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왜 이러는 걸까요? - 여자가 모르길 바라는 남자들의 비밀 왜 이러는 걸까요?
베아트리체 바그너 지음, 정유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화성에서 온 남자와 결혼을 한 지 벌써 16년... 아이들을 보면 당연한 시간이 우리 부부 둘만을 놓고 보면 참 짧고도 길게 느껴진다. 한 순간인 것 같은데 어느 새 2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서로를 잘 아는 것 같다가도 순간 참 낯설다. 그래서 긴 시간이 짧게 느껴지기도 한가보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도대체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그 긴 시간이 지났는데도 왜 아직 섞일 수 없는 이질감이 드는 것일까?
 
이 책 [남자, 왜 이러는 걸까요?]는 나의 이런 질문에 대한 깔끔한 대답을 해주었다. 물론, 모든 남자의 유형과 행동을 다 설명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여자와 다른 남자만의 두드러진 특징과 그 이유,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긴 시간 다른 별 사람과 살다 보니 어느 정도는 체념을 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바뀐 부분도 있다. 아집이 강한 편이라 나의 이런 면과 맞닥뜨릴 때면 그 남자,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여자, 왜 이러는 걸까요?" 그렇게 서로에게 어느 정도는 적응이 되고, 어느 부분은 포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타협도 하면서 결코 하나가 되지는 못하지만 적절하게 어울려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다.
이 책에서 나온 질문들은 실은 근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번 정도는 다 해 본 질문들 인 것 같다. 질문은 있었으나 답이 없었던 시절이기에 이 책에서 제시한 것처럼 명쾌하게 답을 찾았다면 혼란의 시간이 좀 짧았으리라는 아쉬운 생각도 해본다.
 
작가는 말한다. 남자와 여자는 애초에 부품부터 다르고 용도도, 시스템도 다르다고. 남자는 기본적으로 자체 결함이 있어 오류와 고장 증상이 나타난다고. 저자는 이렇게 남자를 제품에 비유하면서 현명한 소비자가 된다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함으로써 좀더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제품 사용 설명서를 차용해서 남자를 소개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1부는 남자를 사용하기 전 유의 사항에 대해서 그리고, 여자들이 만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남자들의 유형에 대해서 소개한다. 뇌과학과 남녀관계의 심리에 대한 연구를 한 저자답게 보편적인 지식에서 한 발 더 들어가 그 유형들에 대한 근본적으로 분석을 날카롭게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극적인 남성' 대하여... 유형을 분석하고, 그런 유형을 잘 다룰 수 있는 법을 소개한다.
 
"또한 그녀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우월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보인다는 사실을 그가 처음에 눈치라도 챈다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비극적인 시작점에서 출발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녀가 그에게 용기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그래서 그녀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그는 아주 긍정적인 자화상을 갖게 될 것이다.
평생 동안 자신이 이 멋지고 아름다운 여성을 공들여 정복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섬세한 내면을 바탕으로 흥미롭고 매력적인 애인이 될 것이다."---p.21~22
 
'아유, 피곤해...도대체 왜?' 라고 묻는다면 그냥 그런 유형의 남자는 그렇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라면 그런 남자를 사랑한 것일 수도. 그럼에도 그와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저 그의 유형을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현명한 소비자의 길일 것이다.
 
 
그 외에 '친구같은 남성', '여성을 잘 이해하는 남성'과 같은 여성 선호도가 높은 남성들도 모두 함정이 존재하므로 여성은 남자의 유형을 사전에 미리 파악해 둘 필요가 있으며, 자신 또한 어떤 유형과 잘 맞는 지를 알아둔다면 관계를 순탄하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2부부터는 본격적으로 남자들의 '에러'에 대해서 다룬다. '고장 난 남자 다루기'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에러는 가지각색이겠지만 저자가 수많은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서 가장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 에러를 집중적으로 분석해서 다루고 있다. 고장 증상은 일반적인 고장 증상과 가정에서 그리고 집 밖에서의 고장 증상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읽다 보면 그냥 머릿 속으로 바로 그림이 그려지는 보편적인 증상들이다. 그저 그러려니 하며 살아왔던 것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포기하고 살아왔던 것들...이러한 증상들을 저자는 시원하게 분석하고 치료법 또는 대처법까지 알려준다.
 
