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공부를 결심해야 하는 이유 - 명문대 합격생 100인의 공부 동기
양현 외 지음 / 예담Friend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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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커가면서 공부에 대한 걱정과 고민도 함께 커간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아니 어쩌면 세계 어느 나라라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갖는 고민일 것이다. 특히나 대학의 간판이 중요한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가 갓 학교의 문턱을 넘는 나이가 되면 전투 태세에 돌입하기 시작한다. 잠깐이라도 주춤하면 무한 경쟁에서 낙오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부모도, 아이도 끝도 모르는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다.
서점에 교육 성공담이나 공부법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부모의 심정이 그대로 투영된 것 같다. 내 아이가 성공한 그 사람들과 같을 수 없고, 그 방법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비슷비슷한 그 책들을 혹시나 마음으로 들추어보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불안감의 무게는 점점 커진다. 이것저것 들여다 볼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아 보인다. 역시나 하는 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눈에 띄는 새 책들 사이를 누비게 된다.
 
[우리가 공부를 결심해야 하는 이유] 이 책 역시 그러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을 때 보게 된 책이다. 처음에는 '공부'에 눈이 번쩍 뜨였지만 책을 읽어 내려갈 수록 '이유'에 시선이 옮겨졌다.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고전적인 진리처럼 어쩌면 학부모와 아이들이 겪고 있는 이 전쟁은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를 몰라서 더 힘들고, 불안한 지도 모른다. 이유를 알고, 방향을 안다면 조금 늦은들 뭐 그리 대수겠는가. 몰라서, 막연해서 그래서 더 힘들고 혼란스러운 것은 아닐지.
 
처음에는 늘 습관적으로 들춰보던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다. 제목도 그렇게 눈에 띄거나 자극적인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부제 '명문대 합격생 100인의 공부 동기'를 보는 순간 내용이 궁금해졌다. SKY 정도 되는 학생들의 동기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럼 그 동기는 정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 지 그 실체가 보고 싶어졌다. 과연 책으로 엮어낼 만큼의 특별한 것이 있는 지.
 
 
그 동기라는 것이 100인 모두 같지 않다는 것은 책의 목차를 보고 단번에 알아버렸다. 사실 같은 공간에 있을 뿐이지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태어난 기질이 다른데 유일한 방법, 단 하나의 이유만 존재했을리가 없지 않은가. 십인십색이라는 말처럼 그들에게는 '동기'라는 공통점이 있었을 뿐 방법은 그야말로 백인백색이었다. 그런 가운데 공통적으로 묶을 수 있는 기준으로 공부 동기를 '꿈추구형, 환경 극복형, 경쟁 모방형, 단기 목표 성취형' 이렇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우선 명문대생의 공부 동기를 제시하기 전에, '공부 동기'라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나에게 맞는 공부 동기를 찾는 방법을 소개한다. 공부의 동기는 공부를 하게도 하지만, 그들 중 84%가 겪는 슬럼프가 찾아 왔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비기이기도 하다. 공부를 하는데 있어 '공부 동기'는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했고, 절대적인 것이었다.
 
 
여기서 얘기하는 공부동기는 막연한 혹은 단발성 동기가 아니다. 뼛속까지 바꾸고 지탱해줄 수 있는 강력한 동기이다. 특별한 역경이 없어도, 보통 사람들도 변화 시킬 수 있는 공부 동기를 찾을 수 있는 방법과 과정,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보통 꿈을 찾는 것이 힘든 것처럼 공부의 동기 역시 한순간에 명확하게 찾기 어렵다는 것이 이 책의 솔직한 조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기 자신에게 꼭 맞는 공부 동기를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세상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식, 다른 사람들이 밝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부모님의 의견 등이 논리적이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 진정으로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억지로 떠밀리듯이 찾은 공부 동기는 결코 제대로 된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더더욱 스스로에게 절실하면서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공부 동기를 찾아야 한다. 그런 공부 동기만이 나를 자연스럽게 공부로 이끌며, 온갖 슬럼프에 빠져도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 p.15
 
