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낫게 한다 - 깨우고, 바라보고, 두드리는 6단계 셀프 명상 치유법
정수지 지음 / 시공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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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책을 집중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신체에 할애하는 시간을 급격하게 줄였다.
회사일, 가정일을 하고 남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운동이나 신체 활동의 시간을 줄여왔던 것 같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사실을 책으로 읽어서 알고는 있으면서도 내 몸에 적용하는 것은 게을리해왔었던 것이다. 거의 1년 이상 몸을 움직이는 일이 줄어들다 보니 최근 몸의 이상 신호가 여기저기 오기 시작했다. 몸이 전체적으로 둔해지고, 여기저기의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하면서 우울증과 무력감도 함께 몰려왔다. 일에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그렇게 전투적으로 읽고 쓰던 책에 대한 열정도 갑자기 뚝 떨어졌다.
 
그렇게 사방이 꽉 막힌 것 같은 막다른 골목에 있을 때 정말 거짓말처럼 나의 이런 마음을 치료해준 책이 바로 [내가 나를 낫게 한다]였다. 아마도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내 속에서 울부짖고 있던 또 다른 내가 아니었나 싶다. 특별한 정보 없이 우연처럼 선택해서, 아무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나는 점점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니 액티브 명상의 방법으로 빨려 들어갔다. 명상을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아서 또 저만치 미뤄두게 된 것이 얼마 전이다. 그렇게 시도를 하다가 안되니 시간되면 해봐야지 하고 또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마음 뿐만 아니라 몸까지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니 마음이 다시 급해졌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이 책에서는 몸과 마음을 모두 수련할 수 있는 액티브 명상법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명상법은 '깨우고 바라보고 두드리는 6단계 셀프 명상 치유법'이다.
저자 역시 폐에 질병이 생기면서 치유하고 재발하는 고통스런 경험을 하게 되면서 명상을 접하게 되었고, 명상을 통해서 완전히 치료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곳이 아파서 치료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으면 다른 곳의 질병으로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풍선효과를 예로 들며, 질병의 근원을 다스려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몸과 마음과 영혼은 곧 하나라고 얘기한다. 아무리 몸을 치료해도 마음이 아프면 또다른 질병이 생기는 것은 자명한 일, 마음을 치료하고, 영혼을 만날 때 진정 마음의 평화와 건강을 함께 얻는 진정한 힐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명상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그 상태를 설명할 때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감이 잘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원리를 설명할 때도 명확하게 잘 이해되지 않고, 와닿지 않을 때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명상을 코칭해 온 경험으로 저자는 그러한 원리나 방법을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선명하게 설명을 해준다. 명상의 목적과 상황도 집 안 청소를 비유해서 설명함으로써 그 상태나, 반발 작용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상태의 느낌까지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몸과 마음과 영혼은 하나이며, 그 구조는 가장 바깥쪽이 몸, 가운데가 마음, 마지막 맨 안쪽에 영혼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몸에서 단계를 거쳐 영혼까지 만나러 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도 몸을 두드리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과 같은 몸 깨우기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1단계이다.
 
 
"먼저 밖에서 헤매거나 남의 집 문을 두드리지 말고 일단 내 집으로, 내 몸으로 돌아오는 것, 그리고 먼지를 터는 등 청소를 시작하는 것이 바로 1단계인 '감각 깨우기'다. 몸의 전신을 스트레칭하든 두드리든 하여 몸을 깨우는 것이다.
청소를 하다 보면 깨끗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먼지가 날리고 생각지 못한 잡동사니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것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 바로 2단계인 '느끼기'다. 이는 몸을 움직이거나 스트레칭 할 때 불편하거나 시원한 부분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이때 떠오르는 감정도 그대로 느낀다.
3단계는 '바라보기'다. 바라보기를 위해선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 집중이 필요한데, 이는 청소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먼지나 쓰레기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단계는 모은 쓰레기를 벽난로에 넣고 한꺼번에 태우는 '소유하기'다. 내 몸뿐 아니라 내 안에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 모두를 인정하고 모두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5단계는 쓰레기를 태우면서 방 안 전체가 훈훈하고 따뜻해지는 '가슴으로 선택하기'다. 이는 쓰레기를 모아 태우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 이르면 머리가 아닌 가슴의 소리를 듣는 것이 좀 더 수월해진다.
마지막 6단계는 '행동하기'다. 방 안이 따뜻해지고 깨끗해졌으니 집을 예쁘게 꾸미거나 이웃 사람을 초대하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보는 단계다. 의식면에서 가슴의 소리를 듣고 그대로 행동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창조하는 것이다. --- p.18
 
