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7
김유정 글, 김세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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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춘천에 놀러갔다가 '김유정문학관'을 들른 적이 있다. 집으로 향하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좀 둘러가긴 했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다시 와보랴 하는 생각에 내비를 따라 갔었다.
 
또 한가지 이유는 그 무렵 한국 문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던 중이었는데 마침 고 몇 일 전 김유정에 대한 강의를 들었기에 관심이 높아졌던 이유도 있었다. 이제 중학교에 올라가게 될 큰 아이도 중학교에 가면 김유정의 문학을 배우게 될 터이니 미리 작가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김유정이라는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 달려갔었다.
 
 
유복하게는 태어났지만 조실부모하고 가세마저 기울어 전국을 떠돌다가 나중에는 약값이 마련하기 위해 글을 팔 정도로 어렵게 살다 결국 젊은 나이에 요절한 작가. 그렇지만 그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 단편문학의 한 획을 긋는 향토문학을 일궈낸 작가의 의지와 작품에 대한 열정에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햇다. 어쩌면 작가는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 것처럼, 글을 쓰지 않으면 숨이 막히는 고통때문에 쓸 수밖에 없는.
 
인간적으로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남자로서도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산 김유정.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그의 그런 내적 고통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나 하는 고약한 생각도 잠시 해본다.
 
암튼 작년의 이런 추억 때문에 김유정의 소설이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그런가 보다.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배웠다며 와서 얘기하는 걸 보니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 했다.
 
그렇게 특별한 작가로 기억하고 있을 즈음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시리즈로 [동백꽃] 출간되면서 또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받았을 때 누구보다도 좋아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시리즈책을 너무 좋아해서 시리즈를 모두 구입해서 이미 친숙하기도 하거니와 작품에 맞게 표현하는 그림이 압권이다. 원작이 따로 있으니 다른 책과 특별하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고, 문제는 결국 원작의 느낌과 메시지를 어떻게 최대한 그림으로 살려 내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시리즈가 출간될 때마다 기대하고 봐도 좋을 만큼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다. 그래서 [동백꽃]이 출간되었다고 했을 때 또 어떻게 풀어 냈을까 기대를 잔뜩하고 보게 되었다. 해악과 유머가 도드라진 소설의 분위기와 더불어 주인공인 '나'와 '점순이'의 관계,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뒷표지는 김유정의 소설에서 풍기는 유머만큼이나 재미있고 글의 중심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본문 중에는 이런 그림이 없으니 뒷표지용으로 따로 그린 것 같다.
 
 
그림책의 앞뒤 페이지에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는 김유정의 육필원고가 인쇄되어 있다. 필체가 살아 숨쉬는 것이 금방이라도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김유정의 소설을 읽을 때 제일 어려운 점은 특유의 말투와 사투리가 있어 쉽게 이해가 안된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이 점 또한 고려해서 가급적이면 초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어로 바꾸기도 했지만 원작의 맛을 살리기 위해 김유정만의 특이한 말과 사투리는 그대로 살렸다고 한다. 대신에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용어 해설집(?)을 별첨해서 참고해보도록 하고 있다.
 
 
소설의 첫 시작은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쪼이었다.' 시작한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상징적인 의미의 '닭싸움' 역시나 이 책에의 시작도 강렬하게 '닭싸움'으로 시작을 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느 집엔 이거 없지?"
 
 
점순이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주인공에게는 상처가 될 법한 말이지만, 점순이는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에 상처가 되는 줄 몰랐을 것이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니나 먹어라."
 
 
점순이가 감자를 챙겨주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던 내가 내뱉은 말이 점순이에게 얼마나 심한 상처가 되었을 지 주인공인 나도 몰랐을 것이다.
 
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림은 등장 인물의 감정과 순수한 마음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서 배경이 최대한 생략시키고, 인물의 표정과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배경의 색상도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에 따라 연노랑에서 점점 짙고 강렬한 색으로 변화해간다.
 
 
나와 점순이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급기야는 약자인 내가 점순네 닭을 죽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존심에 상처를 준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한 점순은 겁에 질린 '나'에게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 용서해주면서 갈등은 해소된다.
 
