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스캔들 - 우리 시대 최고 문호들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 세계문학비교학회 총서 1
세계문학비교학회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 KBS 방송에서 <명작스캔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었다.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의 명작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소재도 흥미로웠을 뿐더러

작품에 대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익했고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나 가수 조영남 등 패널들의 재담의 재미도 있어

아쉽게 종영되기 전까지 매주 꼭꼭 챙겨보았었다.

 

ms1.jpg

 

[문학스캔들] 이 책을 보았을 때 

열심히 보았던 그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문학으로 범위가 한정되긴 했지만 작품의 뒷편에서 펼쳐진

작품보다 더 극적이었던 문호들의 삶, 작품.

여전히 뒷얘기는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왜 하필 스캔들이냐구요? 사실 우리의 일상은 연일 인터넷을 도배하는 정치스캔들이나 연예스캔들에 지쳐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식상한 일상에 지친 우리를 구해줄 신선한 답은 바로 문학에 있습니다. 고정관념을 깬다는 점에서 보면 문학는 스캔들의 속성을 배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문학작품 뒤에 숨어있는 작가들의 시선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고 다른 언어로 색다르게 전해주는 그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 이면에 숨겨진, 그들의 문학보다 더 개성 있고, 흥미로운 파격을 통해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p.6 <발간사 中>

 

ms2.jpg

 

책은 총 10명의 저자가 10명의 작가를 다룬다.

백석 시인을 필두로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

모던뽀이 작가 '이상', 미국의 극자가 유진 오닐,

중국 국적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장자 '모옌',

독일어권 대표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

중국의 로맨티스트 시인 '쉬즈모'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중국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 '두보',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까지.

 

이 책은 세계문학비교학회에서 그동안 학술지에 발표했던 글들을

주제에 맞게 다시 재구성하여 출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읽다 보면 작품 속으로 상당히 깊이 들어가기도 하고

학술적인 작품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작품을 읽지 않았거나 심지어 작가도 모르는 경우는

저자들의 깊이있는 해석을 쫓아가기가 살짝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러나 힘들게 등산을 하고 내려왔을 때의 뿌듯함이 있는 것처럼

다 읽고 나면 뭔가 묵직하게 남겨져 생각을 곱씹으며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게 하는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아직은 모두 이해하기도, 이해할 수도 없지만

이 책에 소개된 책을, 작가를 찾아 읽으며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다보면

언젠가는 그 지식의 샘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ms3.jpg

 

백석의 사랑은 일찍이 잘 알려져 있고,

그 사랑이 그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그 과정을 찬찬히 조망해가면서

그에게 있어 '시'란 어떤 존재였는지를 살펴본다.

 

ms4.jpg

 

"백석에게 시 쓰기란 이성과 감성의 교차작업이었고 각성과 실천의 과정이었다. 또, 백성의 시 쓰기는 자문자답의 연속이었다. 그는 식민지 시인으로서 고뇌하는 시인의 모습 뿐만 아니라 사랑의 기쁨과 괴로움을 진솔하게 표현했던 시인이기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백석에게 시 쓰기는 정작 정신적 슬픔과 고독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지금 우리가 사랑이 아프고 슬프고, 그래서 무언가를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듯이, 백석에게 시는 그런 존재였다." ---p.29

 

ms5.jpg

 

이상 역시 금홍이, 부인인 변동림과의 관계 등이

소설 속에서나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많이 알려져있다.

워낙 시대를 앞서가는 난해한 시를 쓴 탓에

그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삶과 사상 역시 그의 시만큼

자유분방하고 진보적일 것이라고 인식되기도 하고

실제로도'69다방'같은 실로 초월적인 행동을 실제 옮기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러한 이상의 모습 뿐 아니라

현실인으로서의 이상의 고민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그가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과 평범한 일상인으로서의 고뇌를.

몸과 마음의 간극에서 괴로워하는 하는 이상의 모습이

다소 어려운 그의 글 구석구석에 잘 드러나있다.

 

"그렇다면 이상은 19세기를 극복하고 20세기에 도달했을까. 사회적 인간으로서 한 개인이 거대한 부조리를 극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당연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상 또한 19세기의 모순 앞에서 자신을 소진시키면서 마침내 추락한다." ---p.96

 

ms6.jpg

 

이 책에 소개된 스캔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는

아마도 프랑스의 대문호 발자크일 것이다.