 
이 책은 공부동기 5단계와 공부동기를 찾아가는 방법, 그리고 100인의 통계를 통해 얻은 공부동기 4가지 유형으로 공부동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막연하게 보일 수 있는 '동기'라는 것을 실제의 모델들의 인터뷰와 통계를 이용하여 가시화 시킨다. 공부동기 5단계는 그 '동기'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나서 발전해 가는 지, 어느 단계쯤 되어야 힘을 발휘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명문대에 입학한 100인은 대부분 공부 동기 4, 5단계였다는 것은 가야할 길과 도달할 목표를 직접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부분이 이 책을 조금 다르고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또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하나를 전달해도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책의 편집이다. 마치 잡지 기사를 읽는 것처럼 보조 자료를 최대한 가독성있고, 생생하게 편집하여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독자가 그들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과 현장감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학생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기에 노트 필기부터 시험지, 메모, 플래너 등 치열했던 그들의 지난 과정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고 실감난다.
 
 
 
 
공부의 동기가 중요하지만 동기만 가지고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는 법. 책의 세번 째 장에서는 공부 동기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공부법을 소개하고 있다. 아직 적절한 공부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플래너' 하나도 여러 사람의 다양한 사례와 샘플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혹은 여러 가지를 접목해서 사용해볼 수도 있다. 필기나 암기법, 문제풀이까지 꼼꼼하고 구체적이면서 시원시원한 샘플은 실제 적용해보는데 어려움이 없을 듯 싶다.
 
 
 
부모님이 백날 '공부해라'라고 잔소리를 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은 하는 부모나 듣는 아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칫 관계만 나빠질 수도 있다. 부모의 잔소리보다 또래나 선배의 조언과 충고가 훨씬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이이기에 이 책은 그러한 닮고 싶은 선배의 조언처럼 꾸며졌다. 힘든 여정을 이제 막 통과한 선배가 진심을 다해서 들려주는 속깊은 이야기에 반발할 마음이 들 리 없다. 오히려 그들처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이 든다면 '공부 동기 5단계'의 두 번째 단계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래서 아이의 책상에, 가방 속에, 한 권쯤 넣어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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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 - 나의 이력서
안도 다다오 지음, 이진민 옮김 / 재능출판(재능교육)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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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건축과 관련된 책을 의도적으로 찾아보게 된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건축을 하고 있는 사람 즉 '건축가'와 관련된 책이다. 건축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 없는 내가 '건축'이라는 것에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사람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공간이랄 수도 있고, 최근 아이의 관심사로 시작된 탄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또, 건축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겨서일 수도 있다. 정확하게 어느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결코 나는 경험할 수 없는 세계의 공간을 창출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에 빠져있다.
 
이 책을 읽기 전 같은 일본인 건축가 '구마 겐고'의 책을 읽었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을 하고 있는 구마 겐고는 이 책의 저자 '안도 다다오'의 뒷세대라고 할 수 있다. 안도 다다오에게 영향을 받았기에 책에서는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구체적으로 그에 대해 알게 되었다. 노출 콘크리트 공법을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대중화시킨 장본인이고, 그런 파격적인 기법은 그가 제도권 교육이 아닌 독학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는 내용을 읽으면서 그에 대한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이지만 십여년 전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노출 콘크리트 건물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었기 때문이다. 저런 건물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왜 갑자기 저런 형태의 건물들이 많이 생기는 것을까? 당장 내가 다니고 있던 회사 역시 새로 사옥을 지어서 이전했을 때 같은 형태의 건물이었기에 의아했었다. 그리고 건물의 스타일도 유행이 있으니 유행하는 스타일인가보다 하고 넘겼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것을 보고 하나의 건물 양식으로 자리를 잡았나 했었다. 그 노출 콘크리트 양식을 바로 '안도 다다오'가 만들어내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번도 대학에서 건축 공부를 하지 않은 그가. 당장 그가 궁금해졌다.
 