 
흐드러지게 핀 노란 동백꽃과 같이 점순의 마음에는 그리고, 내마음에도 사랑의 감정이 퍼져 나간다.
알싸하면서도 향긋한 동백꽃 내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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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정석 - 무에서 유를 만드는 10가지 빡신 기획 습관 기획의 정석 시리즈
박신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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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생은 끊임없는 기획의 연속이다. 특히 요즘처럼 생산과 소비의 구별이 모호해져가는 시대에는 늘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을 제품을 알려야 한다.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간에. 설득을 통해 선택을 하게 하려면 그 이전에 완벽하게 짜여진 기획의 단계가 필요하다.
아이들과 성인을 대상으로 강의 하는 일이 주업무였던 나는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냥 잘 가르쳐주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강의에도 컨셉과 기획이 필요하며, 더 잘 포인트를 전달하고, 좀더 잘 각인시키는 데는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열적이거나 개그를 능가하는 유머가 없어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강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서 기억에 잘 남고, 활용 가치도 있는 강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기도 했다. 솔직히 점점 자신이 없어져서 이 일은 나하고 안맞아 하면서 그만두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비겁하게 도망친 것이 저자의 열정과 노력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어디 강의 뿐이랴...영업, 광고, 하다 못해 가정에서의 교육과 같은 이러저러한 일들 속에서도 '기획'의 단계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요즘 일을 하면 할수록 그 '기획'의 중요성을 절감해서 였다. 도대체 사고의 틀을 벗어나서 좀더 유연하게 기획하고 추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공모전 23관왕' 얼마나 창의적이고 특출나면 경쟁율이 치열한 공모전에서 23번이나 입상을 할 수 있었을까? 혹시 타고났거나, 뛰어난 두뇌로 얻은 결과는 아닐까? 등등 읽기 전부터 책도 책이지만 저자에 대한 궁금즘이 더 컸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했다. 이력만 봐도 참 치열하게 산 저자가 과연 타고난 능력 덕분인지, 아니면 끝없는 노력의 덕분인지 책을 읽으면서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늘 제자리를 맴돌고 정리가 되지 않는 이 생각의 습관을 깰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10가지 빡신 기획 습관' [기획의 정석]이라는 책의 제목에 딸린 부제이다. 즉 기획의 구체적인 형식이나 방법 보다는 기초공사인 '습관'에 포인트가 맞춰진 책이다. 걷기를 배워야 뛸 수 있는 것처럼 무에서 유가 나올 수 있는 10가지 비법을 습관화 하면 꼭 기획에서 뿐만 아니라 어떠한 분야 즉 상담을 하거나 영업을 하거나 심지어 글을 쓸 때도 적용이 가능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녀가 제시한 10가지 방법은...
 
1. Focus -> 근본적으로 중요한 게 뭘까?
2. 4MAT -> 왜 내 말을 못 알아들을까
3. Why ->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4. Drawing -> 도무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면
5. Definition -> 문제가 날카로워야 해결책도 빛이 난다
6. Dividing -> 쪼갤수록 답이 보인다
7. Concept -> 됐고, 한마디로 뭐야
8. Action plan -> 머릿속에 그림이 안 그려진다면
9. Expectiation effect -> 그래서 뭐 어쨌다고
10. Storytelling -> 뇌에 꽂히게 말해봐
 
