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정진C의 아무런 하루 - 일상, 영감의 트리거
정진 지음 / 디페랑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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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보노라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작품도 있고,

아무리 고개를 상하좌우로 돌려봐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작품들도 있다.

식견의 부족이겠지 하는 마음 뒤켠에는

작가는 도대체 왜 저런 작품을 만들게 되었을까 하는

진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미술가 정진C의 아무런 하루>는

이런 작가의 내면의 일상과

예술에 대한 솔직한 단상을 적어내려간

일상과 예술의 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이 아무런 하루에서

예술의 영감을 길어 올린다.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쓰인 글과 뱉어진 말. 그것이 거창하거나 길 필요도 없다. 그저 특정 상황에서 번뜩이게 하는 한두 마디. 두어 줄.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것을 수집한 날엔 밤새 요리조리 궁리한다. 그 글과 말의 주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가만의 어떤 것이 되도록.

P.271


매일의 기록인 이 책은 이렇듯

저자의 작품에 영감을 준 수많은 일상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예술가는 이렇게 작품을 형상화하는 구나'라는

신기함과 생경함부터

이런 작고 사소한 것에서 어떻게 저런 착상을 하는지

'역시, 예술가는 다르구나'라는

감탄까지 다양한 면을 느끼고 볼 수 있다.

마치 저자의 작업실에 들어가

옆에서 보는 것처럼

일상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느끼고 볼 수 있다.



산책 중 우연히 폐가를 발견하고

그 버려진 것(쓰레기)들을 채집해서

검정 테이프로 그리드를 만들고,

주워 온 물건을 하나씩 배치하며

역시 버려진 나무를 상징하는 목탄으로

보고, 느낀 것을 함께 적어 놓는다.

어제는 쓰레기, 오늘은 작품이 되는 순간이다.



이 작품을 먼저 봤다면

작품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작가가 일기처럼 풀어낸 글을 따라가며

작품이 되는 과정을 보니

마치 작가와 그 길에 동참한 것처럼

이 작품을 함께 만들어간 것 같은

애정도 느껴진다.

작가의 노트는 그래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작가 노트

- 작품 못지않게 소중한 것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그것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설명서이자 통역장치이다.

특히 현대미술에서는 더더욱.

-중략-

작품을 보는 관람객과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에게 그것은,

전시를 위한 부속물이기 이전에 창조물이고,

그 만든 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다.

P.274


이렇게 상세한 작가노트같은 글들과 함께 제시된

작품들은 마치 코멘트가 달린 글처럼

쉽게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간다.

2012년에 시작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인터뷰>라는 저자의 작품도 마친가지다.

'외로움'이란 주제로 작가 주변의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인터뷰이가 또다른 인터뷰이를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목판의 내용을 종이에 옮겨 찍고 종이는 전시장 벽에, 잉크 먹은 목판은 차곡차곡 쌓아 탑을 만든다. 그랬더니 그것은, 그림자도 슬퍼 보인다. 그럴리 없겠지만.

마음은 글이 되고, 그 부스러기는 봉인되고, 그것을 담은 목판은 탑이 된다.

-중략-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더욱 많은 목판을 새길 것이고, 더욱 높은 탑이 쌓일 것이다.

P.259~261


누군가를 이제는 보내주어야겠다는

아린 고백을 들으며 책장을 덮는다.

외로움과 한없이 침참해 들어가는

고뇌의 과정이지만

형상화와 된 예술 작품은

묵직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오늘, 정진이라는 작가의 작품 속으로

한 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젠 다른 작가의 작품도

내면으로 깊이 공감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그들의 작가노트 먼저 찾아봐야겠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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