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사기를 당하다 탐 철학 소설 4
김종옥 지음 / 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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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랜만에 시내에 있는 대형 서점을 찾았었다. 인문학 열풍의 뜨거운 열기는 아직도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었다. 특히나 한 켠 벽을 가득 메운 새로 출간된 청소년 대상의 철학 도서들을 보면서 이러한 관심이 한 때의 유행이 아닌 당연히 거처야 할 성장의 과정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봤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책들을 둘러 보는데 반가운 책이 눈에 띄었다. 바로 [장자, 사기를 당하다]를 포함한 [탐 철학 소설] 시리즈였다. 공자, 퇴계, 루소, 장자 등 동서양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설로 읽을 수 있다고 해서 흥미를 가지고 읽고 있는 중이었는데 서점에서 시리즈 책들을 발견하니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 없었다. [공자, 지하철을 타다], [퇴계, 달중이를 만나다], [루소, 학교에 가다], [장자, 사기를 당하다], [아인슈타인, 시간 여행을 떠나다], [푸코, 감옥에 가다]와 같이 호기심을 유발하는 재미있는 제목과 표지는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는 철학을 한결 친근하게 다가오게 한다.
 
그 중에서 가장 궁금증과 호기심이 드는 것이 바로 이 책 [장자, 사기를 당하다]였다. 서양 철학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동양 철학 역시 어려워 '장자'라는 인물이나 사상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그런데 중국의 최고 사상가라고 손꼽히는 사상가가 사기를 당하다니...참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궁금함을 못 참고 책을 받자 마자 읽어 내려 갔다. 이야기를 읽을 때는 술술 넘어가지만 장자가 설명하는 장자의 사상을 이야기할 때면 몇 번을 거듭 읽고, 곱씹어 봐야 겨우 이해가 될 듯 말 듯 하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있으니 어떠한 상황 속에서 이러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것을 장자는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내는 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동양 사상하면 공자와 맹자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은 노자와 장자의 책이 더 해석하기 쉽지 않아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한다. 전자가 직설적으로 쓰여서 그대로 이해가 되는 반면, 후자는 비유와 함축이 많아서 읽어도 무슨 뜻인지 알기가 어렵다고 한다. 논어와 맹자도 어려운데 하물며 학자들도 어려운 장자의 책과 사상이 내게 쉬울 리가 없다.
 
이야기 속에는 나처럼 분명 한국말임에도 외국말처럼 들리는 이해의 어려움을 느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들인데, 한국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느끼는 답답한 심정과  사상의 거대한 벽 앞에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 느껴지는 갑갑한 심정이 아마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반복해서 보고, 읽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가 올 것이다. 한국말도 서툰 외국인 노동자들은 장자의 이야기를 어느덧 제 입으로 옮길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이해하고 내뱉는 것이 아니라 내뱉고 곱씹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자기 것이 될 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의 힘이 아닐까 싶다.
 
최근에 청소년을 위한 철학, 고전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직업상 필요하기도 하지만 요즘 최대의 관심 분야이기에 기회가 닿는 대로 읽고 있는 중이다. 청소년 대상의 책이라고는 해도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 힘들고 어려운 책들도 꽤 있다. 아무리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 쓴다고 해도 기본적인 지식이나 개념은 어쩔 수 없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그럼에도 최근에 읽은 철학책 중에는 가장 쉽고, 또 재미있었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이고, 주인공인 장자를 비롯해 장자의 책 속에서도 등장하는 혜시는 물론이고, 공자와 맹자, 양주, 묵적까지 동양 철학의 사상가들이 총동원되어 이야기를 펼치니 신기하고 재미있으며, 작가의 상상력에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된다. 가공한 사건 속에서 끄집어 낸 장자의 사상은 <장자>에서 주장한 원문의 내용을 훨씬 더 이해하기 쉽게 해준다. 이것이 스토리가 갖는 힘일 듯 싶다.
 
