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공부를 결심해야 하는 이유 - 명문대 합격생 100인의 공부 동기
양현 외 지음 / 예담Friend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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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커가면서 공부에 대한 걱정과 고민도 함께 커간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아니 어쩌면 세계 어느 나라라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갖는 고민일 것이다. 특히나 대학의 간판이 중요한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가 갓 학교의 문턱을 넘는 나이가 되면 전투 태세에 돌입하기 시작한다. 잠깐이라도 주춤하면 무한 경쟁에서 낙오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부모도, 아이도 끝도 모르는 레이스를 펼치는 것이다.
서점에 교육 성공담이나 공부법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부모의 심정이 그대로 투영된 것 같다. 내 아이가 성공한 그 사람들과 같을 수 없고, 그 방법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비슷비슷한 그 책들을 혹시나 마음으로 들추어보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불안감의 무게는 점점 커진다. 이것저것 들여다 볼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아 보인다. 역시나 하는 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눈에 띄는 새 책들 사이를 누비게 된다.
 
[우리가 공부를 결심해야 하는 이유] 이 책 역시 그러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을 때 보게 된 책이다. 처음에는 '공부'에 눈이 번쩍 뜨였지만 책을 읽어 내려갈 수록 '이유'에 시선이 옮겨졌다.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고전적인 진리처럼 어쩌면 학부모와 아이들이 겪고 있는 이 전쟁은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를 몰라서 더 힘들고, 불안한 지도 모른다. 이유를 알고, 방향을 안다면 조금 늦은들 뭐 그리 대수겠는가. 몰라서, 막연해서 그래서 더 힘들고 혼란스러운 것은 아닐지.
 
처음에는 늘 습관적으로 들춰보던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다. 제목도 그렇게 눈에 띄거나 자극적인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부제 '명문대 합격생 100인의 공부 동기'를 보는 순간 내용이 궁금해졌다. SKY 정도 되는 학생들의 동기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럼 그 동기는 정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 지 그 실체가 보고 싶어졌다. 과연 책으로 엮어낼 만큼의 특별한 것이 있는 지.
 
 
그 동기라는 것이 100인 모두 같지 않다는 것은 책의 목차를 보고 단번에 알아버렸다. 사실 같은 공간에 있을 뿐이지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태어난 기질이 다른데 유일한 방법, 단 하나의 이유만 존재했을리가 없지 않은가. 십인십색이라는 말처럼 그들에게는 '동기'라는 공통점이 있었을 뿐 방법은 그야말로 백인백색이었다. 그런 가운데 공통적으로 묶을 수 있는 기준으로 공부 동기를 '꿈추구형, 환경 극복형, 경쟁 모방형, 단기 목표 성취형' 이렇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우선 명문대생의 공부 동기를 제시하기 전에, '공부 동기'라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나에게 맞는 공부 동기를 찾는 방법을 소개한다. 공부의 동기는 공부를 하게도 하지만, 그들 중 84%가 겪는 슬럼프가 찾아 왔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비기이기도 하다. 공부를 하는데 있어 '공부 동기'는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했고, 절대적인 것이었다.
 
 
여기서 얘기하는 공부동기는 막연한 혹은 단발성 동기가 아니다. 뼛속까지 바꾸고 지탱해줄 수 있는 강력한 동기이다. 특별한 역경이 없어도, 보통 사람들도 변화 시킬 수 있는 공부 동기를 찾을 수 있는 방법과 과정,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보통 꿈을 찾는 것이 힘든 것처럼 공부의 동기 역시 한순간에 명확하게 찾기 어렵다는 것이 이 책의 솔직한 조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기 자신에게 꼭 맞는 공부 동기를 찾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세상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식, 다른 사람들이 밝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부모님의 의견 등이 논리적이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 진정으로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억지로 떠밀리듯이 찾은 공부 동기는 결코 제대로 된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더더욱 스스로에게 절실하면서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공부 동기를 찾아야 한다. 그런 공부 동기만이 나를 자연스럽게 공부로 이끌며, 온갖 슬럼프에 빠져도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 p.15
 
