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공 영어 학습법 - EBS 스타 강사 준쌤의
허준석 지음 / 꿈결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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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갈 시간이 없다면? 인강비가 아깝다면? 영어, 혼자 공부해봐!'

분명 맞는 말이고 공감이 되는 말인데...그럼 어떻게?

이것이 [혼공 영어 학습법]을 읽게 된 이유이다.

늘 시작과 결심만 반복하게 되는 영어공부.

학원을 다니는 것도, 인강을 듣는 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온갖 핑계와 이유들로

흐지부지 되기 일쑤인데 과연 '혼자서 영어공부'가 가능할까?

정말 가능할 지 속는 셈치고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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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EBS 매직중학영문법>으로 수강생 100만명을 기록한

이미 검증된 유명 강사였다.

그렇다고 유학파나 교포는 아니고

그야말로 어쩌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안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공부한

'토종' 영어강사다.

그러나 워낙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막중하다보니

요즘은 국내파라고 해도 영어를 원어민 못지않게 잘하는

강사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어공부에 왕도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더 효율적일 수도, 더 재미있을 수도,

더 실용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수많은 영어책들과 이 책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현직 영어교사이기도 한 저자가

중학생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것으로 봐서는

아이들에게 어필하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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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저자가 어떻게 영어교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영어를 잘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무용담처럼 그냥 서술한 것은 아니고,

영어를 잘할 수 있게 되는 과정과 단계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 단계 한 단계 오르기 위해서 해야할 것들.

하지말아야 할 실수들.

했으면 더 좋았을 것들.

저자 자신의 성장 과정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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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세한 내용을 보면 영어를 잘하는 길은

역시 너무나 험난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서 변화하는 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1장의 정말 꿀팁은 저자가 운영하고 있는

무료 사이트 네이버의 '허준석의 혼공영어'와

유튜브 '혼공 TV'에 대한 안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단계까지 강의 자료를 포함한 모든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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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부터는 본격적인 영어 강의의 시작이다.

가장 기본인 '단어'부터 시작한다.

인상적인 부분은 '꾸준히' 공부할 수 있도록

저자가 강구한 단어 공부 계획법이다.

정말 공들여 이 부분을 설명하고 보여주는데

오로지 목표는 빨리 포기하지 않고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계별 '나만의 단어장 활용법'도

단계를 업그레이드 할 때마다 많은 도움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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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법은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하다는 것이 영어강사들의 공통된 의견이 되어가고 있다.

저자 또한 필요하다고 얘기는 하지만 목숨은 걸지 말라고 권고한다.

실생활에 필요한 범위에서의 영문법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중학생 아이들을 가르쳐서 그런지 저자는 능숙하게

추상적이고 복잡한 구조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언제나 골치 아픈 5형식 문장들도

그림과 함께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저자의 설명을 들으면

왜 그렇게 복잡하고 어렵게 배웠나 억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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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또한 단계가 올라가면 '나만의 문장장'을 만들라고 한다.

중급 이수자들이 '즉시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하니 필요한 단계가 되면 도전해봐야겠다.

이처럼 이 단계가 끝나면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개인지도를 받는 것처럼 상세히 알려준다.

읽기, 발음, 듣기, 쓰기까지 저자 개인의 경험을

녹아내어 시행착오를 겪지않도록,

충분히 혼자 해볼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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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연수 시절 발음에 대한 에피소드는

어떻게 발음에 접근해야 하는지 정말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쓰기가 제일 어렵게 느껴지는 것 중의 하나지만

그럼에도 저자만의 노하우가 담긴 비법은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도 들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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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님을 끊임없이 격려해주며,

혼자라 힘들 때면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해주기 때문에 저자만 믿고 따라하다 보면

언젠가는 길은 찾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성공 여부는 역시나~

각자 노력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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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빵 - 평범한 빵이 화려하게 변신하는 마법의 요리 시리즈
야기 가나 지음, 황세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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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학교에서 급식은 하고 오지만 
단체급식이라 그런지 아니면 성장기라 그런지
늘 허기진 채로 귀가를 해서는 간식거리가 될만한 것을 찾아 싹 해치운다.
일하는 엄마라 좀더 영양가있는 것을 챙겨주고  싶지만
마음처럼 살뜰하게 챙겨주지 못하고
사먹이는 경우가 많아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토스트라도 먹이려고 사다놓은 식빵은