 
총 6단계에 따라 어떤 수련을 해야 하는지 단계별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어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 단계를 건너 뛰거나 역순으로 해도 무방은 하지만 초보자의 경우는 오히려 청소가 뒤죽박죽 될 우려가 있다고 하니 그대로 단계를 밟는 것이 현명할 듯 싶다. 6단계까지 도달하려면 사실 기약없는 시간을 수련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빨리 6단계를 도달해서 그 평안을 느껴보고 싶지만, 단계를 나아갔다가 다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충분히 그 단계를 수련하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의 수련 역시 잘 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 역시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하는 가 보다. 저자 역시 단계를 나아갔다가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했었다고 한다.
 
경주하듯 목표를 향해 돌진해가는 것이 아니기에 빨리 도달하고, 늦게 도달하기 보다는 그 순간순간 그 단계의 수련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이나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게 명상에 집중하다보면 어느 새 최종 단계의 기쁨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기본적인 동작부터 따라해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이나 감각들이 아우성을 치지만 묘한 피로감과 상쾌함이 느껴진다. 책을 모두 읽고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아직 제대로는 해볼 수 없었으나 우울하게 올라오기 시작하는 감정을 대하는 법을 실천해보니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한다.
 
몸을 의식적으로 조금씩 움직이다 보니 마음도 걱정거리들로부터 조금씩 놓여나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의욕과 설렘임 마저 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여유로움으로 오늘은 도서관에 들러 저자가 소개했던 책들 몇 권을 빌려왔다. 이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씩, 한 발씩 내디디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나인 영혼, 우주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너무도 궁금한 그 순간을 기대하며, 지금은 온몸을 두드리며 가벼운 '청소'부터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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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콜링 - 즉시 7배 신장 가능한 T.A. 절대 기술
요시노 마유미 지음, 안양동 옮김, 윤경일 외 감수 / 리텍콘텐츠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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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상 전화로 상담할 일이 많아 전화 영업에 대한 관심이 늘 있어 왔었다.
전면적으로 영업을 해야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상담을 해야 하는 일도 업무의 일부이기에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비법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었던 것이다.
고객에게 상품을 소개하고, 내 말을 믿고 고객이 구입 결정을 내렸을 때의 그 짜릿한 기분은
플러스 기운을 내품으며 다른 일들도 덩달아 흥이 나게 하는 묘약같은 힘이 있다.
 
그래서 주된 업무는 아니지만 좀더 잘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이전 직장까지 포함하면 10년이 넘는 시간을 그 '영업'의 맛보기를 하며 일을 해서
본격적으로 던져 볼 기회가 없어서 그런지 유독 세일즈의 고수들을 보면 그들의 비법이 무엇일까
정말 궁금하고 알고 싶은 호기심이 일었었다.
분명, 비법이 있는데 관련 책을 보면 거의 비슷한 내용에 뭔가 핵심을 찌르는 느낌이 없이
겉핥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업무에 적용하기가 어려웠었다.
 
낯선 사람과 대화 자체를 두려워했을 만큼 소심했던 성격이 지금은 자연스럽게 낯선 사람과도
상담을 편안하게 하는 것을 보면 10년 동안 축적된 시간은 DNA도 바꿀 위력이 있나 보다.
어느 정도 상담이 편안해지기 시작하니, 더 나아가 좀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보고 싶어졌다.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대체로 지배를 하고 있지만
방법만 알면, 좀더 에너지를 쏟으면 나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고개를 살짝 든다.
어찌 되었건 그러한 약간은 도전적인 마음이 꿈틀될 때 바로 이 책 [콜드 콜링]과 만나게 되었다.
 
