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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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과 '위인' 두 단어가 과연 어울리는 조합일까?

[찌질한 위인전] 장난스런 제목같지만 실은 위인이라는 이유로 완벽한 허상을 만들며 한쪽 면만을 바라보려는 하는 우리의 편향된 시각에 대한 일침이기도 하다. 영웅은 모든 면에서 우월할 것이라는 착각, 그렇게 믿고 싶은 대중 심리에 허울을 저자는 치밀하면서도 예리한 시각으로 논리 정연하게 반박하고 있다. 김수영, 빈센트 반 고흐, 이중섭, 리처드 파인만, 허균, 마하트마 간디, 어니스트 헤밍웨이, 넬슨 만델라, 스티브 잡스까지 한 개인이 이루어낸 위대한 업적 뒤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의 밑바닥, 맨얼굴을 끄집어냄으로써 그들을 신격화하다가 오히려 매몰되어버리기 쉬운 진짜 힘의 원천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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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는 뜻을 가진 표준어 '지질하다'를 발음대로 표기한 '찌질한'과 훌륭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뜻을 가진 '위인전'의 결합은 그 자체로 모순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양극의 두 표현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의 범주일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위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어두운 면모를 밝힘으로써 그들을 범인(凡人)의 수준으로 끌어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그들 역시 찌질한 모습을 보였으니 우리들 각자의 찌질함 또한 그냥 보아 넘어가주자는 식의 얄팍한 합리화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들의 찌질함은, 한편으로는 대중의 머릿속에 자신을 위인으로 각인시킨 힘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찌질함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것을 인정함으로써 그다음을 바라보게 된 이도 있다. 끊임없이 자신의 찌질함과 맞서 싸우면서 생을 살아간 이도 있다. 그들이 위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우리에게 남긴 어떤 업적이나 작품과 같은 '결과'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닿기까지의 과정 때문일지 모른다."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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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은 시인 김수영으로부터 출발한다. '위인'이라는 허울좋은 말의 의미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뒤이어 나오는 손꼽히는 인물들을 마다하고 왜 하필 김수영을 가장 먼저 배치했을까 처음에는 의아했다. 그러나 김수영 편을 읽은 후에는 물론이고, 책을 끝까지 다 읽은 후에는 왜 가장 먼저 김수영이어야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찌질함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보려하지 않는다. 아니, 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위인이라 일컬어지는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찌질함을 인정한 이도 있고, 외면했지만 결국 그 찌질함에 저항하는 힘으로 앞으로 나아간 이도 있다.

 

그러나 김수영은 그 찌질함을, 인간의 밑바닥을 정면으로 보려했던 이였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마주 대할 용기가 없어 평생을 감추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또다른 찌질한 본성인데 그는 혼신의 힘으로 처절하게 그것과 마주 대하려고 했다. 그리고 '시'라는 도화지에 적나라하게 옮겼다. 전쟁, 배우자의 배신, 그리고 재회... 쉽게 겪을 수 없는 풍랑의 한가운데에서 김수영은 바른 정신으로 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그 찌질한 본성은 더욱더 그를 괴롭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완서 작가 역시 인간 밑바닥으로 내려가게 한 전쟁을 겪은 후 미치지 않기 위해 글을 썼노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김수영 역시 극단으로 드러난 자신의 민모습에 괴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것을 똑바로 보려했고, 그럼으로써 육체를 떠난 진정한 자유를 얻고자 했다. 진정한 시인이 되기 위해서. 애벌레가 고통스러운 탈피를 거듭하며 나비가 되듯, 그는 그 고통의 과정을 거쳐 시라는 자유를 얻고자 했다. 이 책에 실린 위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그는 능동적으로, 스스로 그 길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인간' 김수영은 '시인' 김수영으로 날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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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소개된 빈센트 반 고흐, 뒤이어 '이중섭'. 둘은 시대와 장소가 다름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정신병력이 있는 집안에 태어나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황이 안좋아지면서 스스로를 놓아 버리기 전까지 그들은 의존과 집착이라는 찌질함에 대항하여 예술혼으로 처절하게 싸우며 작품을 만들어낸다. 정면으로 응시할 용기는 없었지만 거부하지 않았다. 받아들이고, 지지않기 위해서 붓을 잡았다.