<장자> 역시 에피소드 위주로 되어 있다고는 하나 읽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퓨전형식으로 현대의 상황 속에서 장자의 사상을 접함으로써 그의 사상이 비로서 내 상황으로 적용이 되고, 내 것이 되는 것 같다. 실제로 '죽음'에 관한 대목을 읽은 후에는 현실적인 슬픔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으며, '사랑'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에는 내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깨닫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의 삶은 소중해. 다만 백 년 미만 동안 인연을 맺는 자기 삶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더 큰 것, 더 넓은 것, 더 오랜 것, 더 영원한 것을 잊는다 이 말일세. 어느 순간도 특별하지 않은 순간이 없지만, 어느 순간만 특별한 것은 아니야. 우연한 한 순간에 맺혀 있는 것에 너무 집착하면 눈멀고, 귀먹고, 감각도 삐뚤어지고, 생각도 삐뚤어지는 법이라네. 자꾸 좁아지는 것이지." ---p. 159
 
"그러나 죽는 이의 입장에서 보자고. 죽은 다음에도 죽은 이에게 슬픔이 계속 이어지는가? 그럴리가 없지. 죽는 순간에 이미 모든 슬픔과 분노에서 해방되어 버리는 거야. 그렇다면 슬프고 분한 것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의 육체에 잠시 머무는 감정이라는 말이 되지. 태어나기 이전과 죽음 이후에는 슬픔도 즐거움도 없어. 그러니 우리가 슬피 우는 것은 죽은 이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말일세. 단지 그와 헤어진 우리 마음이 아쉬워 우는 거지. 그러니 우리 마음은 우리가 추스르면 되는 거고, 죽은 이는 원래의 큰 흐름 속으로 다시 돌아가 쉬면 되는 거야. 이미 슬픔이 없는 사람을 위해 슬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네." ---p.160
 
"진짜로 아랫동네 순이가 좋은 돌이는 순이가 좋은 건가, 순이를 차지하고 싶은 건가? 순이가 좋다면 절대 순이를 차지하려고 하면 안 돼. 순이를 가지고, 순이를 자기 맘대로 만들고, 순이가 자기만 바라보게 하고 싶겠지. 그건 순이를 좋아하는 게 아냐. 순이를 가진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거지. 순이가 정말 좋으면, 자기가 순이가 되어야 하는 거야. 돌이가 순이가 되어야 하는 거라고. 그게 진짜로 좋아하는 거야." ---p.176
 
가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할 때면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나를 위한 것인지 헷갈리 때가 있다. 공부해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하는 코치나 명령은 실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로 자라게 하기 위한 소유욕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을 때 '장자'의 사상이 나의 욕심을 확연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장자'는 말한다. '나'라는 경계를 허물고, '나'를 위주로 판단하는 고집을 버리면 곧 자연과 하나가 되어 편안하고 여유로워 진다고. 그게 바로 그가 주장하는 '도(道)'의 세계라고.
 
내가 '나'인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처럼 타인 역시 '타인'의 본성으로 살아가야 한다. 내가 개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 기준으로 만들 수도 없는 것이다. 문득, 그 어리석은 기준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것이 아닐까, 그로 인해 또 나 역시 무수한 상처를 받고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쉽진 않겠지만 좀더 자유롭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속 '장주'처럼 버리고 비워내기 위해서 훌쩍 떠날 수는 없지만, 집착을 버리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비슷한 '마음의 자유'가 느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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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에서 살아남기 2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 37
곰돌이 co. 글, 한현동 그림, 서균렬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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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원자력'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은 타도해야 할 '공공의 적'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위조부품으로 인해 멈춘 신월성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우리는 또 한 번 '블랙아웃'의 공포를 느끼며, 아직은 우리에게 원자력이 필요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사실 원자력의 위험성과 효용성의 대립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며, 토론의 단골 논제로 다뤄질 만큼 갑론을박의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기술력의 발전으로 좀더 안전하고 값싼 대체 에너지를 얻기 전까지 원자력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끊임없이 계속 될 것이다.
 
[방사능에서 살아남기 2]에서는 한 번 사고가 나면 피해 규모를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피해를 가져오는 '방사선'이지만 무조건적인 거부나 배타가 아니라 위험성과 더불어 안전하게 사용할 때의 효용성에 대해서 균형잡힌 시각으로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뱅 박사'이다.
 
 
워낙 한 번 터지면 복구하는데만 몇 십 년이 걸리고, 피해도 3세대를 넘게 가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이기에 책에서는 방사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내용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이 두 개의 갈등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지만 원자력을 보는 두 가지의 시각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있다.
 