앞 부분 영어만 보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그녀 스타일로 붙여 놓은 부연 설명을 읽으면 '아,,,'하면서 기억하기도 쉽고 '맞아'하고 공감이 되기도 한다. 이 간단한 실례에서 보듯 그녀가 주장하는 기획의 첫걸음은 바로 철저하게 그녀의 표현을 빌자면 내가 상대하는 '그분'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습관적으로 조금 편하게 일을 하다 보면 이 당연한 것을 무시하거나 놓치는 실수를 종종하게 된다. 이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때는 내가 준비할 때가 아니라 내가 '그분' 입장에 놓여 있을 때다. 기획하고 준비한 사람은 그 상황에 매몰되어 모르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는 '그분'의 입장이 되면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시작부터 철저하게 '그분'의 입장에 되어서 바라봐야 한다고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열변을 토하고 있다. 아마 이러한 관점의 이동에만 성공한다고 해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할 것이다. 그만큼 상황에 따라 슬쩍 자신의 입장으로 옮겨와 지거나 옮기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수도 없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why?'이다. 확실한 이유없이 움직이는 고객은 단 한 사람도 없다. 'what'을 제시에 하기에 앞서 철저하게 'why'로 분석하고 준비해야 방향이 어긋나지도 않으며, 설득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지만 그녀만의 스타일로 컨셉화하여, 독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때로는 실감나게 설명을 하기 때문에 빠져들어서 읽을 수 있고, 그만큼 공감하기도 쉽다. 그렇다고 이런 저런 기획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정리한 빤한 책은 아니다. 23관왕 외에 그녀가 그야말로 삽질 정신을 통해 그동안 쌓아 놓은 경험들이 그대로 책속에 묻어난다. 중언부언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찌르면서도 간단하게 정리된 방법들을 보면 '별로 어렵지 않은데?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가지 특이하다고 느낀 것은 읽으면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 쯤이면 간단하게 핵심정리를 통해 강조와 정리를 하고 있고, 헷갈리다 싶을 때 쯤 마지막 간단하게 이미지를 사용한 요약 정리를 제공하여 정리와 리마인드를 같이 시켜준다는 것이다. 내용의 길이나 구성 등도 철저하게 계획을 하지 않았나 싶다. 형식상으로 보면 보통 자기 계발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지점이 꼭 필요한 순간이라는 점이 조금 인상 깊었다. 책을 읽다 보니 그럴 법도 한 것이 특이하게 저자는 '뇌'에 관한 연구를 많이 했다. 물론 전문적인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책을 통해서 '뇌'의 특징을 공부했다고 한다. 좀 엉뚱해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생각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뇌'이기 때문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뇌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연구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기획할 때 철저하게 적용한다. 정말 기획의 달인이 괜히 된 것이 아니고, 수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금의 그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노력했으니까 잘 할 수 있나보다. 그렇지만 그래도 원래 재능이 있거나 강심장이기 때문에 청와대 같은 큰 행사에서도 무리없이 진행한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이 들 무렵,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떨리고, 두려웠었는가를 토로하고 있다. '누구나, 다 그렇다' 단지 '경험'을 하고 나면 그 다음은 조금 수월해지고, 나중에는 더욱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100번을 하다 보면 자다 일어나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야말로 '견딘다'고 한다. 차고 넘칠 수 있는 '절대량'을 채울 때까지 버텨내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나로서는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주장하는 삽질 정신의 최고봉 '100번' 그것을 어찌 당하겠는가. 그 정도의 노력없이 일이 안된다고 푸념했던 나 스스로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기획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어떻게 마음을 강하게 다잡을 수 있는지,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더 많이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 아마도 이것도 철저한 기획의 정신에서 나온 저자의 계획된 의도일 수 있지만 효과 만점이었다.
 
"우리는 어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비교 인물을 만들어두고, 끊임없이 그 사람 대비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지 우울해하는 데 귀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만두기로 했다. 비논리적으로 신나게 살기로 한 것이다.
논리적이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청와대의 강의를 준비하면서 '나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 앞에서 어떻게 감히 강의를 하지?'라는 생각이 논리적으로 나의 뇌에 떠올랐다. 하지만 심장이 쪼그라지는 그 시간에 '아, 시끄럽고 모르겠고!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전할까?'라고 고심하며, 5만 가지 생각 중에 발상적인 선택을 했다. 이렇게 인생이 후달리는 순간에 쫄지 않는 것도 실력이다." ---p.24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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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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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 인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 들이 더 많다고 느끼기 시작하면서 점점 인생의 화두로 생각하게 되는 질문이다. 최근 몇 년 간 많은 변화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질문은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과연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 수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도 아직 내 삶의 연륜은 그에 대한 해답을 주기에 미숙한가 보다.

 

그러다가 우연히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의 일화를 듣게 되었다. 일생을 숙제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질문. 피커 드러커 교수가 10살 무렵 피터 드러커를 포함한 같은 반 급우들에게 던진 신부님의 질문은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 모두에게 평생 살아갈 수 있는 지표가 되었다고 한다. 그 질문이 바로 '너는 죽은 후에 어떤 사람을 기억되고 싶으냐?'였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창창한 어린 소년들에게 벌써 죽음을 얘기했던 신부님의 그 질문은 소년들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끝을 생각하게 해줌으로써 지금 이 순간을 바르게 살 수 있는 지표가 되었다.