 

"이중섭과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시인 김수영은 자신의 밑바닥을 똑바로 응시하며 스스로에게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중섭은, 그러한 고통을 감내하고 똑바로 다시 서기에는 여리고 약했다. 그러나 이중섭의 그런 모습이, 어린아이같이 순수하고 어린아이같이 천진하고 어린아이같이 철없고 어린아이같이 어리숙한 모습이 이중섭을 이중섭답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인간 이중섭의 찌질함은 화가 이중섭의 예술성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흔히들 예술은 삶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이중섭은 스스로의 찌질함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김수영의 찌질함은 이중섭의 찌질함과 다르다. 김수영의 삶은 이중섭의 삶과 다르다. 그리고 김수영의 예술은 이중섭의 예술과 다르다. 때문에 누구의 삶이나 예술이 더나은 것인지는 말할 수 없다." -p.90

 

인생 말년 자신의 모순된 신념에 대한 흔들림을 고백했던 간디, 영웅으로 추앙되는 것을 경계했던 만델라,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관계를 스스로 파괴했던 헤밍웨이, 버림받음을 특별함으로 만들어버린 극단주의자 스티브 잡스. 책에서 다루는 위인들은 대부분 상처를 가지고 있다. 상처없는 인간이 누가 있으랴만, 이들은 파고 들어가는 상처에도 불구하고 끝내 똑바로 걸으려고 애쓰며 걸어갔다. 간디나 헤밍웨이처럼 보여지는 것보다 민낯이 더 적나라해서 깜짝 놀란 경우도 있지만 그 상처는, 그 찌질함은 그들을 그자리에 있게 한 힘의 근원이 되었고, 우리가 그들을 기억할 수 있게 된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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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외전'이라고 해서 두 명의 특별한 인물이 더 실려 있다. 한 명은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이고 또 한 명은 독일 나치의 유태인 대학살 선동의 주범이었던 '괴벨스'다. 외전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빼었으니 위인의 범주에 넣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두 명의 인물을 다룬 이유는 전자는 가장 보통 사람, 찌질함을 안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그의 노래와 삶 모두에서)을 보여주기 위함이요, 후자는 찌질함이 가장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괴벨스 역시 상처로 얼룩진 어린 시절을 보냈다. 씨앗은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위인이 되기도 하고, 괴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괴벨스를 통해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내가 위인의 시대와 정신적인 배경을 모두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11명의 위인의 시공간이, 정치, 철학적인 사조가 다름에도 그들의 행보를 어렵지 않게, 아니 오히려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저자의 충실한 조사와 보편적이지만 대중적인 설명 덕분이다. 특히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이 다소 깊어 보이는 저자가 위인들의 내면을 풀어 헤칠 때면 맛보기나마 심리학에서 접했던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많이 안다고 해서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듯, 저자의 지식의 깊이를 떠나서 그 내용 만큼은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고, 풀어낸 것임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해가 쉬었다. 옮겨 적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로 전달을 했기에. 그렇기때문에 위인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그 주변 이야기를 읽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였다. 무심한 듯 시크한 문체에 박식함을 드러내는 친절한 설명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두고두고 꼭꼭 씹어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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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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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었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방대한 분량을 숨도 쉬지 못하면서 심장은 쿵쾅거리고,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팔이 뻣뻣해질 정도로 긴장하면서. 한페이지 넘길 때마다 축축해진 손때문에 페이지는 우글거렸다. 책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들에게 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냉정해지라고. 여기서 그만두라고. 독자인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주인공들은 계획을 감행했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럴줄 알았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그래, 이제 어떻게 할거야? 나도 모르게 숨이 가빠진다. 너무도 큰 일을 벌이고 돌아온 동생을 마주대하듯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온갖 머리를 짜내지만 '진퇴양난'이다. 그렇다고 기브 업을 선언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책을 덮어버렸다.