 
요즘 들어서는 갑자기 궁금해졌었다. 한 가지를 사오라고 부탁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이상한 쇼핑 방법에 도대체 당장 필요도 없는 것을 사올까? 그 이유와 대처법을 저자가 명쾌하게 알려주었다..ㅎㅎ
 
 
우선 대처법은....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물어라
-잘못된 구매의 결과를 체험하게 하라
-수고에 대해서 보상하라
-잔소리도 웃으면서 하라
-사전에 정확히 지시하라
-다른 집안일로 방향을 틀게 하라
 
역시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이유가 재미있다.
 
"남자는 장을 볼 때 보호자로서의 직감이 발동한다. 그는 '가족의 리더'로서, 청소도구가 없을 때를 대비해 미리 조치하려고 한다. 그래서 배려 깊은 그는 당연히 만일을 염려하고자 했던 것이다.
"만약 자기가 없었다면,"이라는 표현은 그가 매우 듣고 싶어 하는 칭찬이다.
-중략-
그리고 결국 여성들이 실용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남성들이 실용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달라졌다. 그는 부엌용 기기를 여자의 일을 덜어주는 장난감쯤으로 여긴다. 그래서 남자는 일을 줄여줄 수 있는 기기, 즉 기능이 많은 괴물 같은 기기나 추가로 씻어내지 않아도 되는 청소용 스프레이 등을 사 들고 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경우 남자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p.147~148
 
 
가장으로서 책임의식으로 배려의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본능적으로 한다고 하니 짠한 마음과 함께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든다. 굳이 바꾸지 않아도, 바뀌지 않더라도 상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속 끓이게 만드는 남자들의 다양한 행동들과 구구절절한 이유, 그리고 이를 지혜롭게 대처하고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볼 수 있다.
 
결국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맞추며 살아간다는 것은 불행한 관계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뇌과학자인 저자는 얘기한다.
 
"감정이 뇌에 의해 그리도 확실하게 통제된다는 사실은 또한, 기본 감정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존하는 데 있어 기본 전략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상대방에 대해 솟구쳐 오르는 화를 단순히 억누르거나, 입맛 떨어지게 만드는 나쁜 버릇에 대해 밀려오는 불쾌감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행복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해, 여기저기 하자투성이인 '남자'라는 물건을 조금씩 수리하거나 때로는 재부팅하는 편이 몇 백 배 더 쉬울지도 모른다."---p.186
 
참고 사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바꾸어 나가는 것이 좋은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야 하는 것이 기본이며, 그후 구체적인 변화의 방법에 대해서는 이 책을 참고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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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 소년문고를 말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애니메이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초등학생 때 이후로 별로 본 기억이 없다. 그나마 영상으로는 봤지만 또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책은 거의 보질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만화에 대한 오래된 나이 습관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깨버렸다. 사회 초년병 시절 회사 동료에게서 <원령 공주>를 소개 받고 본 후 <이웃집 토토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고양이의 보은>,<마녀 키키>는 물론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량 위의 포뇨>까지 그의 작품은 거의 다 구해다가 볼 정도로 팬이 되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그의 작품은 이미 초등학교 시절에 만난 적이 있는 구면의 사이였다. 원작보다 먼저 떠올리게 하고, 알프스의 소녀를 전세계의 친구로 만들어주었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플란다스의 개>, 그리고 독특한 배경과 살아있는 캐릭터, 탄탄한 스토리 구성으로 초등학생 사이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미래소년 코난>까지 단지 제작자를 몰랐을 뿐이었지 그의 작품은 이미 내게 너무나 친근하고 익숙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떠올리며 그의 철학과 작품 세계를 알 수 있는 것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미래소년 코난>과 연결되어 있는 느낌의 <원령 공주>는 인간의 의해 파괴된 자연과 인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처럼 이제 인간은 뒤틀려 버린 자연과 그로 인해 생겨난 기형의 존재와 관계를 풀어나가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늘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인간이 용서를 구하고 혹은 적을 물리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신파의 스토리는 그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자연은 돌연변이처럼 변했고, 인간은 그 '변화'를 받아들이고, 조금은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동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관객으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한다. <원령 공주>,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가 그랬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그랬다.
 