 
이 책은 공부동기 5단계와 공부동기를 찾아가는 방법, 그리고 100인의 통계를 통해 얻은 공부동기 4가지 유형으로 공부동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막연하게 보일 수 있는 '동기'라는 것을 실제의 모델들의 인터뷰와 통계를 이용하여 가시화 시킨다. 공부동기 5단계는 그 '동기'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나서 발전해 가는 지, 어느 단계쯤 되어야 힘을 발휘하는 지를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명문대에 입학한 100인은 대부분 공부 동기 4, 5단계였다는 것은 가야할 길과 도달할 목표를 직접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부분이 이 책을 조금 다르고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또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하나를 전달해도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책의 편집이다. 마치 잡지 기사를 읽는 것처럼 보조 자료를 최대한 가독성있고, 생생하게 편집하여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독자가 그들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과 현장감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학생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기에 노트 필기부터 시험지, 메모, 플래너 등 치열했던 그들의 지난 과정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고 실감난다.
 
 
 
 
공부의 동기가 중요하지만 동기만 가지고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는 법. 책의 세번 째 장에서는 공부 동기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공부법을 소개하고 있다. 아직 적절한 공부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독자라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플래너' 하나도 여러 사람의 다양한 사례와 샘플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혹은 여러 가지를 접목해서 사용해볼 수도 있다. 필기나 암기법, 문제풀이까지 꼼꼼하고 구체적이면서 시원시원한 샘플은 실제 적용해보는데 어려움이 없을 듯 싶다.
 
 
 
부모님이 백날 '공부해라'라고 잔소리를 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은 하는 부모나 듣는 아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칫 관계만 나빠질 수도 있다. 부모의 잔소리보다 또래나 선배의 조언과 충고가 훨씬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이이기에 이 책은 그러한 닮고 싶은 선배의 조언처럼 꾸며졌다. 힘든 여정을 이제 막 통과한 선배가 진심을 다해서 들려주는 속깊은 이야기에 반발할 마음이 들 리 없다. 오히려 그들처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이 든다면 '공부 동기 5단계'의 두 번째 단계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래서 아이의 책상에, 가방 속에, 한 권쯤 넣어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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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짜면 곱빼기 주세요! 샘터어린이문고 46
하신하 지음, 이작은 그림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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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라는 것은 어르인 지금도 익숙하지 않다. 아니, 아직도 안개 속처럼 모호하기만 하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꿈'이 무엇이냐고, 정답이라도 얘기하라는 듯 묻는다. 아직 자신이 누구인지도,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그리고 마땅히 대답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이상하다는 듯, 의욕이 없는 아이처럼 생각한다. 과연, 명확하게 꿈을 갖고 있는 아이가 그 꿈을 어른이 되어서까지 간직하고, 마침내 이루어낼 수 있는 아이가 과연 몇 퍼센트나 될런지. 그리고 과연 그것이 옳다고 누가 얘기할 수 있을까. 몸이 성장하듯, 꿈도 성장해가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탐구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의 열망을 찾아내고, 다듬고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꿈'의 모습이 아닐까.
 
[꿈짜면 곱빼기 주세요!]를 읽으면서 나 역시 그렇게 당연히 여기던 그 어른의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꿈이 무엇인지 소개하라는 장면에서 너무도 익숙한 모순이 느껴졌다. 책은 우리의 모습을 한 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더욱더 아리고 답답한 것은 숙제를 피하기 위해서, 골치 아프게 생각하기 싫어서,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생각없이 얘기하거나, 부모님이 정해주신 꿈을 자기의 꿈으로 얘기하는 아이들이다. 너무도 많은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놓인다.
부모님의 꿈과 자신의 꿈을 혼동하고, 마치 그 꿈을 자기가 꾼 것인야 허상을 붙잡고, 진로의 길로 들어선다. 대학에 입학해서, 졸업을 하고도 방황의 멈추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휩쓸려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반면, 이 책의 주인공 수리는 꿈을 얘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다섯 번이나 써야 하는 숙제해야 할 지언정 엉터리로 꿈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혼란에 빠진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꿈이 있는데 자신에게만 없다는 불안감도 느낀다. 
 
