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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도둑으로 살아가기
좡쉬칭 지음, 하진이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도둑이 글을 쓴다. 설정부터 아주 신선하다.
마췌는 30대 초반의 은퇴한 도둑이다. 달리기를 아주 잘해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운도 좋고 기술도 좋아서 많은 돈을 모아 지금은 선량한 시민들 틈에 끼어 사는 사람이다. 그의 삶의 철학, 도둑에 대한 식견은 남다르다. 세상에 넘치는 도둑은 단순히 담을 넘는 사람만이 아니다. 부패한 경찰, 뇌물을 받는 공무원도 모두 도둑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과 같은 도둑은 오히려 사회를 구성하는 꼭 필요한 존재다 부자들의 돈을 가져다가 사회에서 사용하며, 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그의 개똥철학은 어리석은 듯도 하지만 우리 사회를 꼬집는 비수와도 같다. 지금 중국 사회는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하던 7~8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거대한 인구로 벌써부터 신흥부자들의 재산은 세계 100대 재벌에 뽑히기도 한다. 그러나 벼락부자, 졸부들의 삶이 그렇듯이 돈이 모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그들의 사회적 책임의식은 사회문제다. 외제 자동차를 타던 여자가 사고가 나자 전화통화를 계속하며 돈을 피해자에게 뿌린 동영상 같은 졸부들의 삶은 지금 중국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마췌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거기에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사오얼펑에게 도둑질을 사사하고 가난한 화가 지망생 정타쯔에게는 얼른 꿈을 버리고 도둑으로 전업하라며 말하는 모습은 중국 하층민의 삶을 보여주기도 한다. 돈이 한 그룹에만 몰리면서 중국처럼 거대한 나라에서는 빈부격차가 점차 더욱 심화되고 있다. 거기에 사회적 기반, 의식이 자리 잡지 못하면서 더욱 그 문제는 커져가고 있다. 그런 문제를 에둘러 표현하는 작가 좡쉬칭은 소설 <북경에서 도둑으로 살아가기>를 내놨다.
부조리한 사회에 던지는 통렬한 블랙유머라는 소개 글이 딱 맞는 작품이다. 거기에 자동차 번호판을 훔친 후 자신의 계좌번호와 전화번호를 남기는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 신선했다. 한국에서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상황, 중국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들은 그 자체만으로 재밌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