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나를 낫게 한다 - 깨우고, 바라보고, 두드리는 6단계 셀프 명상 치유법
정수지 지음 / 시공사 / 2014년 2월
평점 :
작년부터 책을 집중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신체에 할애하는 시간을 급격하게 줄였다.
회사일, 가정일을 하고 남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운동이나 신체 활동의 시간을 줄여왔던 것 같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사실을 책으로 읽어서 알고는 있으면서도 내 몸에 적용하는 것은 게을리해왔었던 것이다. 거의 1년 이상 몸을 움직이는 일이 줄어들다 보니 최근 몸의 이상 신호가 여기저기 오기 시작했다. 몸이 전체적으로 둔해지고, 여기저기의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하면서 우울증과 무력감도 함께 몰려왔다. 일에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그렇게 전투적으로 읽고 쓰던 책에 대한 열정도 갑자기 뚝 떨어졌다.
그렇게 사방이 꽉 막힌 것 같은 막다른 골목에 있을 때 정말 거짓말처럼 나의 이런 마음을 치료해준 책이 바로 [내가 나를 낫게 한다]였다. 아마도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내 속에서 울부짖고 있던 또 다른 내가 아니었나 싶다. 특별한 정보 없이 우연처럼 선택해서, 아무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나는 점점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니 액티브 명상의 방법으로 빨려 들어갔다. 명상을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었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아서 또 저만치 미뤄두게 된 것이 얼마 전이다. 그렇게 시도를 하다가 안되니 시간되면 해봐야지 하고 또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마음 뿐만 아니라 몸까지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니 마음이 다시 급해졌었다.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이 책에서는 몸과 마음을 모두 수련할 수 있는 액티브 명상법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명상법은 '깨우고 바라보고 두드리는 6단계 셀프 명상 치유법'이다.
저자 역시 폐에 질병이 생기면서 치유하고 재발하는 고통스런 경험을 하게 되면서 명상을 접하게 되었고, 명상을 통해서 완전히 치료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곳이 아파서 치료하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않으면 다른 곳의 질병으로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풍선효과를 예로 들며, 질병의 근원을 다스려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몸과 마음과 영혼은 곧 하나라고 얘기한다. 아무리 몸을 치료해도 마음이 아프면 또다른 질병이 생기는 것은 자명한 일, 마음을 치료하고, 영혼을 만날 때 진정 마음의 평화와 건강을 함께 얻는 진정한 힐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명상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면 그 상태를 설명할 때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감이 잘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원리를 설명할 때도 명확하게 잘 이해되지 않고, 와닿지 않을 때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명상을 코칭해 온 경험으로 저자는 그러한 원리나 방법을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선명하게 설명을 해준다. 명상의 목적과 상황도 집 안 청소를 비유해서 설명함으로써 그 상태나, 반발 작용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상태의 느낌까지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몸과 마음과 영혼은 하나이며, 그 구조는 가장 바깥쪽이 몸, 가운데가 마음, 마지막 맨 안쪽에 영혼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몸에서 단계를 거쳐 영혼까지 만나러 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도 몸을 두드리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과 같은 몸 깨우기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1단계이다.
"먼저 밖에서 헤매거나 남의 집 문을 두드리지 말고 일단 내 집으로, 내 몸으로 돌아오는 것, 그리고 먼지를 터는 등 청소를 시작하는 것이 바로 1단계인 '감각 깨우기'다. 몸의 전신을 스트레칭하든 두드리든 하여 몸을 깨우는 것이다.
청소를 하다 보면 깨끗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먼지가 날리고 생각지 못한 잡동사니들이 나오기도 한다. 그것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 바로 2단계인 '느끼기'다. 이는 몸을 움직이거나 스트레칭 할 때 불편하거나 시원한 부분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이때 떠오르는 감정도 그대로 느낀다.
3단계는 '바라보기'다. 바라보기를 위해선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 집중이 필요한데, 이는 청소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먼지나 쓰레기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단계는 모은 쓰레기를 벽난로에 넣고 한꺼번에 태우는 '소유하기'다. 내 몸뿐 아니라 내 안에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 모두를 인정하고 모두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5단계는 쓰레기를 태우면서 방 안 전체가 훈훈하고 따뜻해지는 '가슴으로 선택하기'다. 이는 쓰레기를 모아 태우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 이르면 머리가 아닌 가슴의 소리를 듣는 것이 좀 더 수월해진다.
마지막 6단계는 '행동하기'다. 방 안이 따뜻해지고 깨끗해졌으니 집을 예쁘게 꾸미거나 이웃 사람을 초대하고, 원하는 것을 만들어보는 단계다. 의식면에서 가슴의 소리를 듣고 그대로 행동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창조하는 것이다. --- p.18
총 6단계에 따라 어떤 수련을 해야 하는지 단계별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어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 단계를 건너 뛰거나 역순으로 해도 무방은 하지만 초보자의 경우는 오히려 청소가 뒤죽박죽 될 우려가 있다고 하니 그대로 단계를 밟는 것이 현명할 듯 싶다. 6단계까지 도달하려면 사실 기약없는 시간을 수련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빨리 6단계를 도달해서 그 평안을 느껴보고 싶지만, 단계를 나아갔다가 다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충분히 그 단계를 수련하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의 수련 역시 잘 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 역시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하는 가 보다. 저자 역시 단계를 나아갔다가 다시 돌아가기를 반복했었다고 한다.
경주하듯 목표를 향해 돌진해가는 것이 아니기에 빨리 도달하고, 늦게 도달하기 보다는 그 순간순간 그 단계의 수련을 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이나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게 명상에 집중하다보면 어느 새 최종 단계의 기쁨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기본적인 동작부터 따라해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이나 감각들이 아우성을 치지만 묘한 피로감과 상쾌함이 느껴진다. 책을 모두 읽고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아직 제대로는 해볼 수 없었으나 우울하게 올라오기 시작하는 감정을 대하는 법을 실천해보니 조금씩 자유로워지기 시작한다.
몸을 의식적으로 조금씩 움직이다 보니 마음도 걱정거리들로부터 조금씩 놓여나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의욕과 설렘임 마저 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여유로움으로 오늘은 도서관에 들러 저자가 소개했던 책들 몇 권을 빌려왔다. 이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씩, 한 발씩 내디디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나인 영혼, 우주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너무도 궁금한 그 순간을 기대하며, 지금은 온몸을 두드리며 가벼운 '청소'부터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