 
수리는 그동안 자신이 몰랐을 뿐이지 별명과 이름을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 이전에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발견이 가장 중요한 것임을 작가는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따지고 보면 '직업'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겨난다. 꿈이라는 것은 직업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서 구체화시켜가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케하는 대목이다. 누구에게나 직업과 연결시키지 않고 잘하는 '무엇'이 있다. 하고 싶은 '무엇'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던간에. 모범생 '진영'이가 뜨개질을 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것처럼. 
 
 
그것은 내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어딘가에서 튀어나온다. 끊임없는 관찰을 한다면.
 
"네, 지금은 주로 별명을 짓지만, 나중에는 이름을 지을 거예요. 백년 할머니가 만든 물건에도 이름을 붙여 주고, 세상에 있는 모든 물건에 이름을 지어 주고 싶어요. 사람들한테도요. 전 이름을 짓는 게 재밌어요. 이름을 짓고, 이야기도 만드는 사람이 될래요." --- p.100
 
 
작가는 말한다. 꿈은 천천히 꾸어도 좋다고. 결코 늦는 법이 없다고.
백년 할머니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서 '히말라야' 등반이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되는 것처럼.
요리사라는 꿈을 이루고도 '자신만의 국수'를 만들겠다는 또다른 꿈을 꾸고 있는 아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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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 - 공부보다 요리가 더 재미있다고?, 요리사 내가 꿈꾸는 사람 7
최현주 지음 / 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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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한 표지가 시선을 확 끈다. 거기에 요리에는 별 관심없는 나조차도 한 번쯤 이름은 들어 봤던 세계적인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이 책 [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를 읽기로 결정했다.
내가 직접하는 요리는 별 관심이 없지만, 때로는 예술가이기도 하고, 때로는 기술자같기도 하고, 때로는 마술사같기도 한 요리사와 요리의 세계는 늘 호기심의 대상 있었다. 그런 여러가지 이유들로 표지를 보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로 다시 돌아가자면, 잡지 한 꼭지같은 독특한 디자인이다. 보통의 인물전이 인물을 표지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화면 가득 찬 인물과 이를 압도하는 독특한 형식의 표지 제목, 여기에 강렬한 느낌을 더해주는 극단적인 대비의 색상, 이들의 조합은 그야말로 인물이 그 속에서 펄떡이는 것같은 생동감을 준다. 책을 받고, 독특한 표지를 찬찬히 살피고 책의 내용과 뒷장의 표지까지 쭉 훑어보던 중 뒷표지 책날개에서 이 책이 시리즈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곧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이미 한 번 스쳐갔었던 책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다른 책들에 비하면 이 책의 표지는 오히려 얌전한 편에 속했다. 형광의 분홍색이나 보색에 가까운 대비 등은 한층 더 강렬한 느낌으로 독자들을 사로 잡고 있다.
'스티브 잡스', '파이만', '메시', '칼 라거펠트', '조앤 롤링', '르 코르뷔지에' 등 일반적인 인물전에서는 만나기 힘든 인물들도 있다. 청소년 대상 도서를 전문으로 출판하고 있는 '탐' 출판사답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대상 도서이지만 재미있고, 읽기 편해서 이 출판사의 책들을 좋아하는데, 이 책, 이 시리즈 역시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혼자 흐뭇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미이 올리버'는 영국은 물론 세계적인 요리사로 이름을 알린 것은 그의 뛰어난 요리 솜씨도 있지만 이를 뛰어넘는 그의 음식에 대한 가치관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거침없이 돌진한 결과였다. 조각이 맞춰지듯 그의 이름은 몰랐지만 그가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서는 얼핏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인스턴트로 채워진 영국의 급식을 개선하기 위해 방송과 함께 노력을 한 결과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 결국 많은 학교의 급식을 자연식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 내용. 그 주인공 역시 '제이미 올리버'였던 것이다.
방송을 통해서 외식과 인스턴트로 채워져 있던 영국 가정의 식탁을 간단한 '요리'로 바꾸어 내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G20 정상회의 만찬을 지휘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요리사'만으로도 그의 이름은 이미 반짝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좀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는 그가 가진 막강한 재능 '요리'를 통해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들은 하나둘씩 성과를 내면서 그의 타이틀은 '요리사'를 너머 사회운동가까지 확대가 되었다. 좁은 주방에만 갇혀있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따라 거침없이 돌진하고 있는 '제이미 올리버'. 이 남자 좀 멋있다.
 
