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실의 요즘 요리 - 국민 요리 백과 365
문성실 지음 / 상상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간단해, 근데 맛있어!"

 
[문성실의 요즘요리] 라는 책의 제목보다 눈에 더 먼저 들어온 것은 부제처럼 적혀 있는 바로 이 문구였다. 결혼한 지 15년차 주부이지만 직장 생활을 10년 넘게 한 덕분에 '요리'는 내게 있어 아직도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다. 요리라면 아직도 한 끼를 때우는 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요즘은 그나마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너도나도 추천하는 레시피가 줄줄이 나오고, 적당한 것을 선택하면 적어도 비슷하게라도 맛은 나오니 요리책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내 손 안의 레시피도 단점이 있었다. 먼저 검색된 순으로 적당한 것을 선택하다 보니 할 때마다 레시피가 달라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즐겨찾기라도 해놓지 않으면 어떤 것으로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나 한참을 뒤지기 일쑤이다. 또 한 가지 불편한 점은....같은 요리임에도 재료의 구성과 양념의 양이 너무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맛은 있겠지만 어떤 맛인지 가늠할 수가 없어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럴 때면 아날로그가 더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러한 나의 혼란을 해결해 줄 요리책을 물색하던 중에 만나게 된 책이 바로 [문성실의 요즘요리]였다. 일반적인 단행본 사이즈보다 약간 큰 담백한 크기이 책 사이즈에 일반적인 반찬부터 국물 요리, 간식은 물론 별미 요리와 베이킹까지 종류도 다양한 요리가 묵직한 두께로 제공된다. 손님들을 접대해야 할 특별한 상차림도 별책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웬만한 요리책으로도 만날 수 있으니 이 책 만의 특징이랄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특별하게 느끼며, 저자의 지인처럼 주방에 두고 온갖 때를 묻혀가면서 보리라고 마음먹은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 첫 번째 이유!
무엇보다도 재료가 간단하다. 일반적인 요리책을 봤을 때는 늘 한 두 개 정도는 구할 수가 없거나 거창해서 빼고 해야 하는 가슴 아픈 경험이 종종 있다. 생략해도 큰 차이는 없으나 있으면 좋을 이 재료들 때문에 요리를 완성하고도 뭔가 빠진 것 같은 찜찜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재료가 너무나 심플하다. 냉장고를 털어서 바로 요리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슬리퍼 끌고 슈퍼로 뛰어가서 구할 수 있을 정도의 보편적인 재료들로 요리를 한다. 오히려 집에 있는 재료를 추가로 넣고 싶을 충동이 느껴질 정도로 재료 준비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줄여 준다. 마치 할머니들이 있는 재료로 뚝딱 맛난 반찬을 만들어주시는 것처럼. 어느 페이지를 펴도 부담없이 요리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 두 번째 이유!
재료가 간단한 것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요리 과정도 간단하다. 이 책의 마음을 끌었던 부제 그대로 정말 과정이 간단한 요리들이 즐비하다. 레시피의 과정은 보통 4단계이고, 길어야 6단계를 넘지 않는다. 준비가 바쁜 저녁 시간 급하게 한 두 가지만 해서 올려도 근사한 저녁 식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쯤이야!'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 셋 번째 이유!
같은 듯하면서도 약간 다른 새로운 맛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블로거로서 저자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일상적으로 자주 해먹는 요리는 늘 똑같은 맛에 식상할 수 있다. 이 때 약간의 변화와 새로운 재료를 살짝 추가하면 맛과 영양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식감까지 느끼게 해줄 수 있다. 문제는 맛의 조화와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것인데 저자의 타고난 감각과 수많은 시도로 얻은 레시피일 듯 싶어 그냥 배우기 미안해진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 네 번째 이유!
계량컵, 계량스푼은 던져 버려도 된다. 계량스푼으로 조리하는 주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적당량, 갖은 양념...대부분 감으로 요리를 할 터인데, 이 책은 그와 맥락을 같이하며 계량컵, 계량스푼 대신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일반적인 스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분량을 적어놓은 것이다. 사실 레시피를 보면서 가장 유용했기에, 첫 번째 이유로도 꼽고 싶은 부분이었다. 컵 역시 종이컵 기준이라 양을 재는 데에 부담이 없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 다섯 번째 이유!
고수와 초보의 차이는 굵직한 과정보다는 작고 섬세한 부분에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요리는 과학이라고 했던가. 순서가 조금 바뀌어도, 과정을 조금 건너뛰어도 맛과 색, 모양이 달라지기 일쑤이다. 고수는 고사하고, 이런 사소한 과정을 간과함으로써 모처럼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요리가 실패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저자는 마치 친정어머니가 옆에서 조언을 해주듯이 과정 중에 꼼꼼하게 말풍선을 꼼꼼히 달아 놓아 실수하지 않도록 해주고 있다. 일단 저자의 말대로 하면 결정적인 실패는 하지 않을 듯 싶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든 마지막 이유!
요즘 마트의 양념 코너 진열대에 가보면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종 요리 양념들이 즐비하다. 외국 요리에 사용하는 양념들도 많은데 이러한 다국적인 음식 재료들을 도대체 어디에 써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각종 양념과 소스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장점이 있는 지 꼼꼼히 소개해준다. 이제 마트에 가서 하게 되는 고민 하나가 줄어 들었다.  
 
 
이 책은 요리에 한껏 게으른 나를 조금은 부지런하게 만들어 주었다. 예전 같으면, 몸도 마음도 피곤한 날이면 우선 사서 먹고 보자할 텐데, 지금은 이 책을 먼저 펼쳐 들고 지금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오븐까지 사서 들고 온 남편은 무얼 해 먹을 지 벌써부터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나만 조금 더 부지런해진 것이 아닌가 보다. 주방에서 책을 펴 놓고 열심히 뚝딱이더니 요리를 해서 내놓는다. 연발 "맛있어!"를 외치는 아이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보면서 다음에는 또 어떤 것을 만들어볼까 책장을 넘겨 이리저리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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