<즉시 7배 신장 가능한 T.A. 절대 기술>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맨몸으로 부딪혀 상품을 소개하는  PT까지 약속을 받아내는 과정까지를 담고 있다.
'Cold Calling' 차가운 통화? 오죽하면 차갑다는 표현을 썼을까?
스팸이 난무한 시대, 보이스 피싱과 해킹이 개인 정보를 손아귀에 쥐고 흔든는 이 때에 
전화로 약속을 잡고, 고객이 상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저자가 책 속에서 얘기한 0.3일 것이다.
1000건을 통화해도 3건이 성사될 정도로 극히 낮은 성공율을 의미하는 0.3에서 저자는 출발한다.
개인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누구라도 적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텔레마케팅으로 영업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이미 영업의 성공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저자는 고객의 의뢰를 받고 그 기술을 텔레마케팅에 적용해가면서 텔레마케팅 기법을
완성해갔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매뉴얼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스스로 이러한 체계를 만들 지 않았을 때는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일을 대처해나갈 수는 있지만 타인에게 노하우를 전달하려고 할  때는
막막해진다. 과연 내가 무얼 알고, 모르는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 지.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그리고 내가 하는 방법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실질적인 노하우보다는 형식적인 교육에 그친 적이 많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썼던 방법들이 하나하나 비교가 되었다. 물론 영업의 성격도,
차후 진행되는 과정도 다르긴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무심코 사용하고 있던 말들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원인이 되기도 했고,
작은 변화만으로도 성공의 확율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냉철하게 얘기한다. 어차피 전화 영업은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다.
전화 받는 사람의 '기분', '감정'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거는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실수가 떠올랐다.
똑같은 방법인데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결과과 나오는 것도,
결국 전화를 받는 고객이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단순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내 입장'이 중요했었던 것 같다. '내 기분'이 더 중요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작은 부분의 차이를 풍부한 노하우와 실전의 결과로 보여준다.
그래서 처음으로 배우는 사람에게도 좋겠지만 나처럼 안개 속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꽤나 유용하다.
고객의 이름을 되도록 많이 불러준다거나,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고객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 등 한 두 가지만 바꿔봐도 좋을
아이디어나 노하우를 과정 곳곳에 숨어 있다.
 
결국 저자는 가망 고객 확보를 위한 Cold-Calling 9단계 표준 매뉴얼을 완성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부록으로 독자 스스로가 9단계에 맞춰
스크립트를 써볼 수 있는 Slef-Action Plan를 제공하고 있다.
이 매뉴얼 대로라면 아무리 초보자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가지고 현장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 저자는 처음 이 책을 시작할 때 했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제가 개발한 영업 방법의 특징은 다음 세 가지예요.
첫째, 누구나 가능하다.
둘째, 스트레스 없이 가능하다.
셋째, 고객의 마음에 맞출 수 있다." --- p.10
 