유통기한을 지나기 일쑤이고,

다양한 재료의 빵은 취향이나 입맛이 안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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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빵이 화려하게 변신하는 [마법의 빵]을 보았을 때

이거다! 싶었던 이유는 불(Boule)이라 불리는

바게트나 식빵처럼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빵이

취향대로 영양가를 갖춰

무한 변신이 가능해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기성 제품은 입맛에 맞더라도

자주 사먹다보니 질려 버리기 일쑤인데

아주 간단한 수고만 하면

새롭고 다채롭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니

엄청난 매력으로 느껴졌다.

 

책을 직접 보기 전에는

평범한 빵의 화려한 변신인 만큼

그 변신 과정이 번거롭거나 메인재료나 서브재료의 준비가

까다롭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초보자도 바로 할 수 있을 만큼

재료도 방법도 간단 그 자체였다.

재료의 조화가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한 번 방법을 익혀두면 어떤 재료든지

거의 동일한 방법으로 익숙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제시한 재료의 특성과 맛에 익숙해지면

얼마든지 빼고 추가하여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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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크게 '고슴도치 빵'과 '크로크 케이크' 두 종류를 소개한다.

'고슴도치 빵'은 불이나 컴파뉴에 격자무늬로 칼집을 낸 다음

그 사이에 치즈와 채소를 넣어 오븐에 구운 것을 말한다.

오븐에 구우면 격자무늬 칼집이 마치 고슴도치의 등에 난 가시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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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소개한 것은 모차렐라 치즈를 이용한 초간단 요리다.

불, 모차렐라와 버터, 다진 마늘, 다진 파슬리, 소금, 후추만 준비하면 된다.

Notice에서는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린다는 팁도 살짝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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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렐라에 말린 토마토와 바질을 추가하면

전혀 다른 새로운 맛의 고슴도치 빵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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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짬뽕의 고민이 여기서도 든다면

두 종류의 재료를 반반 넣어서 하프 앤드 하프로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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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맛이 궁금한 '치즈와 명란'

일본식 스타일인데 두 재료의 궁합이 궁금하다.

재료도 초간단.

크림치즈, 명란젓 덩어리, 마요네즈, 쪽파가 전부다.

그러나 일식에서는 치즈와 명란젓의 조합이 친숙하다고 한다.

맥주 안주로도 그만이라고 하니 꼭 만들어봐야겠다.

이렇게 고슴도치 빵은 총 14개 종류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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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크로크 케이크' 만드는 법을 안내한다.

'크로크 케이크'는 프랑스에서 즐겨 먹는 간편한 요리인

'크로크 무슈'를 케이크로 만든 것이다.

반죽을 따로 할 필요없이

식빵으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는 총 21가지의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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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고스도치 빵과 마찬가지로 기본부터 시작한다.

'햄과 화이트소스'

재료는 식빵과 화이트 소스, 햄, 피자용 치즈, 처빌, 흑후추.

식빵을 적실 재료로는 푼 달걀, 우유, 소금, 후추가 전부다.

식빵을 준비한 재료에 적신 후

파운드케이크 틀에 깔고 준비한 재료를 얹고

다시 식빵과 재료를 번갈아 쌓은 후

오븐에 구워주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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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에 따라 다르게 사용할

토마토 소스와 화이트 소스 만드는 방법도

추가로 설명해주는데 재료 준비나 방법 모두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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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식사로도 거뜬할 것 같은 '카레 향을 첨가한 닭고기'.

식빵을 적실 재료는 동일하고,

식빵 사이에 얹을 재료로 닭다리 살, 카레가루, 소금, 후추,

브로콜리, 파르메산, 올리브유만 준비하면 된다.

만드는 방법도 동일하다.

닭고기와 브로콜리를 큼직하게 썰어 넣어 씹는 맛이 좋다고 한다.

직접 만들기 일순위로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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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종류만 알려주기 어쩐지 아쉬운지

저자는 '빵 그라탱'과 '스터프트 바게트', '사바랭'을

책 말미에 추가로 살짝 알려준다.

