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비사 - 은이 지배한 동서양 화폐전쟁의 역사
융이 지음, 류방승 옮김, 박한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IMF가 터지고 은행이율이 나날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금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은 높다. 물론 최근에는 금값이 조금 내려가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나 금은 제일 안전한 자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요즘 심심찮게 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백은비사>는 아마 그 최고점이 아닐까 싶다. ‘화폐전쟁’과 다른 몇몇 경제도서 속에서 앞으로 투자 가치가 높은 금속으로 산업금속인 ‘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가 아는 은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다. 이 시점에서 <백은비사>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지론을 기치로 가장 읽어보고 싶은 책인 셈이다.

 

은의 역사를 통해 화폐전쟁의 미래를 엿본다는 취지로 만든 책 <백은지사>는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은 기근에서 은 제국이 수립되기까지

2장 은화의 비밀

3장 유럽의 패권전쟁

4장 혼돈 손의 중국

5장 화폐의 조건

6장 아편은 동쪽으로, 은은 서쪽으로

7장 세계대전 전야의 음모

8장 진화하는 금속

 

시대별로 대륙별로 같은 이야기가 상관관계가 있는 내용에는 반복적으로 주기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간략히 요약한다면 중국에서의 화폐(종이화폐)의 등장과 쇠퇴, 그리고 식민주의를 앞세운 세계 경제의 흐름(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속에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온 은의 역사가 펼쳐진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경제 대국들의 이면들을 엿볼 수 있다. 해적들을 공공연히 해외무역의 수장을 내놓은 유럽 세력들은 식민주의를 바탕으로 한 강취, 약탈로 본국의 경제를 흥하게 만들었다. 그 속에서 식민지의 은화는 ‘달의 눈물’이라 칭하며 1페소의 은화를 얻기 위해서는 광산 깊은 곳에 인디언 10명이 묻혀야 했다. 근현대 유럽은 산처럼 쌓인 인디언 시체 위에서 발전한 것이다. 초대 해상무역의 주자였던 스페인은 1545~1560년까지 매년 평균 금 5500킬로그램, 은은 24만 6000킬로그램을 식민지로부터 강탈해갔다.

 

은은 유럽의 혼란과 전쟁을 가져다 준 동시에 유럽 산업혁명의 발전과 자본주의 형성을 촉진시켰다. (P100)

또한 식민주의와 현대 금융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 함께 산업화의 길로 안내했다. (P104)

 

그러나 역사는 말한다. 갑자기 남의 재산으로 부유해진 스페인은 자국의 제조업을 망쳤고 결국 소비사회만을 만들어나갔다. 스페인의 제조업을 대신해 네덜란드가 나섰고 금과 은은 스페인을 잠시 거처 네덜란드 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에는 영국으로. 그러나 유럽 대륙과 식민지의 경제적 한계 속에 그들은 중국을 노렸다. 그러나 중국은 충분히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대국이었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은뿐. 그래서 세계 각국의 은은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의 비단과 차는 은과 바꾸기에 그 값어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부분에서 아직 걸음마조차 하지 못한 중국은 점차 선진 금융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된다. 그리고 아편전쟁이 일어났다.

 

아편전쟁에서 승리한 서양인들은 더욱 혈안이 되어 중국의 부를 약탈했다. … 실제로 세계금융 시스템은 아편전쟁 이후 안정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 전 세계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어 물가상승이 점점 일상적인 일로 자리 잡았다. (p220-221)

 

 

 

은은 500년 동안 거세게 밀려왔다 거세게 빠져나갔고, 때로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주 조용히 흘러들어 왔다가 흘러 나갔다. …은은 전성기에서 쇠퇴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고 세세한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은은 중국인이 겪은 모든 고난의 원인과 결과가 되었다.(p263)

 

무역 흑자국에 자국의 채권을 떠넘기고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를 생사를 함께하는 공동 운명체로 묶어버렸다. … 그 생생한 예가 1970-1980년대에 발생했다. 당시 일본의 수출 경제가 전성기를 맞이하여 ‘메이드 인 재팬’이 미국 시장을 점령했고, 일본은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강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 엔화의 평가절상 … 일본 경제는 장장 10년에 달하는 침제기에 빠졌고 이 ‘잃어버린 10년’ 이후 지금까지도 원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급성장하여 일본을 대신해 새로운 세계의 공장을 떠올랐다. … 그러나 이들 국가 역시 일본과 똑같은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21세기에 이르러 ‘메이드 인 차이나’가 미국 시장에 돌진하자 미국은 다시 한 번 똑같은 방법으로 중국을 공격했다. <본문 p290~292>

 

명이 망하고 청으로 나라가 바뀌어도 중국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서양 세력에 무릎을 꿇었던 지난 역사. 다시 경제 개방으로 세계의 제조국가로 우뚝 선 중국. 지금의 화폐는 금본위제도 은본위제도 아닌 신용화폐다. 그런데 엄청난 무역격차로 중국은 1~2% 금을 준비했을 뿐 그들의 외환창고에는 70%의 달러와 20%의 유로화 등 신용화폐들이 있을 뿐이다.

자,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

은의 저주는 과연 누구를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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