 
뱅 박사의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근거로 우리 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활용의 예를 보면 두 손을 들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미술품 복원에도 사용된다고 하니 활용의 범위는 넓고도 다양하기만 하다. 특히 고흐의 작품은 값싼 물감을 사용해서 색의 훼손이 심한데 이를 방사선으로 알아내어 복원함으로써 원본의 느낌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고민의 폭은 점점 깊어만 간다.
 
 
 
그럼에도, 원자력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 대량 살상의 무기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활용하다가 실수나 재해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고의적인 살상의 무기로 활용될 수 있음에 결코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같은 '원자력'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좀더 편리한 생활을 위해서 개발된 자동차가 때로는 치명적인 피해를 안겨주듯이 원자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류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된 과학자적인 양심을 지키며 발전된 방향으로 사용된다면,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함께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전까지 혹은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얻기 전까지라도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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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에서 만난 조선왕 이야기 아이세움 배움터 34
김향금 지음, 양은정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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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세움의 배움터 시리즈는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사진과 자료로 깊이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내어 거의 대부분의 시리즈를 소장하고 있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나도 꽤나 좋아해서 읽으려고 구입했는데 먼저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 아직 다 읽지 못하고 있다. 휴가 때 맘잡고 읽어 볼까나~^^
 
이 책 [종묘에서 만난 조선 왕 이야기]가 아이세움 배움터 시리즈 34번째 책이라고 하니 일단 읽지 않고도 재미와 구성은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기대를 잔뜩 안고 책과 만났다.
 
종묘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는데 그 이유가 목조 단일 건물로는 이렇게 길게 지어진 경우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아이들 사회를 가르칠 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총 19칸 왜 이렇게 길게 지을 수밖에 없었을까? 이 간단한 질문에 답을 구하려면 조선 왕조 왕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얽히고 섥힌 왕들의 치열한 자리다툼으로 인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사연을 '종묘'라는 공간적인 배경을 통해서 알아본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취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세상을 담은 지도]와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 등을 쓴 어린이책의 베스트셀러 작가 '김향금' 선생님이시다. 어린이책 중에서도 주로 지리와 역사에 관한 책을 많이 쓰셨다고 하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느낀 것이 글이 굉장히 쉽고 자연스럽게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많은 책을 쓰신 경험과 다루고 있는 분야에서의 지식이 깊어서 그런지 글 속에서 상당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책의 구성에 있어서도 특유의 자신감이 느껴지고,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으며, 책을 쓴 목표가 방향이 분명하여 여러 가지 둘러 배우면서도 한 가지 목표를 향해가는 통일성이 느껴져 산만하지 않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특별하게 정리할 필요없을 정도로 읽으면서 정리가 되어지는 느낌이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이 책의 집필 의도와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종묘가 조선 왕의 성적표라는 사실을 놓고, 감히 공자의 춘추필법을 흉내 내어 조선 왕과 조선 역사를 바라보아 역사를 배우는 참뜻을 되새기려고 했어." --- p.164
 
"역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공부도 부족한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 까닭이 있어. 흔히 역사를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고 한단다. 패배한 자는 역사를 기록할 수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아무리 역사가 이미 지나가 버린 사건이라고 해도 후손들이 억울하게 패배한 자,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한 사건들을 제대로 평가한다면 역사는 한결 더 공정해질 수 있을 거야. 이 책에서 그런 예를 정종이나 단종 임금에게서 봤지? 그렇게 역사를 제대로 평가함으로써 우리 시대에는 억울한 패배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으로 이어질 수 있단다." --- p.165
 
저자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의 사실을 종묘라는 매개를 통해서 좀더 냉정하게 평가해보고자 했다. 저자의 이러한 의도를 몰랐을 때에도 읽다 보니 그동안 왕들에 대한 보편적인 평가와는 조금 다른 시각이라는 것이 느껴졌었다. '승자'가 만든 왕의 평가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냉정하면서도 적나라한 평가에는 허탈함이나 아쉬운 마음까지 든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처럼, 억울한 패배가 되풀이 되지 않고 공정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선입견과 편견을 깨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종묘'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종묘란 무엇인가, 왜 세웠을까? 그리고 처음에는 7칸으로 시작한 건물이 19칸까지 늘어난 배경, 그리고 '정전'과 다른 '영녕전'이 만들어진 이유와 신주를 모시는 규칙까지 종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보통의 역사 유적지에 대해 설명해주는 여느 다른 역사책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다음 장 "종묘에 오른 왕, 영녕전에 건너간 왕"부터는 단순히 종묘에 대한 소개를 위한 책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정작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부터라는 생각도 든다.
 