만드는 것 역시 쉽고 간단하지만

고급스러운 디저트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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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죽 읽다 보니

어떤 것을 먼저 만들어야 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앞으로 한 달 이상은 이 고민의 연속일 듯 싶다.

그 행복한 고민을 하다보니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넘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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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캔들 - 우리 시대 최고 문호들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 세계문학비교학회 총서 1
세계문학비교학회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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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KBS 방송에서 <명작스캔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다.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의 명작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소재도 흥미로웠을 뿐더러

작품에 대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익했고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나 가수 조영남 등 패널들의 재담의 재미도 있어

아쉽게 종영되기 전까지 매주 꼭꼭 챙겨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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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캔들] 이 책을 보았을 때 

열심히 보았던 그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문학으로 범위가 한정되긴 했지만 작품의 뒷편에서 펼쳐진

작품보다 더 극적이었던 문호들의 삶, 작품.

여전히 뒷얘기는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왜 하필 스캔들이냐구요? 사실 우리의 일상은 연일 인터넷을 도배하는 정치스캔들이나 연예스캔들에 지쳐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식상한 일상에 지친 우리를 구해줄 신선한 답은 바로 문학에 있습니다. 고정관념을 깬다는 점에서 보면 문학는 스캔들의 속성을 배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문학작품 뒤에 숨어있는 작가들의 시선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고 다른 언어로 색다르게 전해주는 그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 이면에 숨겨진, 그들의 문학보다 더 개성 있고, 흥미로운 파격을 통해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p.6 <발간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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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총 10명의 저자가 10명의 작가를 다룬다.

백석 시인을 필두로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

모던뽀이 작가 '이상', 미국의 극자가 유진 오닐,

중국 국적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장자 '모옌',

독일어권 대표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

중국의 로맨티스트 시인 '쉬즈모'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중국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 '두보',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까지.

 

이 책은 세계문학비교학회에서 그동안 학술지에 발표했던 글들을

주제에 맞게 다시 재구성하여 출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읽다 보면 작품 속으로 상당히 깊이 들어가기도 하고

학술적인 작품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작품을 읽지 않았거나 심지어 작가도 모르는 경우는

저자들의 깊이있는 해석을 쫓아가기가 살짝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러나 힘들게 등산을 하고 내려왔을 때의 뿌듯함이 있는 것처럼

다 읽고 나면 뭔가 묵직하게 남겨져 생각을 곱씹으며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게 하는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아직은 모두 이해하기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이 책에 소개된 책을, 작가를 찾아 읽으며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다보면

언젠가는 그 지식의 샘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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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사랑은 일찍이 잘 알려져 있고,

그 사랑이 그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그 과정을 찬찬히 조망해가면서

그에게 있어 '시'란 어떤 존재였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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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에게 시 쓰기란 이성과 감성의 교차작업이었고 각성과 실천의 과정이었다. 또, 백성의 시 쓰기는 자문자답의 연속이었다. 그는 식민지 시인으로서 고뇌하는 시인의 모습 뿐만 아니라 사랑의 기쁨과 괴로움을 진솔하게 표현했던 시인이기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백석에게 시 쓰기는 정작 정신적 슬픔과 고독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지금 우리가 사랑이 아프고 슬프고, 그래서 무언가를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듯이, 백석에게 시는 그런 존재였다."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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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역시 금홍이, 부인인 변동림과의 관계 등이

소설 속에서나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많이 알려져있다.

워낙 시대를 앞서가는 난해한 시를 쓴 탓에

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삶과 사상 역시 그의 시만큼

자유분방하고 진보적일 것이라고 인식되기도 하고

실제로도'69다방'같은 실로 초월적인 행동을 실제 옮기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러한 이상의 모습 뿐 아니라

현실인으로서의 이상의 고민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그가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과 평범한 일상인으로서의 고뇌를.

몸과 마음의 간극에서 괴로워하는 하는 이상의 모습이

다소 어려운 그의 글 구석구석에 잘 드러나있다.

