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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렀다 갑니다 - 단 하룻밤 머물다 갈지라도 평생에 걸쳐 그리울, 숙소에세이
맹가희 지음 / 하모니북 / 2023년 3월
평점 :
이번 추석연휴기간 여행가기로 했던 행선지를 갑작스럽게
강원도 인제로 바꾸면서 연휴시작 전날에야
급하게 숙소를 알아보게 되었다.
이미 괜찮은 숙소는 모두 예약완료된 상태여서
남은 숙소중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곳으로 예약했다.
(사진과 실물을 늘 달라서 실망으로 하곤 하지만)
후기는 좋은 편이었지만 후기만으로는 믿을 수가 없고,
직접 가 봐서 맘에 안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복불복이라는 마음으로 예약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방의 모습이 사진과 똑같았고,
창밖으로 내린천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너무 멋진 곳이었다.
숙소 뒷편으로 내린천을 보면서 쉴 수 있는
넓은 공간도 꾸며져 있었고, 불멍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있었다.
또한 추석 시즌에 맞게 대형 달모형의 에드밸룬을 설치되어 있어
한가위의 분위기도 물씬 느낄 수 있고,
멋진 사진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밤늦게까지 불멍을 즐기노라니 소소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아침에 일어나 1층의 까페에서 빵과 커피를 사서
내린천이 내려다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앉으니
숙소가 결코 하룻밤 잠만 자고 가는 곳이 아님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마침 여행와서 읽으려고 챙겨온 책 중에 <잘 들렀다 갑니다>가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우연하게 만나게 된 숙소가 주는 선물같은 행복을
이 책에서도 생생하고 들려주고 있다.
최근 여행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방송이나 유튜브에서도 여행관련 콘텐츠가 너무 많다보니
이제는 피로감 마저 느껴져 최근에는 잘 안보고 있다.
그런데 '숙소'를 주제로 한 여행기라니!
단번에 내 눈을 사로잡았다.
여행을 다닐 때 그 무엇보다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라
숙소를 주제로 한 여행기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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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인상깊었던 숙소를 시작으로
여행에서도 중요한 축은 결국 사람,
그리고 우연히 만나게 된 좋든 싫든 인상깊었던 숙소,
마지막으로 진짜 여행에서의 스치듯 지나가는 숙소로 마무리 된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세계의 환상적인 숙소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는데 독특하고 신기하고 멋진 숙소를
소개함에도 여행의 과정에서의 스토리가 없다보니
정보프로그램 같고 생동감이 들지 않았다.
이 책에 소개하는 숙소들은 저자가 여행하는 과정과
어우러지기 때문에 더 생생하고 감정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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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나만의 공간,
방갈로를 소개할 때는 나도 같이 설레고 그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언제가는 나도 그런 나 홀로의 공간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머나먼 타국에서
익숙하지 않는 낯선 공간에 홀로 있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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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의 숙소라고 해서 처음에는
멋지고 좋은, 인상 깊었던 숙소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힘들고 더럽고, 편하지 않는 숙소가 오히려
더 많이 나온다.
여행이라는 것은 어쩌면 일상보다 더 힘들고 피로한 일이니
하룻밤 편하게 쉬면서 지친 여독을 풀어야 하는데
숙소로 인해 더 힘들고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읽는 나까지 피로가 몰려 온다.
이럴 바에 왜 여행를 가나 싶다가도
이 역시 여행의 한 과정이고
요소일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여행의 한 페이지를 채우게 될 것이고,
결국 때가 되면 다시 짐을 싸게만드는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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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장으로 가면 그간의 여행 스타일과는 달리
자연으로 들어가는 여행을 한다.
초반에는 아기자기한 낯선 곳의 광경을 즐기는 여행이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여행 그 자체에 집중해가고 있는 것 같다.
숙소는 그 과정에 잠시 머무르는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머뭄의 장소로 느껴진다.
트레킹도 거부하던 저자가 어찌어찌 경험을 한 후,
킬리만자로까지 향하는 모습을 보니
여행에서의 전환점을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독한 고산병을 이겨내고 꽁꽁 언 맥주캔을 들고
인증샷을 찍을 때면 감동이 밀려온다.
저자가 이제는 여행대신 머물 궁리를 한다고 하지만
아마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근질거리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다음의 여행은 더 깊어지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색깔의 여행을 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로 갈까, 어떤 스타일의 여행으을 할까 궁금해진다.
언젠가 또다른 색깔의 여행책을 들고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