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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고전 : 동양문학편 - 서울대 선정 동서고전 200선 ㅣ 세상의 모든 고전
반덕진 엮음 / 가람기획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작년 이맘 때 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새출발하는 각오로 올 해는 고전에 도전해보자는
나만의 나름 계획을 세웠었다. 고전은 나에게 있어 넘을 수 없는 벽이고, 건널 수 없는 강이었다.
고전이 필독이던 시절을 살짝 지나 학창 시절을 보낸 나에게 고전은 읽으면 좋고, 읽지 않아도
흉이 되거나 하지 않은 때였다.
가벼운 책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이후에 고전은 그냥 그렇게 멀어져 갔다. 그러나 가슴 속에는
늘 풀어야 하는 문제요,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인문학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고전'이 다시 화두에 올랐다.
'그래, 늘 한 켠에 숙제로 남겨두고 불편해하느니 이 참에 차근차근 도전해보자.'라는 결심을 하고,
고전 강의부터 듣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차피 급할 것도 없으니 어려우면 반복하고,
힘들면 쉬어가면서 한발한발 가보자는 마음으로 길을 나선 것이다.
처음 출발은 '그리스 로마 신화' 였는데 원래 신화에 관심이 없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지만
짧은 스토리가 이어지고, 서양화의 뿌리이다 보니 함께 실린 그림을 함께 곁들여 볼 수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강의를 다 듣고,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다 이해하고,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라면 고전을 넘어가는데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다음에 선정된 책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처음 한 두 장도 넘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단 배경 지식이 없으니 행간 한 줄 한 줄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책을 다 읽지 않았으니 강의를 들어도 무슨 얘기인지 공감을
할 수 없었다. 나의 고전 읽기는 이렇게 다시 꼬여가고 있었다.
처음 강의를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고전은 결국 자기가 읽어야 한다. 아주 고통스럽다. 무슨 말인지도 몰라도 그래도
계속 읽어 나가야 한다. 고전에 정답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강의는 의미가 없다.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때 느꼈다. 고전 읽기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그 싸움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순간이 바로 한 고개를 넘어갈 때라는 것을...
적어도 강의는 작가나 작품의 배경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왜 그런 작품이 그 시대에 나왔는지,
그 작품이 가지는 시대적인 의미는 무엇인지는 알고 시작할 수 있어서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한 줄기의 빛은 되어 주었다. 적어도 어느 정도는 왔는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지의 도움은 받을 수 있었다.
책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고전 읽기가 다시 흐트러지게 될 무렵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바로 [세상의 모든 고전-동양문학편]이다.
서울대 선정 동서고전 200선 중에서 동양 문학 작품들에 대한 소개와 안내를 묶은 책이다.
서양 문학도 어렵지만 사실 동양 문학 역시 배경이나 작품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외국어처럼
무슨 말인지 이해 안되기는 매한가지이다. 특히 서양 고전에 비해서 동양 고전은 해제집이
거의 없다 시피하기 때문에 동양 고전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짜라투스트라 만큼
진도도 나가지 않고, 이해도 제로 상태에 가깝다.
얼마 전에 구운몽을 읽었는데 분명 고등학교 고전 시간에 읽었었음에도 내용 하나하나가
다 새로울 뿐만 아니라, 스토리 외에 작가의 의도나 작품이 갖는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책은 뒷 부분에 해제가 나와 있어서 그나마 아~ 하면서 읽었지만 그렇지 않고 원문만
읽었다면 그냥 일장춘몽 외에는 소득없이 마무리가 되었을 것이고, '구운몽'을 읽었다로
만족해야 했을 것이다.
이 책을 본 순간 망설임없이 선택을 하였던 것도 그 때의 경험 때문이었다. 책을 받아보고는
기대감을 가지고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앞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서울대 선정 동서고전 200선 중에서 '<수이전>부터 <천일야화>까지
동양고전 45편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나라 고전의 경우는 시대 순으로 되어 있어
고전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문학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윤동주 전집>을 끝으로 중국, 일본, 인도로 건너가 이슬람 설화인 <천일야화>로 마무리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쉽다는 것이다. 고전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도 쉽게
작품에 대해서 이해하고, 읽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배경 설명은 물론, 이 책의 배경과
형식, 의의, 한계까지 정말 학생에게 가르치듯이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학교에서 오랜 시간 학생들과 호흡하면서 쌓은 저자의 노하우가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한 추천사에서 한국 교원대 박병수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각 작품들의 대한 설명임에도
각 장이 단절되거나 무미건조해지지 않고 하나하나가 모여 전체를 이루는 연결성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부분에 대한 충분한 보충 설명과 단계적인 배경 설명은 고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며, 소개한 책의 원전을 읽어보고 싶도록 만든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고전 안내서는 말 그대로 고전을 대하는 독자들에게 해당 고전에 대한 전체적인 모습과
핵심적인 내용을 미리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면서, 고전의 숲에 들어선
독자들이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고전을 완독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 필요하다.
독자들이 고전 안내서만 읽고 원본을 읽지 않는 것은 아예 안내서조차 읽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원본까지 충실히 읽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중략-
이런 안내서가 고전읽기를 도와줄 수는 있어도 고전 자체가 쉬워지지는 않기 때문에
고전읽기에는 어느 정도 독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 p. 11
중요한 것은 이 책을 등대삼아 고전을 직접 읽어 봐야 하는 것이며,
이 책은 그렇게 멀리 놓여 있던 고전을 내 앞으로 당겨 놓고 들출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각 장의 구성은 동일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명과 그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한 부제, 그리고 작자 다음으로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작품에 대한 안내가 시작된다.
작품에 대한 본격적인 해제에 앞서 지은이가 어떤 사람이고,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나
이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한 작품의 배경 지식을 소개해줌으로써 작품의
사건이나 주제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소설 같은 경우는 줄거리를 간단하게 소개해주고, 본격적인 분석과 때로는
모순된 부분과 한계점 등도 함께 짚어준다.
작품마다 해제가 들어간 부분의 소제목을 읽어보면 이 작품의 성격을 한 눈에 간파할 수 있다.
역시 명쾌한 핵심 정리에 능한 저자의 장점이 두드러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명과 작품 해설, 그리고 해제 부분의 소제목을 읽어 보면 작품의 성격과 의의를
한눈에 정리해볼 수 있는 것이다.
작품을 계속 읽다 보면 숲이 안 보이고, 나무만 보일 수도 있는데 한 번 이렇게 죽 정리해 보면
고전 문학의 흐름과 전체 작품들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읽어 볼 만한 원작 '추천 도서'들을 명기해 둠으로써 원작을 읽고
싶은 독자가 고민없이 손쉽게 책을 구해서 읽어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원작을 반드시 읽어보라는 저자의 배려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의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서울대 동서고전 200선> 목록을 수록해두고 있다. 동양 고전 뿐만 아니라
서양 고전까지 모든 목록이 다 나와 있어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서양 문학과
동서양 사상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비록 원작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고전을 향해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넓고 깊은 고전의 늪에서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나침반을 하나 얻은 기분이다.
많이 알려져 있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들도 정작 해제를 보니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작품도 많았다. 읽었던 작품들도 다시 한번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아직 읽지 않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 보려고 한다.
그리고 벌써...뒷 표지 날개에 근간으로 예정되어 있는 서양문학과 동서양사상편으로
시선이 옮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