이 책 [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는 그런 기대를 갖고 보게 되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 갈수록 책에서는 그의 학계에 평가나 업적은 찾기 어려웠다. 단지 그의 작품 사진에서 그 익숙한 형태의 공법을 볼 수 있었을 뿐이다. 책을 읽어 가면서 느꼈다. 그에게 외부의 평가나 공적은 중요한 것이 아님을. 그 정도 되는 위치라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고 드러내놓고 싶은 마음이 들법도한데 이 책에는 그런 느낌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작품이나 결과가 아니라면 그저 이름없는 어떤 건축가의 소박한 독백을 듣는 것처럼 순수하고 담백하다. 그렇지만 그 밑바탕에는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건축에 대한 열망이 묵직하게 깔려있다. 그래서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강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나란히 실려 있는 그의 작품들은 그가 열 마디를 하지 않아도 그 진정성과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에 실려 있는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드는 느낌은 깊은 고요함과 엄숙함이다. 콘크리트에서 느껴지는 단단함과 무게감은 깊은 심연과 같은 압박감을 주지만 그 사이를 뚫고 조용하게 내리비치는 빛은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콘크리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단단함에서가 아니라 부드러움에서 진정한 강함을 느낄 수 있는 역설적인 대비는 그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그의 초기 작품 (겨울에는 보러가는 것이 불안하고 꺼려진다고 하는)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여 '빛의 교회'에서 절정을 이루고, 그 이후의 작품에서는 점점더 안정되고 발전을 이루게 된 것 같다.
 
 
빛의 교회는 예산이 부족해 겨우겨우 완공을 했다고 하는데 한쪽 벽면을 뚫어 빛으로 완성한 십자가는 사진으로 보는대도 그 엄숙함에 압도된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런 예배당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창적이면서도 예술적이다. 그가 아니면 결코 만들 수 없는. 건축에는 문외한이지만 분명 그만의 독특한 창작의 세계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적인 록그룹 U2의 보컬 보노가 이 교회를 보려고 아일랜드에서부터 직접 와서 설교 단상으로 올라가 'Amazing Grace'를 불렀다는 장면에서는 마치 그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나 또한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감동을 간접적이나 느끼고 싶어서 나나무스쿠리의 원곡을 찾아 들었을 정도로. 그러면서 빛이 만들어내는 십자가 속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 교회라는 특수한 건물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텅 비어있던 공간에 이렇게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이 바로 '건축'이 아닐까 그의 작품들을 하나 하나 볼 때마다 강하게 느껴진다.
 
 
 