 

그렇다, 인생은 유한하다. 그러나 우리는 무한한 것처럼 살아간다. 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필요 없다. 무한하고, 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이 흐트러지는 것처럼. 시험일이 아주 많이 남은 아이들이 긴장감있게 시험 공부를 하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에게 죽음은 아직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방향을 잡지 못해서 묻는 질문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의 다른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접하고 너무도 반가웠던 것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여서는 아니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부터 독자로서의 팬이었고, 소셜미디어 정치의 선구자였던 그의 새로운 시도들, 세상을 옳고 진실되게 바꾸고자 했던 그의 진심이 느껴져서 정치인으로서도 지지를 했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성공과 실패 이분법적으로 나눈다면 그는 실패에 가까울 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지금의 실패처럼 보이지만 멀리 보았을 때는 성공의 기반이 되었을 수 있고, 이 실패 덕분에 나중에는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우리는 그것을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던가. 암튼 유난히 기대감 넘쳤던 지난 선거 이후 국민의 절반은 좌절감을 맛봐야했고, 분노하고, 체념하고, 무관심으로 돌아섰다. 저자는 누구보다 아픔을 더 많이 느끼고, 힘들어 했을 사람 중에 하나일텐데 책을 들고 돌아온 것이다. 이제는 정치와 연을 끊고, 그의 전매 특허 '지식 소매상'으로 살아갈 것을 선언하고서 내민 첫번째 책에 팬으로서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간 그가 쓴 책들은 엄청나게 겸손하게 표현하면서 쓰긴 했지만 그래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전문 분야의 책이 아니니 접근하기 쉬울 것 같다는 기대감도 살짝 들면서 하루 빨리 읽어볼 수 있기를 소망했었다.

 

 

저자 역시 다른 책과는 달리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써야 하는 책이기에 자신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에 고민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에서 글로 자신의 길을 다시 바꾸는 시점에서 한 번은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하여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책들에 비해서 너무 힘들었고, 수정의 수정을 거듭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실제로 읽으면서 그의 다른 책들보다는 내용은 쉬운데 비해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느껴진다. 어떤 부분은 쉽게 쓰여졌는지 잘 읽힌다. 그러나 어느 부분에 가면 내용과는 상관없이 읽는게 힘들다. 아마도 그 부분이 생각과 내용을 조합하느라 고민을 거듭했던 부분이 아닐까 내마음대로 추측해본다. 300쪽이 훌쩍 넘는 분량을 볼 때 탈고후에는 온 몸의 진이 다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과정이 징글징글해도 휴식기가 지나면 다시 글을 쓰게 되는 것이 도 글쟁이의 운명이듯이 아마도 유시민 전 대표는 새로운 책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내내 앞에서 말한 피터 드러커가 받았던 그 질문과 일맥 상통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얘기하고 싶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며, 죽음을 생각하면 삶 자체도 의미가 있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책에서 끝없이 '죽음'을 얘기한다. 내세가 있건 없건,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철학적인 '나'가 없어지는 '죽음'이다. 이름을 남기려는 허망한 욕심에 대한 질책도 한다. 결국, 죽음을 향해 가는 것을 의식하면서 산다면 지나친 욕심도, 지나친 방탕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90 평생을 끝없이 연구하고 책을 쓰며 왕성하게 활동한 것처럼. 그가 10살 때 90살까지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순간순간을 그렇게 치열하게 살 수 있었을까? 늘 죽음을 의식하면서 살았기에 지치지 않고, 그렇게 많은 족적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나이 이제 쉰 다섯. 적지 않은 나이다. 보통 평범한 인생을 꿈꿨던 어린 시절에 비해 그의 인생은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다. 시대가 그렇게 만들었고, 그가 가진 능력이 또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구비구비 살아온 후 이제 그는 진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선언한다. 해야만 했던 시대의 과제를 벗고, 이제 진짜 잘 할 수 있는 글쟁이로서의 자유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자유'를 선택하기까지 과정을 삶이라는 것과 연결시켜 정리해나가고 있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만큼 그가 걸어온 과정 자체가 철학적인 질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겪은 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 인물, 그리고 정치가에 있었던 알려지지 않은 얘기들까지. 사회, 정치, 경제, 철학에 이르는 그의 방대한 지식과 경험들은 바른 삶의 방향과 가치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뒷받침 근거가 되고 있다. 역사적 지식이나 상식이 없어도 수필을 쓰듯 쉽고 편안하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술술 읽힌다. 그냥 내가 겪었던 경험과 감상이 아니란 인문학적 근거가 확실하므로 꽤나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역시 전문 글쟁이로서의 역량이 느껴진다. 얼마 전 서점에 들었을 때 베스트셀러 수필 분야에 이 책이 없는 것을 보고 의아했었다. 많이 안 팔렸나 하는 생각에 이상해서 다시 보니 '인문' 분야로 분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는 책을 읽이 전이라 고개를 갸웃했는데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삶'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이 주 가지이고,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인 저자의 경험과 생각들은 부가 장치였기 때문이었다. 암튼 잘 읽히지만, 생각을 되뇌이며 고민을 해야 하는 책이기도 한 것이다.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그래서 그는 잘 놀 것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할 것이며, 가족과 주변의 사람을 더 많이 사랑을 할 것이며, 세상을 향한 더 큰 사랑 '연대'를 하며 살 것이라고 선언한다.