"정종, 억세게 운 나쁜 왕
"태종, 태평성대를 준비한 철권 왕
쫓겨난 단종, 영녕전에 오르다!
세조, 공도 허물도 많소이다!
성종, 조선의 문물제도를 완성하다
쫓겨난 왕, 영원히 종묘에 들지 못하리!"
 
이렇게 후대의 평가에 의해서 정전과 영녕전으로 나뉘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과연 그 평가는 공정했을까?에 대한 저자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5장 "종묘에 오른 왕의 성적표는 공정했을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다.
 
 
특히나 우유부단 했던 중종이나 판단력이 부족했던 인조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왜 중요한 지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또한 중조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분석에서는 공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왕이 집권할 때 가장 공을 많이 세운 신하 한 명이 선정되어 '공신당'에 신주를 모시게 되는데, 이 선정 과정 역시 정당하지만은 않았음을, 조선 후기로 갈수록 권력에 좌지우지 되었음을 저자는 짚어주고 있다.
 
 
다양한 자료와 사진이 지루할 틈없이 읽히고, 무엇보다도 옛날 얘기 들려주듯 술술 풀어내는 저자의 글솜씨에 푹 빠져서 읽게 된다. 무엇보다도 흔하게 접할 수 없었던 종묘에 대한 숨겨진 얘기나 역사적인 진실을 새롭게 접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은 기억에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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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7
김유정 글, 김세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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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춘천에 놀러갔다가 '김유정문학관'을 들른 적이 있다. 집으로 향하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좀 둘러가긴 했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다시 와보랴 하는 생각에 내비를 따라 갔었다.
 
또 한가지 이유는 그 무렵 한국 문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던 중이었는데 마침 고 몇 일 전 김유정에 대한 강의를 들었기에 관심이 높아졌던 이유도 있었다. 이제 중학교에 올라가게 될 큰 아이도 중학교에 가면 김유정의 문학을 배우게 될 터이니 미리 작가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김유정이라는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 달려갔었다.
 
 
유복하게는 태어났지만 조실부모하고 가세마저 기울어 전국을 떠돌다가 나중에는 약값이 마련하기 위해 글을 팔 정도로 어렵게 살다 결국 젊은 나이에 요절한 작가. 그렇지만 그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 단편문학의 한 획을 긋는 향토문학을 일궈낸 작가의 의지와 작품에 대한 열정에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햇다. 어쩌면 작가는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 것처럼, 글을 쓰지 않으면 숨이 막히는 고통때문에 쓸 수밖에 없는.
 
인간적으로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남자로서도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산 김유정.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그의 그런 내적 고통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나 하는 고약한 생각도 잠시 해본다.
 
암튼 작년의 이런 추억 때문에 김유정의 소설이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그런가 보다.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배웠다며 와서 얘기하는 걸 보니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 했다.
 
그렇게 특별한 작가로 기억하고 있을 즈음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시리즈로 [동백꽃] 출간되면서 또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받았을 때 누구보다도 좋아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아이세움 명작스케치 시리즈책을 너무 좋아해서 시리즈를 모두 구입해서 이미 친숙하기도 하거니와 작품에 맞게 표현하는 그림이 압권이다. 원작이 따로 있으니 다른 책과 특별하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고, 문제는 결국 원작의 느낌과 메시지를 어떻게 최대한 그림으로 살려 내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시리즈가 출간될 때마다 기대하고 봐도 좋을 만큼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다. 그래서 [동백꽃]이 출간되었다고 했을 때 또 어떻게 풀어 냈을까 기대를 잔뜩하고 보게 되었다. 해악과 유머가 도드라진 소설의 분위기와 더불어 주인공인 '나'와 '점순이'의 관계,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뒷표지는 김유정의 소설에서 풍기는 유머만큼이나 재미있고 글의 중심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본문 중에는 이런 그림이 없으니 뒷표지용으로 따로 그린 것 같다.
 
 
그림책의 앞뒤 페이지에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는 김유정의 육필원고가 인쇄되어 있다. 필체가 살아 숨쉬는 것이 금방이라도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김유정의 소설을 읽을 때 제일 어려운 점은 특유의 말투와 사투리가 있어 쉽게 이해가 안된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이 점 또한 고려해서 가급적이면 초등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어로 바꾸기도 했지만 원작의 맛을 살리기 위해 김유정만의 특이한 말과 사투리는 그대로 살렸다고 한다. 대신에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용어 해설집(?)을 별첨해서 참고해보도록 하고 있다.
 