도저히 그녀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차마 못보겠다. 이미 그녀들은 내 가족, 아니 나 자신이 되어 있었다. 한발 한발 그녀를 향해 달려오는 섬뜩한 위기를 더 이상은 지켜보기가 어려웠다. 현실로 나와서 심호흡을 한 후 잠시 숨을 고른다. 책 속에서 벌어진 허구라는 사실에 새삼 안도감을 느낀다. 마치 악몽에서 막 깨어나 현실을 느낄 때처럼.

 

도저히 안되겠다.

다시 책을 집어 든다. 그녀들이 위험에 빠져 있는데 그대로 둘 수가 없다. 얼굴을 가리고서도 손가락 사이로 흐릿하게 보게 되는 공포영화처럼 어떻게 해서든 결말은 봐야할 것 같다. 아니, 봐주어야 할 것 같다. 상황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어진다. 모든 것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그래, 어떻게 해서든 이겨내. 포기하지 마! 마음 속으로 응원을 하면서 끝을 향해 함께 달려간다.

 

마지막 장을 넘긴다.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 '끝까지 간다'를 보고 난 후 같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인생의 낭떠러지의 직전까지 몰려가는 상황의 긴장감. 아주 오래 전에 보았던 '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 장면도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역자의 말처럼 주인공의 관계, 사건의 발단은 이 영화를 모티브로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닮아 있다. 전혀 다른 결말,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영화가 머리 속을 빙빙 돌면서 그야말로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심장이 쫄깃해진다.

 

 

왜 죽여야만 했을까?

책의 주인공은 미술관 큐레이터를 꿈꿨지만 일이 제대로 안 풀려 현재는 백화점 외판부에서 특수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는 '나오미'와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로의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대학동창인 '가나코'이다. 원하지 않는 삶, 무감각적인 일상을 이어가고 있던 나오미는 가나코가 남편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기억 저 밑바닥에 잊고 있었던 같은 고통을 당했던 엄마를 떠올린다. 그리고 늘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던 자신과 언니의 자매의 모습도. 가나코의 고통은 곧 그녀 자신의 고통이었다. 힘없던 어린 시절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2층으로 피해서 도망가는 것밖에.

 

 

처음 사실을 알았을 때 나오미는 가나코에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혼을 권했다. 그러나 이성을 잃고 달겨드는 짐승을 피하기에 법과 제도는 그야말로 허울 뿐일 수 있다. 후에는 그녀도 그 허울을 이용하지만. 어쨌든 결코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 주지 못하는 이상 시도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그녀는 맞으면서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만이 만들어 놓은 세계로 도피하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남편을 이 세상에서 '제거'하기로 합의한다. 더이상 나오미는 2층으로, 가나코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세계로 도망가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일까?

뉴스에서 보도되는 수많은 살인사건의 정황들을 보면 선과 악이 뚜렷하다. 피살자는 선이고, 살해자는 악이다. 살해자는 천인공로할 악의 존재로 비춰진다. 물론 정황에 따라서 정당방위, 정상참작의 경우도 많다. 그러나 살인을 하고, 태연히 저녁을 먹고, 가구를 바꾸며 일상 생활을 즐기는 장면은 분명 뉴스로 재조합해 볼 때는 인면수심의 행동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은 독자라면 안다. 그녀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그렇게 잠깐의 행복을 만끽했던 이유를. 그녀를 응원할 수밖에 없어진다.

