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시오리코 씨와 기묘한 손님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1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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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가득 책장이 있고 구석구석 미니책장들이 옹기종기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대학생 시절부터 한 권씩 모아 온 책들이 있다. 결혼하면서 남편의 책이 한가득 더 담겼고 이제는 집안 구석구석을 장식한 책들. 지난 세월만큼이나 늘어난 책들을 보면서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기도 한다. 가끔씩 책장을 둘러보며 정리할 때마다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분명히 읽은 기억은 있는데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그 책을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되었다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또 기억한다는 사실이다. 책이 재미가 없다면 모를까, 분명히 그 책을 읽고 좋았던 기억은 또 있다는 거. 또 어떤 책은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는데 그 책이 언제 내 손에 담겼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산건지, 선물 받은 것인지조차 기억할 수 없음에 애꿎은 남편만 닦달하기도 했다.

작가도 아마 이런저런 경험이 많은가봅니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낡은 책에는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 채

1장 나쓰메 소세키의 “소세키 전집·신서판” - 이와나미쇼텐

2장 고야마 기요시의 “이삭줍기·성 안데르센” - 신초문고

3장 비노그라도프, 쿠즈민의 “논리학입문” - 아오카문고

4장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 - 나나고야쇼보

총 네 권의 책을 가지고 각각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데 단순히 추억이 담긴 이야기가 아니라 추리라는 장르를 접목한 것이 신선했다.

주인공 고우라 다이스케는 6년 전 우연히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젊은 여학생을 보게된다. 짧은 스침에 비해 강렬했던 그 기운은 할머니가 남겨주신 책 ‘소세키 전집’ 속 작가의 사인의 진필 판정을 받기 위해 그를 서점으로 안내한다. 그 사이 서점은 주인이 바뀌었고 주인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리에 병원까지 가게 된 그 앞에 6년 전 소녀가 나타난다. 바로 그 고서당을 이어 받은 주인은 시노카와였다. 책이야기를 즐기는 그녀와 어릴 적 할머니의 책장을 건드린 후 책을 읽을 수 없게 된 그가 이상하게 잘 어울린다. 그렇게 첫 사건은 책 속의 사인에 대한 진품을 가리는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에피소드였지만 할머니의 비밀과 고우라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리고 고우라는 비블리아 고서당의 일원이 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책등빼기(고서점에서 싸게 파는 책을 사들여 높은 값에 되파는 일을 하는 사람, 책등만 보고도 희귀 도서를 골라낸다고 이렇게 불림-p115참조) 시다의 잃어버린 책 “이삭줍기”다. 이 사건 역시 단순하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책을 훔쳐간 소녀, 고스가의 사랑이야기가 결부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책을 팔려고 의뢰한 사가쿠치와 그의 아내라며 책을 돌려달라고 시노부가 뒤늦게 등장한다. 사가쿠치의 남다른 비밀과 두 사람의 사랑에 훈훈한 이야기다. 네 번째 이야기는 시노카와가 애초에 병원에 입원하게 된 사건이 드디어 드러나며 이 책의 클라이막스 사건을 보여준다.

 

<비블리아고서당의 사건수첩>의 네 권의 책이 단순히 책 내용과 무관한 책을 가진 주인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2% 아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 장별로 은밀한 사랑을 나눴던 할머니는 다른 남자의 여자를 빼앗은 소세키 전집으로, 고스가의 짝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은 건네는 이상적인 사랑을 다룬 이삭줍기로 다루었다. 사가쿠치의 말투의 기원이 된 “논리학입문”등 작가의 치밀함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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