 

"그렇다면 이상은 19세기를 극복하고 20세기에 도달했을까. 사회적 인간으로서 한 개인이 거대한 부조리를 극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당연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상 또한 19세기의 모순 앞에서 자신을 소진시키면서 마침내 추락한다."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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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소개된 스캔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는

아마도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일 것이다.

평민과 러시아 백작 부인의 위험하고도 은밀한 사랑.

18년간의 오랜 기다림, 결혼 그리고 사망.

돈이 필요했던 발자크는 처음에는 결혼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의도였지만

그녀와의 서신 교환의 횟수가 늘어나고

급기야는 대담한 만남을 가진 후에는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긴긴 지난한 세월을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죽음을 목전에 두고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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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며 돌진했던 발자크와는 달리

지킬 게 너무 많아던 백작 부인은

계속 자로 재가면서 발자크를 애닳게 한다.

역사에 남을 작가의 이름 옆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그의 죽음 직전에 결정한 결혼이라는 것을.

발자크는 어쩌면 그것을 알았을 지라도

그마저도 사랑했던 진정한 로맨티스트였던 것 같다.

 

"사흘 전 나는 내가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과 결혼했어요. 나는 그녀를 죽도록 사랑할 것입니다. 이 결혼은 그토록 역경과 십 수 년 동안의 인내에 대해 신이 내게 예비해 두었던 보상이라 여깁니다. 내겐 행복했던 젊은 시절도, 꽃 피는 4월도 없었어요. 그렇게 볼 때 이 축복 받은 결혼은 신이 내게 내려준 특별한 위안인 것만 같습니다." ---p.68

 

 

자로 잰듯 완벽한 구도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을 것같은

냉정한 공간의 차가운 반전이 더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독일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

세 번의 사랑. 그 중의 두 번은 정혼자, 유부녀와의 사랑으로

자유로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던 중국의 시인 '쉬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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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이지만 이 둘은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형식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낯설지만

그렇기때문에 더 미지의 느낌의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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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들어서 읽게 되었던 <호밀밭의 파수꾼>.

문학적 소양의 부족인지 그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소설.

그 뒤 그 소설은 미국에서 꽤 큰 반향을 일으켰던 소설이었고,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심치않게 성장소설로서 거론되는 책을 여전히 난해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바로 그 작가 '샐린저'를 다룬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의 소설만큼이나 반항적이고 폐쇄적인 삶을 살았던 작가.

역시나 해석조차 어렵지만 그의 작품에 조금은 다가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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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린저의 작품이 동양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이채로웠는데

아예 동양 불교의 사상을 작품에 끌어들인 작가가 있다.

바로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다.

양친이 모두 목사인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숱한 시련을 겪은 후,

불교의 사상으로 귀결되었다.

두 번의 세계전쟁을 겪으며 피폐해져버린 정신 치유의 방법을

그는 불교의 사상에서 찾았던 것이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깊은 공감과 울림이 느껴지는 것은

전후 상황 못지않은 이기주의와 욕망이 팽배해져 있는

현대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그대가 행복을 쫓는 한,

행복하기에는 아직도 성숙지 못한 것이니

그대가 잃어버린 것에 불평을 하는 한.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서 달려가고 있다는

그대는 평화가 무엇인지를 아직 모르고

그대가 모든 소원을 단념할 때야 비로소,

목표도 욕망도 알게 될 것이니

행복은 이름으로만 불러지지 않으리

그렇게 되면 사건의 홍수가 그에게 이르게 되고

마음과 영혼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리.

                                             -「행복」전문" ---p.336~337

 

'세계문학은 인간학의 보고이다'라고 시작한 편집자의 말처럼

10명의 작가는 시대, 사회, 국가가 다른 저마다의 환경에서 살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인간'을 이해하려고 몸부림쳤다.

아마도 그런 노력은 여기 실린 10명의 작가 뿐 아니라

시대를 막론한 모든 작가들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바로 그런 점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좀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치열했던 10명의 고뇌의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십거리의 스캔들이 아니라

작가들의 처절했던 성장의 상흔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고뇌의 발자취를 힘겹게 따라가며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같이 성장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읽는 의미요,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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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힘 - 매일 모으는 성공의 조각
유근용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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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 직장을 옮기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잘해보리라

각오를 다졌건만 어느새 벌써 나태해져가는 나를 발견했다.