 

무엇보다 먼저 내가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 어머니와 형제자매들, 삶과 세상에 대해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적은 수의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세상과 민중에 대한 추상적 사랑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몸으로 껴안는 실체적인 사랑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 놀고 싶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요가를 배우고 싶다. 북한산 둘레길을 걷고, 추자도에서 감성돔을 낚고,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주말 저녁 축구장과 야구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싶다. 내면에서 솟아나는 욕망을 긍정적으로 표출하면서 살고 싶다. 사실 누가 그걸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내 스스로를 가두어버려서 그렇게 되었다.

나는 또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더 넓게 연대하면서 살고 싶다. 사명감과 의무감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내가 기꺼이 하고 싶고 내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하고 싶다.---p63

 

왜 그래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논리 이전에 마음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불편한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비용이 들고 고생이 되는데도 그렇게 하면 마음이 편하고 당당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은 문명과 교육의 산물만은 아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의 발현이다. 나와 유전적으로 무관한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력, 그들의 복지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자기의 사적 자원을 기꺼이 내놓으려는 자발성, 이 모두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재능이며 본능이다. 이런 이타적 본성, 공감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나는 연대라고 부른다. 연대는 일, 놀이, 사랑과 더불어 삶을 의미 있고 존엄하고 품격 있게 만드는 제 4원소이다. 나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연대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지금 이곳의 행복이 그들의 것이리라!" ---p.264

 

'연대'가 보편화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그는 정치에 뛰어들었고, 수없는 시도를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개개인이, 사회가 준비가 덜 되어서 가시적인 결실은 맺지 못했다. 그러나 아직도 연대를 꿈꾸는 사람들은 (그의 말을 빌면 인간의 본성이기에) 언젠가 그것이 사회의 보편적인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강하고 믿고 있다. 조금 천천히 올 뿐. 이미 그 변화가 시작되었을 지 모른다.

 

얼마 전 본 다큐멘터리에서 '개개인은 하나의 문화다'라는 표현이 나왔었다.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 개개인의 쌓아가는 역사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의미와 방향은 다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진리라는 것이 있다. 정답은 아닐 지라도, 나와는 경우가 다를 지라도 이 책은 이러한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각종 인문학적 증거를 들이대며 주장한 보편적인 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의 주장에 동의 한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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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집중력 향상 1분 트레이닝 - 올바른 학습 자세를 위한
우에시마 메구미 지음, 선우 옮김 / 나너우리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1분'이라는 시간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참 짧은 시간에 시선이 확 꽂혔다.
집중력의 문제는 결국 시간의 문제다. 집중을 시작하는가 싶다가도 이내 흐트러지는 문제는 결국 집중하는데 있어 일정한 시간을 유지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아이가 책상에 일정한 시간 동안 집중해서 앉아 있는 것, 앉아 있는 것만이 아니라 그 시간 몰입해서 학습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 이렇게만 해준다면야 약속한 학습양만 끝내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공약이고,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물론 부모의 바람대로 그렇게 성실하게 해내는 아이들도 있지만 많은 아이들은 부모의 성화에 몰려 책상 앞에 앉지만 이내 자세와 마음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동기가 없어서 그런가? 어려워서 그런가? 수많은 이유를 생각해보지만 답이 뾰족하게 나오지 않고, 매일매일을 실갱이 하면서 서로의 마음의 거리만 넓어지게 된다.
우리 아이들 뿐만 아니라 직업상 아이들과 많이 만나는 나는 학습의 내용보다 이 '집중력'과의 싸움에 매일매일을 고민하고 있다. 아무래도 편한 엄마아빠 보다야 덜 하겠지만 어느 정도 아이들과 친해진다 싶으면 슬슬 긴장이 풀어지고, 집중력도 같이 흐려져버리기 때문이다. 수업 전에 명상을 시켜야 하나, 책을 읽혀볼까? 별별 생각을 다 해보지만 아이마다 다 사정이 다르고, 특성이 다르다 보니 한 가지 명쾌한 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집중력 향상 1분 트레이닝]이라니!! 게다가 부제는 더 마음이 끌린다. '산만하고 충동적인 아이, 주의력이 떨어지고 말을 듣지 않는 아이의 대 변신!'
듬성듬성 읽고 빨리 실천할 수 있는 곳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1장에는 '빈번하게 나타나는 아이들의 문제행동'이 어떤 형태인지, 저자가 직접 만난 아이들의 사례를 보여준다. 건너 뛰고 2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집중 훈련'을 먼저 읽으려다가 문득 어느 정도, 어떤 상태의 아이들이 어떻게 변했는 지 궁금해졌다. 이 집중 훈련이 과연 어떻게 변화 시키는 지 척도를 알아야 나도 확신을 가지고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앞에서부터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왜 하필 저예요?" 
 