 
서로를 존중하고 '관계'를 재조명하는 것, 굴복과 정복이 아니라 다른 서로을 존중해주며 공존해가는 것, 그것이 그가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작품은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보고 나면 늘 묵직한 숙제와 같은 감동을 준다. 그러면서도 만화 특유의 발랄함과 상큼함은 그런 무거운 메시지를 중화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어렵지 않고 경쾌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오랜 파트너 '히 사이시 조'의 음악도 그의 그런 철학과 깊이와 경쾌함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늘 있어온 주제이지만, 색깔도 느낌도 다르게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의 능력에 늘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작품이 너무 좋으면 그것을 만든 사람도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 [책으로 가는 문]이 도착하기 전부터 기다려지고, 받은 후에는 한 장이 아까워 조금씩 나누어 읽은 것도 그의 작품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자신에 대한 얘기 보다는 그의 상상력의 원천인 어린이책에 대한 얘기로 주제가 국한된다. 그의 수많은 작품에 영감을 준 책은 어린이책이었다. 창간 60주년을 맞는다는 일본의 '이와나미 소년문고'는 그가 맘껏 상상의 나래를 뻗어갈 수 있도록 해준 근원이었던 것이다. 400권의 책에서 그가 특별히 추천하는 책 50권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이 책은 원래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발간한 비매품으로 스튜디오 직원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선별해 추천사까지 써주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간단하지만 진심이 담긴 추천사는 그래서 더욱 와 닿고, 더불어 그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소개할 때 일러스트에 대한 언급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면 그가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삽화의 관점에서 보는 어린이책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그가 선별한 책들을 보면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이 꽤 많이 있다. 물론 <로빈스크루소>와 같이 나중에 다시 읽으며 그 속에 담긴 진실의 가시를 간파하게 되었을 때 실망감을 주는 책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시대와 나라를 뛰어 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고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작가의 책이나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외국의 책을 제외하고는 공감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설사 모르는 책이라고 해도 그의 사색과 같은 글은 책의 내용이나 배경을 떠나서 책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오히려 읽어보지 않은 책들은 구해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의 2부 '나만의 책을 만나다'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생각하는 '책'에 대한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 어린 시절의 책읽기부터 책을 통해 얻게 된 것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영화 이야기까지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의 깊은 속내까지 엿볼 수 있다. 신중하면서도 솔직하고 겸손하면서도 신념과 주관이 뚜렷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포용은 하되 할 말은 분명하게 하는 카리스마도 느껴진다.
 
"책에는 효과 같은 게 없습니다. '이제야 되돌아보니 효과가 있었구나' 하고 알 뿐입니다. 그때 그 책이 자신에게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었음을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입니다.
효과를 보려고 책을 건넨다는 발상은 그만두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읽히려고 해도 아이들은 읽지 않습니다. 부모가 열심히 읽으면 아이가 읽지 않는다거나 오빠가 열심히 읽으면 여동생이 읽지 않거나 합니다. 책을 읽는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닙니다. 책만 읽는 아이는 일종의 외로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놀면 바빠서 그럴 겨를이 없으니까요.
책을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는 말은 생각하지 말기로 합시다. 책을 읽는다고 훌륭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독서라는 것은 어떤 효과가 있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어렸을 때 "역시 이것"이라 할 만큼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한 권을 만나는 일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p.142
 
그가 어린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아직도 잊지 않고 그의 작품에서 재현해낼 수 있었던 것은 아직도 어린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는 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러한 노력을 받쳐주었던 것이 바로 '어린이책' 읽기였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불어닥칠 바람의 시대에서도 필요한 것이야말로 '책'이라고 얘기한다. 아이들에게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책'. 삶의 근간을 이루는 나만의 '책'을 만나는 것이야 말로 이 혼돈의 시대를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책이 나만의 책을 만나러 들어가는 '문'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흰색 표지에 세로로 쓰여진 한글 제목과 일본의 원제,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흑백 사진이 실린 검은색 책띠는 참으로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원서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는 출판사의 노력도 그대로 느껴진다. 요즘에 일반적인 떡제본이 아니라 실로 묶은 양장제본이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처음에는 책장이 떨어지는 줄 알고 조심조심 읽었었다. 그러다가 제본이 다른 것을 알고는 마음 놓고 읽었는데 잘 눈에 띄지는 않는 부분까지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려는 정성이 느껴졌다. 그런 정성과 애정은 한 장 한 장을 아끼며 읽게 해줬고, 이 책을 내게 소중한 한 권으로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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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1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2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술 시장의 법칙 - 미술품 투자! 이성으로 분석하고 감성으로 투자하라
이호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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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의 법칙]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에도 미술 시장과 관련된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로 올라온다. 전 대통령의 아들 소유의 회사에서 발견된 100억원 정도 가치로 추정되는 그림 600점을 서울옥션과 K옥션 공동 주관으로 일반인들도 공개 입찰할 수 있는 공매로 진행한다는 기사이다. 원래 압류된 물건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공매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나 미술품은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미술 전문 경매사에게 위탁을 하게 된 것 같다는 내용과 함께, 미술품의 경매 절차와 특성 등에 대한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어느 순간, 어떤 곳에 써도 들어 맞을 만큼 보편적인 말인데 지금 이 순간에도 여지없이 적용이 된다. 만일 내가 이 책을 읽지 않고 그 기사를 봤다면 아마 절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 옥션, K옥션은 어디고, 허스트는 누구며, 추정가, 프리뷰는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만고의 진리를 깨닫는다.
 