결국 선과 악은 관점의 차이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나오미의 고객이자 친구인 중국인 리사장은 악이 선으로 바뀐 인물이고, 그녀들을 도왔던 린류키는 선이 악으로 된 경우다. 나오미와 가나코는 악을 제거하며 희망을 얻었다. 그러나 그 희망이 선일지 악일지는 모른다. 선일 수도 있고, 악일 수도 있다. 결국 선과 악이라는 것는 따로 존재하지 않을 지 모른다. 그것을 해석하는 틀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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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삼국지 리더십 1
자오위핑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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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읽기 도전을 해봤을 법한 책 <삼국지>. 나 또한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닳도록 보시던 그 모습에 호기심을 가지고 몇 번 도전을 했었다. 10권짜리 시리즈부터 만화까지 도전을 해봤지만 끝내 끝은 볼 수 없었다. 방대한 인물과 복잡한 서사구조, 선호하지 않는 전쟁 이야기까지, 짧은 이해능력으로는 인내심을 꽤나 요구했고, 결국 채 3권을 넘기지 못하고 번번이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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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를 보았을 때 처음 스쳤던 생각 역시 지난 시절 포기했던 <삼국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4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이 전부 유비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니 삼국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는 할 수는 있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던 것이다. 첫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서부터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낯선 지명, 생소한 인물들과 시대적인 상황 어느 하나 눈에 들어오지 않고 겉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른손에 느껴지는 책의 두께가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렇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해를 하든, 못하든 끝까지 읽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더딘 책장을 계속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물과 배경, 패턴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이 책은 사실 처음부터 책의 출판을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 아니라 TV프로그램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중국 CCTV가 고급 지식의 대중화를 모토로 기획한 인기 교양프로그램 <백가강단百家講壇> 강의가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유비 뿐만 아니라 조조, 사마의, 제갈량 등 다양한 인물을 다루었고, 각 강의 역시 책으로 엮어 출판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인기 교양프로그램'이다.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이고 대중에게 쉽게 접근을 했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실제 강의를 듣고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한 느낌이 든다. 자연스럽게 책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저자가 유능한 이야기꾼이었기 때문이었다.

 

두번 째 이유는 책의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미약한 집안에서 출생하여 한 나라의 왕이 되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유비의 영웅 성장기를 연속극처럼 1강부터 16강까지 스토리로 연결시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매 강의를 통해서 유비는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조금씩 리더로 성장해나간다. TV프로그램의 특성을 그대로 옮겨와 다음 편을 예고하는 형식으로 적용한 포맷도 다음 강의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지루함없이 400페이지의 분량의 책을 읽어나갈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유비'라는 인물의 리더십과 처세의 방법, 성공할 수 있는 원인을 뽑아내어 진행하는데 연결이 억지스럽지 않고 일대기처럼 흥미진진하면서도 극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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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중국 고전 관리 사상 전문가이면서 관리학 박사인 저자는 고전을 고전 속에 머물러있게 하지 않는다. 유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을 분석하면서 그 근거를 심리학, 관리학 등 다양한 현대의 학문에서 찾아 이와 접목해서 설명하고 적용한다.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박학다식한 저자의 설명은 그럼에도 전혀 어렵지 않다. '고급 지식의 대중화'라는 모토 그대로 대중의 눈높이에서 쉽고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유비의 외유내강형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카리스마를 가지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약간은 우유부단해 보이는 모습이 보통 생각하는 리더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경도 없고, 자원도 없고, 전쟁에서는 상대를 앞도할 정도의 능력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는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 책은 과연 유비의 성공 포인트가 무엇이었는 지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짚어준다. 목차는 그의 성공 요인을 집약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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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사람'이었다. 지금도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바로 '네트워크'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유비는 본능적으로 사람을 다루고 관계를 맺는 능력이 탁월했다. 이러한 능력 덕분에 위기의 순간마다 그를 받아주고, 도와주는 이가 있어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진심으로 대하기도 했거니와 상대에게 적재적소에 도움을 주고, 상대가 자신을 필요하게끔 만들어냈다. 그래서 유비의 주변에는 믿을 수 있는 인재가 많았던 것이다. 피를 나눈 형제 이상의 우애를 다졌던 관우와 장비가 있었고, 평생 그 옆에서 지략가 역할을 자처했던 제갈량, 법정, 방통 등이 그를 도왔다. 이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유비는 그들을 지지하고 지원해주었던 것이다.