저자의 프롤로그의 시작은 빨간 색으로 이렇게 시작한다. 어? 이게 무슨 말이지? 갑자기 호기심이 든다.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이 책을 쓴 저자가 신규임용되어 햇병아리 교사로 첫 발을 내디딜 때 갑자기 '장애우 학급'을 맡게 된 사연이었다. 사실 억울하기도 했을 것이고, 분통이 터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을 사이도 없이 바로 다음 날부터 만나게 된 아이들. 피하기 보다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 저자는 장애를 가진 아이와 부모를 위한 '토요모임'까지 만들면 연구와 고민했고, 이 모임은 7년간이나 유지되면서 NHK에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전근을 하면서 지역은 변경되었지만 역시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장애우를 위한 모임 활동을 계속해 오던 저자는 결국 '일본 최고의 장애우 교육'에 목표를 두게 되었고, 더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그 결과물이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책인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저자가 30년 이상을 수많은 아이들과 만나면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문제와 근본적인 원인,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단계적으로 나누어서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가장 어려운 장애우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연구했지만, 사실 단편적인 부분들을 보면 보통의 아이들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문제일 수 있고,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고민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앞쪽 책 날개에 이렇게 질문하고 있다.
 
"당신의 아이도 이런가요?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
-금방 포기해버린다.
-수업 중에 혼자 논다.
-지시를 듣고 흘린다.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하나의 원인으로 인해 일반적인 보통의 아이들도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겪을 수 있다는 것이고, 저자가 알려주는 집중력 훈련을 통하면 1분씩만 해도 그 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미는 증상은 물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활동으로도 놀이처럼 할 수 있으니 더 없이 좋을 듯 하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학습이 안되고,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두 가지 기본 문제가 해결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로 '보기' 능력과 '듣기' 능력이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파생하게 되고 결국 학력마저 저하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체적인 훈련은 바로 이 '보기'와 '듣기' 훈련이 포인트가 된다. 가장 먼저는 책상에 바르게 앉는 자세를 익히는 시작하는데, 이는 쉬는 것과 집중하는 것의 확실한 구별을 배우는 데 의미가 있다. 그냥 앉으면 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들숨과 날숨처럼 확실하게 구별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집중을 해야 할 때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하고, 쉴 때 제대로 쉬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다른 생각이 나면 무조건 학습을 멈추고 쉬고, 다시 학습에 집중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공부할 때 잡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어느 책에선가 본 적이 있다. 아마도 같은 원리가 아닐까 한다. 뇌도 근육이다. 수축과 이완을 분명하게 해주어야 수축의 강도도 높아지고, 이완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상에 바르게 앉는 연습은 어떻게 보면 학습에서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낙서'와 '점 찍기' 그리고 '멀리 있는 점 연결하기'를 통한 '보기' 훈련을 진행한다.
 
 
방법도 간단하고 아이들도 재미있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순간적인 집중 시간이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반복할수록 '보기'에 의한 집중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이해하며 듣기' 훈련. 귀의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듣기가 안된다는 것은 결국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럼 아이들이 '듣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타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몇 개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말소리를 정확하게 알아듣는다.
-이야기를 이해할 만큼 단어를 기억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다.
-발음이 같고 의미는 다른 단어나 비슷한 발음을 가진 단어를 잘 구분한다.
 