미술품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는 미술품, 경매 등에 대한 얘기를 접할 때마다, 그리고 새로운 재테크의 수단으로 미술품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시스템이 내내 궁금했었다. 도대체 장난같기만 하고 무슨 말을 하는 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작품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에 팔려나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한 때 해외토픽으로 어떤 작품이 얼마에 팔렸다느니 하는 기사들의 심심치 않게 등장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었다. 우리 돈으로 81억원에 팔렸다고 하니 뉴스에 나올 법하지만, 그 후로 미술 경매 시작이라는 곳에 대한 관심이 가기 시작했었다.
 
 
아마도 그 때 내가 뉴스에서 그런 기사를 종종 볼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적으로 미술 시장의 가장 호황을 이루었던 시기였기 때문인 것 같다. 일부 컬렉터들만의 독무대였던 미술 시장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대거 신규 컬렉터들을 창출하며 미술시장은 2007년부터 2008년 후반까지 정점을 찍었다고 한다. 당시는 미술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작가의 작품은 물론 앞으로 주목이 예상되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도 상향 곡선을 그리며 팔려나갔다고 한다. 아마 그러한 시장 분위기가 일반인들에게까지 전달이 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서의 관심과 맞물려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투자처에 관심이 있는 것도 미술품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것도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는 안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미술품의 경제적인 가치와 작품성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 세계가 들여다보고 싶어졌고, 그래서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것이다.
 
미술시장 애널리스트이자 미술투자 전문가인 저자는 기업소장품 8000여 점의 경매를 진행했을 정도로 미술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이다. 세계적인 호황 속에 잠깐 상승세를 타다가 2009년 기점으로 추락한 후 다시금 입지를 다지며 전문성을 키워 가고 있는 해외 시장과는 달리 아직도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국내 시장이 좀더 탄탄히 성장할 수 있도록 컬렉터, 아트 딜러들에게 미술 시장의 기본 원칙과 규칙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줌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언젠가 미술 시장에서 작품을 구입할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내려갔다. 지금까지 한 작품도 사보지 않은 초보일지라도 지금 당장 미술 시장에 가서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고르고 사야하는 지를 미술 시장의 특징부터 발전 과정, 미술 경매시 알아야 하는 기준과 관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까지 꼼꼼하게 분류하고 분석해주고 있다.
 
컬렉터들의 최고의 꿈은 물론 좋은 작품을 소장하게 되는 것이겠지만, 투자로서의 꿈이라면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일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와 춤추듯 너울대는 주식 시장과는 달리 작품을 보는 안목과 예술을 즐기려는 마음, 그리고 시장의 변화에 초연한 마음만 있다면 그 어떤 투자보다도 확실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돈만을 생각해서는 미술 시장의 생리를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며, 작품 감상은 커녕 쳐다보기도 싫은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순수한 예술로서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책과는 달리 이 책은 '돈'과 관련된 투자의 관점으로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 낯설고도 새롭다. 물론 작품성과 투자성이 완전히 독립된 것이 아니고 평행선을 그으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도 있지만 '시장'의 변수에 따라서는 평가가 완전히 엇갈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미술사에 가치가 있는 작품이 높게 평가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미술 시장에서는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에 미술사 뿐만 아니라 컬렉터로서의 안목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누누히 강조한다. '작품의 소장 이력과 전시 이력'이 작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고 할 수 있다. 즉 어떤 곳에서 전시가 되었고, 누가 소장했었느냐에 따라 작품의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같은 작가의 작품임에도 그러한 이유로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하며, 또한 시장 유입의 희소성과 고도의 마케팅에 따라서도 가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장마다 맨 뒤에 실려 있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이야기>는 이러한 실제 사례들을 그 이유와 함께 보여주고 있는 코너이다. 역시나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시장의 논리보다 예술의 힘이 좀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결론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투자에 앞서 '예술'을 즐기고 읽어내려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고 말이다.
 
