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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장의 법칙 - 미술품 투자! 이성으로 분석하고 감성으로 투자하라
이호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미술시장의 법칙]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에도 미술 시장과 관련된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로 올라온다. 전 대통령의 아들 소유의 회사에서 발견된 100억원 정도 가치로 추정되는 그림 600점을 서울옥션과 K옥션 공동 주관으로 일반인들도 공개 입찰할 수 있는 공매로 진행한다는 기사이다. 원래 압류된 물건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공매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나 미술품은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미술 전문 경매사에게 위탁을 하게 된 것 같다는 내용과 함께, 미술품의 경매 절차와 특성 등에 대한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은 어느 순간, 어떤 곳에 써도 들어 맞을 만큼 보편적인 말인데 지금 이 순간에도 여지없이 적용이 된다. 만일 내가 이 책을 읽지 않고 그 기사를 봤다면 아마 절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 옥션, K옥션은 어디고, 허스트는 누구며, 추정가, 프리뷰는 무엇인가... 다시 한 번 만고의 진리를 깨닫는다.
미술품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는 미술품, 경매 등에 대한 얘기를 접할 때마다, 그리고 새로운 재테크의 수단으로 미술품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시스템이 내내 궁금했었다. 도대체 장난같기만 하고 무슨 말을 하는 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작품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에 팔려나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한 때 해외토픽으로 어떤 작품이 얼마에 팔렸다느니 하는 기사들의 심심치 않게 등장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었다. 우리 돈으로 81억원에 팔렸다고 하니 뉴스에 나올 법하지만, 그 후로 미술 경매 시작이라는 곳에 대한 관심이 가기 시작했었다.
아마도 그 때 내가 뉴스에서 그런 기사를 종종 볼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적으로 미술 시장의 가장 호황을 이루었던 시기였기 때문인 것 같다. 일부 컬렉터들만의 독무대였던 미술 시장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대거 신규 컬렉터들을 창출하며 미술시장은 2007년부터 2008년 후반까지 정점을 찍었다고 한다. 당시는 미술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작가의 작품은 물론 앞으로 주목이 예상되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도 상향 곡선을 그리며 팔려나갔다고 한다. 아마 그러한 시장 분위기가 일반인들에게까지 전달이 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서의 관심과 맞물려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물론, 투자처에 관심이 있는 것도 미술품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것도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는 안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미술품의 경제적인 가치와 작품성의 관계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 세계가 들여다보고 싶어졌고, 그래서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것이다.
미술시장 애널리스트이자 미술투자 전문가인 저자는 기업소장품 8000여 점의 경매를 진행했을 정도로 미술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이다. 세계적인 호황 속에 잠깐 상승세를 타다가 2009년 기점으로 추락한 후 다시금 입지를 다지며 전문성을 키워 가고 있는 해외 시장과는 달리 아직도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국내 시장이 좀더 탄탄히 성장할 수 있도록 컬렉터, 아트 딜러들에게 미술 시장의 기본 원칙과 규칙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줌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언젠가 미술 시장에서 작품을 구입할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내려갔다. 지금까지 한 작품도 사보지 않은 초보일지라도 지금 당장 미술 시장에 가서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고르고 사야하는 지를 미술 시장의 특징부터 발전 과정, 미술 경매시 알아야 하는 기준과 관점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까지 꼼꼼하게 분류하고 분석해주고 있다.
컬렉터들의 최고의 꿈은 물론 좋은 작품을 소장하게 되는 것이겠지만, 투자로서의 꿈이라면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일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와 춤추듯 너울대는 주식 시장과는 달리 작품을 보는 안목과 예술을 즐기려는 마음, 그리고 시장의 변화에 초연한 마음만 있다면 그 어떤 투자보다도 확실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돈만을 생각해서는 미술 시장의 생리를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며, 작품 감상은 커녕 쳐다보기도 싫은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순수한 예술로서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책과는 달리 이 책은 '돈'과 관련된 투자의 관점으로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 낯설고도 새롭다. 물론 작품성과 투자성이 완전히 독립된 것이 아니고 평행선을 그으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도 있지만 '시장'의 변수에 따라서는 평가가 완전히 엇갈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미술사에 가치가 있는 작품이 높게 평가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미술 시장에서는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에 미술사 뿐만 아니라 컬렉터로서의 안목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누누히 강조한다. '작품의 소장 이력과 전시 이력'이 작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고 할 수 있다. 즉 어떤 곳에서 전시가 되었고, 누가 소장했었느냐에 따라 작품의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같은 작가의 작품임에도 그러한 이유로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하며, 또한 시장 유입의 희소성과 고도의 마케팅에 따라서도 가격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장마다 맨 뒤에 실려 있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이야기>는 이러한 실제 사례들을 그 이유와 함께 보여주고 있는 코너이다. 역시나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시장의 논리보다 예술의 힘이 좀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결론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투자에 앞서 '예술'을 즐기고 읽어내려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고 말이다.
"진정으로 투자에서 수익을 올리려면 새로운 것 속에 전통이 있고, 그 맥락에서 놀라움을 주는 신선함이 있는 진주를 발견해낼 수 있어야 한다. 진주인지 아닌지를 밝혀내는 것은 "형상의 아름다움"에 있지 않고 "철학적인 깊이와 정확한 개념의 전달"에 있으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철학과 개념을 정확히 받아들일 수 있는 컬렉터가 되어야 한다. 작가와 컬렉터가 주고받는 수준 높은 철학게임의 장이 미술계이며, 미술 시장은 "머니 게임"의 장이 아닌 "철학 게임"의 장이다." ---p.312
어마어마한 낙찰가를 보면 내가 직접 그림을 구입할 수 있는 순간이 올까 싶지마는 이 책을 읽은 후, 적어도 이제는 경매 시장에서 어떤 작품이 최고가를 기록했다거나 하는 기사를 보게 된다면 그 작품의 가치가 왜 높은 지 어떤 것을 따져 봐야 하는 지와 같은 기본적인 배경은 알게 되었다. 꾸준한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한다면 또 아는가?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새로운 영감을 주는 '진주'와 같은 보물을 내 손으로 캘 수 있는 기회가 올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