이외에도, '듣기'에는 몇 개의 자잘한 능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중 하나라도 말썽을 일으키면 '듣기'에 문제가 생기는 거죠. ---p.126
 
이런 '듣기' 능력 어딘가에서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 대부분은 하루만에도 '듣기'와 관련된 수많은 상황에서 실수를 저질러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덧 '듣기'를 그만둬버리죠. 그래서 들으면 알 만한 것도 안 듣게 되고, 그 결과 점점 더 '듣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고 마는 겁니다. 결국 '듣기'는 커녕 아예 '듣지 않는' 문제를 가지게 되죠.---p.136
 
이런 듣기 능력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숫자를 이용한 훈련과 단어를 이용한 훈련을 제시한다. 조건을 조금씩 달리하고, 난이도를 점점 높여 가면서 제대로 들을 수 있는 환경과 능력을 올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보기'와 '듣기'의 기본 훈련을 한 후에는 '기억하기' 와 '기억의 속도 높이기'까지 연결해서 훈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면 난이도도 있어서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훈련을 꾸준히 해 온 아이라면 아마도 집중력은 상당히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의 뒷부분에는 훈련 시에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 수록해두고 있어서 당장 활용해볼 수 있다.
 
같은 일을 해도 '일'로 하는 사람과 '사명'으로 하는 사람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평범한 교사의 길을 갈 수 있었으나 우연히 놓여진 길 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수많은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아이들을 좀더 잘 집중시켜서 편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의 이러한 사명감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지고, 나는 어떤 마음으로 내 일과 아이들을 대했나 돌아보게 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저자가 제시한 방법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순해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강한 확신을 한다. 반드시 아이들이 달라질 것이라고. 그리고 나도 확신한다. 그 성공의 절반의 원인은 선생님의 사랑과 정성때문이라고. 방법만큼 중요한 것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다가갈 것인가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아직 다 적용해보지는 못했지만 절반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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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랜 친구 개 지식은 내 친구 6
김황 지음, 김은주 그림 / 논장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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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꿈인 둘째 딸과 벌써 몇 년 째 씨름 중....바로 '개' 때문이다.  

큰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떨에 예민해서 덥썩 데려왔다가 다시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올 초부터 출근을 시작해서 오전 내내 혼자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한 번 식구로 맞으면 평생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개를 기르는 것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라면,
내가 너무너무 좋아서 일단 키우기 시작하면 자신이 오로지 다 책임을 질 것이라고, 언니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격리시켜 자신이 돌보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이는 것은 둘째의 입장이다.
이 문제로 고민을 한 지 벌써 몇 년 째...기르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은 것을 알기에 어찌해야 하나 참 고민스럽다. 실은 나도 개를 너무 좋아하는데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기르기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개를 기르고 싶은 열망은 더 커져만 가니 걱정이다. 개에 관한 책은 닳고 닳도록 보고, 도서관에서도 동물에 관한 책, 그 중에서도 특히 '개'에 관한 책은 안 읽은 책이 없을 정도다. 길러 보지도 않았는데 개의 종류와 특성은 어찌 그리 잘 알고 줄줄이 꿰고 있는지 아무래도 조만간에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이 책 [인간의 오랜 친구 개]가 출간되었을 때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온 것은 바로 이러한 요즘의 상황 때문이다. 책이라도 봐야겠다고 빌려오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재미있는 책이나 개나 동물에 관련된 책이 있으면 소개해주거나 권해주곤 한다.
근간으로는 특별한 책이 없었는데, 개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하니 둘째만큼 나도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과연 어떤 구성으로 어떻게 풀어냈을까?
 