"진정으로 투자에서 수익을 올리려면 새로운 것 속에 전통이 있고, 그 맥락에서 놀라움을 주는 신선함이 있는 진주를 발견해낼 수 있어야 한다. 진주인지 아닌지를 밝혀내는 것은 "형상의 아름다움"에 있지 않고 "철학적인 깊이와 정확한 개념의 전달"에 있으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과 개념을 정확히 받아들일 수 있는 컬렉터가 되어야 한다. 작가와 컬렉터가 주고받는 수준 높은 철학게임의 장이 미술계이며, 미술 시장은 "머니 게임"의 장이 아닌 "철학 게임"의 장이다." ---p.312
 
어마어마한 낙찰가를 보면 내가 직접 그림을 구입할 수 있는 순간이 올까 싶지마는 이 책을 읽은 후, 적어도 이제는 경매 시장에서 어떤 작품이 최고가를 기록했다거나 하는 기사를 보게 된다면 그 작품의 가치가 왜 높은 지 어떤 것을 따져 봐야 하는 지와 같은 기본적인 배경은 알게 되었다. 꾸준한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한다면 또 아는가?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영감을 주는 '진주'와 같은 보물을 내 손으로 캘 수 있는 기회가 올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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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 시대 보물찾기 한국사탐험 만화 역사상식 8
곰돌이 co. 글, 강경효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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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를 우리 역사에서 의식하게 된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이다. 가까이만 생각해봐도 학창 시절 국사 시간에 '발해'는 아주 간단하게 배우고 지나갔을 뿐이다. '이러한 나라도 생겼다 사라졌다'라고. 그리고 그 시대는 '통일신라시대'로 명명되어졌다. 오죽했으면 한때 문화대통령으로까지 불리워졌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해를 꿈꾸며'라는 곡을 내놓았을 때 낯선 느낌이 먼저 들었을까. 그것이 20년 전....요즘 아이들은 '통일신라시대' 대신 '남북국시대'로 배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아이들에게 발해는 고구려 만큼이나 익숙한 역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 잃어버린 역사를 온전히 되찾기에는 현재 중국의 영토에 걸쳐있는 발해의 지리적인 위치가 너무나 안타깝다.
 
그렇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명백하게 고구려의 뒤를 이은 '발해'는 분명 우리의 역사이다. 현재 중국의 땅이라고 해서 역사 마저 그들의 기록일 수는 없는 것이다. 힘들지만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야욕을 막아내어 우리의 역사로 지켜내야만 한다. 이러한 내외적인 요인들 때문인지 '발해의 역사'는 더 안타깝기도 하고 더 애착이 느껴지기도 한다.
 
[발해시대 보물찾기]는 그래서 '한국사 탐험' 보물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더 관심이 가졌다. 게다가 '발해'라는 나라에 대한 사료가 많지 않고, 자세하게 배웠던 기억도 별로 없으니 이번에 좀더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듯 싶었다. 이전 고구려부터 통일신라까지 만화라는 형식이지만 상당히 깊은 역사 상식을 전해주기도 했고,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했던 그림의 기억은 이번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이야기는 역시나 '중국'을 상대로 전개된다. 그동안 '봉팔이'와의 대결 구도로 펼쳐졌던 것과 사뭇 다른 것은 '봉팔이'보다 더 시급한 상대가 바로 중국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팡이가 움직인 것 역시 위험에 빠진 봉팔이를 구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북공정'으로 역사를 갈취하려는 중국의 음모를 막기 위함이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봉팔이가 휴식차 떠난 옛 발해의 땅에서 발해 시대의 신분증인 '청동 부절'의 한 쪽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청동 부절은 한 쌍의 청동 조각을 두 사람이 나눠 갖고 있다가 서로 맞춰서 신원을 증명하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여기서 발견된 청동 부절은 '황제'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어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의 발해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다.
 
