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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중학생을 위한 멘사 수학 천재 ㅣ 멘사 어린이 시리즈
존 브렘너 지음, 권태은 옮김 / 바이킹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수학은 영원한 학생과 학부모의 골치거리가 아닐까 싶다. 올 해부터 교과서가 다시 개정되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핵심 개정 내용 중에서도 단연 화두로 떠오른 것은 바로 '스토리텔링 수학'일 것이다. 스토리로 원리 위주의 개념을 배우다 보면 단순히 암기하는 것보다 쉽게 배울 수 있고, 실생활에서의 적용과 응용이 더 쉽다는 것이 개편의 주요 골자다.
원리 위주의 교육 과정으로 돌아선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스스로 부딪치고, 도전해서 깨나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각자의 역량대로 스스로 탐구하며 깨닫기까지 기다려주기에 우리네 학교는 배울 것도, 외울 것도 너무나 많다. 하다 못해 유치원 7세반만 되어도 입학 후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암기 위주, 훈련 위주로 돌아서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에게 수학을 몸으로 익힐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빨리 원리를 습득해서 수많은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는 것이 우리 수학의 목표처럼 보인다. 그런 현실에서 '스토리'를 가미한들 '스토리'를 다시 외워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학년이 올라가면서 수학을 싫어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대한민국의 학부모다. 수학을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수학, 정말 싫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수학이라는 과목을 즐겼으면 하는 나의 바람과는 달리 아이들은 점점 수학을 버거워하기 시작한다.
[예비 중학생을 위한 멘사 수학 천재]을 읽게 된 이유도 둘째 만큼은 수학을 계속 즐겨나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수학을 애초에 좋아하지 않은 큰 아이가 중학교에 가서도 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것은 예상했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수학은 가장 비중 높은 학과목 중에 하나인 것을. 애써 힘들여 공부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때가 많다. 반면, 둘째는 둘쭉날쭉인 점수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수학이 좋다라고 얘기한다. 내가 볼 때도 수감각면에서는 둘째가 조금 더 발달되어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일상적인 수계산을 즐기는 것으로 보아 분명 수학이 이 아이에게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과목이 될 것 같다는 희망이 느껴졌다.
문제는...그러한 마음이 지속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였다.
이 책 [예비 중학생을 위한 멘사 수학 천재]에서 나는 그 답을 찾고자 했다.
그런데 의외로 빨리 답을 찾았다.
"해답을 빨리 찾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적절한 수학 공식을 이용할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개념을 이해하면 뒤에 나오는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 수 있습니다. 보자마자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부터 긴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까지 단계별로 풀어 보세요. 그래도 아직 이해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다면 현재 학습 수준에 맞는 문제까지만 풀고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풀어도 됩니다."
---p.9 문제를 풀기 전에 中
한 문제를 풀어도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풀어내는 것.
답을 맞추기 보다 과정을 즐길 줄 아는 것.
단계별로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나가면서 성취감을 맛보는 것.
몰라도 상관 없고, 나중에 풀어도 괜찮은 것.
문제가 생기면 풀어 내려는 본능이 있는 인간은 스스로 퍼즐을 만들어 풀기를 즐겼다. 그 본능은 답을 맞춰야 하고, 빨리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교육 방식에 의해서 질려 버려 나중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한다.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큰 아이도 이 책을 보자마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머리가 아프다면서도 중독된 것처럼 이리저리 고민을 하면서 답을 찾아내려 애쓴다. 숙제도 아니고, 시험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호기심을 자극해가면서 천천히 스몰 스텝이어도 상관없이 스스로 방법을 터득하며 길을 찾아 가는 것.