퓰리처상을 제정한 퓰리처 부부가 의뢰했던 미술관 역시 빛이 말하고 있는 예술적이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처음 미술관을 의뢰받을 때 초대받아 갔던 부부의 집 식당에 걸려 있었던 모네의 그림 <수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빛을 표현하려고 화가 모네의 작품과 빛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그의 작품이 오버랩이 된다. 그렇게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듯한 미술관의 내부 모습은 한없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자신에 대해서 한없이 낮추고, 겸손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그이지만 도전하지 않는 일본의 젊은이, 획일화되고 점수 위주로 흐르고 있는 교육 제도에 대해서는 강하고 힘있게 비판을 한다. 어쩌면 제도권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바깥의 시선으로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온실 속에서 한없이 안전 지향적으로만 공부하려는 성향은 대학을 들어가서도 여전하며, 건축일을 할 때 역시 연장된다고 그는 꼬집는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학교를 포기하고 독학할 수 밖에 없었지만 꿈을 포기하기 않고 끝까지 버텨내며 결국 이루어냈고, 더 큰 꿈을 위해 세계로 시야를 넓혔던 그였기에, 비난도 비판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온 그였기에, 도전도 용기도 없는 지금의 학생들이 안타깝게 보일 것이고, 일본의 미래도 불투명한 위기가 느껴졌을 것이다. 진심으로 일본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을 읽는데 그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도 보인다. 흡사 우리에게도 따끔한 충고하는 것처럼 우리 모습도 다르지 않아 씁쓸하다.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은 부모의 강요에 의해 지식을 주입받은 학원에 다녀야 하고, 창조력을 기르기 위한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본래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자연과 교감하며 자유롭게 노는 가운데 호기심을 기르고 감성을 닦으며 도전하는 용기나 책임감을 키워 가는 법이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은 부모가 깔아 놓은 레일 위를 달려가기에 급급하고,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그래서자기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경험이 절대로 부족하며, 긴장감도 판단력도 자립심도 없이 성인이 되어 사회를 지탱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중략)
점수에 의한 수험생 선발과 대학 서열화를 더욱 가중시켰다. 젊은이들의 능력을 숫자로 대치하고 본래 많은 가능성을 가진 나이의 학생들을 성적표 방식의 시험으로 단순히 우열을 가리는 입시 전쟁이 나라 전체의 활력을 앗아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의 활력과 교육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입시 제도를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이 나라에 다시 빛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하게 가져왔다. 그래서 의지가 약하고 사람과 직접 부딪치려 하지 않는 심지가 여린 젊은이나 아이들을 보면 일본의 장래에 대해 강한 위기감을 느낀다.
인간성을 기르는 교육을 통해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진 '자주적인 개인'을 만들고, 가족이나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일본인의 국민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 p.246~247
 
책을 읽기 전에는 그가 천재인 줄 알았다. 건축과 관련된 감각과 재능을 타고나 정식 교육이 필요없는 줄 알았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갈 수가 없어 독학이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독학을 하면서도, 건축을 하면서도 번민도 하고 좌절도 하고 갈등도 한다. 그도 똑같은 보통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몰두했고, 직접 부딪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 발씩 나아가 결국 지금의 그를 만들어냈다. 그는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천재였던 것이다.
쇠를 달궈 모양을 만들어내듯 그는 그렇게 뜨거운 열정으로 용광로에 몸을 던져 자신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타고난 천재라고 생각했을 때보다 더 그가 천재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더 아름답고 숭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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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건축가 구마 겐고 - 나의 매일은 숨 가쁜 세계일주
구마 겐고 지음, 민경욱 옮김, 임태희 감수 / 안그라픽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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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겐고'라는 건축가는 사실 이 책 [나, 건축가 구마 겐고]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건축을 전공을 한 것도, 관련된 일을 한 것도, 특별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건축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보니 그의 이름을 이전에는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최근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작은 건축을 진로로 심각하게 고민하던 큰 아이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건축에 대한 책도 읽게 되면서 조금씩 관심의 폭이 넓혀졌다. 지금 딸 아이는 다른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오히려 나는 여러가지 궁금함도 알고 싶은 것들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건축에 대해 결정적으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에 읽었던 책 때문이었다. 역시 일본의 건축가가 쓴 것으로 화덕에 빵을 굽는 정통 빵집의 가게를 의뢰받고 편지를 주고 받으며 완성을 해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었다.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풀어서 쓰고, 설명을 해주긴 했지만 그럼에도 기초적인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단순한 '건물'이 아닌 '삶'의 공간을 짓기 위해 교감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었다. 그래서 드디어 완공을 하고 첫번째로 구운 빵으로 감사 기도를 올리는 장면에서는 경건함을 넘어선 감동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건축에 대한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건축이라고 할 때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그동안 발생했던 우리 사회의 부패가 건축과 관련된 것이 많아 생긴 학습이라는 것을. '건축'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숨을 쉬는 공간이라는 것을.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렇게 무감각하게 외면하고 있었다. 그 책을 읽으면서 건축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마음이 열리면서 조금씩 관심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바뀌고 그 세계에 있는 사람 마저도 궁금증해지기 시작하면서 이 책 [나, 건축가 구마 겐고]를 읽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세계를 달리며 내일을 짓는다'라는 부제처럼 세계가 좁다하고 어제는 유럽, 오늘은 중국, 내일은 일본에서 업무를 보는 모습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다. 실력이 뛰어나서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기 때문에 세계를 돌며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보면 그의 행보고 그렇게 쉬웠던 것도, 자연스러웠던 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물론 그의 실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각국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만 그가 세계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에는 그만한 아픔이 있었다. 일본 시장의 장기적인 침체와 공장에서 찍어내는 건축에 대한 반발로 사방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성찰이 가져다 준 결과는 그는 그렇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게 되었고, 세계적인 건축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리고 진정 그가 생각하는 '건축'을 '건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가 얘기한 것처럼 일본의 제 4세대 건축가다. 도쿄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 연구원으로 지낸 건축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미국에서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일손이 없어서 못할 만큼 일본은 건축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곧 거품이 꺼지면서 그는 아득한 정적을 맛봐야만 했다. 그렇게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춰버린 상태에서 그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시를 벗어나 외곽으로 시선을 옮기게 된다. 그곳에서 도시에서는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면서 건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고 그렇게 구마 겐고만의 건축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철학이 담긴 작품들이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얻으며 상을 수상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4세대인 우리 시대는 일본의 약함이 누구 눈에나 분명해진 시대입니다. 실제로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린 1990년대에, 저는 도쿄에서 일이 하나도 없어 공업화에서 버려진 일본의 지방을 돌았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만난 재료와 경관, 장인기술을 파내려가다가 21세기와 이어진 일본의 공업화와는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이 약해져서 반짝이고 예리한 공업적인 것이 후퇴하는 바람에 오히려 새롭게 파내려갈 가치가 있는 장소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것이 또 중국을 탐구했던 대나무집과 이어져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 p.240~241
 