 
중국은 서둘러 이것을 '가짜'로 몰아가 발해 역사의 증거물을 없앨 계획을 세운다. 역사적인 유물을 도둑맞게 생긴 상황에서 팡이는 이번에 발견된 청동부절의 다른 한 쪽이 중국 역사가에 의해서 이미 발견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그리고 봉팔이을 위해서가 아닌 영원히 잃어버릴 지도 모를 '발해'의 역사를 위해서 나머지 한 쪽의 청동부절을 찾기 시작한다. 이 때 도움을 주는 이가 있었으니...바로 발해 역사의 복잡한 국제 정세의 당사자 중 하나인 '러시아'에서 파견한 요원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이자 동아시아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음모를 저지하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러시아 요원은 팡이 일행과 함께 나머지 청동부절을 찾는데 동참하게 된다.
 
 
이렇게 나머지 한 쪽을 찾아가면서 발해가 중국이 아닌 '고구려를 이어받은 나라'라는 증거의 장소로 하나씩 찾아가게 된다.
 
증거 하나. 고구려 국내성과 환도산성의 유사성.
생활하는 평지성과 방어용 산성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는 고구려, 발해만의 독특한 양식
 
 
증거 둘. 고구려 후기 무덤 양식과 동일한 발해의 육정산 고분군.
중국의 벽돌 형식 무덤과는 다른 고구려나 발해의 공통의 돌방무덤 형식
 
 
이외에도 발해의 정효 공주의 묘에서 발견된 '황상'이라는 황제의 칭호는 발해가 독자적인 나라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라할 수 있다.
 
 
팡이 일행은 발해의 수도였던 5경 중 위치가 밝혀진 상경 용천부, 동경 용원부, 중경 현덕부를 따라가며 청동부절의 나머지 한 쪽을 계속 추적해나가지만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정보를 입수하게 되는데...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사실은 명백하기에 그 증거를 찾는 것이 이를 부정하는 자료를 찾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이 발해의 유적에 한국인만을 출입 통제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지만 결국 진실은 세상에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다면, 관심의 끈을 놓치 않고 어떤 이론으로도 부정할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을 수 있다면 바다 동쪽의 번성한 나라-해동성국 '발해'는 온전히 우리 역사의 품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노라니 '발해'라는 나라가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진다. 고구려의 기상과 진취적인 정신을 이어 받아 독자적인 모습으로 융성했던 나라.... 발해. 언젠가는 그 위용있는 모습을 드러내 우리 역사에 온전히 자리잡는 그 순간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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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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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물원은 쉽게 보지 못하던 동물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신기한 장소였다. 아이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호랑이, 사자를 비롯 코끼리나 기린 같은 멸종되거나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그 자체가 구경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풍하면 의례 동물원을 떠올리기까지 했었다. 요즘도 다르지 않아서 날 좋은 휴일의 동물원은 부모님과 함께 방문한 아이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유모차를 타기도 하고, 손에 풍선을 들기도 하고 혹은 솜사탕을 먹기도 하면서 희귀한 동물들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래서 '동물원=아이들'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지 이미 오래다. 백과사전이나 책 속에서 볼 수 없는 동물들을 직접 실물로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동물원에 아이들이 많은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크기 전에는 종종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렇게 동물을을 처음 접하게 된 아이들의 기억 속에 동물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을 지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동물의 관점에서 과연 동물원이 살 만한 곳인가? 동물원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동물들을 동물원에서 처음 접하게 된 아이들은 '동물'을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위험의 요소로부터 피하는 것이 동물의 본성인데 하루 종일 창살 너머 느껴지는 시선이 얼마나 괴로울 지를 생각이라도 해 볼 수 있을까?
 
어른이 된 후에도 나는 몰랐다. 그 동물들의 괴로움을. 단지 까칠한 피부나 털에, 황량한 우리 안이 별로 살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느꼈을 뿐. 늘 기운없이 자고 있거나 둔한 움직임이 그곳이 별로 살 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줄 뿐. 최근 들어서야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동물원 폐지 운동을 보면서 비로서 동물원이 얼마나 동물들에게 잔혹한 곳이었는 지를 느끼게 된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아이들이 꼬마 때 유난히 좋아했던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책을 보면서 처음으로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었다.
 
