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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발칵 뒤집은 어린이 로스쿨 -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법정 체험 ㅣ 어린이 로스쿨 시리즈 1
유재원.정은숙 지음, 김지선 그림 / 아울북 / 2013년 11월
평점 :
초등학교 4학년, 6학년은 사회 교과에서 '법과 정치'에 대해서 배운다. 4학년 때는 지방 단위로, 그리고 6학년 때는 국가 단위로 배우는데 워낙 딱딱하고 복잡한 내용이라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배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부분을 배울 때면 시청, 국회, 법원 등 체험학습을 다녀와 볼 것을 권장한다. 아무래도 직접 보고, 체험하면 친숙해지게되니 조금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6학년이 되는 둘째는 사회과 학습을 그렇게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을 좀더 재미있게 접근시켜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바로 이 책 [고전을 발칵 뒤집은 어린이 로스쿨]을 만나게 되었다. '법'하면 어른들도 사실 알기 쉽지 않은 분야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느끼는 거리감은 더 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을 재미있는 고전 이야기 상황에 적용시켜본다고 하니 흥미와 재미, 그리고 법에 대한 교육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법'이 무엇이며, 이 법은 어떻게 실생활 속에서 적용이 되는 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다양한 '고전'에 대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소개된 고전의 원전을 읽고 싶은 마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쳐들었는데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흥미진진한 내용에 푹 빠져 읽다 보니 단숨에 읽혔다. 익히 잘 알려진 고전의 내용들도 '법과 재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을 보며, '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는 신선한 생각의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 중의 하나였다.
책의 구성은 가장 먼저 '법'이란 무엇인지를 알고 시작해야 하므로 '어린이 로스쿨 법 상식'으로 출발한다. '법이란 무엇일까?'부터 법이 왜 생겼는지, 법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재판의 종류와 재판의 순서까지 어린이 눈높이에서 최대한 풀어서 쉽게 설명해준다. 재미있는 캐릭터와 삽화는 딱딱한 법을 한층 부드럽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한다.
다음 본격적으로 고전을 발칵 뒤집어보기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교과서에서도 토론 거리를 불러왔던 '심청전'의 심청이다.
"공양미 300석에 심청을 제물로 산 청나라 상인들은 죄가 있을까?"
모의재판이지만 사건번호도 있고, 사건의 경위까지 재판의 형식 그대로를 빌어 재판의 과정을 실제처럼 느껴볼 수 있게 해준다.
"지금부터 사건번호 2014도201의 모의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청나라 상인들은 공양미 300석에 심청을 사서 인당수라는 깊은 바닷물에 제물로 던지려고 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인신매매죄와 살인예비죄로 청나라 상인들을 기소했습니다. 배심원 여러분은 이 경우 어떠한 판결을 내리시겠습니까? 그러면 사건번호 2014도201의 올바른 판결을 위해 사건의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p.12
자세한 사건 내용을 살펴본 뒤 본격적인 재판이 진행되고, 판결이 내려진다.
판결이 내려지기 전, 참가자의 최후 진술이 이루어진다.
피해자와 피고인은 각각 자신들의 입장과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데, 어떤 근거를, 어떻게 들고 있는 지를 파악해 본다면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 어떻게 근거를 드는 지 참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판결을 받기 전에 사건 내용과 양측의 최후 진술을 들어보고, 과연 나라면 어떠한 판결을 내릴 것인 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 최후 진술과 마찬가지로 '왜냐하면...'이라는 근거와 이유를 들어서 생각해보고, 서술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제 '판결'을 보도록 하자. 여기에 적용되는 죄는 '인신매매죄'와 '살인예비죄'이다. 인신매매죄는 사람을 물건처럼 돈을 받고 거래했을 때 적용되는 범죄이고, 살인예비죄는 살인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칼이나 총 등과 같은 흉기를 소지하거나 사람을 죽이려고 여러 가지 준비를 했을 경우에 해당하는 범죄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각주처럼 별도로 풀어서 설명을 덧붙여주고 있다.
자, 그럼 현명한 판사의 판결은 과연 어떻게 내려졌을까?
판결은 바로 '유죄'이다.
청나라 상인들이 자신들의 영업적 이익을 위해 심청을 물건처럼 거래한 것은 인신매매죄에 해당하며, 또한 심청을 깊은 바다에 잘 빠지도록 뱃머리로 내보낸 것은 살인의 고의가 있는 행동으로 살인예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형법」제255조 및 제289조, 「형사소송법」제323조에 근거하여 청나라 상인들은 유죄이며, 징역 10년씩의 선고가 내려졌다. 또한 심청이 받은 쌀 300석은 「민법」제746조에 따라 청나라 상인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도 내렸다.
관련 법률에 대해서도 따로 소개를 해서 어떤 내용의 조항인 지 확인해볼 수 있도록 해두고 있다.
이야기 속의 사건을 끌어내어 현재의 법을 적용했을 때 과연 그러한 행동들이 정당한 것인지, 부당한 것인지를 판결해봄으로써 현재의 법의 성격과 기능을 알 수 있으며, 이야기 속 사건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고민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만일, 심청이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배에서 뛰어내리지 않았다면 과연 심청은 청나라 상인들에게 이미 받은 쌀 300석을 돌려주어야 하는 것일까? 거래상으로는 약속을 어겼으니 돌려주어야 하겠지만 죄를 심판하는 법의 영역에서는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고전 속에서 끌어냈지만 현실에 비추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들을 만날 수 있고, 또한 이야기 속에서만이 가능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현실의 법이 적용됨으로써 또다른 새로운 결론을 상상해볼 수 있게 하는 여지도 만들어준다.
몇 가지 다른 사례를 살펴 보면,
"탐관오리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 홍길동은 죄가 있을까?"
"나라의 과일을 모두 사들인 후 비싼 값에 되판 허생은 죄가 있을까?"
"호동을 위해 자명고와 자명각을 부순 낙랑 공주는 죄가 있을까?"
정의를 위해서 한 행동이지만 법의 심판은 달리 매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사건에는 과연 어떤 판결이 나왔을까?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반적인 고전을 읽을 때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책의 뒤표지에는 좀더 효과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한 편 한 편을 읽다 보면 이 책의 부제인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법정체험"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