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의 심리학 - 스스로 도덕과 품성을 기르는 최고의 심리 수업
토니 험프리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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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에서 가장 힘든 농사가 무엇일까?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시절에 선생님께서 툭 내뱉은 질문이었다.

우리들은 그 당시 알고 있던 농사란 농사는 다 말하며 정답을 찾기 위해 소리를 높였다. 선생님께서 정답을 말하면 우리 반 모든 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에 아이들은 전에 보이지 않던 협동심을 발휘하며 정답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그 선생님께서 그 해에 내셨던 다른 문제들과 달리 그 문제는 정답을 찾지 못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자식농사!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바로 자식농사다. 너희들을 키우시는 너희 부모님들은 지금 가장 힘든 일을 하고 계신다. 그러니 너희들은 부모님을 이해하고 동정해야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정답을 찾지 못한 우리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시면서 대신 부모님께 잘 하라고 하셨다. 그때 나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선생님말씀에 그냥 고개를 연신 끄덕인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친구들처럼.




그렇게 나이가 들어 조카들이 태어나고 뜻하지 않게 아이들을 접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그때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토니 험프리스의 <훈육의 심리학>은 자식농사가 가장 힘든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교육이란 일방적으로 어른이 아이에게 행하는 것이 아닌 상호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강조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 이 점은 절대 불변하는 정답이다. 문제 아이 뒤에는 문제 부모, 문제 선생님(아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주변인)이 있다. 즉 아이의 교육, 훈육을 위해선 아이와 부모, 학교와 선생님등 주변 환경이 모두 안정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훈육 문제, 아이·부모·교사의 권리, 훈육 문제의 예방과 조정, 훈육을 넘어서, 이렇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훈육에 대한 개념을 건드리고 각종 훈육 문제를 나열한다. 그리고 아이·부모·교사의 권리를 말하고, 힘을 키우며 결국 그 권리를 지켜야한다고 말한다. 또한 훈육은 자신과 함께 시작한다는 대전제 하에 가정과 학교에서의 예방, 문제 해결을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개인의 훈육을 넘어서 배려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우리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기본이 아닐까? 잊었던 교육의 기본을 이 책은 이렇게 다시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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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으로 밥을 짓다 - 스님들의 자연 밥상 비법
함영 지음 / 타임POP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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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년 전부터 인 웰빙 바람.

건강에 좋다는 많은 것들이 함께 붐을 일었다. 그 중에서도 자연주의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그 자체로 불멸의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자연주의가 뜨면서 새롭게 주목 받은 것이 있다면 사찰음식이다. 웰빙바람에 산 속 사찰에서 스님들이 먹는 음식의 장점과 각종 비법들을 다룬 책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따라서 스님이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 같은 양념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 생기는가 하면 사찰음식을 파는 전문식당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인기를 실감하듯 <인연으로 밥을 짓다>는 사찰음식을 담당하는 공양간의 모습과 공양간의 터주대감 공양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찰음식이 화려하지 않지만 나름의 소박한 멋을 내듯이 공양간의 다양한 이야기, 투박한 공양주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장인의 모습마저 엿볼 수 있다.

광륜사의 자성월 할배와 공덕심 할매의 공양간.

용천사의 전정희 여사와 선덕행 보살님의 공양간.

광성사의 티베트 스님들의 독특한 공양간 살림까지.

부처님 오신 날 절에서 먹은 비빔밥이 전부인 내가 절 안 깊숙이 공양간 살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부엌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이 책의 저자를 통해 돌아본 광륜사, 용천사, 광성사의 공양간은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머니들의 음식과 삶, 인생이 담겨있다. 각자 한 아름의 인생의 고단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바쁜 공양간 살림과 여러 가지 제약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음식과 인생이 한 권의 책에 보기 좋게 담겨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방학 때마다 놀러 간 손녀에게도 다정한 말씀 한 번 제대로 해주신 적 없지만(제주도 말투가 그렇다) 그릇 가득 담긴 정성 어린 밥을 먹을 때면 집에서 먹던 쌀밥보다 큰 양푼이에 담긴 보리밥과 평소에 먹지도 않는 나물반찬들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특별한 양념이 들었거나 모양이 이쁘게 담긴 음식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학 때마다 할머니 집을 찾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진심어린 정성이다.