 
 
관성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방향대로 몰아가는 그의 건축에 대한 자세는 도시에서는 그의 입지를 좁게 만들어버렸지만 지방을 돌면서 오히려 그는 그 모든 껍데기를 벗어던질 수 있었고 근본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원시적인 시각으로 '건축'을 보기 시작하면서 더 높게 비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 암흑의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의 그런 생각은 사고로 오른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된 상황에서도 불편함을 느끼기는 커녕 해방감을 느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성에서 일탈을 했기에 오히려 더 자유롭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던 구마 겐조. 여기까지 읽었을 때, 그는 자신 만의 철학으로 세계에 이름을 떨친 성공한 일본인 건축가였다. 그의 소신이나 철학이 남달랐고, 대단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세계적인 건축가가 어디 그 뿐이랴. 그래서 조금은 덤덤하게 나머지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는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숙연함과 뭉클한 감동으로 상념에 잠기게 만들었다.
 
 
3.11 대지진 이후 모든 것이 파괴된 공간을 보면서 건축의 죽음을 본 경험은 그에게 '건축'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3.11 대지진 뒤 "앞으로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받았습니다. 어느 날 제 입에서는 "종교건축을 하고 싶다"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물론 그것은 신사나 절과는 조금 다릅니다. 제가 짓고 싶은 것은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건축입니다.
간토대지진 이전의 일본 목조마을은 '죽음'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무의 건축은, 생물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때문입니다. 변색하고 썩어가는 나무를 보면서 '아아, 나도 이렇게 죽는구나.'하고 느긋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한편 콘크리트와 철로 만들어진 번쩍이는 건축물을 보고 있으면, 생물이 죽는다는 것,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잊고 맙니다.
20세기 미국인은 죽음을 잊게 해주는 디즈니랜드 같은 건축으로 도시를 메우려고 했습니다. 일본인도 그것을 흉내 내 죽음과 가까이 있던 일본의 마을도 지금은 완벽하게 죽음에서 멀어져버렸습니다.
죽음을 잊는다는 것은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죽음을 잊고 자연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아무리 위험한 바닷가에도 태연하게 콘크리트와 철의 건축을 짓게 됩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아무리 늘어나도 신경도 쓰지 않게 됩니다." --- p. 255~256
 
