아니라 저자 자신까지도 포함해서

'삶'과 '예술'과의 관계를 조망하는 형식이다.



예술은 인생의 여정 중에 섬광처럼 나타나

긴 인생의 항로의 방향을 제시해주기로 한다.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하고

삶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맞닥뜨리겠지만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예술은 알게 모르게

그 길 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다.


누구도 의도치 않았지만, 일상에 이런 예술의 순간은 우연히 찾아온다. 이렇게 불현듯 찾아온 시공간의 미는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리고 나는 말하고 싶다. 불현듯 찾아오는 예술의 순간을 창조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 자신에게 달린 문제라고. 세계 자체는 아무 의미 없이 있는 그대로 존재한다. 거기서 예술을 감지하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그것을 감각하고 느끼는 이의 몫이다.

P.232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예술의 순간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저자는 그 설렘과 행복을 예술가들은

어떻게 발전시키고 형상화시켰는지

그들의 작품과 함께 에세이처럼

편안한게 써내려간다.

예술가들의 예술에 대한 고뇌와 발전을

새로운 측면으로, 미세한 관점으로 보여준다.

함께 수록된 작품들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잘 알려져 있는 않은

보물같은 작가의 작품을 발견하는 일,

그리고 그 수수께끼같은

작품의 비밀을 풀어내는 희열과 기쁨은

소소하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

저자가 발견한 스페인의 화가 '호야킨 소로야'처럼.



그런데 며칠 전 레이니 소피아 미술관에 놓여 있던 단 한 점의 소로야 그림이 내 눈을 와락 번뜩이게 했다. <낚시에서의 귀환>. 좋은 그림은 일부러 눈을 번뜩일 필요가 '전혀 ' 없다. 그저 눈이 스스로 와락 번뜩인다. 그와 동시에 어두운 방 안에 높은 조도의 조명이 탁 켜지는 것과 같은 효과가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번뜩거린 눈을 통해 좋은 작품이 머릿속에 순식간에 들어차 공간을 환히 밝힌다.

P.200


저자는 이렇게 섬광처럼 만난 작품을 따라

화가의 삶과 그림들을 깊게 탐색한다.

다른 장보다 훨씬 깊게, 자세히.

예술이 삶에 깊숙히 들어와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우는 순간,

살아가면서 그런 섬광의 순간에 대한

감정을 얘기하고 싶었으리라.

그게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길게는 인생의 방향까지 바꾸기도 하는

그런 찰나의 순간을.

그것이 어떤 것이든 깊이 들어가면 결국

예술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예술에 표면적으로 더 근접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그림으로 표현된 것이리라.



결국 저자는 삶에서 '예술'이 갖는 의미는

'예술'이 '삶' 그 자체라는 결론에 이른다.


"예술은 무엇인가?" 그래서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삶에서 어떤 행위가 행위자에게 정신적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작업. 그것이 예술이다."

-중략-

당신에게 정신적 만족을 주는 작업은 무엇인가? 그것이 당신의 예술이다. 그리고 그것을 단 한 번뿐인 당신의 삶에서 행할 때, 당신에게 예술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다른 대상이 아닌, (당신 자신)이 된다.

P.321~322


이 책은 부제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예술로 눈부시게 빛나는 삶의 여정들로 답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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