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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평점 :
‘빅픽처’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나왔다. <템테이션>.
전업 작가를 꿈꾸는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많다. 거기에 우리의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도 포함된다. 배우를 꿈꾸던 아내는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텔레마케터로 일한다. 데이비드도 글쓰는 틈틈이 서점에서 일하지만 생활비는커녕 커가는 딸의 학비로도 부족하기에 아내의 바가지는 나날이 세지고 부부사이 역시 매일매일이 위태롭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텔레비전 시험 방송용 대본으로 데이비드의 작품인 ‘셀링 유’가 팔린다. 방송 후 반응이 좋아 정규방송이 잡히고 대박을 친다. 그러나 데이비드 부부 문제는 돈 문제가 해결되었을 뿐 그 동안에 서로를 향한 비수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때마침 등장하는 폭스 TV 젊은 여이사 샐리 버밍엄은 말이 잘 통하고 데이비드는 죄책감 없이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아내의 예언대로 성공한 사람들의 수순을 밟는다. 이혼을 한 것이다!
샐리와 살림을 합친 데이비드. 두 사람은 헐리우드에 유명한 커플이 된다. 거기에 돈을 주체 못하는 영화광 플렛이 투자 자문가 바비를 통해 데이비드에게 접근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데이비드가 무명 시절에 쓴 작품을 플렛의 이름으로 바꾸기만 한 작품을 보내곤 시나리오를 봐달라는 무례한 청까지 한다. 그러나 돈이면 무엇이든 되는 세상에서 에이전시의 말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플렛의 초대에 응하게 된다.
가장 높은 정상에 비바람이 세다고 했던가!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데이비드의 대박 작품 ‘셀리 유’가 표절이라는 시비에 휘말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시비로 무마시키며 일이 해결되는가 싶었지만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모든 사람들이 그를 외면한다. 그렇게 그는 다시 바닥을 향해 고꾸라지는데….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는 인간의 욕망에 집중한다. 전작 ‘빅픽처’에서도 그랬듯이 이번 작품 <템테이션>에서도 그는 인간의 욕망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 부분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아무래도 개연성 있는 이야기, 현실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빅픽처를 본 독자라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점으로 인해 작품의 몰입도는 오히려 좋아진다. 현실성 없이 자극성만을 높인다면 작가는 자신이 판 함정에 빠지는 꼴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것을 현명하게 알고 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우리의 데이비드는 전업 작가에서 어느 날 갑자기 성공을 하게 되고 그 이후에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인간의 심리를 잘 드러낸다. 그런 모습만 비췄다면 이 소설은 그저그런 작품이었겠지만 그 다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작가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득 담는다. 플렉의 아내 마사(사건의 시작이었을지도)의 등장, 플렉의 치졸한 장난, 거기에 신나는 복수는 적절한 예측과 의외의 반전을 보여준다. 거기에 홀로 남은 우리의 데이비드….
마치 우리가 저 높은 정상에서 롤러고스터를 타고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간 느낌이 든다. 데이비드는 다시 성공한 작가로 헐리우드의 삶을 시작한다. 그런데 그런 그의 삶이 부럽지 않은 것이 나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