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정석 - 무에서 유를 만드는 10가지 빡신 기획 습관 기획의 정석 시리즈
박신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은 끊임없는 기획의 연속이다. 특히 요즘처럼 생산과 소비의 구별이 모호해져가는 시대에는 늘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을 제품을 알려야 한다.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간에. 설득을 통해 선택을 하게 하려면 그 이전에 완벽하게 짜여진 기획의 단계가 필요하다.
아이들과 성인을 대상으로 강의 하는 일이 주업무였던 나는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냥 잘 가르쳐주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강의에도 컨셉과 기획이 필요하며, 더 잘 포인트를 전달하고, 좀더 잘 각인시키는 데는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열적이거나 개그를 능가하는 유머가 없어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강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서 기억에 잘 남고, 활용 가치도 있는 강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기도 했다. 솔직히 점점 자신이 없어져서 이 일은 나하고 안맞아 하면서 그만두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비겁하게 도망친 것이 저자의 열정과 노력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살짝 부끄럽기도 했다. 어디 강의 뿐이랴...영업, 광고, 하다 못해 가정에서의 교육과 같은 이러저러한 일들 속에서도 '기획'의 단계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요즘 일을 하면 할수록 그 '기획'의 중요성을 절감해서 였다. 도대체 사고의 틀을 벗어나서 좀더 유연하게 기획하고 추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공모전 23관왕' 얼마나 창의적이고 특출나면 경쟁율이 치열한 공모전에서 23번이나 입상을 할 수 있었을까? 혹시 타고났거나, 뛰어난 두뇌로 얻은 결과는 아닐까? 등등 읽기 전부터 책도 책이지만 저자에 대한 궁금즘이 더 컸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했다. 이력만 봐도 참 치열하게 산 저자가 과연 타고난 능력 덕분인지, 아니면 끝없는 노력의 덕분인지 책을 읽으면서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늘 제자리를 맴돌고 정리가 되지 않는 이 생각의 습관을 깰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10가지 빡신 기획 습관' [기획의 정석]이라는 책의 제목에 딸린 부제이다. 즉 기획의 구체적인 형식이나 방법 보다는 기초공사인 '습관'에 포인트가 맞춰진 책이다. 걷기를 배워야 뛸 수 있는 것처럼 무에서 유가 나올 수 있는 10가지 비법을 습관화 하면 꼭 기획에서 뿐만 아니라 어떠한 분야 즉 상담을 하거나 영업을 하거나 심지어 글을 쓸 때도 적용이 가능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녀가 제시한 10가지 방법은...
 
1. Focus -> 근본적으로 중요한 게 뭘까?
2. 4MAT -> 왜 내 말을 못 알아들을까
3. Why ->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4. Drawing -> 도무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면
5. Definition -> 문제가 날카로워야 해결책도 빛이 난다
6. Dividing -> 쪼갤수록 답이 보인다
7. Concept -> 됐고, 한마디로 뭐야
8. Action plan -> 머릿속에 그림이 안 그려진다면
9. Expectiation effect -> 그래서 뭐 어쨌다고
10. Storytelling -> 뇌에 꽂히게 말해봐
 
