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에서 만난 조선왕 이야기 아이세움 배움터 34
김향금 지음, 양은정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아이세움의 배움터 시리즈는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사진과 자료로 깊이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내어 거의 대부분의 시리즈를 소장하고 있다.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나도 꽤나 좋아해서 읽으려고 구입했는데 먼저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 아직 다 읽지 못하고 있다. 휴가 때 맘잡고 읽어 볼까나~^^
 
이 책 [종묘에서 만난 조선 왕 이야기]가 아이세움 배움터 시리즈 34번째 책이라고 하니 일단 읽지 않고도 재미와 구성은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기대를 잔뜩 안고 책과 만났다.
 
종묘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는데 그 이유가 목조 단일 건물로는 이렇게 길게 지어진 경우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아이들 사회를 가르칠 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총 19칸 왜 이렇게 길게 지을 수밖에 없었을까? 이 간단한 질문에 답을 구하려면 조선 왕조 왕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얽히고 섥힌 왕들의 치열한 자리다툼으로 인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사연을 '종묘'라는 공간적인 배경을 통해서 알아본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의 취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세상을 담은 지도]와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 등을 쓴 어린이책의 베스트셀러 작가 '김향금' 선생님이시다. 어린이책 중에서도 주로 지리와 역사에 관한 책을 많이 쓰셨다고 하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느낀 것이 글이 굉장히 쉽고 자연스럽게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많은 책을 쓰신 경험과 다루고 있는 분야에서의 지식이 깊어서 그런지 글 속에서 상당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책의 구성에 있어서도 특유의 자신감이 느껴지고,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으며, 책을 쓴 목표가 방향이 분명하여 여러 가지 둘러 배우면서도 한 가지 목표를 향해가는 통일성이 느껴져 산만하지 않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특별하게 정리할 필요없을 정도로 읽으면서 정리가 되어지는 느낌이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이 책의 집필 의도와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종묘가 조선 왕의 성적표라는 사실을 놓고, 감히 공자의 춘추필법을 흉내 내어 조선 왕과 조선 역사를 바라보아 역사를 배우는 참뜻을 되새기려고 했어." --- p.164
 
"역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공부도 부족한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 까닭이 있어. 흔히 역사를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고 한단다. 패배한 자는 역사를 기록할 수 없기 때문이지. 하지만 아무리 역사가 이미 지나가 버린 사건이라고 해도 후손들이 억울하게 패배한 자,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한 사건들을 제대로 평가한다면 역사는 한결 더 공정해질 수 있을 거야. 이 책에서 그런 예를 정종이나 단종 임금에게서 봤지? 그렇게 역사를 제대로 평가함으로써 우리 시대에는 억울한 패배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으로 이어질 수 있단다." --- p.165
 
저자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의 사실을 종묘라는 매개를 통해서 좀더 냉정하게 평가해보고자 했다. 저자의 이러한 의도를 몰랐을 때에도 읽다 보니 그동안 왕들에 대한 보편적인 평가와는 조금 다른 시각이라는 것이 느껴졌었다. '승자'가 만든 왕의 평가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냉정하면서도 적나라한 평가에는 허탈함이나 아쉬운 마음까지 든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처럼, 억울한 패배가 되풀이 되지 않고 공정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선입견과 편견을 깨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종묘'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종묘란 무엇인가, 왜 세웠을까? 그리고 처음에는 7칸으로 시작한 건물이 19칸까지 늘어난 배경, 그리고 '정전'과 다른 '영녕전'이 만들어진 이유와 신주를 모시는 규칙까지 종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보통의 역사 유적지에 대해 설명해주는 여느 다른 역사책과 다를 바 없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 다음 장 "종묘에 오른 왕, 영녕전에 건너간 왕"부터는 단순히 종묘에 대한 소개를 위한 책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정작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부터라는 생각도 든다.
 
"정종, 억세게 운 나쁜 왕
"태종, 태평성대를 준비한 철권 왕
쫓겨난 단종, 영녕전에 오르다!
세조, 공도 허물도 많소이다!
성종, 조선의 문물제도를 완성하다
쫓겨난 왕, 영원히 종묘에 들지 못하리!"
 
이렇게 후대의 평가에 의해서 정전과 영녕전으로 나뉘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과연 그 평가는 공정했을까?에 대한 저자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5장 "종묘에 오른 왕의 성적표는 공정했을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다.
 
 
특히나 우유부단 했던 중종이나 판단력이 부족했던 인조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왜 중요한 지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또한 중조에 대한 평가는 역사적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분석에서는 공감이 되기도 했다.
 
또한 왕이 집권할 때 가장 공을 많이 세운 신하 한 명이 선정되어 '공신당'에 신주를 모시게 되는데, 이 선정 과정 역시 정당하지만은 않았음을, 조선 후기로 갈수록 권력에 좌지우지 되었음을 저자는 짚어주고 있다.
 
 
다양한 자료와 사진이 지루할 틈없이 읽히고, 무엇보다도 옛날 얘기 들려주듯 술술 풀어내는 저자의 글솜씨에 푹 빠져서 읽게 된다. 무엇보다도 흔하게 접할 수 없었던 종묘에 대한 숨겨진 얘기나 역사적인 진실을 새롭게 접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은 기억에 남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