평민과 러시아 백작 부인의 위험하고도 은밀한 사랑.

18년간의 오랜 기다림, 결혼 그리고 사망.

돈이 필요했던 발자크는 처음에는 결혼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의도였지만

그녀와의 서신 교환의 횟수가 늘어나고

급기야는 대담한 만남을 가진 후에는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긴긴 지난한 세월을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죽음을 목전에 두고 결국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ms7.jpg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며 돌진했던 발자크와는 달리

지킬 게 너무 많아던 백작 부인은

계속 자로 재가면서 발자크를 애닳게 한다.

역사에 남을 작가의 이름 옆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그의 죽음 직전에 결정한 결혼이라는 것을.

발자크는 어쩌면 그것을 알았을 지라도

그마저도 사랑했던 진정한 로맨티스트였던 것 같다.

 

"사흘 전 나는 내가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과 결혼했어요. 나는 그녀를 죽도록 사랑할 것입니다. 이 결혼은 그토록 역경과 십 수 년 동안의 인내에 대해 신이 내게 예비해 두었던 보상이라 여깁니다. 내겐 행복했던 젊은 시절도, 꽃 피는 4월도 없었어요. 그렇게 볼 때 이 축복 받은 결혼은 신이 내게 내려준 특별한 위안인 것만 같습니다." ---p.68

 

 

자로 잰듯 완벽한 구도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을 것같은

냉정한 공간의 차가운 반전이 더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독일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

세 번의 사랑. 그 중의 두 번은 정혼자, 유부녀와의 사랑으로

자유로움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던 중국의 시인 '쉬즈모'.

 

ms8.jpg

 

극과 극이지만 이 둘은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형식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인지 낯설지만

그렇기때문에 더 미지의 느낌의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긴다.

ms9.jpg

 

어렸을 때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들어서 읽게 되었던 <호밀밭의 파수꾼>.

문학적 소양의 부족인지 그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소설.

그 뒤 그 소설은 미국에서 꽤 큰 반향을 일으켰던 소설이었고,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심치않게 성장소설로서 거론되는 책을 여전히 난해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바로 그 작가 '샐린저'를 다룬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의 소설만큼이나 반항적이고 폐쇄적인 삶을 살았던 작가.

역시나 해석조차 어렵지만 그의 작품에 조금은 다가간 느낌이다.

 

ms10.jpg

 

샐린저의 작품이 동양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이채로웠는데

아예 동양 불교의 사상을 작품에 끌어들인 작가가 있다.

바로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다.

양친이 모두 목사인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숱한 시련을 겪은 후,

불교의 사상으로 귀결되었다.

두 번의 세계전쟁을 겪으며 피폐해져버린 정신 치유의 방법을

그는 불교의 사상에서 찾았던 것이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깊은 공감과 울림이 느껴지는 것은

전후 상황 못지않은 이기주의와 욕망이 팽배해져 있는

현대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그대가 행복을 쫓는 한,

행복하기에는 아직도 성숙지 못한 것이니

그대가 잃어버린 것에 불평을 하는 한.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서 달려가고 있다는

그대는 평화가 무엇인지를 아직 모르고

그대가 모든 소원을 단념할 때야 비로소,

목표도 욕망도 알게 될 것이니

행복은 이름으로만 불러지지 않으리

그렇게 되면 사건의 홍수가 그에게 이르게 되고

마음과 영혼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리.

                                             -「행복」전문" ---p.336~337

 

'세계문학은 인간학의 보고이다'라고 시작한 편집자의 말처럼

10명의 작가는 시대, 사회, 국가가 다른 저마다의 환경에서 살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결같이 '인간'을 이해하려고 몸부림쳤다.

아마도 그런 노력은 여기 실린 10명의 작가 뿐 아니라

시대를 막론한 모든 작가들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바로 그런 점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좀더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치열했던 10명의 고뇌의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십거리의 스캔들이 아니라

작가들의 처절했던 성장의 상흔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고뇌의 발자취를 힘겹게 따라가며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같이 성장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읽는 의미요, 기쁨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