 
식당을 경영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제이미 올리버는 어려서부터 주방과 요리를 자연스럽게 접하면 살아왔다. 요리가 숙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요리에 대한 열망을 확인한 후, 요리전문학교에 진학하고, 세계적인 요리사를 스승으로 모시며 부주방장으로 일하면서 그의 존재는 서서히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보면 그가 요리사가 되고,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이 당연하고 쉬워보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신은 모든 것을 그에게 주시지는 않았다. 지독한 약점으로, 한평생을 따라 다니는 고통을 주셨다. 바로 '난독증'. 글자를 낱글자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림처럼 보여 의미 이해가 어려운 증상이다. 지능과는 무관하나 학습을 하는데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요리사가 되려면 과학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며, 이론의 공부도 필요하다. 좌절할 만한 이 상황에서도 제이미는 정면 돌파를 한다.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고백하고, 친구에게 부탁해 음성으로 녹음된 교재를 가지고 공부를 하여 당당하게 학교를 졸업한다.
 
 
지금도 수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겠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을 당당히 밝히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그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또 언제든지 발벗고 나서서 도움을 준다.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도움을 주고 받지 않을 만큼 완벽한 사회도 없다. 건강한 사회는 약자가 전혀 없는 완벽한 사회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건강한 도움을 줄 수 있고, 도움을 받아들을 수 있는 사회일 것이다. 그래서 서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이것이 진정 건강하고 완벽한 사회가 아닐까.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에 무릎 꿇지 않고, 당당히 이겨낸 제이미 올리버는 그 자신이 건강한 사회의 표본을 보여준 듯 싶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그는 그가 가장 잘하는 '요리'를 가지고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영국을 너머 패스트푸드의 천국 미국의 식단을 바꾸는가 하면 가금류의 음식에 대한 경고와 동물복지, 그리고 불우한 청소년을 일류 요리사로 키워내는 재단의 설립에 베스트 셀러 작가까지 그의 활동 영역은 끝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그 중심축에는 언제나 '요리'가 있고, 건강한 '요리'라는 그의 철학이 있다. 맛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그가 또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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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에 걸린 마을 - 황선미 작가와 함께 떠나는 유럽 동화마을 여행
황선미 지음, 김영미 그림 / 조선북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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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마을로의 여행.

처음에는 동심을 가진 작가가 동화 마을로 여행을 떠나면서 그곳의 모습을 동화 작가의

순수한 시선으로 여행을 하고 느낌을 쓴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역시나. 새롭고 신기한 구성. 역시 어린이책을 쓰는 동화 작가 답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 작가의 여행은 이렇게 기발하고 새롭고 신기했다.

보편적인 여행이 아닌, 여행과 상상의 결합이라고 할까?

저자는 분명 동화 마을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럼에도 작가가 다녀 온 흔적은

각 이야기가 끝나는 시점에 있는 작가와 동화 마을에 대한 소개에서 겨우

그것도 아주 작은 사진 속에서 겨우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바로 저자와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는

저자가 그려서 만든 '깜지'라는 쥐이다.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면서 보통 사람을 보다는 순수한 감성을 가진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라고 할 지라도 어린이들에게는 그냥 어른일 뿐인가 보다.