앞 부분 영어만 보면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그녀 스타일로 붙여 놓은 부연 설명을 읽으면 '아,,,'하면서 기억하기도 쉽고 '맞아'하고 공감이 되기도 한다. 이 간단한 실례에서 보듯 그녀가 주장하는 기획의 첫걸음은 바로 철저하게 그녀의 표현을 빌자면 내가 상대하는 '그분'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습관적으로 조금 편하게 일을 하다 보면 이 당연한 것을 무시하거나 놓치는 실수를 종종하게 된다. 이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을 때는 내가 준비할 때가 아니라 내가 '그분' 입장에 놓여 있을 때다. 기획하고 준비한 사람은 그 상황에 매몰되어 모르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는 '그분'의 입장이 되면 확연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시작부터 철저하게 '그분'의 입장에 되어서 바라봐야 한다고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열변을 토하고 있다. 아마 이러한 관점의 이동에만 성공한다고 해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할 것이다. 그만큼 상황에 따라 슬쩍 자신의 입장으로 옮겨와 지거나 옮기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수도 없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why?'이다. 확실한 이유없이 움직이는 고객은 단 한 사람도 없다. 'what'을 제시에 하기에 앞서 철저하게 'why'로 분석하고 준비해야 방향이 어긋나지도 않으며, 설득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들이지만 그녀만의 스타일로 컨셉화하여, 독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때로는 실감나게 설명을 하기 때문에 빠져들어서 읽을 수 있고, 그만큼 공감하기도 쉽다. 그렇다고 이런 저런 기획책에 나와 있는 내용들을 정리한 빤한 책은 아니다. 23관왕 외에 그녀가 그야말로 삽질 정신을 통해 그동안 쌓아 놓은 경험들이 그대로 책속에 묻어난다. 중언부언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을 찌르면서도 간단하게 정리된 방법들을 보면 '별로 어렵지 않은데?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가지 특이하다고 느낀 것은 읽으면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 쯤이면 간단하게 핵심정리를 통해 강조와 정리를 하고 있고, 헷갈리다 싶을 때 쯤 마지막 간단하게 이미지를 사용한 요약 정리를 제공하여 정리와 리마인드를 같이 시켜준다는 것이다. 내용의 길이나 구성 등도 철저하게 계획을 하지 않았나 싶다. 형식상으로 보면 보통 자기 계발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지점이 꼭 필요한 순간이라는 점이 조금 인상 깊었다. 책을 읽다 보니 그럴 법도 한 것이 특이하게 저자는 '뇌'에 관한 연구를 많이 했다. 물론 전문적인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책을 통해서 '뇌'의 특징을 공부했다고 한다. 좀 엉뚱해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생각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뇌'이기 때문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뇌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연구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기획할 때 철저하게 적용한다. 정말 기획의 달인이 괜히 된 것이 아니고, 수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지금의 그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노력했으니까 잘 할 수 있나보다. 그렇지만 그래도 원래 재능이 있거나 강심장이기 때문에 청와대 같은 큰 행사에서도 무리없이 진행한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이 들 무렵, 에필로그에서 그녀는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떨리고, 두려웠었는가를 토로하고 있다. '누구나, 다 그렇다' 단지 '경험'을 하고 나면 그 다음은 조금 수월해지고, 나중에는 더욱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100번을 하다 보면 자다 일어나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야말로 '견딘다'고 한다. 차고 넘칠 수 있는 '절대량'을 채울 때까지 버텨내는 것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나로서는 크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주장하는 삽질 정신의 최고봉 '100번' 그것을 어찌 당하겠는가. 그 정도의 노력없이 일이 안된다고 푸념했던 나 스스로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기획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어떻게 마음을 강하게 다잡을 수 있는지,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더 많이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 아마도 이것도 철저한 기획의 정신에서 나온 저자의 계획된 의도일 수 있지만 효과 만점이었다.
 
"우리는 어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비교 인물을 만들어두고, 끊임없이 그 사람 대비 스스로가 얼마나 부족한지 우울해하는 데 귀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만두기로 했다. 비논리적으로 신나게 살기로 한 것이다.
논리적이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청와대의 강의를 준비하면서 '나보다 훨씬 대단한 분들 앞에서 어떻게 감히 강의를 하지?'라는 생각이 논리적으로 나의 뇌에 떠올랐다. 하지만 심장이 쪼그라지는 그 시간에 '아, 시끄럽고 모르겠고!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전할까?'라고 고심하며, 5만 가지 생각 중에 발상적인 선택을 했다. 이렇게 인생이 후달리는 순간에 쫄지 않는 것도 실력이다." ---p.24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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