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뮤직 에쎄-이'
이 부제를 보지 않았던들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살만큼 살았고,
사랑도 해볼만큼 해봤고...
사랑에 관한 에세이는
이제 더이상 호기심도,
공감의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없는 삶이
어디있겠는가마는
그 대상과 모양이 계속
바뀌어가다보니
이제는 달고 끈적한
사랑보다는
깊고 구수한 맛을 내는
사랑에 더 익숙하고 친숙하다.
그런데... 사랑은 그렇다치고,
'뮤직 에세이'라니?
클래식과 관련된 에세이책은
많이 봤지만
대중음악과 관련된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갈증을 느끼고 있던 차에
음악에 대한 얘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워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런데...촌스러운 '에쎄-이'는 뭐지?
서문 첫 문장부터 낌새가
이상하더니
처음 에피소드를 읽는 순간
그 의미를 바로 알게 되었다.
노라조를 뺨치는 'B급'
정서라는 것을.
마치 웹툰을 읽는 것처럼
읽으면서 시종일관 낄낄거리게 된다.
유머를 목숨처럼 사수하는
작가 정신으로 인해
370페이지에 달하는 책은
눈깜짝할 사이에 읽을만큼
유쾌하게 술술 넘어간다.

뮤직에세이답게
사이드A, 사이드B, 보너스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는 각 꼭지마다 주제에
얽힌 음악을 추천한다.
헤비메탈, Rock
마니아이니만큼 심심치 않게
이 장르의 음악들이
등장하지만
가요, 팝, 록, 클래식
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40곡에 달하는 음악을 만날 수 있다.
헤비메탈이나 Rock이라고 해도
대중들도 무난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이기때문에
어쩌면 이런 장르의 음악을 잘 듣지 않았던
나에게는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특히, 노라조나 산울림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저자의 취향 덕분에 책만큼이나 음악을
들으면서도
미친 사람처럼 낄낄 웃곤 했다.
집에서 들을 때는
괜찮았는데
출근할 때 지하철에서는
좀... 그랬다.ㅎㅎ
책장이 휙휙 넘어가긴 하지만
해당 꼭지를 읽을 때 저자가 추천해준 곡을
하나하나 찾아들으며 그 느낌을 살려
읽다보니
완독을 하는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럼에도 오히려 그 시간을 최대한 연장하고
싶기도 했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느꼈던 설렘,
절대 실망시키지 않은,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던
기대 이상의 만남이었기에
한장 한장 줄어드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이 책에서 가장 큰 소득이랄까?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에피톤
프로젝트'의 <이화동>은
내 인생노래가 될 지경이다.
아침, 저녁 출퇴근길에 무한반복해서 듣고
있는 중이며,
급기야는 옆 동료에게까지 추천해서
중독시켜버렸다.
하늘이 나날이 높고 푸르러지는 요즘,
가을타기에 딱 좋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