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으로 밥을 짓다 - 스님들의 자연 밥상 비법
함영 지음 / 타임POP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부터 인 웰빙 바람.

건강에 좋다는 많은 것들이 함께 붐을 일었다. 그 중에서도 자연주의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그 자체로 불멸의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자연주의가 뜨면서 새롭게 주목 받은 것이 있다면 사찰음식이다. 웰빙바람에 산 속 사찰에서 스님들이 먹는 음식의 장점과 각종 비법들을 다룬 책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따라서 스님이 직접 담근 된장, 고추장 같은 양념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 생기는가 하면 사찰음식을 파는 전문식당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인기를 실감하듯 <인연으로 밥을 짓다>는 사찰음식을 담당하는 공양간의 모습과 공양간의 터주대감 공양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찰음식이 화려하지 않지만 나름의 소박한 멋을 내듯이 공양간의 다양한 이야기, 투박한 공양주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장인의 모습마저 엿볼 수 있다.

광륜사의 자성월 할배와 공덕심 할매의 공양간.

용천사의 전정희 여사와 선덕행 보살님의 공양간.

광성사의 티베트 스님들의 독특한 공양간 살림까지.

부처님 오신 날 절에서 먹은 비빔밥이 전부인 내가 절 안 깊숙이 공양간 살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부엌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이 책의 저자를 통해 돌아본 광륜사, 용천사, 광성사의 공양간은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머니들의 음식과 삶, 인생이 담겨있다. 각자 한 아름의 인생의 고단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바쁜 공양간 살림과 여러 가지 제약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음식과 인생이 한 권의 책에 보기 좋게 담겨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방학 때마다 놀러 간 손녀에게도 다정한 말씀 한 번 제대로 해주신 적 없지만(제주도 말투가 그렇다) 그릇 가득 담긴 정성 어린 밥을 먹을 때면 집에서 먹던 쌀밥보다 큰 양푼이에 담긴 보리밥과 평소에 먹지도 않는 나물반찬들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특별한 양념이 들었거나 모양이 이쁘게 담긴 음식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학 때마다 할머니 집을 찾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진심어린 정성이다.

이 책을 읽고 공양간 할머니들이 해 주신 절밥이 사무치게 그립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