사람인지라 늘 처음같은 마음일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매너리즘도 빨리 오는 것인가?

한 번 슬럼프에 빠지면 걷잡을 수가 없다.

돌아돌아 다시 자리잡은 직장...

이제는 정말 여기에서 제대로 일해봐야지라고

굳은 결심을 했건만 이렇게 마음이 노곤노곤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차 싶었다.

오후의 시간이 엿가락처럼 길게 느껴지고,

퇴근 시간만을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에서

같은 실수를 또 되풀이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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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힘]을 읽게 된 것도 이런 불안감에서 였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지기 전에

먼저 의식적으로 나를 다시 담금질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자기계발서라면 적지않게 봐 왔지만

맨날 그자리인 것 같아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책이라도 읽으면서

새로운 감정을 끌어내야 할 것만 같았다.

 

그중에서도 왜 하필 '메모'에 관련된 책이냐...

메모의 활용법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업무 중에 수많은 메모를 하지만

정작 그 메모들은 그저 일정관리에만 기여할 뿐

휴지통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겨우 살아남았어도 결국

연말 다이어리와 함께 통째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컴퓨터로도 써보고

스마트폰으로도 활용해 보았지만

결론은 늘 비슷하게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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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힘]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메모 달인의 비법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메모' 중요성과 효용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군대가기 전까지 문제아로 낙인찍히며

사회의 밑바닥에서 절망했던 저자는

군대에서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라는

책을 읽은 후 메모의 중요성을 깨닫고

메모를 하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은 작가이자 강연자, '어썸피플'이라는

독서·자기계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저자가 읽은 책이

내 책꽂이에도 예쁘게 꽂혀 있을 뿐만 아니라

5년 전에 벌써 읽은 책이라는 것이다.

똑같은 책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5년동안 나는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데

저자는 이렇게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많이 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 역시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음에도 변화가 없는 이유이자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한 가장 핵심포인트는

바로 '매일 꾸준히', 그리고 '실천'이다.

15년간 3,000권의 책을 읽고 15권의 독서기록장을 썼다는

저자는 책을 읽을 때도 신문을 읽을 때도

반드시 자신의 생각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답을 생각해보고 메모한다고 한다.

그리고 반드시 '실천'.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은 얼마가지 못해

흐지부지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거의 매순간,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현재진행형 경험일 것이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하고 있는

'메모', '꾸준함', '실천'.

저자는 이러한 함정을 알고 있기에

쉽게 접근하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간편 레시피를 알려준다.

 

다이어리 맨 앞에 매일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적어 놓거나

5분, 10분, 15분 단위로 할 수 있는 일들의 리스트를 적어놓고

수시로 낭비되는 시간이 없도록 반복해서 보며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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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하게 꿈꾸면 실제로 이뤄진다'고 한다. 한때 세간에 유행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 공식에는 빠진 게 있다. 바로 '액션'이다.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꿈은 무의미하다. 매일 간절히 자신의 꿈을 외치고 100번이고 1,000번이고 종이에 써봐야 이뤄지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책을 읽고 기록한 것을 다시 보며 실천으로 이어가야 진정으로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독서노트를 기록함에 있어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책에 밑줄 그은 내용이 많은데 그 모든 내용을 노트에 옮겨적으려 하다보면 시작도 하기 전에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에는 우선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밑줄 친 내용이나 좋은 내용을 모두 옮기려 하지 말고 딱 5개의 문장만 적어보자.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책을 읽고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한다. ②밑줄친 내용을 모두 옮겨적으려 하지 않는다. ③정말 마음에 와 닿는 문장 5개만 뽑아서 적는다. ④5개의 문장 중 가장 먼저 실천할 내용이 있는 1개의 문장을 정한다. ⑤그것을 실천하고 또 실천한다. 될 때까지." ---p.82~83

 

저자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메모를 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메모를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

이제는 신고사성어가 되어버린 '적자생존'

즉,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온몸으로 증명해보인다.

 

어찌보면 저자의 방법은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이미 본 익숙한 방법들.

매일 감사일기 100개를 쓰고,

다이어리를 적고 장단기 계획을 세우고...