 

"당시 탁주에서 유비는 이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성격 좋고 감성지수가 높았으며 사람 모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말에 신용이 있고 약속을 중히 여겨 신임을 받았습니다. 조직이 있고 영향력과 호소력이 높아 남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갖추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유비를 지지했고 마을의 많은 소년이 유비에게 의탁했던 것입니다." -p.40

 

""무릇 큰 일을 이룰 때는 필히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 법[以人爲本]이오. 지금 사람들이 내게 귀부하는데 어찌 차마 버리고 떠나겠소.!"

 

저는 그동안 중국 고대 관리사상에서 뛰어난 관리자를 많이 연구해왔는데, 그 가운데 직접 '사람이 근본'이라는 말을 한 사람은 유비가 처음이었습니다." -p.245

 

사람의 마음을 먼저 얻고, 일를 도모하는 것은 평생 유비의 정치스타일로 일관되게 나타나게 된다. 여기에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 '능굴능신'의 전략이 더해지면서 유비는 소리없는 강자로 떠올랐던 것이다. '능굴능신'이란 고개를 숙여야 할 때와 적극 나서야 할 때를 능히 구분히 행동하는 전략이다. 감정을 다스리며 허리를 굽힐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비는 이에 능했고, 적과 동지가 하룻밤 사이에도 바뀌는 난세에서 당당히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전진과 후퇴를 거듭해가며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넓히며 성장해가던 유비는 더딘 걸음이었지만 결국에 형주와 성도까지 손에 넣는다. 이때 정치적인 능력은 많이 원숙해졌지만 승리에 취해 마음의 평정을 잃은 실수를 저지른다. 성도를 차지한 후 부하들에게 성 안의 모든 보물을 취할 수 있도록 허한 것이다. 조운의 권고를 듣고서야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는 명령을 거두게 된다. 이 사건은 유비가 변해야 할 시점이 왔음을 알려준 것이다. 이제는 작은 단위의 통치 관념에서 벗어나 좀더 큰 조직을 이끌어 갈 사고의 변화와 감성이 아닌 제도의 경영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빼앗으면 이후 누가 섬기겠습니까? 유비는 이때 비로소 명령이 타당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조운의 권고를 받아들였습니다. 성도를 차지한 이후 유비는 절실하게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파괴자에서 건설자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p.348

 

이후 조직을 정비한 유비는 드디어 오랜 격전의 펼쳤던 조조와 한중전투에서 가장 완전하고도 중요한 승리를 거두었다. 30여 년의 힘겨운 분투 끝내 마침내 승리의 단맛을 맛본 것이다. 유비는 더 커진 조직을 이끌기 위해 한중왕으로 즉위하여 권위를 세우고, 인사를 단행하면서 기틀을 마련했다.

 

이렇게 절정의 리더십을 발휘하던 유비는 다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이것은 결국 그의 목숨까지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생사를 함께 하기로 했던 관우가 전장에서 죽자 유비는 이성을 잃고 준비도 갖추기 전에 출장을 해 참패를 당한 후 그 충격으로 몸져 누운 뒤 결국 예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계속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끼려면 심경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 외부이 좋지 않은 정서에 쉽게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일을 할 때 태도상으로는 몰입해야 하지만 심경상으로는 초탈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이 긴장을 동반한 도전적인 업무를 완성하는 관건이다." -p.385

 

"여기서 유비의 군사 생애의 한 가지 법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가 다른 사람을 지지하고 고무하며 권한을 주었을 때는 성공했고, 그가 대권을 잡고 스스로 "돌격 앞으로"를 외칠 때는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유비의 가장 뛰어난 성공 노선은 지지형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었지, 통제형 리더십이 아니었습니다.