저자의 말대로 영업의 세계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상당히 높다. 그래서 기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객의 반응이 가장 빨리 오는 곳도, 그만큼 성취감이 높은 곳도 바로 영업이다.
어쨌든 선택은 각자가 하겠지만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그 상황에 놓여진다면,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효율적인 접근으로 인해 성공율을 높일 수 있는 비법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런 노하우를 찾아 가는데, 이 책은 분명 지름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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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세계 문학 에세이 - 청소년의 지성과 감성을 키우는 허병두 선생님의 문학, 삶, 여행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허병두 지음 / 해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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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과 관련된 책이 그야말로 봇물처럼 출간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동경처럼 읽게 되었는데 여러 책을 읽다 보니 여행과 관련된 책도 성격과 분야가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힐링의 차원에서부터 한 분야에 대한 심도깊은 탐색까지 정해진 틀이 없으니 그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다양하다. 처음에는 풍광이 멋진 책을 위주로 읽기 시작했는데 권 수를 거듭할수록 사람사는 곳은 다 같은 느낌의 풍경에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직접 가본 것도 아닌데, 반복되는 사진과 감상을 반복해서 읽다 보니 책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 동안은 읽는 책의 종류를 바꾸기 시작했다가 또 몸이 들썩거리면 다시금 손을 더듬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경비도 극히 절약되고, 피곤하지도 않으며, 여행지의 상세한 정보를 놓칠 염려가 없는 이 여행도 나름 매력적이다. 그렇게 여행책을 탐독하다가 최근에는 주제를 조금 한정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더라도 요리, 베이커리, 미술, 디자인 등 주제를 가지고 탐색하는 여행은 여행지를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다. 단순히 달라서가 아니라 그 여행지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청소년을 위한 세계 문학 에세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세계 문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품의 주인공의 발자취나 작가의 흔적을 따라가는 그야말로 문학여행이었다. 세계문학이라야 읽은 책이 몇 권 되지 않았기에 이 참에 그 작품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그 작품과 작가를 태동한 그 곳을 직접 찾아가서 그 곳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준다는 책의 성격이 여간 여간 매력적이지 않았다. 특히나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구체적인 독자 대상의 명시는 내가 청소년이 아니어서 불편하거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은 것은 물론 그 눈높이에서 고전을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편안하고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읽기 시작하니 저자의 문학에서 있어서의 박식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깊이있는 글이었으며 그럼에도 이해하기 쉬운 담백한 문체였다. 정말 '청소년을 위한'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깊고 넓은 범주를 다루고 있어 나같이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성인에게는 딱 안성맞춤의 책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각주나 흥미를 돋우는 코믹한 일러스트만이 이 책이 청소년 대상의 책이라는 느낌을 들게 했다. 다루고 있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이나 함께 읽어보면 좋을 다른 책들에 대한 깔끔한 정리는 고전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해준다.
 

 
여행을 꿈꾸기 시작하면서, 책에 대한 욕심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책과 관련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는데 저자는 내가 꿈꾸던 그런 여행을 너무도 완벽하게 하고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도보, 자전거 등의 여행을 수도 없이 다녔고, 이 책에서 방문한 나라도 수차례 다녀왔다고 하니 그야말로 베테랑 여행자요, 국어교사를 필두로 평생 책과 관련된 일을 하였으니 책에 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문가다. 그 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그야말로 내가 꿈꾸는 지적, 감성적 여행의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었다.
 
여행과 관련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단 한 컷의 여행지 사진이 없다.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 사실 가장 황당한 부분 중에 하나였다. 여행책의 백미는 모름지기 타국의 멋진 풍경이 실린 사진인데 한 장도 실려 있지 않다니.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머릿 속에 그려지는 풍경이 그려지고, 문학작품의 그곳, 그 시절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진이 실렸다면 오히려 그 상상이 현실로 제한되어
버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풍부한 감성으로 정갈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저자의 글솜씨 덕분에 사진보다 더 생생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도보, 자전거, 자동차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종횡무진 다니는 여행의 길은 지루할 틈이 없고, 작품의 인용을 통해 원작의 맛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작품의 의미나 작가의 배경까지 친절하게 풀어놓아 줌으로써 작품을 몰라도 작품을 이해하고, 여행의 여정에 동행하는데 전혀 어려움은 없다. 국어교사다운 섬세한 설명은 행여 거대한 고전의 벽 앞에 좌절할까 싶은 염려로 느껴진다.
 
부끄럽게도 여기에 나온 책 중 대다수는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러나 첫 스타트를 끊은 작품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다행히도 읽었었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여행을 시작했다. 이렇게 일본을 시작을 아테네, 크레타 섬, 피렌체로 지중해를 돌아본 후, 에스파냐로 넘어가서, 산티아고, 피니스테레, 포르투칼을 거치고, 아프리카, 터키,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는 여정 속에 그 나라 혹은 그 지역의 가장 상징적인 작가와 문학작품을 만나봄으로써 그 곳 사람들의 정신적인 근간과 뿌리를 살펴본다. 이처럼 겉으로 보여지는 풍경이 아닌 내면으로의 여행에 문학작품만한 것은 없을 듯 싶다.
 
