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월간샘터 2013년 12월호 월간 샘터
샘터 편집부 / 샘터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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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를 만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이 '시간'이다. 매월 발행되는 만큼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새로운 호가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그 '시간'을 의식하게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그 시간의 흐름이 가장 두드러지게 다가오는 달은 아무래도 한 해의 끝을 장식하게 되는 '12월호'가 아닐까 싶다.
 
[월간 샘터 12월호]를 받아보았을 때 역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이 '시간'이었다.
'벌써 일 년이 다 같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일 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잡지를 손에 들고 표지는 넘겨보지도 못하고, 내 지나간 일 년을 한참동안 되뇌어 보았다. 어느 해나 마찬가지로 후회되는 일도, 스스로 대견했던 일도, 섬찟할 만큼 아찔했던 순간도, 두근두근 설렜던 일도 있었던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래도 가장 적절하게 어울리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그렇게 시간에 대한 상념에 젖어 있다가 비로소 표지를 넘기고 죽~ 살펴보았다.
몇 번이고 다시 돌아 보아도 자꾸 시선이 머무는 글, 아니 사진이 있다. 커다란 손목시계가 꽉 찬 사진. 이어진 본문으로 눈이 따라간다.
 
 
이 글은 <나희덕의 산책> 코너로 사진의 시계는 필자 자신이 차고 다니는 시계라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에 나오는 문장이 새겨진 이 시계에는,
 
"오, 시간이여. 이 엉킨 매듭을 풀어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너다. 이 매듭을 푸는 것이 내게는 너무 어렵구나."
 
라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시계 바늘과 함께 이 문장이 새겨져 있는 판도 쉴새 없이 돌아간다고 한다. 재미있지만 의미있는 시계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기쁜 일도, 아무리 힘든 일도 결국은 '이또한 곧 지나가리라' 라고 다윗왕의 반지에 새긴 솔로몬의 조언처럼....시간의 힘은 놀랍고 위대하다.
유난히 힘든 일이 많았던 올 해, 그 어느 때보다 그 시간이 풀어주기를 바라는 매듭이 많았었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일들도 있지만 그래도 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그 힘을 발휘해가고 있는 듯 하다. 
필자가 말하는 '자신의 능력보다 시간의 너그러움에 좀 더 기댈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공감되는 한 해였던 것 같다. 시간은 해결도 해주지만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는 지혜도 조금씩 가져다 주나 보다.
 
'써니' '건축학개론' '신사의 품격''응답하라 1997''응답하라 1994' 까지 지지난해부터 우리는 지나간 추억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에 대한 향수일까? 요즘 '응사'로 전국이 떠들썩하지만 나는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1994년 즈음은 아직도 딱지가 떨어지지 않은 생살같은 추억의 한가운데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마음은 캠퍼스를 걷고 있는데 벌써 20년을 훌쩍 넘어 이제는 추억으로 회고해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고통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 시절의 추억을 아직은 즐기고 싶지 않다.
[샘터 12월호]에는 송년특집으로 <한 때 우리를 웃음 짓게 했던 그 시절 유행품>을 다루고 있다. 1990년대를 시작으로 80, 70년대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유행품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 시절을 고스란히 겪어온 나는 유행품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나의 지난 시절과 오버랩이 된다. '마이마이'가 그랬고, TV 위를 장식하고 있었던 '못난이삼형제'가 그랬다. 88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를 볼 때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때문에 한 참을 응시하고 있어야 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비례해 좋든 나쁘든 곱씹을 추억도 많아진다. 이것도 시간이 가져다 주는 선물일 것이다. 
 
 
이번 달 진짜 <특집>의 주제 역시 시간과 관련되어 있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
살면서 어찌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없으랴. 역시나 기쁜 순간보다는 다를 아프고 힘들고 슬픈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교차점을 꼽고 있다. 나 역시 그런 순간들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기 전의 그 순간. 그러나 '인명은 제천'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그 순간을 바꾸어도 예상치 못한 일들로 결과는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것은 하늘만이 아시겠지. 그럼에도 그 순간을 떠올리며 끝내 막을 수 없었던 아쉬움에 목이 메인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사랑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슬픔을 견뎌내며 우리는 오늘도 조금 더 성숙해진다.
 
 
이번 호에는 일 년의 마지막 달이라서 그런 지 연재가 종료되는 글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최근 호부터 보기 시작한 나로서는 짧은 아쉬움을 달래야 하지만 다음 호부터는 또 어떤 주제의 글들이 시작될까 살짝 궁금해지기도 했다.
 
 
숲에서 배운 지혜와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뤘던 <여우숲 일기>도 이번 호를 끝으로 마지막을 고했다. 고요하고 스산한 겨울 숲의 정경과 그 적막함 사이로 필자는 숲에서 보고 배운 삶의 자세를 전하는 것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첫째, 삶은 지금에 머물러야 한다.
둘째, 모든 상황에는 두 가지 측면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멈추지 말아야 한다."
 
예전엔 겨울을 싫어했었다. 어깨가 뻐근하도록 움츠러들어야 하는 겨울은 빨리 가버렸으면 하는 계절이었다. 가을이 싫어던 이유도 다음에 겨울이 기다리고 있어서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겨울이 오는 것이 두렵지 않다. 아니, 그저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끝이 보이고,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사실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겨울은 겨울대로, 봄은 봄대로 각기 다른 계절의 맛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매서운 겨울이 있어, 따뜻한 봄이 더욱 반가울 수 있다. 그저 지금 이 '추위'를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할 일이라는 것을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닫기 시작했다. 자연 앞에서 사람은 단순해지고, 겸손해지는 가보다. 필자 역시 자연이 알려준 이 지혜를 거듭 강조하며 마무리한다.
 
"그러니 다가오는 겨울을 밀어내지 말자. 겨울 또한 내 삶을 키우는 시간이며, 길흉은 언제나 섞이고 교차하며 다가오고 멀어지는 것이다. 차가운 겨울 너머에는 햇볕 따스해지는 시간이 반드시 있다. 그저 담담하게 마주하고 더 많은 순간을 기뻐하며 살아가자."
 
헤어짐이 두드러진 이번 호 역시 아쉬워만 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인연을 통한 성숙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새로운 만남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맛깔스러우면서도 솔직한 양인자님의 글과 황당한 질문에서도 인생의 촌철살인의 깨달음을 끌어내시는 법륜 스님의 글은 아직 헤어질 시간이 아니라는 사실에는 살짝 반가운 마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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