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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 - 공부보다 요리가 더 재미있다고?, 요리사 ㅣ 내가 꿈꾸는 사람 7
최현주 지음 / 탐 / 2014년 1월
평점 :
트렌디한 표지가 시선을 확 끈다. 거기에 요리에는 별 관심없는 나조차도 한 번쯤 이름은 들어 봤던 세계적인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관심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이 책 [제이미 올리버, 즐거운 요리로 세상을 바꿔]를 읽기로 결정했다.
내가 직접하는 요리는 별 관심이 없지만, 때로는 예술가이기도 하고, 때로는 기술자같기도 하고, 때로는 마술사같기도 한 요리사와 요리의 세계는 늘 호기심의 대상 있었다. 그런 여러가지 이유들로 표지를 보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로 다시 돌아가자면, 잡지 한 꼭지같은 독특한 디자인이다. 보통의 인물전이 인물을 표지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화면 가득 찬 인물과 이를 압도하는 독특한 형식의 표지 제목, 여기에 강렬한 느낌을 더해주는 극단적인 대비의 색상, 이들의 조합은 그야말로 인물이 그 속에서 펄떡이는 것같은 생동감을 준다. 책을 받고, 독특한 표지를 찬찬히 살피고 책의 내용과 뒷장의 표지까지 쭉 훑어보던 중 뒷표지 책날개에서 이 책이 시리즈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곧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이미 한 번 스쳐갔었던 책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다른 책들에 비하면 이 책의 표지는 오히려 얌전한 편에 속했다. 형광의 분홍색이나 보색에 가까운 대비 등은 한층 더 강렬한 느낌으로 독자들을 사로 잡고 있다.
'스티브 잡스', '파이만', '메시', '칼 라거펠트', '조앤 롤링', '르 코르뷔지에' 등 일반적인 인물전에서는 만나기 힘든 인물들도 있다. 청소년 대상 도서를 전문으로 출판하고 있는 '탐' 출판사답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대상 도서이지만 재미있고, 읽기 편해서 이 출판사의 책들을 좋아하는데, 이 책, 이 시리즈 역시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
혼자 흐뭇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제미이 올리버'는 영국은 물론 세계적인 요리사로 이름을 알린 것은 그의 뛰어난 요리 솜씨도 있지만 이를 뛰어넘는 그의 음식에 대한 가치관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거침없이 돌진한 결과였다. 조각이 맞춰지듯 그의 이름은 몰랐지만 그가 이루어낸 성과에 대해서는 얼핏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인스턴트로 채워진 영국의 급식을 개선하기 위해 방송과 함께 노력을 한 결과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 결국 많은 학교의 급식을 자연식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 내용. 그 주인공 역시 '제이미 올리버'였던 것이다.
방송을 통해서 외식과 인스턴트로 채워져 있던 영국 가정의 식탁을 간단한 '요리'로 바꾸어 내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G20 정상회의 만찬을 지휘하기도 하고, 영국 황실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요리사'만으로도 그의 이름은 이미 반짝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좀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는 그가 가진 막강한 재능 '요리'를 통해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들은 하나둘씩 성과를 내면서 그의 타이틀은 '요리사'를 너머 사회운동가까지 확대가 되었다. 좁은 주방에만 갇혀있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따라 거침없이 돌진하고 있는 '제이미 올리버'. 이 남자 좀 멋있다.
식당을 경영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제이미 올리버는 어려서부터 주방과 요리를 자연스럽게 접하면 살아왔다. 요리가 숙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요리에 대한 열망을 확인한 후, 요리전문학교에 진학하고, 세계적인 요리사를 스승으로 모시며 부주방장으로 일하면서 그의 존재는 서서히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보면 그가 요리사가 되고,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이 당연하고 쉬워보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신은 모든 것을 그에게 주시지는 않았다. 지독한 약점으로, 한평생을 따라 다니는 고통을 주셨다. 바로 '난독증'. 글자를 낱글자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림처럼 보여 의미 이해가 어려운 증상이다. 지능과는 무관하나 학습을 하는데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요리사가 되려면 과학적인 지식도 있어야 하며, 이론의 공부도 필요하다. 좌절할 만한 이 상황에서도 제이미는 정면 돌파를 한다.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고백하고, 친구에게 부탁해 음성으로 녹음된 교재를 가지고 공부를 하여 당당하게 학교를 졸업한다.
지금도 수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겠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을 당당히 밝히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그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또 언제든지 발벗고 나서서 도움을 준다.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도움을 주고 받지 않을 만큼 완벽한 사회도 없다. 건강한 사회는 약자가 전혀 없는 완벽한 사회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건강한 도움을 줄 수 있고, 도움을 받아들을 수 있는 사회일 것이다. 그래서 서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이것이 진정 건강하고 완벽한 사회가 아닐까.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에 무릎 꿇지 않고, 당당히 이겨낸 제이미 올리버는 그 자신이 건강한 사회의 표본을 보여준 듯 싶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그는 그가 가장 잘하는 '요리'를 가지고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영국을 너머 패스트푸드의 천국 미국의 식단을 바꾸는가 하면 가금류의 음식에 대한 경고와 동물복지, 그리고 불우한 청소년을 일류 요리사로 키워내는 재단의 설립에 베스트 셀러 작가까지 그의 활동 영역은 끝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그 중심축에는 언제나 '요리'가 있고, 건강한 '요리'라는 그의 철학이 있다. 맛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그가 또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