 
다름을 발견하기 위해 여행을 하지만 결국 같음 깨닫게 되는 것이 여행이라고 했던가. 세계를 누비면서 만난 문학 작품에서는 우리와 닮은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중세 지배 계급의 전유물인 라틴어를 마다하고 이탈리아어로 『신곡』을 썼던 단테. 민중을 위한 그의 이러한 행동은 강한 반발을 나았지만 그럼으로 인해 이탈리아 문학의 한 걸음 성장했다.
고위관직의 자제였지만 한문을 마다하고 최초의 한글 소설을 썼던 시대의 천재이자 혁명가였던
허균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짧은 생으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희생된 그의 재능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다르지만. 모진 세월을 보냈어도 좀더 오래 살았다면 『신곡』을 능가하는 걸작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닮음과 다름 속에서 나를, 우리를 한 발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것이 여행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문학 작품은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그렇게 우리를 객관화 시켜볼 수 있는 또다른 여행 방법이다. 이 책은 그 두 가지 여행의 기쁨을 모두 느껴볼 수 있는 행운을 맛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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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3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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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시작은 1월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3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새로운 시작을 한다. 3월은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싱그러운 시작의 설렘으로 가득한 달이다. 병아리처럼 노란 색깔의 바탕에 갓돋아난 새싹을 날개삼아 힘차게 비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 [샘터 3월호]의 표지는 힘찬 출발을 하는 사람들의 희망과 설렘, 두근거림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하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따뜻한 표지와는 달리 이번 호는 조금은 무겁고, 조금은 아픈 사연들을 유난히 많이 만나볼 수 있다. 봄이라고 해서, 출발이라고 해서 늘 힘차고 완벽한 것은 아니듯이. 어설픈 출발도, 가슴아픈 출발도, 힘겨운 출발도 있다. 어쩌면 행복과 불행, 희망과 절망은 늘 함께 공존하며 저울처럼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쪽으로 기울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화사한 마음으로 펼쳐들었다가 이내 가슴에 돌덩이리를 얹은 듯한 통증으로 숙연해진 이유는 바로
<이달의 만난 사람> 때문이다. '정신대 할머니들의 삶을 노래하는 뮤지컬 배우 강효성'과의 만남을 글로 옮긴 '꽃신 신고 먼 길을 가네'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한 대 강하게 얻어맞은 것 같은 심한 통증을 불러왔다.
얼마 전 어린이들을 위한 책소개를 하는 책을 읽다가 정신대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어린이 대상의 도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과연 그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슴이 먹먹했었는데 이 글을 접하는 순간 아직도 일제강점기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구나하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진다. 사과는 커녕 점점더 망언을 일삼는 일본의 태도에 분노가 일어나면서 속시원히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이 더 아프고 고통스럽다. 시대가,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을 눈감고, 귀닫은 채 그들의 업보라고 외면하는 차가운 현실. 그들에게 반짝 관심밖에 가지지 않는 우리 모두가 역사 앞에서 그들에게 사죄를 해야하지 않을까.
 
"강효성은 <아가씨와 건들들> <돈키호테> <마리아 마리아> 등에 출연한 뮤지컬 스타이다. 그를 만나기 전날이었던 1월 26일, 황금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이 땅에 남은 정신대 할머니는 55명이 되었다.
썼다가 지웠다가, 두 시간에 걸쳐 그분을 추모하는 글을 써서 SNS에 올리면서 강효성은 그분이 가슴에 묻었을 상처를 생각했다. "우리 딸이 열일곱 살이에요. 그 어린 나이에 듣도 보도 못한 곳에서 그 많은 남자를.... 여자로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운명이었던 거죠. 배우는 경험을 끌어내고 상상을 보태 연기를 하는데, 그 어떤 경험과 상상으로도 그분들의 삶에 다가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한 발 한 발 무대에 오늘 날을 꿈꾸며 어렵게 가고 있는 <꽃신>은 정신대에 끌려간 한 처녀가 주인공인 뮤지컬이다. 강효성이 연기할 그녀 순덕에게는 어어쁜 동생과 마음을 나누었던 정인, 가진 거라곤 맨손뿐이어서 시집갈 딸을 위해 그 맨손으로 꽃신을 만드는 아버지가 있다. 하지만 자세한 스토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살아 계신 분들께 누가 되어선 안 되니까, 검증에 검증을 거치다 보니" 아직도 토론 중이다." --- p.17
 
