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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인간
KBS 공부하는 인간 제작팀 지음 / 예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작년에 우연히 유태인 공부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유태인이 지혜롭고 똑똑하다고는
생각했었지만 미국에서, 전 세계에서 그렇게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줄은 미처 알지 못했었다.
전세계 0.2%를 차지하는 유태인이 노벨상의 23%를 차지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과
미국내에서도 하버드는 물론 아이비리그 진학률이 점점 높아져 30%에 달할 정도로 공부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종교와 불우했던 역사에서 출발한 공부의 강한 동기가
그들만의 독특한 교육법, 학습법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러한 환경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만든 원천적인 시스템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흥미로운 주제를 설득력있고, 차분하면서도
세련되게 풀어나가 인상깊게 보았었다. 그 이후에 다큐의 내용을 묶어서 낸 책도 구해서
읽어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일년이 지난 지금 그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피디와 제작팀이 같은 주제이지만 범위를
좀더 확대해 새로운 다큐를 제작했으며, 방송과 함께 책도 동시에 출간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좋은 다큐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과 함께 주제도 요즘 고민하고 있던
'공부하는 인간'에 관한 것이었다. 더 없이 기쁜 마음에 책을 신청하고, 받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이미 방송은 3회분이 방영되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서 챙겨보지 못했다.
그래서 책을 먼저 읽고, 프로그램은 다 읽고난 후 인터넷을 통해서 보았다.
아직 4회분은 방영 전이라 3회까지만 시청했는데, 방송과 책의 구성은 매체의 특성상 조금 다르지만
책을 읽고 방송을 보니 프로그램이 얘기하고 싶은 방향과 메시지가 더 잘 전달이 되었다.
프롤로그에 보면 프로듀서가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 동기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지난 번에
제작했던 <세계 탐구 기획 2부작, 유대인>에서 알게된 유대인의 공부철학과 전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공부'의 목적과 방법이 단순히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나라와 문화마다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 문화권별 공부와 사회, 문화, 삶의 방식이 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관계를 검증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프로그램은 공부라면 빠지지 않는 각기 자라온 배경과 환경이 다른 하버드생 4명이
2년 간의 걸쳐 각 문화권에서의 공부의 정의와 목적, 그리고 특징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으며,
'공부'가 문화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받고 있는 지를 탐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중에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하버드 대학 졸업 후에 구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에서
입양된 유대인 '릴리'였다 . 정통 유대인 교육을 받고 자란 그녀는 사교육 한번 없이 순수하게
가정 교육만으로 세계 최고 대학인 하버드에 입학했다. 다큐를 보면서 퍽 인상적이었는데
역시나 제작진도 그녀의 교육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프로그램과 책을 기획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암튼 그녀를 다시 보게 되니 반가웠고, 그녀 외에 3명의 진행자들이 낯선 시각으로 우리와
더 나아가 동양의 모습을 그려주어 좀더 객관화된 시각으로 우리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서양과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비교해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부정적인 피드백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동양인과 긍정적인 피드백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서양인.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뼛속부터 그 환경에 영향을 받고 자란 이유이며, 그로 인해 공부의 목적과
방법이 다르게 발전했다는 사실은 그 사소하지만 작은 행동이 여실히 보여 주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세계는 지금 치열한 공부전쟁 중'이라는 제목으로 사교육 열풍에 시달리는 있는 '대한민국'부터
거대한 공부전쟁 중인 '중국',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는 일본 교육 열기, 공부에 사활을 건 '인도'까지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각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있다.
2장은 서양에 비해서 공부의 강도가 센 동양. '동양인은 왜, 죽도록 공부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동양에서의 공부의 의미를 살펴본다.
3장은 '공부의 세계 최강자, 유대인'들의 특별했던 역사적인 상황과 그로 인해 생겨난 특별한 공부의
의미와 배경을 살펴본다. 이 부분은 <유대인의 공부법>과 연결되는 내용이다.
4장 '인류 문명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문화 코드, 공부'에서는 각 나라별 공부법을 살펴봄으로써
'문화 코드'로서의 공부를 의미와 역할을 살펴본다. 생존의 도구이자 최고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유대인들의 공부 철학이 그대로 전달된 아프리카의 검은 유대인들을 통해서 본 공부의 힘,
세계를 이끄는 유대인의 힘, 토론과 논쟁의 공부법, 세계 IT 강국 인도의 암송과 암기의 공부법,
'노트 필기'의 힘을 보여주는 일본의 공부법, 프랑스의 저력, 철학과 교류의 공부를 소개함으로써
공부와 문화의 연결 고리를 찾는다.
5장 '암기하는 동양, 질문하는 서양'에서는 이렇게 살펴본 각 나라의 문화를 통해서 정리한 사실을 통해서 본 '동양'과 '서양'의 굵직한 차이와 그 이유를 찾아보고, 각 공부법의 장점을 살펴 본다.
마지막 6장 '교류와 협력의 공부가 미래의 공부다' 에서는 동양이 옳고, 서양이 그른 것도,
서양이 옳고, 동양이 그른 것은 아니지만 시대와 사회에 맞게 발달되어 온 '공부'가 이제는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되어 갈 것이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공부는 무엇인가에 대해 조망해 본다.
'교류와 협력의 공부가 미래의 공부다' 혼자 공부하는 것도, 함께 공부하는 것도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는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시대'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맞는 공부법은 과연 무엇일까? 제작진은 미국의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하크니스 테이블'과 옥스퍼드대학교의 옥스퍼드유니언, 학문간 경계가 없는 MIT 미디어랩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사회가 문화가 계속 진화하며 발전하듯 '공부' 또한 그 시대와 문화를 흡수하며
문화의 코드로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또 하나의 사실.
그옛날 수메르인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공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다.
"공부의 끝이 어디있겠습니까? 살다 보니 늙는 것이고, 공부하다 보니 또 늙는 것이지요. 공부는 죽기 전까지 하는 것입니다. 정신이 허락하는 한 공부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늘 새로운 지식이 존재하고 인간은 늘 새로운 의문이 생기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결코 공부의 끝이란 없습니다 (베이징대학교 철학교 교수 러우위레)"
공부는 인류 보편의 테마이자 인류 문명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며, 그 자체가 인류 문명을 이해하는 하나의 문화 코드다. 따라서 공부를 보면 과거의 우리가 보이고 현재의 우리, 미래의 우리가 보인다. 그러므로 아무리 험난하고 힘들어도 공부는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 미래에도 인간이 가야 할 길이다. --- 에필로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