 

무작정 동화 마을로 여행을 떠나면서 출발한 여행의 주인공은 작가가 아니었다.

그녀는 보통의 어른들이 보는 세계만을 본다. 그래서 그녀는 동화 속 주인공들을

볼 수가 없다. 대신 그 순수한 주인공을 직접 만나 진정한 여행을 하는 쪽은

작가의 분신이자 작가의 순수한 동심의 결정체 '깜지'가 대신한다.

건망증 작가의 노트를 사수하면서 그는 피터팬을 시작으로 피터팬, 피터 래빗의

작가 비아트릭스 포터를 만나기도 하고, 말광량이 삐삐와 함께 놀기도 하며,

피노키오, 미운오리 새끼, 브레멘 음악대까지 다양한 동화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교류도 하고, 선물도 받으면서 진짜 여행을 한다.

 

생각해보면 작가가 그냥 동화 마을로 떠나 그곳의 풍경을 전하고,

사색을 하는 것으로 책이 구성이 되었다면 얼마나 밋밋했을까 싶다.

그런 책이라면 정말 너무나 많이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린이책 작가라는 무기가 이렇게 여행의 방법 역시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방법으로 전달해준 것이다.

처음에는 약간 의아했다. 유럽까지 직접 갔으면서도 사진 몇 장으로

실제 화자도 아니고, 제 3자의 입장에 서서 동화로 책을 끌고 가는 것이

그 멀리의 여행이 아깝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진짜 그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더 생생하게 살아났다.

아마도 작가가 그곳의 풍경을 묘사하고, 책과 저자를 소개하는 글의 형식으로

글을 썼다면 이보다 생동감있고, 그 작가와 작품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라는 직업을 십분 발휘에서 그야말로 동화의 여행을 제대로 하게 해준

멋진 책이다. 장마다 실린 동화와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 역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아서 더욱 흥미로운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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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세계 문학 에세이 - 청소년의 지성과 감성을 키우는 허병두 선생님의 문학, 삶, 여행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허병두 지음 / 해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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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과 관련된 책이 그야말로 봇물처럼 출간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동경처럼 읽게 되었는데 여러 책을 읽다 보니 여행과 관련된 책도 성격과 분야가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힐링의 차원에서부터 한 분야에 대한 심도깊은 탐색까지 정해진 틀이 없으니 그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다양하다. 처음에는 풍광이 멋진 책을 위주로 읽기 시작했는데 권 수를 거듭할수록 사람사는 곳은 다 같은 느낌의 풍경에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직접 가본 것도 아닌데, 반복되는 사진과 감상을 반복해서 읽다 보니 책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 동안은 읽는 책의 종류를 바꾸기 시작했다가 또 몸이 들썩거리면 다시금 손을 더듬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경비도 극히 절약되고, 피곤하지도 않으며, 여행지의 상세한 정보를 놓칠 염려가 없는 이 여행도 나름 매력적이다. 그렇게 여행책을 탐독하다가 최근에는 주제를 조금 한정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더라도 요리, 베이커리, 미술, 디자인 등 주제를 가지고 탐색하는 여행은 여행지를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다. 단순히 달라서가 아니라 그 여행지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청소년을 위한 세계 문학 에세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세계 문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품의 주인공의 발자취나 작가의 흔적을 따라가는 그야말로 문학여행이었다. 세계문학이라야 읽은 책이 몇 권 되지 않았기에 이 참에 그 작품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그 작품과 작가를 태동한 그 곳을 직접 찾아가서 그 곳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준다는 책의 성격이 여간 여간 매력적이지 않았다. 특히나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구체적인 독자 대상의 명시는 내가 청소년이 아니어서 불편하거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은 것은 물론 그 눈높이에서 고전을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편안하고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읽기 시작하니 저자의 문학에서 있어서의 박식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깊이있는 글이었으며 그럼에도 이해하기 쉬운 담백한 문체였다. 정말 '청소년을 위한'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깊고 넓은 범주를 다루고 있어 나같이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성인에게는 딱 안성맞춤의 책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각주나 흥미를 돋우는 코믹한 일러스트만이 이 책이 청소년 대상의 책이라는 느낌을 들게 했다. 다루고 있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이나 함께 읽어보면 좋을 다른 책들에 대한 깔끔한 정리는 고전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해준다.
 