그 책 이외에도 유난히 아이들 그림책에는 동물원을 탈출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동물과 자신을 동일 시 할 수 있는 아이들은 그 동물들의 갑갑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그 탈출을 통해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렴풋하게나마 '동물원'이 동물들에게는 감옥과 같은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잊지 마, 넌 호랑이야]는 그림책에서 넘어 와 읽기의 즐거움을 알기 시작한 초등생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그림책이 그림으로, 그리고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동물의 마음을 감각적으로 느꼈다면 이 책에서는 배경과 사건, 인물의 생각을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동물원이라는 공간에서 동물들이 느끼는 감정과 갈등을 느껴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동물의 괴로운 심정을 그린 이야기는 아니다. 동물원이라는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위적인 공간은 '정체성'을 잃고 살아가는 동물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물원을 배경으로 한 책답게 세 개의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호랑이, 두루미, 코끼리이다. 그리고 각 이야기의 시작에는 그들의 학명부터 특성을 마치 동물원의 푯말처럼 붙여두고 있다. 동물원 때문에 정체성을 잃어버린 동물들에 대한 동물원의 자세한 동물 정보는 오히려 아이러니도 다가온다.
 
 
첫번 째 이야기는 동물원에서 태어난 시베리아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베리아의 숲 속을 호령하던 어미는 동물원에 갇히면서 희망을 잃고 태어난 새끼 천둥 마저 외면한다. 자신과 같은 감금의 생활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어미의 모성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같은 종끼리의 교배로 인해 태어난 천둥은 체구도 작고 약해 무리에서도 괴롭힘을 당하며 왕따로 자란다.
천둥의 가장 큰 혼란은 숲의 제왕이라는 '호랑이'임에도 불구하고 시베리아는 커녕 숲조차 가본 적이 없고, 자신의 '고향'은 동물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였다. 그럼에도 시베리아의 전설이었던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는 그 시베리아의 숲 속으로 가서 진짜 호랑이로서 자신을 확인하고 싶은 꿈을 가지며 정체성을 찾아가려 한다. 한참 후에 다시 돌아온, 자신이 괴롭힘을 당했던 그 우리에는 여전히 그 호랑이 태풍이 있었다. 그러나 태풍의 모습은 '희망'을 상실했던 엄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다.
'호랑이'인데 '호랑이'처럼 단 한 번도 살아보지 못했던 '천둥'. 과연 그는 호랑이일까? 읽는 독자도 혼란스럽고 안타깝기만 하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잊지마, 넌 호랑이야"라고.
 
 
두번째 이야기 역시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두루미 갑돌이가 나온다. 그리고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간다는 본능을 이용해 강제로 포획 당해 온 갑순이. 갑순은 결국 갑돌이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갑순이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 그리고 늘 아버지에게 들은 진정한 두루미의 모습을 떠올리며 비로소 갑돌이는 자유를 꿈꾸기 시작한다.
 
"갑순이 말이 맞았다. 하늘을 난다는 것, 그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p.90
 
그리고 갑돌이가 그런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육사의 아들 재운이를 통해서 인간이 동물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는 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동물원'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거론된다. 그 역시 인간에 의한 것이지만 유전자 보존이라던가, 환경 파괴에 의해 희생되는 동물들의 보호 등의 이유로 인해 동물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마지막 세번째 이야기는 이러한 인간과 동물의 공존에 대한 최소한의 타협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동물원으로 오게 된 꽁이와 동물원 보다 더 극단적인 환경인 서커스단에서 살다 오게 된 산이는 '인간'에 대한 시각차가 분명하다. 꽁이는 인간을 믿을 수 없는 적으로 규정하지만, 인간에게 길들여진 산이는 인간을 '주인'으로 생각하면 섬긴다. 
 
"산이야. 누구도 누구의 주인이 아니야. 우린 코끼리고 저들은 인간일 뿐, 누구도 누구의 주인이 아니야." --- p.120
 
 
인간은 결코 동물의 주인도, 자연을 소유한 소유권자도 아니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은 이제 동물들이 살기에는 너무 위험해졌다. 그렇다면 우린 그들이 그들의 본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지켜주어야 한다. 비록 그것이 동물원과는 다른 형태의 인위적인 공간일지라도. 세번째 이야기가 그러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동물과 인간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나도 마음 속으로나마 그들을 응원해본다. 함께 꿈꾸는 세상이 올 때 까지...
"잊지마, 너희는 호랑이고, 두루미고, 코끼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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