-중략-

그렇다면 왜 이번 동정에서는 평소와 다르게 행동했을까요? 근본 원인은 그가 또다시 정서적인 동요를 겪었다는 데 있습니다. 흥분해 있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판단능력을 잃어버린 것이지요. - p.426~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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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시작해서 한 나라의 왕까지 올랐던 유비. 그 어떤 영웅보다 오랜 시간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게 만든 이유는 그가 출중해서도 아니고, 능력이 뛰어나서도 아닐 것이다. 사람을 근본으로 생각하는 바른 신념으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 정도를 걸으면서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선 자수성가형 영웅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실수도 하고 좌절도 겪는 보통 사람이었기에 2천 년을 뛰어넘는 시간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유비의 성공사는 그야말로 '풀뿌리 영웅의 성장사'였습니다. 그는 한미한 출신으로 문으로는 제갈량·방통에 미치지 못했고 무는 관우·장비·조운·마초·황충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삼분천하해 익주를 근거지로 천하에 군림했습니다. 유비의 신상에서 우리는 확실히 일반인을 뛰어넘는 리더로서의 재능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는 사람을 알아보는 데 밝았고, 덕망 높고 어진 사람을 예의와 겸손으로 대했으며, 인재를 중용했습니다. 사람을 의로 대하고 인의와 마음을 중시했습니다. 그는 형세에 잘 기대어 무대를 차지했고,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부탁을 하면서도 시종 도의의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이 모두는 유비의 특기였고 유비가 성공할 수 있던 기초였습니다." -p.442

 