 
소설의 첫 시작은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쪼이었다.' 시작한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상징적인 의미의 '닭싸움' 역시나 이 책에의 시작도 강렬하게 '닭싸움'으로 시작을 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느 집엔 이거 없지?"
 
 
점순이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주인공에게는 상처가 될 법한 말이지만, 점순이는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기에 상처가 되는 줄 몰랐을 것이다.
 
"난 감자 안 먹는다. 니나 먹어라."
 
 
점순이가 감자를 챙겨주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던 내가 내뱉은 말이 점순이에게 얼마나 심한 상처가 되었을 지 주인공인 나도 몰랐을 것이다.
 
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림은 등장 인물의 감정과 순수한 마음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서 배경이 최대한 생략시키고, 인물의 표정과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배경의 색상도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에 따라 연노랑에서 점점 짙고 강렬한 색으로 변화해간다.
 
 
나와 점순이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고, 급기야는 약자인 내가 점순네 닭을 죽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자존심에 상처를 준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한 점순은 겁에 질린 '나'에게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 용서해주면서 갈등은 해소된다.
 
 
흐드러지게 핀 노란 동백꽃과 같이 점순의 마음에는 그리고, 내마음에도 사랑의 감정이 퍼져 나간다.
알싸하면서도 향긋한 동백꽃 내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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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랜 친구 개 지식은 내 친구 6
김황 지음, 김은주 그림 / 논장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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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꿈인 둘째 딸과 벌써 몇 년 째 씨름 중....바로 '개' 때문이다.  

큰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떨에 예민해서 덥썩 데려왔다가 다시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올 초부터 출근을 시작해서 오전 내내 혼자 있어야 한다는 것, 또한 한 번 식구로 맞으면 평생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개를 기르는 것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라면,
내가 너무너무 좋아서 일단 키우기 시작하면 자신이 오로지 다 책임을 질 것이라고, 언니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격리시켜 자신이 돌보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이는 것은 둘째의 입장이다.
이 문제로 고민을 한 지 벌써 몇 년 째...기르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은 것을 알기에 어찌해야 하나 참 고민스럽다. 실은 나도 개를 너무 좋아하는데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 보니 기르기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개를 기르고 싶은 열망은 더 커져만 가니 걱정이다. 개에 관한 책은 닳고 닳도록 보고, 도서관에서도 동물에 관한 책, 그 중에서도 특히 '개'에 관한 책은 안 읽은 책이 없을 정도다. 길러 보지도 않았는데 개의 종류와 특성은 어찌 그리 잘 알고 줄줄이 꿰고 있는지 아무래도 조만간에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이 책 [인간의 오랜 친구 개]가 출간되었을 때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온 것은 바로 이러한 요즘의 상황 때문이다. 책이라도 봐야겠다고 빌려오는 모습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재미있는 책이나 개나 동물에 관련된 책이 있으면 소개해주거나 권해주곤 한다.
근간으로는 특별한 책이 없었는데, 개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하니 둘째만큼 나도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과연 어떤 구성으로 어떻게 풀어냈을까?
 
 
'스스로 인간에게 온 특별한 동물'이라는 뒷표지의 설명을 보니 '개'라는 동물이 더욱 특별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개에 대한 역사, 개의 종류, 독특한 습성까지 개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단다. 인간과 함게 한 역사가 긴 만큼 친숙해서 개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막상 또 생각해 보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나마 둘째 덕분에 온 가족이 좋아하게 된 프로그램 SBS의 'TV 동물농장'을 보다 보니 개의 습성과 특성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된 정도이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책 속을 살펴보자. 우선 목차를 보면 구성은 크게 개와 인간과의 역사를 다룬 '오래된 친구', 그리고 세계의 여러 나라의 토종개와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는 개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는 '세계의 개 이야기'와 개 고유의 특성에 대해 안내하는 '개를 알면 개가 보인다', 요즘 더 다양해지는 특수한 역학을 맡고 있는 개에 대해 소개하는 '개야, 고마워!' 마지막으로 개와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 알아야 할 내용을 담고 있는 '친구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해' 이렇게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인간에게 스스로 찾아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인간과 개는 언제부터 동거를 시작했을까? 첫번째 장 '오래된 개'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간과 개는 지금으로부터 14,000~12,000년 이전부터 함께 살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개와 인간의 관계가 오래된 만큼 인간의 기록 속에 개의 모습은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인 '오리엔트 문명'에서도 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단지 그 때의 개는 오늘날과 같은 친구의 개념이 아니라 신성한 신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 기록의 흔적을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오래된 유물인 청동 거울에서도 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박물관이나 전시회에서 유물들을 볼 기회가 많았는데, 이렇게 '개'라는 주제로 옛그림이나 자기 등의 유물들을 살펴보니 옛 사람들의 시각과 생활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 외에도 犬(개 견) 한자의 기원, 개와 관련된 이누이트의 전설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개에 얽힌 인간과의 역사를 접할 수 있다.
 