"지금 살아 있는 저는, 다른 말로 하면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처럼 서서히 죽어가는 건축물을 만드는 일을 제대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 p.273
 
 
 
사람처럼, 사람과 함께 죽어가는 건축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흑백 사진으로 실려있는 그의 작품들이 묵직하게 말해주고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입지를 굳힌 사람같지 않게 그의 책 곳곳에는 스스로 한없이 작고 약한 존재임을 드러낸다. 자신감이 없어서도, 겸손해서도 아니다. 그도 서서히 죽어가고, 깨지고 부서지는 자연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모습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감춰진 듯 자연의 일부가 되어 더 거대하게 빛나는 그의 건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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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처럼 반론하라 - 원하는 대화를 하고 싶다면
우에노 마사루 지음, 김정환 옮김 / 끌리는책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영화 '변호인'의 투박하지만 논리적이며 핵심을 찌르던 변호사의 반론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문제가 해결되는 결정적인 장면이기도 했지만, 막혀있던 것이 터져나가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상 생활에서는 그렇게 통렬하게 반론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해야 하는 크고 작은 상황은 늘 존재한다. 그러한 때 상대의 의견에 제대로 반론을 하지 못하고 불이익을 당하거나 돌아서서 후회하는 경우는 누구나 한 번 정도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조직에 몸을 담고 있거나 고객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까다로운 반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때로는 조직 내에서, 때로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아'다라고 '어'다르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 그대로 말 한 마디가 민감하게 반응하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신중하지만 힘있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던 것은 이러한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마 전까지 배웠던 토론에서 '반론'이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중요한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우는 입론은 미리 준비할 수 있지만 이를 반격하는 상대의 공격은 미리 준비한다고 해도 현장에서는 많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상당히 유동성이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냉정함과 순발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반론이야말로 어찌보면 토론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판에서 변호사의 반론 능력과 다르지 않아 설득하는 방법을 배울 때 주로 변호사가 집필했던 책을 위주로 보기도 했었다. 지금은 잠시 접었지만 긴장감 넘치는 상황은 아니더라도 대화 혹은 설득 과정의 일부로서 여전히 '반론'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고, 배워야 할 부분이다.
 
[변호사처럼 반론하라] 이 책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저자는 변호사이다. 앞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변호사가 전하는 설득이나 반론의 방법을 다룬 책은 꽤 많이 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내가 이 책에 주목했던 이유는 바로 '조용하고 부드럽게 내 의견을 말하는...'이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영화에서처럼 강도높고 냉철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힘을 실어서 내 의견을 상대에게 피력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 상당히 궁금했기 때문이다. 논증의 방법을 얘기하는 책들을 꽤 본 편이지만 이 책은 그런 이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사례나 상황별로 실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53가지의 반론의 기술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책을 받자 느껴진 첫 느낌 역시 '부담감'이 없다는 것이었다. 200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일본 특유의 다이제스트같은 느낌과 내용을 함축해놓은 실용적인 편집 기법이 눈에 띈다. 1장 "노"를 "예스'로 바꾸는 반론, 2장 불리할 때 사용하는 반론, 3장 약점을 드러내지 않고 이기는 반론, 4장 심리트릭을 활용한 반론, 5장 유형별 효과적인 반론까지 상황에 따라 적용해볼 수 있는 반론의 방법을 53가지 만나볼 수 있다. 설명이 늘어지지 않고, 핵심적인 부분만 집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쉽고, 그때그때 찾아보기도 쉽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2장 불리할 때 사용하는 반론에서 제시한 "논점과 관계없는 오류에 일일이 반론할 필요는 없다"는 반론을 할 때 격앙되면서 혹은 핑퐁이 오가면서 범하게 쉬운 실수를 예리하게 짚어내고 있다. 흥분하다 보면 상대의 모든 말에 반박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 보면 논점에서 벗어나면서 상대의 패에 말리게 되거나 소득없는 실랑이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미리 이러한 방법을 의식한다면 그러한 상황에서 놓여진다고 해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은 실수를 의기양양하게 바로잡는 당신을 보며 상대는 '자신의 불리한 상황을 숨기려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본래의 논쟁을 피하고 논점을 흐트러뜨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래의 토론 대상과 관계없는 오류에는 반론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이것은 당신을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넣으며, 결과적으로 당신 자신도 본래의 논점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상대의 말실수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면 거기에만 생각이 쏠려 무슨 토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의 말실수를 발견해도 상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해된다면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것이 성숙한 토론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말실수일 뿐', '조금 착각했을 뿐' 하고 흘려넘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상대가 입시 문제처럼 틀린 부분을 찾아보라며 일부러 그렇게 말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p.84~85
 