이 책을 읽고 공양간 할머니들이 해 주신 절밥이 사무치게 그립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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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의 건강 도시락
김주리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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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먼저 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에 하나는 바로 매일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오히려 싱글인 내가 주부인 친구에게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안하는 편이었다. 결혼을 하고 난 후 오랜 독립 생활로 다져진 요리 실력과 반찬 투정없이 고맙게 먹어 주는 남편 덕에 별 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복병이 있었다.
바로 그것은 도시락.
학교를 다닐 때도 바쁜 어머니를 둔 나는 내가 도시락을 싸고 다녔지만 허기를 채우는 수준이었다. 내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도시락을 싼다는 것은 확실히 다른 일, 우리 둘이 먹는 것을 준비하는 것과 회사 사람들 앞에서 먹는 남편의 도시락~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문제였다. 그런 내게 남편은
‘신경 쓰지 마라,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마라, 그냥 집 반찬만 준비하면 된다. 등등…’ 이렇게 날 위로했다. 그런 남편이 너무 고마웠지만 내게는 역시나 가슴 한 구석의 묵직한 돌덩이인 도시락. 결혼 전에 남편에게 한 달에 한 번은 제대로 된 도시락을 싸주마 하고 말했지만 낯선 곳으로 이주하고 적응 기간을 지내는 중이라 그것도 제대로 못했다. 그런 내게 계시처럼 눈에 띈 한 권의 책, <여보의 건강 도시락>.
이 책은 도시락반찬을 단순히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일단, 숟가락을 이용한 간단한 계량법을 설명해주는 센스를 살짝 보여주고, 도시락 반찬을 꾸미는 간편한 도구(주먹밥 틀, 꼬치, 빵 끈, 유산지 컵, 컵케이크 컵, 등)를 소개하며, 똑소리나는 조리법은 요리의 기초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팁으로 첨부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반찬을 소개하는데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칭찬받는 울 자기 도시락
건강지킴이 계절 도시락
푸짐해서 든든한 일품 도시락
자랑하고 싶은 피그닉 도시락
누구에게나 인기 만점 캐릭터 도시락.

울 자기 도시락부분에서는 두부조림, 동그랑땡, 달걀말이처럼 우리가 평소에 하는 반찬의 활용도를 높였고, 계절도시락은 각종 나물과 채소, 해조류를 이용한 점이 눈에 띄며, 일품도시락은 전복조림, 스테이크덮밥, 생선구이 정식, 해물찜정식 등 마치 외식을 하는 도시락 같은 느낌이 든다. 피크닉 도시락은 각 종 주먹밥, 김밥, 샌드위치와 또띠아말이를 소개하고, 캐릭터 도시락은 실물크기와 비슷한 사진과 세세한 부분까지 재료설명이 되어있어서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활용도를 높이기에 좋은 부분이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듯 센스 있는 배치로 똑같은 반찬을 가지고 보기 좋은 도시락을 만들어 더 맛나게 보이게 한다. 음식 솜씨가 있어도 이쁜 도시락을 못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하루 아침에 일취월장한 느낌의 도시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사랑 받는 엄마, 아내가 더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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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만찬 -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 147가지 레시피
문인영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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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요리책은 많다.

내가 소장한 요리책들도 많다. 테마별로 만들어진 요리책들이 책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책들을 저버리고 다시 또 다른 요리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간편하고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도 없을뿐더러 있다고 하더라도 재료를 구하기가 힘들거나 재료를 준비함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남게 되는 재료들로 선뜻 요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내게 이 책은 낭비 없는 재료와 쉽고 간편함이라는 여러 가지 장점을 동시에 선물하는 최고의 요리책이다.  



이 책의 첫 장은 이런 고민을 하던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장이었다.

싱글즈 밥상수칙 10계명은 바로 몇 달 전까지 오랜 싱글생활을 했던 나의 삶이 느껴지는 것으로 싱글들에게 도움 되는 가장 중요한 점들을 나열했다. 싱글생활을 갓 시작한 친구나 아직 싱글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금쪽같은 조언들이 가득하다. 이외에도 꼭 필요한 조리도구, 양념, 마트 활용법, 장보기 노하우, 요리의 기본 4가지 기술, 요리비법노트, 냉장고 정리, 주방생활백서까지 어느 것 하나 버려둘 것이 없다. 내가 싱글생활에 어려움을 느꼈을 때 이 책이 있었더라면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을 단축시켰으리라. 그러니 요리책의 시작을 이 책으로 선택한다면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은 슬쩍 보고 지나가도 된다.