아직도 토론 중이라는 말에 강한 공감이 일었다. 현실인데 상상하기가 힘들다. 상상을 넘은 고통스런 그 진실이 어떻게 쉽게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더 많은 시간이 걸려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우리가 봐야 할, 알아야 할, 느껴야 할 그 진실로 제대로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 외침이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특별히 정해진 주제는 없지만 우리 이웃들의 소소하고 행복한 삶의 모습을 전해주는 <행복일기>.
평범한 이웃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애환이 깃든 다양한 굴곡진 삶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지, 그럼에도 희망을 가꿔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존경을 표하게 된다.
이번 달에 유난히 눈에 띄는 글이 있다. 필자를 포함 70세를 넘기 노인들이 의기투합하여 장장 10박 11일의 몽골 여행에 나섰다는 이야기이다. 글을 읽고 나니 '이 나이에...'를 달고 살았던 내가 문득 부끄러워졌다. 과연 무얼하기에 늦은 나이가 있을까? 도전하지 않았으면 결코 알 수 없었을 행복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그래, 해보자. 오늘은 내일보다 빠르지 않은가.
 
 
2월은 감동과 흥분이 물결쳤던 한 달이었다. 차가운 얼음의 냉기도 녹일 만큼 뜨거운 땀과 눈물이
얼룩졌던 소치 올림픽. 실시간 시청을 하느라 거의 열을을 밤과 낮을 바꾸어 보냈다. 그 순간의 감동을 함께 느껴보고 싶어서. 
6월에는 또다시 밤낮을 바꾸게 만들 지구촌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축구를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국제 경기 만큼은 열혈팬을 자처한다. 반짝 관심의 근원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축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축구 수집가의 보물창고>의 주인공 이재형 씨. 매회 꺼내도 꺼내도 새로운 이야기 보따리가 마르지 않는다. 축구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반짝팬도 푹 빠져서 읽게 만든다. 이번 호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열렸던 국제대회, '제2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우숭했던 선수들에게 예산 문제로 가짜 금메달을 수여했던 에피소드를 다루었다. 그 가짜 금메달의 저주에 걸려 이후 열 세 번의 경기가 열렸지만 그 뒤로는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슬픈 사연이다. 이제라도 다시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데, 과연 그 저주는 풀릴 수 있을까? 웬만한 소설보다 흥미롭다.ㅎㅎ
 
 
이 달의 특집은 가장 강렬한 출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 '생일'을 주제로 싣고 있다. 기쁜 날인 만큼 힘들 때면 더 애닯고 서러운 날. 그러나 그 살갗을 파고 들던 고통을 품어 낸 마음은 한층 더 단단해진다. 그렇게 슬픔을 넘어 바라 본 기쁨은 더 큰 행복을 선사한다. 진정 다시 태어나는 날이요, 진짜 생일이다.
 
 
저마다의 가슴 뜨거운 사연들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글이 있다. 저자와 편집자로 만나, 저자의 분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던 날 맞이한 저자의 죽음. 그날은 하필 편집자의 생일이었다. 고 장영희 교수가 바로 그 저자였다. 그렇게 우연처럼 탄생과 죽음, 삶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필자는 생일의 축복보다 더 큰 삶의 경건함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매년 생일날 참례하는 장영희 교수의 추모 미사에서 그녀는 해마다 그 선물을 꺼내보곤 한다고 한다. 아픈 만큼 우리는 조금씩 성숙해간다.
 
 
연약하게만 보이는 새싹도 실은 땅 속에서 엄청난 압력을 이겨내며 혼신의 힘을 다해 겨우겨우 흙을 뚫고 세상으로 고개를 내민다. 시련이 있었기에, 아픔이 있었기에 초록은 더욱 푸르게 빛난다.
3월은 그런 아픔을, 고통을 이겨내고 마침내 눈부신 성장을 향해 출발하는 그런 달이다.
[샘터 3월호]는 그렇게 조금은 묵직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그 새로운 출발을 힘차게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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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다. 특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는 또다른 섬세한 느낌의 감성의 심장부터 촉촉해지는 그 아련한 느낌을 준다. 애니메이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유일하게 봤던 작품들이 미아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이었는데, 또 한명의 멋진 감독을 만날 수 있게 되어 한참 행복해하고 있었다. 소설 한편을 읽은 것과 같은 묵직한 무게감에 실사보다 더 실사같은 섬세한 그림은 현실적인 상상을 극대화 시킨다. 함축적이고 절제된, 상징적인 대사는 작품 속으로 한없이 파고들게 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그로기 상태에서 휴식차 보기 시작했던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 어느새 그의 작품을 연달아 찾아서 볼 만큼 팬이 되어 버렸다.
 