 
이외에도 "약점 지적에는 침묵하거나 답변을 늦춰라"에서는 "상대가 '저 사람은 그런 한심한 질문에 대답할 만큼 한가하지 않구나. 좀 더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어'라고 생각하도록 당당히 침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상대는 '내가 핵심에서 벗어난 질문을 해구나'라고 생각해 더는 추궁하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난감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경청과 침묵을 병행하라"
"먼저 부정적인 면을 언급한 후 반론하라"
"상대가 일반론으로 공격해오면 예외를 일반화하라"
"약한 '나'는 '우리'로 바꿔 말하라"
 
이처럼 각 장의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반론의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응법을 알 수 있다. 간결한 설명과 더불어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그래픽은 더 쉬운 이해를 도와준다.
 
 
이쯤되면 반론이 상대와의 토론이나 협상에서 반드시 이기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반론'은 토론을 제대로 된 곳으로 잘 정박시키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그런 기능을 할 때 가장 빛나는 것이며, 저자가 머리말의 제목으로 쓴 '대화의 꽃'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검사 또는 변호사로서 법률에 의거해 논쟁을 벌였지만, 아무리 검사나 변호사라고 해도 똑같은 사람일 뿐이며 심문을 받거나 상담을 요청하는 상대 또한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사람이다. 법률 이전에 인간의 심리와 감정 기복을 무시해서는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 요컨대 협상이나 토론 중에 '반론'이 성공하더라도, 그것은 자신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고 타당한 결론을 얻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상대의 이익으로도 연결되는 반론이어야 한다. 이것이 내 철학이다. '토론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서로의 오해를 풀거나 고집스러운 생각 혹은 느낌에 숨구멍을 뚫어 정보의 소통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서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 p.5~6
 
"반론은 토론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라는 뒷표지의 문구는 반론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일 것이다. 반론을 제대로 알고, 익히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결론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고, 이 책은 그런 도움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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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되는 점심 식사 - 직장인을 위한 점심 사용설명서
김남호 지음 / 와이겔리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올 초부터 몸에 이상 신호가 조금씩 오더니 급기야는 몸에 탈이 나고 말았다. 2주간을 꼼짝도 못하고 요양 아닌 요양을 하면서 건강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드러눕기 전 내 손에는 이 책 [약이 되는 점심 식사]가 들려 있었다. 사실 최근 업무상으로나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중인데다 하루 종일 앉아서 근무를 하느라 운동도 제대로 못해서 건강에 경각심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가볍게 운동을 시작해보려고 센터에 등록도 한 상황에서 병이 나고 보니 몸이 그동안 여러 가지로 신호를 뒤돌아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책 [약이 되는 점심 식사] 역시 더 큰 일이 나기 전에 몸관리를 해야겠다는 무의식적인 위기 의식에서 선택했던 것같다. 암튼, 절대안정하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회사 업무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동안 못 잔 잠만 원없이 잤던 것 같다. 잠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몸이 약해진 탓인지 자도자도 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평소 생활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 지,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 왜 필요한 지를 절감하게 되었다. 물론 중년을 넘어선 나이가 되니 건강에 대한 염려는 당연히 들었지만, 더딘 회복 속도와 맘 같지 않은 몸의 움직임을 느끼니 이제는 정말 적극적으로 관리를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
어디 마땅히 아프다면야 치료를 해야 겠지만 평소 조금 불편하거나 염려가 되는 증상이라면 아마도 먹는 것으로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약처럼 단기간에 효력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부작용이 덜하고, 무엇보다도 억지로가 아니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쁨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음식으로 조절하는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의 나에게 아주 유용한 책일 듯 싶었다.
 