본격적인 요리는 3장으로 나누어져있다.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 밥상요리,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 일품요리, 한 가지 재료로 만드는 재활용요리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음식 사진은 차림반찬 형태로 되어 있어서 먹음직스럽다. 싱글즈 밥상수칙 10계명에 맞춰서 반찬 가지 수가 3개를 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먹음직스러우면서도 쉽게 느껴지는 차림새다. 그리고 반대 페이지에 재료와 레시피가 나와 있으며 조리과정 사진이 나와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조리과정 사진이 있다는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는가! 레시피의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중요한 과정의 조리 사진을 첨부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요리책이라고 생각한다.  

 

쉽고 간편한 요리책을 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그 답이다. 요리에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는 요리가 쉽게 다가오는 책이다.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이 폼 좀 잡으려고 색다른 것에만 심취했다면 다시금 돌아봐도 되는 책, 마치 공기 같은 요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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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의 수상한 여자들
브리짓 애셔 지음, 권상미 옮김 / 창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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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이다.

간혹 사랑보다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결혼도 있겠지만 사랑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기에 배우자의 배신은 큰 아픔과 고통이 뒤따르며 결혼의 끝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주인공 루시의 결혼은 그렇게 배우자의 배신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루시는 배신의 고통을 즐길(?) 여유도 없었다. 왜냐하면 전 남편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배신과 이혼, 그리고 전남편, 아티의 예고된 죽음은 그녀에게 마음을 정리할 정신적 여유로움을 앗아갔다.

이런 그녀에게 주어진 것은 또 다른 충격, 아티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과 결혼의 종말을 알렸던 그의 바람이 한 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아티의 여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복합적으로 드러난 새로운 사실들에 루시는 술을 마시고 알콜의 힘을 빌어 아티의 수첩에 있는 여자들에게 전화를 한다. 아티의 죽음이 다가왔으니 그와 대화할 시간을 주겠노라고. 다음 날 아침, 술에서 깬 루시를 반기는 것은 그녀와 통화했던 여인들이었다. 아직 혼란스런 제 마음도 다독이지 못한 루시에게 수많은 남편의 여자들의 등장은 루시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상처가 된다.

이렇게 이유가 어찌되었든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여러 명의 여자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여러 번의 재혼에 뒤이어 또 다른 재혼을 꿈꾸는 루시의 엄마. 물론 그녀는 아티의 여자가 아니라 루시의 보호자일 뿐이다.

첫 등장부터 경멸적으로 아티를 대하며 루시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엘리노어,

생명의 은인인 아티를 위해 뭐든지 하겠다는 엘스파,

그리고 아티의 아들이라는 존 베섬.




자극적인 제목과 달리 이 소설은 자극적이길 원치 않는다.

물론 남편이 부인 몰래 수많은 여성들과 바람을 피웠으며 죽음을 앞에 두고 그녀들과의 면담을 한다는 소재는 자극적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자극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는가?

남자의 바람도 배신도 아니다. 배신당한 여자의 슬픔과 고통, 아픔도 아니다. 죽어가는 남편(물론, 전남편이다)에 대한 사랑과 용서? 적당한 주제로 아름답게 포장될만한 주제다. 그러나 작가의 관점은 이것도 아니다. 이 주제를 말하기 전에 이 작품이 탄생배경을 추적해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 바람 피지 않는(바람 핀 경력도 없다는) 남편과 행복하게 플로리다에서 살고 있다는 작가는 이 소설을 어떻게 구상했을까? 처음에는 흥미로운 소재를 찾는데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흔한 소재 사랑, 그리고 결혼에서 그녀는 꽈배기 장인처럼 결혼을 꼬아 이혼을 생각하고, 바람난 남편마저 사랑하는 루시를 창조했고, 바람 난, 일반적으로 나쁜 남편을 꼬아 단순히 사랑이 넘치는 캐릭터 아티를 만들어냈고, 절정으로 아티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하고 그의 여자들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아티나 루시의 초점을 두지 않는 작가의 관점이다. 에피소드는 철저히 아티와 루시를 제외한 다른 여자들과 존 베섬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 각자는 상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상처가 드러나고 치유되면서 결국엔 루시와 아티의 상처도 아문다.

사랑으로!

세상은 사랑이 넘쳐나는 곳이다.

사랑에 배신당하고 죽을 것 같더라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엔 사랑이 곳곳에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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