이 책은 처세와 성공과 관련된 책을 읽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2천 년의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묵직한 재료에 능숙능란한 요리사의 격식있는 요리같은 완성도와 무게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삼국지>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슬며시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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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열받았다 (양장) - 20만 독자가 열광한 <까칠한 재석이> 세 번째 이야기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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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까칠한 재석이..."시리즈는 익히 알고 있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스치듯 보기도 하고, 일반 서점에서 혹은 도서관에서 꽤 자주 마주쳤던 책이었다. '까칠한 재석이'가 왜 집을 나갔지? 어? 돌아왔네? 제목만 봐도 궁금증이 생긴다. 청소년 도서가 딱 내 수준에 맞아 즐겨보고 있던 터라 호기심이 생겼었다. 만화 같은 주인공, 까칠한 재석이의 일러스트도 흥미를 자아낸다. 그럼에도 이래저래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까지도 그 시리즈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벌써 세번째 이야기가 출간된 것이다.
[까칠한 재석이가 열받았다]
까칠한 재석이가 무사히 집에는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열을 받았단다. 이번에는 안되겠다. 기필코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드디어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와 첫대면을 하였다. 사실 이 시리즈가 궁금한 이유 중에 하나는 작가가 바로 '고정욱'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보던 인물이야기 책 중에는 고정욱 작가의 작품이 꽤 있다. 같은 인물이지만 더 무겁게 그리고 더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는 그의 필력에 감탄을 했던지라 작가의 다른 작품 역시 보지 않아도 믿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했었던 것이다.
전작은 읽지 않았지만 각 권이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청소년의 관심사와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순서를 달리한다 해도 읽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인물에 대한 이해도나 공감은 아무래도 전작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급한대로 세 번째 책을 먼저 읽었다. 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청소년들의 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가장 호기심이 왕성한 나이이다 보니 자칫 한 순간의 실수로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를 남길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이다. 어른이 나서서 설명을 해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겪어보라고 둘 수도 없는 터 공감하고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또래의 이야기로 직접 겪는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 속의 인물들에게 감정이 이입된다면 직접 겪는 것 못지 않은 경각심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의 힘은 그래서 부드럽지만 강하다.
책에서는 단순히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다루지 않는다. 성적 호기심에서든, 감정적인 외로움에서든 그것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놓아 버렸을 때 후에 감당하게 될 차갑고 무거운 현실을 객관화시켜서 보여준다. 물론, 잘못하면 이렇게 된다는 메시지가 아니다. 현재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적어도 그렇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결국 그 차가운 현실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순간의 실수로 떨어졌을 때 영원히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락이 아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보듬어 주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작지만 의미있는 한 발을 내딛는다. 책을 읽으면서 굳이 학교라는 울타리로 다시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공부를 하려면 검정고시도 있고, 다른 대안도 있는데 지나치게 기존의 틀을 고수하고, 마치 그게 정답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것은 상징적인 것이라는 알게 되었다. 사회를 바꾸기 이전에 아이들이 속한 작은 사회, '학교'를 먼저 바꿔나가려는 시도였던 것이다. 미혼모, 특히 학생 미혼모에게 가해지는 불공정 압력과 차가운 시선들을 학교에서부터 걷어 나가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는 좀더 큰 범위의 사회도 조금씩 바꿔 나가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그리고 어른들의 직설적인 잔소리가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객관화시킬 수 있는 해법도 자연스럽게 제안한다.
"내 배부른 모습이랑 저 쓸쓸한 모양새를 보니까 정말 한심해. 도서관 다니고, 야자할 시간에 저러고 다니니까 우리 엄마 아빠가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겠어? 난 내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잖아. 내가 봐도 내 꼴이 미워. 미워 죽겠어."
네 아이는 할 말을 잃었다. 은지는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해서 보게 된 것이었다. 민성이의 영상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고등학생의 그것이 아니었다. 배가 불러 있고, 머리는 노랗게 물들인 채 밤거리를 헤매거나 우울하게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중략-
"은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저런 거야. 영상으로 찍어서 자기 모습을 보잖아? 문제아들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아."
"왜?"
"자기가 사고 치는 걸 스스로는 못 보잖아. 그런데 막 애들 때리고 난동을 피우고 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여 주잖아? 그러면 갑자기 저게 나라는 인식이 팍 드는 거지. 그러고는 각성을 한대." --- p.123~4
아이들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모여서 동분서주 하면서 일을 풀어 나갈 때는 너무나 어른스럽고, 일사분란한 모습에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했지만, 현실적으로만 그려진다면 벌어진 상황에서 일은 전혀 진척이 없을 것이고, 그만큼 긴장감과 박진감도 떨어졌을 것이다. 아이들은 위기의 상황에서 친구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자신들의 '꿈'에도 한 발 더 다가가게 되는 선물도 얻는다. 타인에 '진심'을 가지고 몰두했기에 그 과정 속에서 '자신'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성'이라는데 주제를 한정짓지 않고 그들 앞에 놓여 있는 가장 위험한 지뢰 중에 하나로 다루고 있다. 자칫 실수로 그것을 밟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님을. 서로가 보듬어 안고 같이 가는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서로를 발견하고, 자신을 발견하며, 그리고 그렇게 성장해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사천리로 해결되어 가는 과정에 자칫 너무 밋밋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예상치 못한 반전은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왜 '까칠한 재석이...'시리즈가 사랑을 받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내 전작이 다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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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크로스 공부법 - 두뇌와 공부와 건강의 삼각관계
어글리 킴 지음 / 가나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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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법에 관한 책은 얼마나 많던가. 답답한 마음에 한 권 두 권 알음알음 읽어온 것이 그간 꽤 된다. 물론 세상에 선보인 수많은 공부법 책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조차도 되지 않지만.

두뇌, 습관, 심리, 동기, 환경 등등 공부법의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각기 다른 듯하지만 뿌리는 서로 닮아 있다. 경험에 의한 것이든 이론에 의한 것이든 목표는 오로지 하나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제시된 방법은 물론 도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없이 그런 종류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러한 책의 도움으로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는 실질적인 사례는 아직 본 적이 없다. 효과가 있었는데 자신만 알고 있는 숨은 성공자가 많은 것일까? 아니면 극히 제한된 독자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일까? 이는 마치 학원이 도움이 될까? 어떤 학습지가 가장 효과적일까?를 따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도구는 결국 도구일 뿐이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효과적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래서 기조를 벗어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제시되는 학습법은 계속 출간이 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기에. 그래서 여전히 독자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책을 살펴보게 된다.