자주 볼 수 없는 작품에 대한 아쉬움과 그 정서가 막 그리워지고 있을 무렵, [쓰가루 백년 식당]을 보게 되었다. 소설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말랑해진 그 감성의 느낌을 느끼고 싶어졌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그리고 '백년 식당'으로 미루어 볼 수 있는 아주 오래된 가게와 보일 듯 말 듯한 두 남녀가 그려져 있는 표지를 본 순간 <초속 5센티미터>의 감성이 그대로 전달이 되는 듯 했다. 아무래도 일본 작품이라는 동질성때문일까. 어쩌면 영화를 보고 느꼈던 그 아린 느낌을 또다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표지를 넘겼다.
 
약속된 일정이 있어 대충 어떤 느낌인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책인지만 살짝 보고, 시간을 내어 읽으려고 한 두 페이지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웬걸...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에는 끝까지 앉은 자리에서 모두 읽고 말았다. 적지 않은 두께였지만 술술 읽혀져서 다 읽는 데는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에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메밀국수를 파는 '오모리 식당'을 연 '오모리 겐지'부터 시작된다. 각 장마다 화자도 시대도 변한다. 현재와 과거, 다시 더 과거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하나의 주제를 향해서 달려간다. 화려한 영화를 누렸던 쓰가루 지방은 이제 허름한 시골로 전락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며 메밀국수의 맛을 지켜내려 하고 있는 3대 '오모리 데쓰오'. 그러나 그 아들 오모리 요이치는 진정한 자신을 찾아 헤매고 갈등하고 번민한다. 선택의 여지없이 가업을 이어받은 아버지와는 달리 '선택'이 가능하다. 이을 수도, 버릴 수도 있는 그 상황에서 요이치는 고민하고 방황하고 갈등한다. 안개 속에 쌓인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소리를 듣기 위한 그의 번뇌는 책의 마지막을 향해 갈  때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자신의 꿈을 찾아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는 여자친구 쓰쓰이 나나미를 보면 한없이 초라해지기만 하다. 아르바이트로 하고 있는 풍선아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것은 아닐까 혼란스럽기도 하다. 가슴 속에서 들리는 소리는 너무나 작고 희미하다.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그 소리는 자꾸 도망을 간다.
 
주인공 오모리 요이치는 우리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이다. 똑똑하지도, 뛰어나지도 않은 그가 자신의 진정 원하는 '가치'를 찾아 가는 과정을 바라보노라면 좌충우돌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같다. 그리고 '꿈'이란 거창하지도, 명쾌하지도 않다는 것을 작가는 그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작고 연약한 벚꽃의 꽃잎이 모여 화려한 장관을 이뤄내는 것처럼 작고, 갸날픈 하루하루가 모여, 포기하지 않는 '가치'를 지켜내려는 노력의 시간이 모여 결국 만개한 벚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전하는 듯하다.
 
화려하고 아름답던 시간들도 지나면 흑백의 시간으로 남는다. 눈이 시리도록 화사한 사랑의 시간도 떨어지는 벚꽃처럼 질 지도 모른다. 영원하다고 약속을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약속할 수 없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벚꽃이 진다해도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있다. 벚꽃은 또 내년 그 자리에서 화려하게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굵어질 것이고, 든든하게 그 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랑', 그것을 지켜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 이후의 결과는 떨어지는 벚꽃처럼,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현재를, 지금을 굳건히 지키며 살아가다 보면 시간을 넘어 그 소중한 '가치'는 영원히 이어지게 될 것이다. 표지에서 보여지는 벚꽃과 '오모리 식당'은 대조적인 듯하지만 실은 한 모습으로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전해주고 있다.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느낌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소설로 옮겨 놓은 듯한. 작가는 꽤 유명한 작가라고 하고...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소설과 영화의 결말은 조금 다르다고는 하지만, 영화도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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