그것이 바로 수학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한 번 그런 근력이 생겼다면 그 매력을 못 잊은 우리의 뇌는 계속해서 더 어려운 문제, 더 까다롭고 심화된 문제를 자연스럽게 찾게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수학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이 책에 실린 문제들은 영국 멘사의 핵심 멤버인 존 브렘너가 스스로 고안한 문제들이라고 한다. 책의 구성은 우선 자신감을 심어 줄 아주 쉬운 단계의 연습문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레벨 1부터 레벨 5까지 비슷한 유형이지만 점점 난이도를 높여가는 방법과 레벨에 맞는 새로운 유형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난이도를 높여나가는 방법의 예로는,
직사각형 안의 숫자를 선이나 도형으로 나누어 숫자의 합이 제시된 수가 되도록 만드는 문제 유형이다. 연습문제부터 시작하면 총 6번을 하는데 처음에는 이 정도 쯤이야로 시작하는데 단계가 높아가면 조금씩 고민을 하기 시작하게 되고, '가만 있어봐...' 하면서 문제 속으로 점점 몰입하게 된다.
위의 문제가 쉽다면 좀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답은... 마우스로 화살표 옆을 긁어보시길 -> 9876과 5432
또한, 사람들이 가장 풀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문제 유형 중의 하나가 '가로세로 퍼즐'이 아닐까 한다. 이 책에서는 이 퍼즐을 수학으로 만나볼 수 있다. 역시, 난이도는 레벨에 따라 점점 높아진다.
때로는 반전이 있는 문제들도 볼 수 있다. 레벨 3의 문제이고, 분수와 소수에 관련된 문제이다.
정답은 아래를 마우스로 긁어보시길....
-> 6.25분 (또는 6분 15초)
최고 속도로 비행 가능한 시간을 구할 때 전체 연료의 양은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1분에 연료의 16%를 쓰므로 연료를 전부다 쓰는 시간이 언제인지 계산하기 위해서는
100을 16으로 나누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문제를 살펴보면 이 책이 왜 하필 예비 중학생을 위한 책인지 궁금할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문제들은 이차방정식, 순환소수, 제곱근, 피타고라스 정의, 원주율 같이 중학교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들이다. 원리를 먼저 깨닫게 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며 응용력을 확장시켜 줌으로써 중학교 수학의 내용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원리를 전달하는 방식도 깔끔하고 명료해서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다. 중학교 수학을 미리 정리해보고, 흥미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중학교 수학을 준비하는데 충분한 효과가 있을 듯 싶다.
뿐만 아니라, 공부를 하는 다양한 방법들도 제시해주고 있어 학습 방법을 배워 나가는 데도 유용하다.
수학을 놀이처럼 즐기자는 취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탐구활동' 부분이다. 레벨 5 다음에 위치해 있는데, 여러 명이 수학과 관련된 활동을 즐기다 보면 어느 새 수학이 친근한 놀이가 될 듯 싶다.
흡사 보드 게임을 즐기는 것과 같이 규칙에 따른 여러 활동이 제시되어 있는데 숫자로 이렇게 다양한 게임을 즐겨볼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든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한 번 같이 즐겨봐야 겠다.
처음에는 어떤 책인지 살펴보기 위해서 책만 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점점 풀어보고 싶은 문제들이 늘어나면서 나도 모르게 종이와 연필을 준비하고는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케네디대통령이 암살된 날이 무슨 요일이었는지를 계산해보면서 내가 태어난 날은 무슨 요일이었는 지도 더불어 계산해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활동들을 즐겁게 하다 보면 수학적인 감각은 저절로 길러질 듯 싶다. 이것이 '공부'와 '놀이'의 근원적인 차이이며,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따를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놀이와 학습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놀이에는 어떤 목적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재미가 있으면 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 놀이입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머리를 쓸 때,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보면서 배운 것은 시험지를 붙들고 순위 경쟁에 집중하면서 외운 것보다 각인 효과가 훨씬 더 큽니다. 재미로 눈이 반짝이는 아이의 두뇌는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인지하며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도 별도의 노력 없이 암기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반면 인상을 쓰며 과제를 해 나가는 아이들은 과제가 끝남과 동시에 공부한 내용으로부터 도망치기라도 하듯 빨리 잊어버리고 멀어지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아이들에게만 일어날까요? 성인들도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즐겁고 신나는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뇌는 창의력을 발휘하고, 그때 일어난 많은 사건들을 기억하며,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징과 의미에 대해 예리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p.5 추천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