[세상을 바꾸는 크로스 공부법] 역시 공부법에 관한 책이다. 공부법책에 대한 새로움을 더이상 발견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이 책을 알게 되었다. 목차나 출판서 서평을 보니 어학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 외의 과목 수학이나 다른 과목의 공부법도 다루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다른 책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다른 책과는 다른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이 책의 부제 '두뇌와 공부와 건강의 삼각관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단순한 '공부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책을 읽노라면 거의 대부분을 '공부'와 '건강'과의 연관성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도 제공해준다.

출판사 리뷰를 읽으면서 호기심이 들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다른 책들이 공부가 주연, 건강이 조연이라면, 이 책은 건강과 공부를 모두 주연으로 삼고 있으며, 때때로 건강이 더 비중있는 주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몰입'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서 저자가 강조 또 강조했던 것이 '운동'이었다. 운동없이 몰입을 했을 때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설명할 때 신체와 정신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가 어렴풋하게 느꼈던 적이 있다. 몰입을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어떠한 상태에서라도 신체와의 균형이 중요함을 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었다.

[세상을 바꾸는 크로스 공부법] 이 책에서는 '공부'와 '운동'의 본격적인 관계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막연히 운동과 체조가 좋다라는 것이 아니라 공부할 때나 혹은 일상에서 나타나는 신체 이상 징후들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체조나 공부법을 제시하는 형식이다. 공부와 신체 이상이 무슨 상관 관계가 있을까 싶었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개연성을 납득할 수 있게 된다. 아직 구체적으로 실천해보지는 않았지만 좀더 시간을 두고 한 가지씩 적용해본다면 그 효과의 가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처럼 건강과 학습을 연결시키게 된 것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공부를 할 때면 나타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편두통 때문에 고통받던 저자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 본격적인 상관관계의 추적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20년이란 긴 시간이 걸릴 줄 모르고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끈질긴 노력끝에 그는 이 책 한 권으로 그는 질병과 공부와의 관계를 밝혀냈고,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도 개발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길, 보이지 않는 길을 달려 온 끝에 저자는 이 책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 저자의 강한 자신감과 공격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힘이 느껴진다.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물론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으리라. 그는 기꺼이 그러한 반론의 여지도 수용한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과 사례들을 통해서 얻은 결과물에 대한 굳건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이 책은 공부법의 책이기때문에 학생이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대부분의 독자가 학생일 수 있지만 평생을 공부해야 하는 직장인, 사회인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하다. 오히려 학생보다 더 필요할 수 있다. 일단 저자가 주요 포인트로 가져가고 있는 것은 '외국어 공부법'이다. 영어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외국어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공부방법이다. '완전암기'를 위한 '반복'과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면서 신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체조로 이어지기까지 그는 끊임없이 학습과 건강의 상관 관계를 사례를 통해서 입증한다. 독자 스스로도 직접 체험해보라는 제안과 함께. 이렇게 지속적인 학습과 건강의 조화를 맞춰가면서 후반에는 수학, 암기과목과 같은 학습의 구체적인 방법도 풀어낸다.

결론적으로 보면 이 책은 공부를 잘하기 위한 공부법책이다. 그러나 눈에 보여지는 부분의 단기 처방에 그치지 않고 깊게 들어가 속까지 함께 조화를 이루고, 치료할 수 있도록 제시한 독특한 책이다. 앞으로 평생을 해야 하는 '공부'. 좀더 재미있게 흥미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신체와 역행이 아니라 신체와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할 것이다. 공부란 참고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리듬과 조화를 통해서 그 속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 시너지는 더 커질 수 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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