그런데 왜 하필 점심 식사일까? 그 상황이 조금 재미있었다. 7년 전쯤 저자는 식당에서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김치찌개를 시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그 분은 화가 많아 김치찌개를 먹으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 처음 보는 사이에 괜한 오지랖인 것 같아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직접 얘기를 해주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 책을 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때 얘기를 해주었다면 그 분은 김치찌개를 시키지 않고 다른 것을 주문했을까? 아니면 별 상관을 다하네, 하면서 끝까지 김치찌개를 시켰을까? 어쨌든 그 에피소드가 이 책의 목적과 가장 부합되는 경험이었기에 책의 제목을 '약이 되는 점심 식사'로 짓지 않았나 싶다. 물론 직장인은 빨리 먹기 위해,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해 혹은 바빠서 이런 저런 생각없이 메뉴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직장인, 점심 뿐만 아니라 삼시 세끼 모두 자신에게 맞는 음식,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음식은 아침, 점심, 저녁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직장인에게 한정된 것만은 아니라는 오해를 잠깐 풀고 본격적인 책의 구성을 살펴 보면 1부에서는 '약으로 먹는 음식'으로 직장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들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한다. 우울할 때는 된장국,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청국장찌개, 오랜 PC업무로 안구가 건조할 때는 순대간과 올갱이국처럼 모두 17가지 상황에 적합한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음식과 재료에 대한 소개 뿐 아니라 직접 해서 먹을 수 있는 레시피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피로에 좋다는 오리탕을 평소 즐겨 먹는 편인데 집에서는 냄새가 날 것 같아 시도를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가 장모님께 직접 전수 받았다는 특급 레시피를 공개해주어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용기가 살짝 생겼다.
 
 
2부는 '약으로 먹는 반찬'이다. 그동안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반찬의 재료에 대한 효능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약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는 반찬들이 대부분이다. 읽으면서 플라시보 효과를 톡톡히 누려볼 수 있다.
 
 
3부는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힌 것처럼 약이 되는 음식과 반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약초를 활용한 '티테라피'로 보완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장이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유기농 귤피차를 시작으로 해독에 도움이 되는 민들레차 등 모두 14가지의 증상에 따른 차를 소개하고 있다. 책과 함께 샘플로 5가지 종류의 차가 들어 있었는데 책을 읽기 전이라 사은품인 줄 알고 미리 음용을 해버려 효능을 염두에 두고 마시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중에 효능를 알고 보니 맛도 괜찮고 필요에 따라 꾸준한 마시면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과는 멀어져서 살고 있는 현대인, 특히나 직장인들은 생활 패턴이나 방식이 자연스러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몸과 마음 모두 힘들고 지칠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먹는 방식만 조금 바꿔도 몸의 기운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고, 치료와 같이 단시간에 효과가 날 수는 없겠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작은 방향을 튼 것만으로 결과는 훨씬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아는 만큼 더 잘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부담스럽지 않고 자상하게 그 방법을 알려준다. 옆에 두고 식사를 할 때 참고하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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