 
여행을 꿈꾸기 시작하면서, 책에 대한 욕심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책과 관련된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는데 저자는 내가 꿈꾸던 그런 여행을 너무도 완벽하게 하고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도보, 자전거 등의 여행을 수도 없이 다녔고, 이 책에서 방문한 나라도 수차례 다녀왔다고 하니 그야말로 베테랑 여행자요, 국어교사를 필두로 평생 책과 관련된 일을 하였으니 책에 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문가다. 그 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그야말로 내가 꿈꾸는 지적, 감성적 여행의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었다.
 
여행과 관련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단 한 컷의 여행지 사진이 없다.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 사실 가장 황당한 부분 중에 하나였다. 여행책의 백미는 모름지기 타국의 멋진 풍경이 실린 사진인데 한 장도 실려 있지 않다니.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머릿 속에 그려지는 풍경이 그려지고, 문학작품의 그곳, 그 시절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진이 실렸다면 오히려 그 상상이 현실로 제한되어
버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 풍부한 감성으로 정갈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저자의 글솜씨 덕분에 사진보다 더 생생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도보, 자전거, 자동차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종횡무진 다니는 여행의 길은 지루할 틈이 없고, 작품의 인용을 통해 원작의 맛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작품의 의미나 작가의 배경까지 친절하게 풀어놓아 줌으로써 작품을 몰라도 작품을 이해하고, 여행의 여정에 동행하는데 전혀 어려움은 없다. 국어교사다운 섬세한 설명은 행여 거대한 고전의 벽 앞에 좌절할까 싶은 염려로 느껴진다.
 
부끄럽게도 여기에 나온 책 중 대다수는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러나 첫 스타트를 끊은 작품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다행히도 읽었었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여행을 시작했다. 이렇게 일본을 시작을 아테네, 크레타 섬, 피렌체로 지중해를 돌아본 후, 에스파냐로 넘어가서, 산티아고, 피니스테레, 포르투칼을 거치고, 아프리카, 터키,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는 여정 속에 그 나라 혹은 그 지역의 가장 상징적인 작가와 문학작품을 만나봄으로써 그 곳 사람들의 정신적인 근간과 뿌리를 살펴본다. 이처럼 겉으로 보여지는 풍경이 아닌 내면으로의 여행에 문학작품만한 것은 없을 듯 싶다.
 
 
다름을 발견하기 위해 여행을 하지만 결국 같음 깨닫게 되는 것이 여행이라고 했던가. 세계를 누비면서 만난 문학 작품에서는 우리와 닮은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중세 지배 계급의 전유물인 라틴어를 마다하고 이탈리아어로 『신곡』을 썼던 단테. 민중을 위한 그의 이러한 행동은 강한 반발을 나았지만 그럼으로 인해 이탈리아 문학의 한 걸음 성장했다.
고위관직의 자제였지만 한문을 마다하고 최초의 한글 소설을 썼던 시대의 천재이자 혁명가였던
허균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짧은 생으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희생된 그의 재능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다르지만. 모진 세월을 보냈어도 좀더 오래 살았다면 『신곡』을 능가하는 걸작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닮음과 다름 속에서 나를, 우리를 한 발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것이 여행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문학 작품은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그렇게 우리를 객관화 시켜볼 수 있는 또다른 여행 방법이다. 이 책은 그 두 가지 여행의 기쁨을 모두 느껴볼 수 있는 행운을 맛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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