그러나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바로 '접근성'이다.

거창하지 않게, 가볍게,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저자 메모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꼼꼼하고 계획적이다.

그러나 그 시작은 그렇게 완벽했던 것이 아니었을 것이며,

오히려 가볍고 쉽게 시작했기에

지금까지 진화하면서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시작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초간단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메모의 힘을 믿고, 꾸준히 매일매일 반복할 것!

이것이 저자의 비법이고

꿈을 이루고, 성공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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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성공한 저자의 무용담에 피로감이 살짝 느껴지기도 하는데

저자는 스스로 자기도 그렇게 되었었음을 고백하고

이를 경계하는 법도 솔직히 털어놓고 있다.

 

"다행히도 이런 내 문제를 조금은 일찍 깨달았고 마침 내 상황에 꼭 필요한 문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꿈, 경력, 근사한 여자친구, 경제력... 모든 좋은 것은 당신 안으로만 소중히 여기고 키워야 한다. 내보여 자랑하고 남이 부러움을 사고 싶은 욕구를 적당히 누를 수 있어야 한다.'

이 문구를 다이어리 맨 앞장에 적어놓고 매일 읽고 또 읽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이 문구를 떠올리며 마음을 진정시키니 남이 나를 질투하는 시선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이렇듯 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문제를 알았다면 무조건 기록하고 그 문제를 고치려는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p.19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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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좋은 문장을 만나도 기록하고 달달 외운다는 저자는

그 과정을 통해서 내면을 변화시켜온 것 같다.

결국은 반복적으로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줌으로써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그럼으로써 주변 환경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무엇이든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반복, 반복, 반복...체화될 때까지 반복.

쉽지만 쉽지않은 그 첫발을 지금 바로 내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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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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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뮤직 에쎄-이' 

이 부제를 보지 않았던들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살만큼 살았고, 사랑도 해볼만큼 해봤고...

사랑에 관한 에세이는

이제 더이상 호기심도, 공감의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없는 삶이 어디있겠는가마는

그 대상과 모양이 계속 바뀌어가다보니

이제는 달고 끈적한 사랑보다는

깊고 구수한 맛을 내는 사랑에 더 익숙하고 친숙하다.

 

그런데... 사랑은 그렇다치고,

'뮤직 에세이'라니?

클래식과 관련된 에세이책은 많이 봤지만

대중음악과 관련된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갈증을 느끼고 있던 차에 음악에 대한 얘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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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데...촌스러운 '에쎄-이'는 뭐지?

서문 첫 문장부터 낌새가 이상하더니

처음 에피소드를 읽는 순간 그 의미를 바로 알게 되었다.

노라조를  뺨치는 'B급' 정서라는 것을.

마치 웹툰을 읽는 것처럼 읽으면서 시종일관 낄낄거리게 된다.

유머를 목숨처럼 사수하는 작가 정신으로 인해

370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눈깜짝할 사이에 읽을만큼

유쾌하게 술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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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에세이답게 사이드A, 사이드B, 보너스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는 각 꼭지마다 주제에 얽힌 음악을 추천한다. 

헤비메탈, Rock 마니아이니만큼 심심치 않게

이 장르의 음악들이 등장하지만

가요, 팝, 록, 클래식 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40곡에 달하는 음악을 만날 수 있다.

헤비메탈이나 Rock이라고 해도

대중들도 무난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이기때문에

어쩌면 이런 장르의 음악을 잘 듣지 않았던

나에게는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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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라조나 산울림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저자의 취향 덕분에 책만큼이나 음악을 들으면서도

미친 사람처럼 낄낄 웃곤 했다.

집에서 들을 때는 괜찮았는데

출근할 때 지하철에서는 좀... 그랬다.ㅎㅎ

 

책장이 휙휙 넘어가긴 하지만

해당 꼭지를 읽을 때 저자가 추천해준 곡을

하나하나 찾아들으며 그 느낌을 살려 읽다보니

완독을 하는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럼에도 오히려 그 시간을 최대한 연장하고 싶기도 했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느꼈던 설렘,

절대 실망시키지 않은,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던

기대 이상의 만남이었기에

한장 한장 줄어드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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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큰 소득이랄까?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은

내 인생노래가 될 지경이다.