 
'스스로 인간에게 온 특별한 동물'이라는 뒷표지의 설명을 보니 '개'라는 동물이 더욱 특별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개에 대한 역사, 개의 종류, 독특한 습성까지 개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단다. 인간과 함게 한 역사가 긴 만큼 친숙해서 개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또 생각해 보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나마 둘째 덕분에 온 가족이 좋아하게 된 프로그램 SBS의 'TV 동물농장'을 보다 보니 개의 습성과 특성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된 정도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책 속을 살펴보자. 우선 목차를 보면 구성은 크게 개와 인간과의 역사를 다룬 '오래된 친구', 그리고 세계의 여러 나라의 토종개와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는 개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는 '세계의 개 이야기'와 개 고유의 특성에 대해 안내하는 '개를 알면 개가 보인다', 요즘 더 다양해지는 특수한 역학을 맡고 있는 개에 대해 소개하는 '개야, 고마워!' 마지막으로 개와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 알아야 할 내용을 담고 있는 '친구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해' 이렇게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인간에게 스스로 찾아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인간과 개는 언제부터 동거를 시작했을까? 첫번째 장 '오래된 개'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간과 개는 지금으로부터 14,000~12,000년 이전부터 함께 살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개와 인간의 관계가 오래된 만큼 인간의 기록 속에 개의 모습은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인 '오리엔트 문명'에서도 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단지 그 때의 개는 오늘날과 같은 친구의 개념이 아니라 신성한 신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 기록의 흔적을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오래된 유물인 청동 거울에서도 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박물관이나 전시회에서 유물들을 볼 기회가 많았는데, 이렇게 '개'라는 주제로 옛그림이나 자기 등의 유물들을 살펴보니 옛 사람들의 시각과 생활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 외에도 犬(개 견) 한자의 기원, 개와 관련된 이누이트의 전설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개에 얽힌 인간과의 역사를 접할 수 있다.
 
2장은 본격적으로 '개'의 다양한 종류를 원없이 만나볼 수 있다. 토종개로 인정받는 개들의 조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토종개로 인정받고 있는 개는 어떤 개들이 있는 지와 그 특성들에 대해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토종개 하면 단연 '진돗개'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삽살개'나 북한의 '풍산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꼬리가 없는 경주개 '동경이'도 만날 수 있다. 5~6세기 신라시대에도 길렀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개인데, 2005년에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면서 2012년, 드디어 우리나라 토종개로 인정받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직접 취재를 하면서 보고 들은 내용 중 좀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나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별도의 페이지에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이나 설명이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어 중간중간 읽는 재미가 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보는 재미가 가장 큰 것은 역할별로 다른 세계의 개들의 사진 모음이다. 저마다 다른 표정과 포즈 등으로 선보인 페이지에는 목축견, 사냥견, 사역견 등 세분화된 다양한 견종들을 볼 수 있다.
 
 
 
둘째가 가장 재미있게 보면서, 여러 가지 특징별로 찾기 놀이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들을 종류별로 보고 있자니, 지구상에 개들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구나 새삼 놀라게 된다.
 
또 책을 읽다 보면 중간중간에는 개와 관련된 여러가지 에피소드나 알아두면 재미있을 만한 내용들을 별도의 페이지로 구성하여 소개하고 있다. 닥스훈트가 몸이 길고 다리가 짧아지게 된 사연이나, 여러 가지 그림 속에서 등장한 개들의 모습까지 스치고 지나갔던 '개'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여러 가지 종류의 개를 만났다면 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개'에 대한 탐구에 들어간다. 개의 생물학적 분류부터, 개의 신체적인 특성과 독특한 행동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현대에 오면서 예전에 개가 하던 사냥을 하거나 물건을 옮기는 등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개는 우리와 함께 살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경찰견, 마약 탐지견, 시각 장애인 도우미견 등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개는 여전히 우리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임무를 수행하는 개들은 어떤 개들며,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 지 '4장 개야, 고마워!'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인간과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친구로서 '개'의 마음을 읽어주는 방법을 배운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그들만의 소통 수단을 이해함으로써 서로 더 잘 교감할 수 있고, 더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이 짠 했던 부분은 '개가 주인에게 하는 10가지 부탁'이다. 누가 썼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개의 입장에서 주인에게 부탁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개에 관한 책을 워낙 많이 읽은 둘째는 개와 관련된 책에서는 꼭 실려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만큼 개의 입장이라면 꼭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만약이라도 개를 못 키우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와 개와 관련된 직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 지 그야 말로 '개'와 관련된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처음 이 책을 권해주었을 때 둘째는 개는 안 사주고, 책만 사준다고 뾰루퉁했었다. 그래도 눈에 띄는 곳에 슬쩍 미뤄 놓으니 어느 순간에는 읽다가 급기야는 자신의 책상 책장에 꽂아 놓았다. 그리고 얼마 후,
 
"이 책, 재미있어. 내가 가질래~"
 
살포시 웃으면서 속삭인다. '그치?'하고 답해주고 같이 웃어주었다. 그렇게 둘째는 개를 기르고 싶은 마음을 또 잠시 미뤄두었다. 아직은 어렵지만 새로운 식구를 맞을 준비가 되면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가족을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식구를 맞을 마음의 준비와 연습을 해야겠다. 이 책은 우리 가족의 그런 준비를 하는데 더없이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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