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놀이가 먼 훗날 역사가 된단다 - 한국 민속학의 개척자, 월산 임동권 샘터 솔방울 인물 14
남찬숙 지음, 최지은 그림 / 샘터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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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를 보면 우리의 전통 축제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직업상 교과서를 들여다 볼 일이 많아서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낯선 느낌이 들었다.
'은산 별신제', '강릉 단오제' ...
언제부터 이런 지역 축제가 교과서에 실렸을까? 학창 시절 이런 내용에 대해 배운 기억이 거의 없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인가? 세계 무형 문화 유산으로 등재가 될 만큼 가치가 있는 이러한 전통 축제의 존재를 우리는 왜 접할 수 없었을까?
한동안 아이들의 교과서를 보면서 세월의 간극과는 상관없는 당혹스러움에 빠졌었다.
 
그것도 잠시 바쁜 일상에 몸을 맡기고 있다가 [오늘 우리가 놀이가 먼 훗날 역사가 된단다] 책을 만나 읽으면서 다시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고, 천시되고 잊혀져 가던 우리의 전통 축제를 세상으로 끌어내 그 가치를 알리는데 노력한 분이 바로 '월산 임동원'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렇게 우리 것을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서 노력한 분이 계셨구나. 그분들 덕분에 잊혀져 가던 우리의 전통 문화를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이 알 수 있게 된 것이구나.'
 
우리 것임에도 낯설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새삼 부끄러웠고, 개인의 영화가 아닌 소명을 가지고 한 평생을 힘쓴 분들 덕분에 지금의 모습이나마 유지할 수 있었고, 부끄럽지 않게 후손에게 우리의 전통을 이어줄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읽었다.
 
<샘터 솔방울 인물> 시리즈의 신간 소식은 언제나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에는 또 어떤 분일까?
이 시리즈의 독자 대상은 어린이와 어른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찾아서 소개하는 만큼 어른이라고 해서 잘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인물에 대한 풍부한 자료는 어린이책임에도 인물의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해준다.
이 시리즈의 책을 벌써 5권 째 읽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늘 아이들 못지 않은 감동을 받는다.
오히려 시대적인 배경 지식의 폭이 더 넓기 때문에 아이들보다 더 감동을 받을 수 있을런 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 민속학의 개척자, 월산 임동권'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룬 [오늘 우리 놀이가 먼 훗날 역사가 된단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이번 책은 내외적인 영향으로 인해 우리 것에 대한 가치가 천대받던 시절, 우연히 '민요'를 접하게 된 후 그 민요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민속'과의 인연을 맺게 되었고, 평생 '우리 민속'을 발굴해서 알리고, 지켜내는 일에 앞장 섰던 '임동권' 선생님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임동권 선생님은 우리나라 최초로 대학에 '민속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함으로써 '민속'을 학문의 영역에서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가 하면, 보이지 않은 무형의 기술도 지키고 이어 나가야 하는 가치있는 자산임을 입증하며 '무형 문화재'를 지정하는데 앞장서기도 하였다. 지금은 너무도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무형 문화재'라는 개념을 맨 처음 주장한 사람이 바로 임동권 선생님인 것이다.
 
 
또한, '설날'의 혼란을 종결시키면서 우리의 명절을 현재와 같이 지켜낸 이도 그였으며, 교과서에서 낯설게 마주했던 '은산 별신제'와 '강릉 단오제'를 무형 문화재로 지켜낸 사람 역시 임동권 선생님이었다. 이렇게 원형 그대로를 보존할 수 있도록 서둘렀던 '은산 별신제'와 '강릉 단오제'는 '세계 무형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 받기에 이르렀다.
 
 
그는 정치, 경제, 문화의 혼란이 격렬하던 시기, 수많은 반대를 무릎 쓰고 오직 한 가지 신념으로 우리의 것을 찾아서 지켜냈다. 소설가를 꿈꾸던 그에게 우연이 찾아 온 '민속학'이라는 사명을 외면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 들이며, 하늘이 허락한 시간까지 오직 한 길을 꿋꿋하게 걸어갔던 것이다.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그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수집한 자료를 기증하는 가하면, 자산을 털어
자신의 뒤따라 오는 후배와 제자들을 위한 '민속 학술상'을 제정하는 등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어 주었다.
 
 
그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것'을 지킬 수 있었다.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것들을 비로소 '우리의 것'이라는 인식할 수 있었고, 그 아름다움에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이다.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실은 임동권 선생님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땀방울이 모아져 이루어낸 것임을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서 느낄 수 있었다.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재촉하며 걸어갔던 임동권 선생님. 그러기에 그의 노력의 더욱 아름답고 고귀하게 느껴진다.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긴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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