2장은 본격적으로 '개'의 다양한 종류를 원없이 만나볼 수 있다. 토종개로 인정받는 개들의 조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토종개로 인정받고 있는 개는 어떤 개들이 있는 지와 그 특성들에 대해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토종개 하면 단연 '진돗개'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삽살개'나 북한의 '풍산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꼬리가 없는 경주개 '동경이'도 만날 수 있다. 5~6세기 신라시대에도 길렀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개인데, 2005년에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면서 2012년, 드디어 우리나라 토종개로 인정받으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직접 취재를 하면서 보고 들은 내용 중 좀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나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별도의 페이지에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이나 설명이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어 중간중간 읽는 재미가 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보는 재미가 가장 큰 것은 역할별로 다른 세계의 개들의 사진 모음이다. 저마다 다른 표정과 포즈 등으로 선보인 페이지에는 목축견, 사냥견, 사역견 등 세분화된 다양한 견종들을 볼 수 있다.
 
 
 
둘째가 가장 재미있게 보면서, 여러 가지 특징별로 찾기 놀이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들을 종류별로 보고 있자니, 지구상에 개들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구나 새삼 놀라게 된다.
 
또 책을 읽다 보면 중간중간에는 개와 관련된 여러가지 에피소드나 알아두면 재미있을 만한 내용들을 별도의 페이지로 구성하여 소개하고 있다. 닥스훈트가 몸이 길고 다리가 짧아지게 된 사연이나, 여러 가지 그림 속에서 등장한 개들의 모습까지 스치고 지나갔던 '개'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여러 가지 종류의 개를 만났다면 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개'에 대한 탐구에 들어간다. 개의 생물학적 분류부터, 개의 신체적인 특성과 독특한 행동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현대에 오면서 예전에 개가 하던 사냥을 하거나 물건을 옮기는 등의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개는 우리와 함께 살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경찰견, 마약 탐지견, 시각 장애인 도우미견 등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개는 여전히 우리의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임무를 수행하는 개들은 어떤 개들며,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 지 '4장 개야, 고마워!'에서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인간과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친구로서 '개'의 마음을 읽어주는 방법을 배운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그들만의 소통 수단을 이해함으로써 서로 더 잘 교감할 수 있고, 더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이 짠 했던 부분은 '개가 주인에게 하는 10가지 부탁'이다. 누가 썼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개의 입장에서 주인에게 부탁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개에 관한 책을 워낙 많이 읽은 둘째는 개와 관련된 책에서는 꼭 실려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만큼 개의 입장이라면 꼭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만약이라도 개를 못 키우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와 개와 관련된 직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 지 그야 말로 '개'와 관련된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처음 이 책을 권해주었을 때 둘째는 개는 안 사주고, 책만 사준다고 뾰루퉁했었다. 그래도 눈에 띄는 곳에 슬쩍 미뤄 놓으니 어느 순간에는 읽다가 급기야는 자신의 책상 책장에 꽂아 놓았다. 그리고 얼마 후,
 
"이 책, 재미있어. 내가 가질래~"
 
살포시 웃으면서 속삭인다. '그치?'하고 답해주고 같이 웃어주었다. 그렇게 둘째는 개를 기르고 싶은 마음을 또 잠시 미뤄두었다. 아직은 어렵지만 새로운 식구를 맞을 준비가 되면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가족을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식구를 맞을 마음의 준비와 연습을 해야겠다. 이 책은 우리 가족의 그런 준비를 하는데 더없이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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