아침, 저녁 출퇴근길에 무한반복해서 듣고 있는 중이며,

급기야는 옆 동료에게까지 추천해서 중독시켜버렸다.

하늘이 나날이 높고 푸르러지는 요즘,

가을타기에 딱 좋은 곡이다.

지금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다른 음악까지 찾아들으며  

가을앓이를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도 없던 이탈리아의 베로나 플랫폼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가을의 맑고 부드러운 햇빛 속에서

신나게 불어제꼈다던 노래.

한국의 청명한 가을 날씨를 연상하며

나도 함께 이국의 하늘래 기차역에서

노래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그런데 갑자기 분위기에 딱 어울리는 곡이 하나 떠올랐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이었다. 나지막이 그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보는 동안 플랫폼엔 나 혼자였다. 가을의 맑고 부드러운 날씨란, 배낭여행 중인 낯선 이방인에게도 공평하게 포근했다. 뜬금없이 이탈리아에서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이 떠오른 건 어떤 조화인지 알 수 없었으나 참 잘 어울렸다. 별것 없는 기차역 플랫폼이 그 순간 무척 경이롭게 느껴졌다." ---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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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음악이지만

못지 않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여행과 저자의 가난(?)이다. 

프로 여행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저자는 심심하면 떠난다.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은 아니다. 

반지하, 옥탑방에 살면서 전업 작가로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하루살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돈이 생기면 떠나고, 돈이 없으면 카드빚으로 당겨서 떠난다.

계획도 없이 떠나 바가지도 많이 쓰지만

그럼에도 발동이 걸리면 또 계획없이 무작정 떠난다. 

돈 걱정에 부들부들 떠는 

럭셔리하고는 거리가 있는 여행이지만

음악과 술, 어디나 매한가지인 삶이 만들어가는 

낯선 세상에 잠시 귀를 기울이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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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놈의 나가사키는 무슨 12월 땡 시작부터 분위기를 내려는 거야. 도시 곳곳에 이미 루미나리에 장식이 잔뜩 있던데 거 너무 이른 거 아니오? 생각한 것도 잠시,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몸과 마음이 주르르 녹아버렸다. 힘주지 않고 부드럽게 발성하는 멜 토메 님의 아름다운 음색을 안주 삼자 술도 부드럽게 꿀떡꿀떡 넘어갔다. 냇 킹 콜 아저씨의 리메이크 곡이 워낙 유며해서 오리지널 넘버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그 음악 덕분에 여행 경비 걱정에 벌벌 떨던 심정도 릴렉스했다. 고로 술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1년 내내 했던 돈 걱정도 결국 힘만 빡 주는 것이다. 돈이 뭐라고, 그렇게 힘주어 목매었단 말인가. 

일단 쓰고 열심히 갚으면 되지, 뭐. 

 

아등바등 살아남으려고 핏대를 세우고 있으면 자기 삶도, 옆에서 보는 친구들도 힘든 거다.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무엇이든, 나로선 정말 오랜만에 여유 있는 분위기를 즐겼다. 이게 몇년 만인가 생각하니 겸연쩍었다. 낯선 여행지의 스탠드바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마음껏 힘 빼고 긴장 풀고 개릴렉스 상태로 새벽까지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니 마음이 양털처럼 보들보들해졌다." ---p.237~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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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빈 손이지만 저자는 '음악'이 있어 행복하다. 

거기에 여행을 하면서 얻은 여유는 

고된 삶도 웃어넘기며 즐길 수 있는 유머를 만들어낸 것 같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면 그걸로 끝.

내일은 또 내일의 다른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희망.

오늘도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저자의 재산인 것 같다. 

 

서문에서 밝힌 이름이 생소한 것으로 유명하다는 

저자의 글이 조금은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처럼 더 많은 여행을 다녀와서 쓴 

아름다운 음악과 멋진 분위기의 산통을 깨는 

유쾌한 농담이 어우러진 저자의 글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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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너무 유명해지지는 말기를.

지리리 궁상의 에피소드야말로

B급 병맛인 저자 글의 핵심중의 핵심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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